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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천년 여우 Taeryu -
                                                        점심 : 옥상(2)

 

 확실히, 그 사람은 마고였다.
 어린 아이 같이 작은 몸, 하지만 그와는 정 반대로 풍겨오는 당당하기 그지없는 태도.
 다른 사람을 깔보는 듯한 눈초리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위압감.
 귀찮아하는 것 같은 느긋한 목소리와 다른 사람을 깔아뭉개는 말투까지, 내가 알고 있는 마고와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니, 있다면 하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긴 머리카락.
 내가 알고 있던 마고와는 달리,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만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흐음...."

 하지만 마고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그저 눈살을 찌푸린 채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을 뿐.
 그 강렬한 시선이 왠지 부끄러워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몸을 조금 뒤로 물리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죠?"

 "... 하아, 뭔가 이상해서 와 봤더니... 확실히 귀찮아졌군. 그 늙은이의 장난질인가?"

 투덜거리며 내 질문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해버리는 마고.
 그에 이번에는 내 쪽이 인상을 찌푸려보지만 마고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는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자신과 접촉한 상대의 과거를 꿈에서 보고, 그 대상의 능력을 구현해 낼 수 있게 된다. 맞나?"

 아무렇지도 않게 툭 하고 던져진 말.
 하지만...

 가만히 눈을 감는다.
 분명히 배운 적은 없는데 알고 있는 지식.
 지금까지 인식조차 한 적도 없던 힘을 느낀다.
 그 힘을 움직인다.

 "... 호..."

 둥실 하고 몸이 떠오른다.
 그 것은 틀림없이 꿈에서 보았던 능력.
 마고의 말 그대로, 난 그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건... 어떻게..."

 "뭐, 늙은이의 장난질이겠지."

 마고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내 쪽을 바라보았다.
 
 "본래 가져야 할 능력이 변질되었다. 그리고 보이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보이는 자들이 생겨났다."

 "무슨..."

 "변수는 하나인가? 아니면 둘? 귀찮게 되었군. 생각보다 훨씬."

 "저기요..."

 뭐랄까...
 
 잘은 모르겠지만 역시 마고는 마고인 모양이었다.
 무언가 생각하기 시작하면 주변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는 점.
 아무래도, 저 생각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어떤 이야기도 들을 수 없겠지.

 아예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버린다.
 표정을 보아하니 1~20분 정도로 끝날 생각은 아닌 것 같으니까.
 뭐, 일단 다 못 먹은 도시락이나 마저...

 ....

 제길... 연희가 챙겨서 가버렸구나.
 뭔가 좀 부족한데... 우...
 기숙사 가면 아직 밥 먹을 수 있으려나..

 "귀찮아. 그 늙은이는 이렇게 될걸 알고 있던건가..."

 기숙사에서의 오늘 메뉴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해 보고 있으려니 마고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사이에 생각을 마친 것일까?
 아까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일그러져있는 마고의 얼굴이 보인다.

 ... 보아하니, 무언가 다른 문제가 있나보군.

 정말이지, 마고가 해결 못하는 문제가 있다니...
 거기 휩쓸린 녀석도 참 불쌍...

 ...

 난가?

 "... 바보 같은 표정이군."

 "으으...."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 마고의 모습이 보인다.
 뭐랄까... 스스로 생각해도 반박할 수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저기, 결론은 난 건가요?"

 조심스레 말을 돌려본다.
 
 "그래."

 그리고, 마고는 그에 간단히 답할 뿐이었다.

 "결국은 이렇게 될 거였군. 단지 그 늙은이가 좀 앞당겨 놓았을 뿐."

 "네?"

 알 수 없는 마고의 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그 늙은이라는 대상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지금... 마고의 말은 이해할 수 없는 혼잣말일 뿐이었다.
 하지만, 마고는 그런 나에 대한 배려 따위는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변수가 없어도, 결국은 넌 그들과 얽히게 될 거라는 거다."

 "그들... 이라니..."

 여전히 대명사로 가득한 마고의 말.
 그렇지만, 마고는 여전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내게 궁금증만을 안겨준 채 몸을 돌렸을 뿐.

 "돌아간다. 아무래도 손을 좀 봐야겠군."

 "저, 저기!"

 아무런 미련도 없이 몸을 돌리는 마고를 향해 손을 뻗는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 뭐?"

 손은 그대로 마고의 몸을 통과해버린다.
 마치 허상인 것 처럼, 연기로 만들어진 것 처럼 일렁이는 몸을 통과하며...

 "... 후..."

 "마, 마고씨. 대체..."

 당황해하며 말을 걸어보지만 마고는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그저 무덤덤하게 중얼거렸을 뿐.

 "이 곳에서는 내가 가짜라는 거겠지. 신경쓰지 마라."

 어깨를 으쓱인다.
 
 "별 것 아니다. 그냥 신기루라고 생각하면 될 뿐."

 그렇게 말하는 마고의 몸은 조금씩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공기 속으로 녹아드는 것처럼.
 
 어쩐지 복잡한 기분이었다.
 다시 오지는 않을 기회인 것 같은데...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하나만 알려주지."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 귀에 흐려지고 있는 마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보름이 뜨는 밤. 이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가 보면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을거다."

 고개를 들어 마고를 바라본다.
 입가에 맺혀있는 것은 씁쓸한 미소.

 "그건..."

 "세상에는 알아도 괜찮은 것과 모르는 것이 나은 것이 있지."

 그 미소는 분명히... 날 탓하는 듯한 웃음.

 "멍청하긴. 진실 따위, 모르고 있는 것이 나을텐데."

 그 말과 함께, 마고는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휑한 바람이 불어오는 옥상 위.
 그 곳에 밀려온 갑작스러운 쓸쓸함에 몸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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