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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더월드 1장-1

azelight 2008.06.01 17:22 조회 수 : 350


눈물 쫙 빼고 왔습니다. 플라네타리안 이거 완전히 대작이군요.
사실 키네틱 노벨이라고 불리는 이런 물건을 전부터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이걸 보니까 왠지 의욕이 솟네요...
요즘 이런 키네틱노벨류의 작품을 개인제작하고 올리는 사이트가 있었던 것 같던데...
뭐 알라도 능력이 안 따라주니...
언젠가 그런 걸 만들어 보고 싶군요.
그럼 오버 더 월드 1장 갔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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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재집결의 날

 

슈는 조용히 평원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바람이 모이는 평원’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이 평원은 옛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바람의 왕’의 종말이 이 평원에서 있었고, 그의 사후 바람과 관련된 괴이한 형상들이 곧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원인이 그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평원은 일반적으로 가질 수 없는 많은 종류의 바람이 존재했고 지금은 한겨울임에도 남쪽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마치 겨울의 초입 같은 날씨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상적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이 기이한 바람이었지만, 모든 바람이 모이는 이 장소라 ‘과연’하고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장소니까.

그런 온화한 바람을 받으며 평원을 바라보는 슈의 옆에는 사매라고도 할 수 있는 소녀가 조용히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갈색 짧은 머리에 깔끔하고 귀여운 외모.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동글동글한 얼굴을 가진 여자아이는 아리키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로 슈의 양아버지이자 마법 스승인 매커드의 제자였다. 드물게도 슈는 아리키를 매우 귀여워하고 있어 자신의 수양으로 바쁜 나날에도 짬이 생기면 틈틈이 그녀의 수련을 도와주곤 했다. 아마 슈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뽑으라고 한다면 길러준 양아버지인 매커드보다는 아리키의 이름을 말할 것이 틀림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평소라면 아리키의 주문사용을 면밀히 지켜보았을 텐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한 눈을 팔 수 밖에 없다고 해야 할까. 끝도 없이 거슬리는 감각이 그녀가 시선을 두고 있는 곳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알 리가 없는 아리키는 그런 슈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언니! 어딜 보고 있는 거야.”

아리키의 외침에 슈는 돌아보았다. 평원을 너머를 지켜볼 때는 무표정하던 얼굴에 미소까지 걸려있다.

 

“미안. 아리키. 왠지 저쪽에서 누가 올 것 같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기분이 들어서 말야.”

 

딱히 거짓말은 아니었기에 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자꾸 걸린다고 말하면 왠지 영감소녀 같은데다가 유령이라고 아리키가 무서워할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대낮이긴 하지만 말이다.

 

“흠~. 그런 거였어? 하긴 언니의 예감은 굉장히 신뢰할 만하니까. 진짜 올지도 모르겠네.”

 

아리키가 몸에 번쩍이는 전광의 판들을 두르고 말했다.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堅持)’라는 이름의 마법인 이 전광의 판들은 방어마법이자 자동요격 마법으로 스승인 매커드의 장기주문이었다. 굉장히 편리하고 강력한 주문이지만 여러모로 소모가 심한지라 아리키에게는 아직 버거운 주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벌써 이만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재능은 분명 확실하다. 그 까다로운 매커드조차 인정하고 있는 재능이니까. 아니라면 매커드가 자청해서 그녀를 제자로 들이지도 않았을 거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녀의 계통이 슈나 매커드와는 크게 다른 방호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그녀를 가르치는데 큰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그녀를 가르지는 일에 한계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슈와 매커드는 그 때가 오면 그녀를 상아탑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잘 맞는 것 같지 않던데.”

 

슈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리키는 고개를 휙휙 힘차게 저으며 “절대 그렇지 않아.”라고 슈의 말을 부정했다. 굉장한 부러움과 동경이 가득 든 그녀의 눈이 슈에게는 이상하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치만 언니는 날씨도 잘 맞추잖아. 난 지금까지 언니가 틀리는 걸 한 번도 못 봤어. 시루랑 민라들은 언니를 걸어 다니는 일기예보라고 부르는 걸.”

 

“…….”

 

슈는 그런 소리는 처음 듣는다는 얼굴로 아리키를 바라봤다. 외양적으로 슈는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라는 독특한 외모를 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마녀이기도 했다. 아리키 역시 마법을 수행하고 있고 매커드가 기상을 조작하여 농사에 도움을 주곤 하지만 여전히 마을 사람들은 마법사인 매커드를 피하곤 하는 것이었다. 또 슈 역시 마을에서 8년 가까이 살았음에도 친분이 거의 없다시피 한 은둔자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좋게 비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은 슈의 생각보다 그녀를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다가 말이야. 마을 어른들은 언니를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밭일에도 편리하지. 빨래 말릴 때도 날씨를 미리 알면 젖기 않아도 되잖아. 난 정말 그게 부러워.”

 

아리키의 말을 들으며 슈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슈에 대한 평가의 대부분은 이 귀여운 사매에게서 나온 것 같았다.

 

“솔직히 정말 나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 응? 언니, 안색이 안 좋아 보여.”

 

아무래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는지 슈는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하. 전혀. 음. 거의 맞기는 하지만 반드시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 그보다 말이야.”

 

슈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어쨌든 걸어 다니는 일기예보 같은 별명은 사양이었고 이 화제를 이어갈 생각도 없었다.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를 다시 한 번 사용해볼래. 방금 전에는 제대로 안 봤으니까 이번에는 확실하게 봐줄게.”

 

왠지 한숨이 나올듯한 기분이었지만 슈는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아직 그녀의 뒤편으로 간질간질 거리는 거슬리는 기분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태연히 무시한다. 아리키는 슈의 말에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를 해제하고 다시 주문을 외우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각인 해온 건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확실히 봐주기야.”

 

“응. 알았어. 어서 해봐.”

 

다짐을 받으려는 아리키에게 슈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아무래도 방금 전 한눈 판 일에 꽤나 토라졌던 모양이었다. 슈는 그런 아리키를 귀엽다는 듯이 빙긋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아마 마법을 시전하려고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면 또 어린애 취급한다고 화냈겠지. 하지만 아리키와 슈는 나이 차가 제법 있어서 아무리 봐도 슈에게는 아리키가 어리게 보였다. 또 나이 차이뿐만 아니라 아리키의 동글동글한 외양도 그런 시각에 한 몫하고 있었다.

 

“후우~.”

 

아리키가 크게 숨을 삼켰다 내쉬었다.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를 사용하기 위한 주문은 매우 복잡했기에 아리키가 시전하려면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다. 구성을 구성각인을 통해 강제적으로 뇌 속에 새겨놓고 시전한다고 해도 소근원에서부터 비롯되는 시작점과 대근원으로 발현되는 결과점에 이르기 까지 마법의 근간을 이루는 프라나에 대한 고도의 제어능력을 발휘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아리키는 분명 뛰어나지만 아직 경험 면에서 부족하기에 그런 제어력을 발하는 일은 각오와 집중이 필요했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는 아리키의 목소리가 마치 시를 읊는 것처럼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팔이 궤적을 긋고 손이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구성각인을 통해 각인한 구성을 목소리와 손짓과 사고로 분할하여 동시에 시전하고 제어함으로서 그 완성도와 영창의 속도를 높인다. 실제로 마법이란 정신적인 요소만으로도 발동시킬 수 있지만 그로부터 오는 많은 장애가 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런 번잡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슈는 아리키의 영창행위를 눈여겨보았다. 단지 주문을 시전하는 행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법사만이 가지는 특유의 감각으로 각인한 구성의 완성도와 힘의 순환과 제어를 동시에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발성과 손짓이 만들어내는 구성의 의미와 제어도 빼놓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을 오직 마력을 다루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정교한 감각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리키는 1분여의 영창 끝에 주문을 완성하고 주문을 마법으로 완성했다. 청색 전광의 원판들이 생겨나 아리키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슈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검지를 내밀었다. 주문을 외우는 시늉도 하지 않았지만 손끝에서 10여 줄기의 빛줄기가 튀어나와 아리키를 향했다. 하지만 그 빛줄기는 모두 아리키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빛의 원판에서 뻗어 나온 전격에 의해 소멸됐다. 아리키가 시전한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는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잘했는데.”

 

슈는 자신이 쏘아낸 빛줄기들이 소멸하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조금 위력이 약한 듯 싶었지만 아리키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오차는 봐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많이 노력했구나.”

 

그러고는 아리키의 머리를 스슥 쓰다듬었다.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가 주변에 작동하고 있어서 위험할지도 모르는데도 아랑곳없다. 자신이 그에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아리키의 마법을 굉장히 우습게 여기고 있다고 여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리키는 마법입문의 초입부터 당해왔던 일인지라 이미 익숙한 나머지 그런 시선으론 볼 수 없었다. 그녀와 아리키는 결코 메울 수 없는 차이가 있었고 아마 그건 자신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영원토록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아리키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다른 이유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 또 애 취급. 나도 이제 16살이란 말야~.”

 

앙탈부리듯 말하며 아리키가 머리에 올려진 슈의 손을 잡았다. 최근 아리키는 슈의 이런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런 아리키의 모습을 슈는 오히려 자신에겐 없었던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라며 더욱 귀여워했지만 말이다. 자신의 행동이 역효과인지 모르는 아리키는 열심히 슈의 쓰다듬에 저항했다.

 

“후후후후.”

 

물론 슈는 그 압도적인 완력과 키 차이로 아리키의 모든 저항을 무시하고 스윽스윽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와 비례해 아리키의 미간에 점차 힘이 들어간다. 슈는 견디다 못한 아리키가 “그만해~!”하고 앙탈 섞인 소리를 지를 쯤에야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내렸다. 불만에 찬 아리키의 눈길이 슈를 올려다보았지만 슈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고 슬슬 다음 대사를 생각했다.

 

“그렇지. 그렇지. 이제 *어른*이지.”

 

유독 어른을 강조해서 슈는 말했다. 오른손의 검지를 까닥이는 것도 있지 않는다. 아리키는 가늘어지는 슈의 눈매에 불길함을 느끼며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듬었다. 그리고 슈의 긴장과 함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슬슬 연애편지도 쓰고 할 나이가 된 거지.”

 

슈가 손가락을 까닥이며 말함 순간 아리키가 마치 석상과 같이 굳었다. 그리고 뻣뻣한 동작으로 머리를 다듬던 손을 내렸다.

 

“아아. 무슨 내용이었을까? 그보다 전달은 했니? 보는 내가 다 두근두근 했다니까.”

 

“어어어...” 아리키는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어떻게 언니가 그걸 알고 있는 거야?”

 

“후후훗. 이 언니가 모르는 일 따위는 없단다.”

 

예지마법으로 스토킹했다는 사실은 영원토록 비밀이다.

“으으. 어... 어디까지 알고 있...있는 거야.”

 

덜덜덜 떠는 손으로 아리키는 슈의 양 어께를 손으로 집었다. 딴에는 발 빠른 슈를 도망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키 차이가 워낙 나다보니 매달린 꼴이 되고 만다. 이래서야 남들 보기에는 아무리 봐도 떼쓰는 어린애 같이 보일 거리고 슈는 생각했다.

 

“글세. 너의 님이 자경단의 누구라는 정도일라나.”

 

슈는 적당히 말하며 아리키를 놀렸다. 어차피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경단원으로 활동하는 만큼 이 대답은 정말 놀리는 것 외의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아리키는 부끄러움으로 확 불타올랐다.

 

“으으으.”

 

아리키가 화난 듯 슈를 노려보았다. 그와 함께 그녀가 두르고 있던 전광의 원판의 빛들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는 방호 마법의 일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요격용이기도 한 공방일체의 주문이었다. 지금은 슈의 몸에 닿지 못하고 그 형태를 잃었다 돌아왔다 하고 있지만 공격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슈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도 있었다. 마법의 강함이란 어느 정도 감정에 좌우되기도 하는 법이기 때문이었다. 슈는 슬슬 끝내야 할 때임을 직감하고 아리키를 떼어낸 후 한 쪽 어께에 손을 올렸다.

 

“아하하하하. 잘해봐. 응원할 테니.”

 

그러고는 툭툭하고 어께를 친다. 좌우간 단순한 격려의 의미만이 아니기를 알기 때문에 아리키는 물만을 토로하려고 입을 열였지만...

 

“우으.”

 

곧 포기하고 말았다. 분명 여기서 더 추궁해봐야 자기만 손해가 날 것이라는 사실이 뻔히 보이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 해도 져가는 것 같으니 돌아가자.”

 

슈가 말하자 아리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를 해제했다. 하지만 아직도 삐진 상태인지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다. 슈는 삐진 아리키를 보며 몰래 귀엽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머리를 쓰다듬는 시늉을 해보였지만 아리키는 알아채지 못했다.

 

“실력이 많이 늘었어.”

 

슈는 아리키의 기분도 달랠 겸 손끝으로 입체적인 구성을 만들어보였다. 아리키는 그것을 슬쩍 보고 그것이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의 구성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아리키가 자신에게 맞게 최적화하여 구성해본 것으로 매커드가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방어적인 면에서 보강되어 있는 것이었다. 원본과 그것을 배우는 사람과의 마법에 개인차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마법이란 허상적인 구성을 구현하는 것이며 의지가 개입하기에 결국 완벽한 구성을 갖추더라도 그 주문의 결과에 대해 내적 갈등이 있으면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주문을 완성하기는커녕 반동으로 죽을 수 도 있다. 그렇기에 어떤 주문이든 자신에게 맞게 최적화해야하며 손쉬운 최적화를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해 전문화를 해야 했다. 구성이란 것은 수학적이라던가, 도식적인 것이 아닌 감각적인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숙달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감각적인 것은 정밀하게 외우는 일이 힘들기 때문에 그것을 억지로 도식화하여 문서로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남긴 구성은 주문의 숙련을 위해 사용된다.

 

“전번에는 이렇게 좀 일그러져 있었는데 말야.”

 

걸어가면서도 슈는 정교하게 손을 놀려 구성의 몇 부분을 누락시키고 뒤틀었다. 그것은 아리키가 얼마 전에 만들어낸 구성이었다. ‘그건 실패였었지.’하고 아리키는 기억한다. 이미 아까 전에 가졌던 슈에 대한 불만은 머릿속에서 지워진 상태였다. 그녀도 마법사인 이상 그녀보다 몇 단계 위의 수준 높은 마법구성을 눈앞에 두고 딴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걸 이런 식으로 보완했지.”

 

슈가 다시 처음의 형태로 구성을 되돌렸다. 실제로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의 구성을 개조했던 아리키는 이 형태로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애초에 요격이라는 발상이 되지 않았던 아리키는 공격에 관한 부분을 완전히 제외했지만 그것은 완성된 마법의 형태를 완전히 깨트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어 실패. 이번에는 그 부분들을 부차적으로 밀어 넣은 뒤 방어적인 형태를 강화하여 구성을 새로 짠 것이 지금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좀 아슬아슬했어.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의 형태가 한계까지 변형되어 있으니까. 나라면 이런 식으로 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며 원본의 구성을 만들어낸다. 아리키가 보기에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지만 슈는 태연히 해냈다. “자 이렇게 단순한 추가 구성을 넣어서 공격 성향에 제한을 둘 거야. 이러면 너의 의지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의 형태를 유지하게 되지.”

 

“그러면 구성각인에 사용되는 용량이 늘어나지 않아?”

 

아리키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수행이 슈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아리키는 구성의 양이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부담이었다. 구성각인의 용량에는 숙련정도에 따라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러면 좀 고급자용이긴 하지만...”

 

슈는 그렇게 말하며 추가분의 구성을 교묘하게 꼬은 다음 빈틈에 메워 넣기 시작했다. 아리키는 그런 슈의 구성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성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빈틈을 메워 넣는 거다. 구성이라는 것이 일종의 구체화된 관념의 파편들을 모아 쌓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단순히 메워 넣기만 하고 유기적인 연결을 만들지 못해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확실히 고급자용이었다.

 

“이걸로 어느 정도 압축이 가능하지. 자 이거 너 줄 테니까 오늘 숙제로 연습할 것.”

 

슈가 자신이 완성한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의 개조판을 아리키에게 내밀었다. 아리키는 그것에 손을 들어 가져간 후 의지를 집중해 분석하며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구성각인이라고 불리 우는 것으로 일단 각인 된 구성이 마법으로서 사용되기 전까지는 결코 잊어먹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사용한 순간 존재한다는 사실외의 세부적인 내용은 완전히 잊어먹게 되지만 말이다. 슈는 아리키에게 각인 한 구성을 주문책에 2차원적으로 해석하여 이식하라는 식의 숙제로 그녀가 만들어낸 고급구성을 아리키에게 각인시켜주곤 했다. 이렇게 구성을 2차원 적으로 재구성함으로서 이 구성은 완전히 아리키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엄청난 특혜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이란 이렇게 손쉽게 마법을 전수해주지 않는다. 비록 사제 간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응.”

 

각인의 종료와 함께 아리키는 대답했다. 목소리에 조금은 힘이 없었지만 슈는 이 복잡다단한 숙제에 질려서일 거라고 짐작했다.

 

“갈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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