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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탑 폭풍의 탑 6

azelight 2008.07.16 05:39 조회 수 : 373


이번에는 좀 짧음
일단 전투씬에 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넣어본 부분입니다.
대충 이런 분위기로 전개할 생각인데 좋은지 나쁜지 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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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자 애던이 깨어났다.

그에게는 어제 우리가 저녁 내내 베이커드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빼놓고 간단히 적이 리치일 수 있다는 이야기만 했다. 애던은 루시엔이 만들어준 탕약을 마신 후 그녀의 치유술을 받으며 들었다. 다행히 심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다 루시엔 덕이다.

 

“그래?”

 

애던은 리치니 뭐니 하는 것을 그다지 염두에 두는 눈치가 아니다. 그렇다고 의문의 존재에게 습격당하는 마을을 신경 쓰는 눈치도 아니었다.

 

“일단 가기로 한 이상 리치에 대한 대책도 짜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나는 베이커드가 어제 밤새도록 묘사한 리치의 강력함을 떠올리며 말했지만 애던의 반응은 처음과 다를 바 없었다. 루시엔조차도 그런 애던의 태도는 납득이 안가는 모양이었다.

 

“애던 오빠. 가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가기로 한 이상 그런 태도는 위험하다고요.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때요?”

 

“은제무기가 통할적도 아니고, 애초에 알려진 것도 없는 놈들에게 어떻게 대책을 짜겠어. 결국 그때그때의 임기응변이 중요한 거야.”

 

애던은 그래도 걱정해준다고 생각은 하는 건지 루시엔의 머리를 적당히 흐트러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음. 확실해 한결 낫군.”

 

조금 거칠게 몸을 놀려보며 애던이 말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의 흉터가 흉하게 일그러졌지만 루시엔은 이미 익숙해졌는지 침대 위에 앉아 다리를 까닥이며 보고 있다.

 

“간단하게 상대해줄까?”

 

애던에게 내가 제의했다.

 

“좋아. 나가지.”

 

애던에 흉갑을 입고 검을 챙겼다. 애던의 무기는 대검이다. 침묵시키는 자라는 이름의 검은 말 그대로 상처 입는 자의 입을 막는 검이었다. 오직 대 마법사 살해를 위한 검. 애던의 정체성 그 자체인 검이다.

나와 애던은 여관의 뒤편으로 걸어갔다. 이런 대련은 오랜만이기에 나는 조금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애던은 체력이 부족한 것만 제외하면 실력만큼은 최고였다. 내가 방패라고 하면 그는 무기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루시엔은 우리 둘의 대련을 구경할 생각인지 종종 걸음으로 우리 뒤를 쫓아왔다.

여관 뒤편의 작은 공터에 나는 자세를 잡고 섰다. 나의 몸에 맞게 맞춰진 타워쉴드는 인간인 애던이 보기에는 거대한 벽과도 같을 것이다. 그리고 메이스를 꺼내 들었다. 대지의 정의 힘이 든 나의 메이스는 후려치는 적에게 가공할 충격을 주고 대지에 진동을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애던이 나의 맞은 편에 섰다. 그는 그의 양손검을 들고 나와 대치했다. 나는 타워쉴드로 몸을 가지고 비스듬히 서서 메이스를 내려치기위한 자세를 취했다. 나는 그 자세 그대로 발을 지면에 끌듯이 움직이며 애던에게로 다가갔다.

애던과 나의 실력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그에게 반수 차이정도로 뒤질 것이라 곳이 내 생각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순수한 기술의 측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신체의 차이와 체력적 여건을 함께 따지면 내가 좀 더 우월하지 않나 하다. 나는 노르위펜의 특성 덕에 내구력 면에선 인간과 비할 바가 아니고 그에 반해 애던은 손상된 신체에 의해 인간들의 평균적인 체력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나는 충분한 간격에 도달했을 때 메이스를 애던에게 내려쳤다. 애던은 오른쪽으로 스텝을 넣어 돌았다. 나는 내려친 메이스를 애던에게로 휘둘렀지만 에던은 그 공격을 막아내고 그 반동으로 스텝을 넣어 회전하더니 나에게 대검을 휘둘렀다. 나는 반사적으로 방패를 당기고 허리를 틀어 그 공격을 받았다.

내가 이 공격을 받자마자 에던이 다시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날카롭고도 예리한 하단 찌르기가 이어지고 상단 베기와 중단 베기, 다시 상단 베기가 이어졌지만 나는 반격을 하기보다는 방어하는 쪽에 치중했다.

체력에 비하면 한결 강하고 빠른 연속 공격이 애던의 특기이지만 그는 방어를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리적 방어가 의미 없는 마법사들을 상대하기에는 좋은 수단일지 모르나 나 같은 노련한 방어자 앞에서 그런 행위는 오히려 반격의 틈을 노릴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애던이 계속해서 오른쪽으로 도는 이유는 현재 상황에 익숙해진 내가 그의 다음 행동에 정확히 반응하지 못하게 하려는 포석일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그의 정면 돌진은 예견된 것과 다름없다.

“텅!” 나는 내려쳐져 오는 애던의 검을 방패로 막아냈다. 애던의 검이 제법 깊이 들어왔다는 것을 느낀 나는 팔과 몸을 당겼다가 단숨에 애던의 검을 밀쳤다. 수비에 치중하며 기회를 노릴 생각이었지만 상황에 따라선 얼마든지 공격도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방어자의 능력이다.

내가 강하게 밀어젖히자 애던의 몸통이 열렸다. 나는 메이스를 휘둘렀지만 애던은 그대로 내 공격을 피해 뒤로 넘어지더니 반동을 이용해 뒤로 돌아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자세를 취하니 방금 대련을 시작하기 전과 같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내가 치고 들어가지 않고 멍하니 있었던 결과였다.

 

“짝짝짝.”

 

루시엔이 애던의 회피동작을 보더니 박수를 쳤다. 이런, 설마 거기서 피할 줄이야.

 

“거기서 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쉬움을 담아 말했다.

 

“거기서 끝나주기 미안하더군.”

 

애던이 그렇게 대답하고는 검을 집어넣었다. 오랜만의 대련이라 나야 몇 판 더 하고 싶지만 그는 이 한번으로 꽤나 지치는 듯 숨을 몰아쉬었다.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이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방금 전 멍청히 서 있었던 내가 안타까웠다. 그걸로 전적에 1승을 더 붙이는 건데.

 

“후우-.”

 

애던은 숨을 깊게 내쉬어 호흡을 가다듬었다. 정말 체력에 문제만 없다면 굉장한 검사가 되었을 텐데. 아쉽기 그지없다.

 

“수고했어요. 애던 오빠.”

 

어느새 가져온 것인지 루시엔이 애던에게 물수건을 내밀었다. 애던은 “고맙다.”라고 루시엔에게 감사를 표시한 다음 물수건으로 얼굴에 난 땀을 닦았다.

 

“발락 아저씨도 멋졌어요.”

 

“물론이지.”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루시엔을 안아들어 어께에 태웠다. 나는 애던에게 물었다.

 

“그런데, 한번 더할 생각 없나? 감질 맛나서 그러는데.”

왠지 다 이길 뻔했던 방금 전의 대련이 아쉬워서 물어보는 나에게 애던은 고요한 눈빛으로 답해주었다.

 

“거절하지. 탑에 갈 때를 대비해서 체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거든. 루시엔의 마법과 약이 잘 듣는 다는 것은 확인했으니까 그걸로 됐어.”

 

“뭐, 그렇다면야.”

 

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말했다. 그런 나에게 머리 위에서 루시엔의 나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애던 오빨 너무 괴롭히지 마요.”

 

나는 무력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드가 돌아와 있었기에 일행은 모두 탁자에 모여 앉았다. 솔드는 이번 일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었다. 그것이 책임감 때문인지,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일단 한탕을 노리고 의뢰도 없는 빈 시간에 던전 공략을 해보자는 투이긴 하지만 이렇게 적극적이어서야 그 태도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태도로 보면 뭔가 치밀한 계획을 꾸미거나 뒤를 칠 인간이 절대 못되니 그저 기우겠지만...

솔드는 어떻게든 일행을 주목시켜볼 모양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여의치 않았다. 애던은 알아서 진행하라는 식으로 방관하고 있었고 라니아는 듣고는 있겠지만 자신의 일에 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번에 그녀의 관심사는 책인지 연애소설로 추정되는 책을 읽고 있었다. 루시엔은 모험에 앞서 꼼꼼하게 자신을 정비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여전히 그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나와 베이커드 뿐이었다. 평소의 베이커드라면 저 마이페이스적인 일행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어야 했지만 이번 일이 그 자신도 흥미 있는 일이기 때문인지 드물게 열성적이고 진지하게 솔드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으흠.”

 

어떻게든 일행을 주목시키고자 헛기침을 하는 그에게 나는 말했다.

 

“그냥 포기하고 설명하게. 어차피 이런 일이 한 두 번인가.”

 

솔드는 나의 설득에 조금 갈등하더니 결국 굴복했다.

 

“뭐,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 말이지. 그래도 좀 같이 갈건데 최소한 관심은 가져줬음 한다는 거지.”

 

“그 맘 이해하네.”

 

솔드의 한탄에 나는 왠지 같이 마음이 괴로워졌다. 하지만 세상에는 무관심이 가득하고 저기 있는 3인방은 그 무관심이 일상인 사람들이다. 여기 내 옆에 그런 자가 한명 더 있긴 했지만 그는 자기 목적을 위해서인지 열성적으로 듣고 있었다.

 

“뭐, 좋아, 일단 배는 수배했어.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하더군. 베이커드의 말로는 내일 확실히 비가 온다고 하니까 내일 출발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건 저번에 조합에서 얻어온 조감도인데...”

 

“조감도?”

 

조감도란 말에 조금이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법사의 탑의 조감도라니. 그게 말이 될 법한 일인가?

 

“마법사의 마탑이라고 해도 설계도가 없으면 안 되는 말이지. 조합에서 갈 거라니까 참고하라고 주더라고. 실제 설계도는 아니고 참고도면 같은 거였나 봐. 일단 이걸 토대로 주민들이 묘사해준 마탑의 외양을 비교해서 조감도를 만들어봤어.”

 

참고도면이라도 그런 것을 선뜻 줬다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갔다. 애던과 함께 마법사 사냥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마법사와의 대결은 결국 정보전이다. 얼마나 그 마법사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는 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탑의 조감도 역시 마찬가지다. 조감도만으로도 가장 함정의 위치라던가 경비병의 위치등 기초적이고 중요한 정보들을 입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정보를 이렇게 쉽게 돌아다니게 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음. 의구심만 더해가는 군. 아무리 그래도 이런 것을 돌아다니게 하다니.”

 

“뭐, 어때? 오히려 이런게 있어주면 우리야 좋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구.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지 않아?”

 

베이커드는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다는 듯 말했지만 나는 역시 의구심이 줄어들지 않았다. 어쩌면 미끼인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어차피 갈 거잖아. 너무 의심하지 말자구. 어쨌든 이미 들어온 정보고 유용한데 안 쓸 순 없잖아.”

 

“뭐, 그렇지.”

 

솔드의 생각은 긍정적인 듯 했다.

 

“그럼, 오늘 내에 준비를 마치도록 하자고. 후. 뭔가 좀 활발하게 의논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솔드도 어느 정도 불안감이 없잖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의자에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 이 위치에서 남쪽의 창을 보면 군도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나는 솔드가 그려놓은 탑의 모습을 군도에 대입시켜 보았다.

내일이면 그 불길한 모습이 저 위에 떠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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