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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더월드 1장-5

azelight 2008.06.05 22:27 조회 수 : 380


 1장이 슬슬 끝나가는 군요.
 어차피 결말이 정해져 있는 데다가
 복선이고 자시고가 없는 글이라서 나름 술술 적힌 듯 합니다.
1장 전체가 대강 소설 반권 분량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 열심히 쓴 듯합니다.
 이제까지 프롤로그가 썼다 지웠다 반복하면 살았었거든요.
 잘하면 처음 완결을 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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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는 밤이 찾아올 때 까지 아리키와 약속한 ‘멋진 것’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에 대해서 머리를 굴렸다. 역시 할만 것은 불꽃놀이정도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슈는 머릿속으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화약을 제조하지 위해 서랍을 열었다. 적당히 촉매로 삼은 다음 몇가지 광학마법을 곁들이면 훌륭한 무늬를 그리며 불꽃이 하늘을 수 놓을 것이다. 마을의 일원으로서의 첫 참여치고는 나쁘지 않은 활약일 것이다. 물론 촌장인 위브와도 예기를 해둬야 하겠지만 말이다.

 

‘염초가 남아있던가?’

 

화염계 마법의 촉매로 사용하기 때문에 항시 쌓아두고 있는 염초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하려던 슈는 문득 뭔가 불길한 감각을 느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당히 구체화된 감각으로 그 존재의 질감과 거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커드가 끝도 없이 미루어왔고 심지어 숨기기조차 했지만 결국 예정된 일을 할 때가 왔다. 하긴 이렇게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하진 못한 것이겠지. 어찌되었든 8년 전 매커드의 봉인마법의 실패에서 탄생한 그녀가 이제 대 ‘밤의 군주’용 병기로서의 본성을 드러낼 때가 된 것이다.

슈가 그녀의 주적의 존재를 느낀 것처럼 마찬가지로 안델 역시 그것을 느꼈다. 그는 슈와 같은 예지가 아닌 자연과의 교감에 의한 경고였다. 대지가 그에게 죽음의 전조가 다가옴을 알려고 공기가 그에게 암운이 다가옴을 알렸다. 그것은 마치 8년 전 그림자의 군대와 맞섰을 그 때와 동일한 감각이었다. 안델은 입 안에서 씹고 있던 과자를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연 이 이변을 알아챈 사람들은 슈와 안델 뿐만이 아니었다. 이 위브에 대규모의 결계를 친 위브와 매커드 역시 적의 출현을 알았다. 윈델과 셰리엘, 테드릴과 테레사 는 안델의 매커드의 반응에 이변이 일어남을 눈치챘다.

 

“어둠의 교단이다.” 안델이 말했다.

 

“ 예상보다 훨씬 빠르군.” 매커드가 근심에 찬 얼굴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예상과 상아탑의 예지로는 아직 ‘밤의 군주’의 부활을 위한 ‘어둠의 교단’의 활동에 여유가 있어야 할 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그들의 숙적을 제거하러 움직이다니. 너무도 뜻밖의 사건이었다. “상아탑의 예지는 완벽했을 터인데.”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에요, 매커드. 지금은 대항하러 나서도록 하죠. 당신, 날 따라와.”

 

“그러지. 내 사랑.”

 

테레사가 테드릴과 함께 먼저 뛰어 나갔다. 언제나 그렇듯 냉정하게 그녀는 상황에 대처했다. 주저하는 법도 없고 우선순위를 혼동하지도 않는다. 테레사의 냉정함에 자극받은 매커드는 즉시 평소의 그로 돌아왔다. 냉정함과 침착함으로는 그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회복한 즉시 손을 한번 휘두르자 매커드의 손에 흑단으로 만든 육척봉이 나타났다. 육척봉의 끝에는 금색의 장식이 청색의 자연석을 붙잡은 듯이 메어져 있었고, 보석에서는 청광이 흘러나왔다. 8년 전 파괴된 그의 애용품이 파괴된 뒤로 새로이 제작한 것으로, 이 지팡이는 봉인의 여파로 파괴된 그의 육체를 보완해주는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매커드는 ‘밤의 군주’의 봉인 때 생명력을 봉인에 빼앗긴 후 그가 준비한 이 집 외의 장소에서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 손상은 강력한 기원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는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위기 시 자산의 생명력을 보완할 장비들을 여럿 만들어 건강과 체력을 보강하고 있었다. 이제 그는 지금껏 준비해둔 장비들을 걸치고 전선에 나서야 할 터였다.

 

“안델과 네 동생과 셰리엘은 잠시 기다리게. 크라드도. 방호 주문들을 걸어주지.”

 

“먼저 나간 테드릴과 테레사는 어쩌지?”

 

매커드가 주문을 외우기 전에 크라드가 그에게 물었다. 그들 역시 결코 만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그림자들은 마법과 기원의 보호 없이는 감당하기 힘든 적들이었다. 특히 접촉하는 대상의 생기를 흡수하는 그 능력에는 역량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치명적일 수 있었다.

 

“걱정할 것 없네. 그들은 불사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장비들을 갖추고 있으니. 괜히 이곳에서 나와 7년을 지낸 것이 아니라네. 윈델. 자네도 시작하게.”

 

윈델이 고개를 끄덕이자 매커드는 육척봉을 땅에 딛고 왼손으로 촉매를 꺼내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적색, 청색, 녹색의 보석가루가 흩뿌려지고, 동물의 뼛조각이 불태워졌으며, 갑옷의 파편에 새겨진 마법문자가 소거되면 검게 바스라 들고 또한 각기 마늘을 씹어 먹고, 재를 태웠다. 매커드의 동작이 각각 한번 씩 완결을 맺을 때마다 녹색의 원과 은색의 빛이 생겨났고 피부가 돌처럼 단단해졌으며 사령의 어둠에 침탈당하지 않는 검은 피부가 그들의 몸을 덮었다. 윈델 역시 매커드의 곁에서 그가 모시는 헌신하는 자가 내린 교리문을 외우며 일행을 축복하고, 성스러운 가호를 빌고, 헌신하는 자의 용기를 이끌어내 주었고, 작은 행운의 도움을 빌었다.

매커드의 마법과 윈델의 충성이 완료되자 일행은 여러 마법과 기원의 효과에 휩싸여 천의 적에게도 맞설 수 있을 듯한 용기와 백의 적을 맞아도 지지 않을 강맹함을 얻었다. 안델과 윈델, 셰리엘은 환영과 봉인으로 감추어져 있던 그들의 본모습을 드러내었고 그들이 스스로 감춰두었던 마법무구들은 완전한 힘을 이끌어냈다.

 

“자, 준비가 끝났으면 슬슬 가볼까.”

 

안델이 그의 검 ‘작홍’을 검집에서 뽑아 들며 말했다. 검은 이글이글 불타올랐고 그만큼 맹렬한 열기를 사방으로 발산했다. 크라드 역시 그의 검을 앞에 세웠고 그의 검의 검집은 마갑이 되어 크라드의 몸을 감쌌다.

 

“그러지. 이렇게 함께 싸우는 것도 오랜만이지?”

 

툭하며 카라드와 주먹을 맞부딪히며 안델은 전투심을 고양시켰다.

 

“자자. 지금은 분위기 잡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형. 크라드. 빨리 나가자고.”

 

윈델이 두 사람을 재촉했다. 셰리엘도 같은 생각인지 “그래. 그래. 방호 주문의 지속 시간은 영원한게 아냐.”라고 거들었다. 심지어 매커드는 그런 두 사람을 신경도 쓰지 않고 나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넷은 황급히 매커드의 뒤를 따랐고 마법으로 격리된 집에서 나왔다. 문 앞에는 의외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늦으셨군요. 아버님.”

 

제대로 된 무장도 하지 않은 슈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 말했다. 그 미소에는 야릇한 비웃음까지 섞여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적이 왔어요. 아버님. 저는 기쁘군요. 마을 주민들은 이미 이곳으로 불러 모았답니다. 자, 제가 무엇을 하길 원하시나요?”

 

무례하다면 무례한 슈의 태도에 매커드는 침묵했다. 분명 명백한 도발일 것이다. 다른 네 사람 역시 매커드와 슈를 살펴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의 관계는 마치 무저갱의 ‘검은 심연’과도 골이 깊었다.

 

“너는 이곳을 지켜라. 아직은 네가 나설 때가 아니다.”

 

“그러도록 하죠. 그럼 다녀오도록 하세요.”

 

슈는 그 대답을 끝으로 희미한 미소만을 머금고 붙박은 듯 그 자리에 섰다. 끝까지 매커드의 성질을 긁을 생각인 듯 보였다. 그리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지만 사정을 알고 있는 4명은 별말 않고 지시 후 움직이기 시작한 매커드의 뒤를 따라 달렸다.

테드릴과 테레사가 간 초소까지의 길을 중간쯤 달렸을 때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오고 있는 위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슈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았을 텐데 이미 비상체계를 갖추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재빨리 준비된 계획대로 움직여 전원 집합해 있었다. 매커드는 마을 사람들 전부와 함께 있을 위브에게 지시를 내렸다.

 

“위브. 어서 사람들을 이끌고 나의 집으로 가게. 슈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잠시만요. 슈의 말대로 마을 사람 전부를 데리고 오긴 했지만 이걸로 정말 충분한 건가요? 잠깐 봤는데 수적으로 너무 불리해요.”

 

위브는 매커드가 걱정되는 지 그렇게 말했다. 그와 알게 된 인연은 짧고 깊지 않았지만 선량한 그녀는 그와 그의 동료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린 걱정할 필요 없네. 8년 전에는 이보다 더 한 일도 있었으니. 어서 마을 사람들을 대비시키기나 하게.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야. 거기다가 우리가 계약한 내용도 잊지 않았을 텐데.”

 

“알겠어요. 그러면 맡기도록 하지요. 케레일이 공성을 돕기 위해 자경단과 입구 한 곳을 맡고 있어요. 만약 방해된다면 그들도 보내주도록 하세요.”

 

위브는 매커드의 단호한 태도에 몸을 피신하기로 결정했다. 확실히 8년 전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그들이 저런 많은 수의 불사자 대군을 막아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애초에 매커드를 마을로 받아들인다는 결정이 이런 일을 겪게 한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던 그녀는 그럼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했다. 이스마일께서는 어째서 그 어린(키는 그리 작지 않지만) 아이에게 이런 시련을 내려주시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8년 전 매커드가 최후의 병기라면 데려온 작은 소녀의 존재는 그녀와 마을 사람들의 죄책감의 일부로 작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가보겠네.”

 

매커드는 위브에게 말하고는 곧 안델들에게 “어서 가세.”라며 재촉한 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테레사와 테드릴이 마을을 지키기 위한 역장결계를 발동시켰을 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간 끌기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더군다나 모든 함정들은 마법적인 요소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매커드 본인이 직접 갈 필요가 있었다.

서둘러 움직인 덕분인지 곧 테레사와 테드릴이 있는 감시초소에 도착했다. 카레일이 에쿠드와 다렌, 메녹, 그레인과 함께 그들과 함께 있었다. 초소에서 마을 밖의 평원을 바라보자 검은 안개를 이끌고 나타난 불사자의 군단들이 투명한 벽에 막혀서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 불사자들은 거대화 주문이 걸린 다양한 종족과 짐승들의 해골들과 그림자악마들, ‘밤그림자’라 불리우는 무시무시한 ‘밤의 군주’의 하수인들 그리고 ‘밤의 군주’의 화신이라고도 불리우는 ‘죽음을 가져오는 어둠’들과 죽음의 기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숫자도 숫자였지만 질 면에서도 대단히 위협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히나 죽음의 기사들과 ‘죽음을 가져오는 어둠’들은 결코 쉬운 적이 아니었다.

매커드는 카레일에게 말했다.

 

“내 집으로 가도록 하게. 카레일. 슈가 기다리고 있을 걸세. 그 곳에 몸을 숨기게.”

 

적어도 이 싸움에 마을 사람들을 휘말리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매커드와 그들 일행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카레일의 생각은 위브와 다를 바 없는 듯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요, 그럴 순 없소. 매커드. 우리는 우리 손으로 마을을 지킬 거요. 우리는 이미 이런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 각오하고 당신들을 받아들인 거 아니오!”

 

카레일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투로 단호히 말했다. 선량하고 정의로운 카레일은 비록 그들이 감당해야할 위험이 아니건만 이 전투를 함께 하려 했다. 동의를 구하려는 듯 그와 함께 온 자경대원들을 카레일을 돌아보았다. 거기다 그들 모두 자원자. 못해도 이 위브가 온건히 세워지는 일에 매커드와 테드릴, 테레사의 도움이 작았다곤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형편의 절반이나 그 이하의 생활을 했을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위브의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이 마을은 없었던 것이 되어 버렸으리라. 그런 만큼 마을 사람들은 이 들에게 어느 정도 채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희라면 그렇게 폐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마법사 매커드. 안 그런가요, 테드릴?”

 

테드릴에게 동의를 구하듯 에쿠드는 그에게 말했지만 테드릴은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에쿠드와 카레일은 상당히 숙련된 전사였지만 저 죽음의 기사들과 대적할 만큼의 실력은 되진 못했다. 자신들의 마을을 스스로 지키고 싶다는 그 의지와 호기는 높이 사지만 죽을 것이 뻔한 일에 도전하여 개죽음 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돌아가라고 권하고 싶군. 에쿠드. 저것들은 평범한 방식으론 상대하는 게 무리인 놈들이라고. 이 녀석들 처럼.” 그러고는 안델과 크라드들을 가리켰다. “마법으로 떡칠을 해야 상대할만한 놈들이라고. 너희들은 돌아가서 슈와 함께 마을 사람들을 지켜라. 알겠나? 카레일 부탁하네.”

실상 자경단원들의 훈련도 맡고 있고 어느 정도 발언권도 가진 테드릴까지 그렇게 말하자 카레일은 별 수 없다는 듯이 등을 돌렸다. “알겠소. 그럼 뒤는 맞기겠소.” 라고 말하며 카레일은 4명의 자경단원들을 이끌고 물러났다. 그들이 모두 물러났음을 확인하자 다시 한 번 손발을 맞추게 된 7인은 적에게 대항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시작해보기로 하지.”

 

매커드는 그렇게 말하고 육척봉을 옆에 세워놓았다. 신기하게도 육척봉은 어디에도 걸쳐져 있지 않았는데도 수직으로 서 있었다. 매커드는 육척봉이 제대로 서 있음을 확인하지도 않고 로브의 소매사이에서 지휘봉을 꺼내들었다. 금박이 입혀진 화사한 이 지휘봉은 이 일대의 모든 마법적 함정을 발동시키기 위한 시동어가 들어 있었다. 매커드는 이 지휘봉으로 우아하게 원을 그리며 말했다.

 

“화염폭풍.”

 

불꽃의 기둥이 역장의 벽의 주위로 촘촘히 터져 올랐다. 탐지불가 주문까지 걸어가며 공을 들린 만큼 불꽃은 화려하게 터졌다. 매커드는 연이어 지휘봉을 휘두르며 말했다.

 

“국소 지진. 냉기 폭풍. 전하의 구체. 쏘아드는 섬광. 산성 구름. 분쇄의 낙인.”

 

연이어 마법 함정들의 이름이 매커드의 입에서 튀어나올 때마다 사방으로 폭음과 폭발이 난무했다.

 

“제법 준비 많이 했었네.”

 

셰리엘이 화려하게 터지는 마법의 향연을 보며 감상을 말했다. ‘어둠의 교단’의 강대한 군대가 이정도로 멸절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전력을 반으로 꺾어버리기에는 충분했다. 거기다가 이 마을의 주위를 둘러싸고 강력한 역장이 펼쳐져 있어 그들의 힘을 또 한번 감소시킬 것이었다.

 

“하지만 저쪽에도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가 있는 듯 한데. 계속 상쇄되고 있어.”

 

윈델이 휘날리는 마법들 틈 속에서 번적이는 반발에 의한 상쇄를 뜻하는 보랏빛 섬광이 드문드문 보이는 것을 보며 말했다.

 

“애초에 견제하는 것에 불가하네. 이로서 저들의 주문을 소모시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또 하나의 함정을 발동시키며 매커드가 말했다. 눈이 좋은 안델은 그 대폭발에 휘발려 우수수 나가 떨어지는 불사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찔할 만큼 많은 수의 적들은 그 일격 한번으로는 그리 줄어들지 않는다.

 

“자, 그럼 우리들도 슬슬 준비해볼까.”

 

테드릴이 옆에 서 있는 크라드의 어께를 툭 치며 말했다. 그러곤 거대한 망치를 꺼내 들었다. 테레사는 어느 샌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셰리엘은 날개를 뻗치고 손에 장궁을 소환해 들고 날아올랐다. 안델이 바람의 가호를 매커드를 제외한 남은 자들에게 걸자 그들은 초소에서 뛰어 마을 밖으로 내려갔다. 매커드는 여전히 그곳에 남아 지휘봉을 휘두르며 마법들을 줄줄히 발동시켰다. 그리고 슬슬 한계에 치닫기 시작하는 역장결계에에 구멍을 내어 ‘어둠의 교단’의 마물들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우선 ‘죽음을 가져오는 어둠’의 거대한 몸체가 틈새를 타고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셰리엘의 활에서 뿜어져 나온 수백 줄기의 빛의 화살이 ‘죽음을 가져오는 어둠’을 강타했다. 동시에 크라드는 그의 군마인 천상의 백마 에이건을 불러내어 그에 올라탄 뒤 맹렬한 돌진과 함께 마갑의 검집 속에 들어 있던 ‘두랄스의 검’으로 화살을 두들겨 맞은 ‘죽음을 가져오는 어둠’의 몸을 베어 갈랐다. ‘밤그림자’들 따위는 일격에 없애버리는 강력한 일격이었지만 ‘밤의 군주’의 화신이나 마찬가지인 이 ‘죽음을 가져오는 어둠’은 “키에에에엑!‘하는 새된 비명만을 지를 뿐 여전히 그 거체를 유지하며 결계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빛의 축복이 있으시다. 빛 앞에 그림자여 멀어 질지어다.”

 

윈델의 신의 가호를 비는 외침이 낭랑히 울려 퍼졌다. 결계를 뚫고 넘어드는 안개들이 ‘밤그림자’로 화하기 전에 소멸하며 물러났다. 그는 결계의 내부에 존재하는 불사자들을 파멸시키는 힘을 더욱 강하시키며 제자리에 서서 어둠을 몰아내고 빛의 축복을 내리는 이스마일의 축문을 외웠다. 그리고 그런 동생을 화인으로 변화한 안델이 보호하며 그의 축문을 저지하기 위해 덮쳐오는 ‘죽음의 기사’들을 저지했다. 테드릴은 대형망치로 반파된 상태로 걸어 들어오는 해골병사들과 걸어 다니는 시체들을 정리하고 윈델이 있는 곳까지 달려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섰다. 어느새 사라졌던 테레사가 테드릴의 곁을 따라다니며 빈틈없이 그의 사각을 메웠다. 그녀는 마치 그림자처럼 희미했고 다변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처음 들어온 ‘죽음을 가져오는 어둠’을 쓰러뜨린 크라드가 에이곤과 함게 안델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매커드는 여전히 초소에서 마법으로 지원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고 셰리엘도 하늘에서 공세를 멈추고 지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전투를 멈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둠의 교단’의 군대가 전진을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역장의 벽에 난 틈새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시체같이 흰 피부의 미청년이었다. 죽음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어둡고 붉은 안광. 기본적으로 검은 색이지만 금수와 은수로 화려하게 장식된 문양의 옷을 입은 그는 짧은 재색 머리를 쓸어 올리며 홀로 걸어 들어왔다. 육체에는 검푸른 영기가 끓어오르듯 일렁이고 있었고 그의 발이 닿은 대지부터 검게 부식되어 들어가면 역겨운 냄새와 미지근한 열기를 내뿜었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알렉시엘이라고 합니다.”

 

과장되게 인사하며 그는 말을 이었다.

 

“위대한 우리의 주인께서는 여전히 당신들이 방해물이 될 것임을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결국 계속 얼굴을 자주 보게 될 터인데 안면이나 터놓을까 하는 마음에 찾아왔습니다.”

 

“호오, 더러운 악의 개치고는 혀가 매끄로운가 보구나. 하지만 우리는 네놈의 얼굴을 기억할 생각은 없다.”

 

크라드가 검을 휘두르며 알레시엘에게 모멸감을 비쳤다. 신성왕국의 성기사인 그에게 저 더러운 악의 하수인은 세상에서 척결해야할 가장 더러운 오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렉시엘에게는 크라드의 그런 태도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불쾌함을 내비치기 보다는 도리어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진부한 말씀을 하시는 군요. 요즘 세상에서 그렇게 사교성이 없어서야 제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답니다. 친구가 적으실 것 같은 성격이시군요.”

여유로운 웃음을 띄며 알렉시엘은 팔짱을 끼었다. 알렉시엘이 뭔가 한 마디 더 던질려고 하는 순간에 독특한 갑옷을 입은 죽음의 기사 한 명이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알렉시엘은 죽음의 기사의 접근을 알아채고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로덱스공.”

 

“여유 부릴 새가 아니다. 알렉시엘. 저들 중 한명이 없어졌다. 이미 전투는 시작되었다.”

 

쉬어빠진 속삭이는 목소리가 간략하고도 어색한 어조로 알려주자 알렉시엘은 그제야 테레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그렇군요. 그럼 농을 던지는 것은 이쯤 할까요. 자. 공격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로덱스가 몸을 움직였다. 그의 우람한 왼팔에 걸린 거대한 방패가 이미 충분한 거리까지 다가와 기습을 노리던 테레사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테레사의 소검은 방패를 관통하고 로덱스의 팔뚝을 깊이 관통했다.

 

“흠.”

 

신음도 기합도 아닌 소리를 내며 로덱스는 팔을 휘둘러 테레사를 떨쳐냈고 뒤로 물러서는 테레사를 쫓아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 틈을 타 알렉스는 뒤로 물러나 또 한명의 지휘관급 죽음의 기사 한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스칸공. 소환술을 시행하겠습니다. 시간을 벌어주십시오.”

 

“알겠소.”

 

거대한 대검을 들어 보이며 이스칸은 알렉시엘의 지시에 답했다. 그는 육체에서 사이한 영기를 피어 올리며 그가 있는 사령군단을 전진 시켰다.

 

“3진 방어술 전개. 1진 쇄기진형으로 돌격. 우선 성직자를 쓰러뜨린다. 다루스. 결계를 파괴하라.”

 

이스칸이 명령을 내리자 역장의 벽 너머에 있던 강화된 해골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엄청난 마력적인 힘의 간섭으로 한계에 달해 있던 역장의 벽이 무너졌다. 그리고 해골병들은 역장의 벽이 부서지자 함성조차 없이 맹렬히 달리기 시작했다.

 

“마법함정에 고스란히 당하는 것을 봤는데...”

 

안델이 자세를 잡았다.

 

“제법 많은 수가 살아있군. 흠.”

 

축문을 외우며 대규모의 퇴마 주문을 사용하기 위해 대기 중인 윈델을 위해 안델은 그의 정면에 섰다. 이미 크라드와 테드릴은 각자의 적을 상대하러 뛰쳐나간 상태였다. 안델은 다가오는 해골병사들을 향해 불길이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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