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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탑 폭풍의 탑(2)

azelight 2008.07.13 22:26 조회 수 : 367


화자인 발락은 푸른 피부의 거구의 남자입니다.

스의 목소리는 중후하고 듣는 이가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글에서야 별로 티가 나진 않습니다만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읽어 주셧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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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

 솔드가 양손을 들고 흔들었다. 꽤나 과장된 행동이었지만 그것이 그의 급한 마음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런 류의 일은 속도가 생명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의 급한 마음도 이해가 갈 거다. 솔드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이 이야기를 첫 번째로 들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게 말이야. 좀 이름 있는 애들이 이미 먼저 갔는데 말이야.”

 갔단 말이지... 내가 ‘역시.’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솔드는 문제없다는 표정으로,

 “전원 돌아오지 않았어. 그래서 요즘 찾아가는 파티가 없는 모양이더라고.”
 
 엄청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엄청 위험한 곳이잖아!”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솔드가 깜짝 놀라 뒤로 한 열 걸음 쯤 물러선다. 내가 말하긴 그렇지만 내가 정색을 하고 소리는 지르며 꽤나 박력있다. 인간들에 대해서 노르위펜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기준으로 볼 때 노르위펜은 협박에 소질있는 외양의 종족이라는 것이다. 슬픈 이야기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신사인데 말이다.

 “으악.”

 “뭐, 뭐야?”

 라니아와 루시엔이 깜짝 놀라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내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놀란 듯했다. 펍에서 술 마시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손짓을 해주었다. 물론 이런 술집에서 푸른 피부의 덩치 커다란 노르위펜에게 시비를 걸 간큰 인간은 없다.
 나는 다시 솔드를 바라보았다.

 “이름 있는 파티가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니 그런 곳을 가자고?”

 “이름 있다고 해봤자 ‘붉은 오월’같은 정도의 녀석들뿐이었다고. ‘검은 삭풍’이라던가 ‘검은 장미단’같은 녀석들이 아니라고.”

 ‘붉은 오월’이라고 하자 나는 솔드가 기생오라비라고 욕하던 녀석을 떠올렸다. 하긴 녀석 정도라면 별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긴 했다. 우리보다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사실상 리더인 애던이 명성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애던은 어떤 사령술사에게 복수한다는 목표를 위해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이고자 했다. 그래서 우리는 실력에 비하면 그리 널이 알려져 있는 편은 아니었다. 딱히 알려질 이름도 없었고.

 “그래도 말이야. 위험부담이 큰 것은 확실하잖나. ‘붉은 오월’만 간 것도 아닐 거고 그들이 우리에 비하면 형편없다지만 실력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야.”

 나는 썩 내키지 않았기에 고개를 저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는 위험부담을 알고서 덤비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어리석은 행위이다. 더구나 애던은 돈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고 그런 던전 탐사에 열중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는 복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애던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들어보라고. 발락. 위험이 있는 만큼 확실한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알잖아. 더구가 마법사의 탑이라구. 위험 이상의 보상이 있는 장소가 바로 그곳이란 말야.”

 솔드가 열정적으로 말했다. 꼭 나를 설득하고 싶은가 보다. 확실히 마법기물들을 회수할 수 있다면 한몫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라덴의 연무 사본이라도 발견한다면 다른 마법사들에게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내키지 않았다. 솔드가 왜 이렇게 열정적으로 주장하는 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정착이니 한 몫 잡을 수 있는 이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난 찬성이야.”

 내가 말을 하려는 찰나 베이커드가 끼어들었다. 기절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새 깨어난 모양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라덴은 정말 엄청난 마법사라고, 그의 연구서를 볼 수 있다면 난 정말 목숨도 걸 수 있어. 그의 연구서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고기와 같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진미란 말이야.”

 그 역시 마법사인 만큼 그라덴의 유산이 탐이 나는 모양이었다. 하긴 베이커드는 스승이 너무 적은 것을 가르쳐준다고 여겨 스승의 마법서를 훔쳐 달아난 녀석이었다. 간은 작은 주제에게 그래도 마법은 쓴다고 주제 넘는 짓을 하려다 애던과 나에게 혼이 나고는 그 이후로 우리를 따라왔다. 애던은 가는 사람도 오는 사람도 막지 않는 편이고 나 역시 그와 별 차이 없는 처지이고 그가 천성적으로 악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묵인하고 있지만 저 마법에 대한 탐욕만큼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저는 반대에요.”

 카드를 분배하며 루시엔이 말을 이었다.

 “괜하게 위험에 끼어들 필요는 없잖아요. ‘붉은 오월이 무능한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다른 모험가들이 목숨을 잃은 곳이에요. 우리라고 특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우리가 특별히 쪼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대박을 노릴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요?”

 신중한 루시엔은 솔드의 제안이 마음에 안 드는 듯 했다. 어쩌면 그냥 솔드가 제안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루시엔의 파티 내에서의 역할은 솔드의 행동에 태클을 거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루시엔의 뒤를 이어 라이나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동전 던지기로 인생을 정하는 막장인생 라이나는 이번에도 동전을 던지더니 솔드의 말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나의 행운의 여신은 탑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는 걸. 나도 그 편이 훠~월씬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위험이 없는 세상은 따분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그녀에게 뭐라 말을 하겠냐. 설득이란 것이 씨도 안 먹히는 엘드라린이다.

 “애던. 네 생각은 어때? 탑에 가겠어?”

 결국 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애던의 의견을 구했다. 물론 애던에게 기대하는 봐는 없다. 그가 반대하거나 찬성하거나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다. 그리고 역시 만만찮은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 애던의 대답은 내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

 결국 어떤 일을 하든 상관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 무관심 때문에 모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누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에 번거로운 일을 마다 않는단 말인가? 역시 우리 중에서 그가 가장 비정상적이다.

 “그럼 반대 2, 찬성 3, 중립 1인가.”

 솔드가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라이나가 역겹다는 표정으로 보았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피부색에 비하면 유난히 하얀 손으로 허리에 멘 잡은 가방을 열더니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펼쳤다. 그리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탁자에 펼쳐 놓는다.
 의욕적인 솔드의 모습에 반해 여전히 애던은 관심 없다는 듯 루시엔과의 카드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라이나는 그녀의 동전이 결정한 일에 일정 의심도 없는 듯 이쪽에 눈길도 주지 않고 다시금 애던을 방해하기 위해 그의 뒤에 선다. 루시엔은 살림은 도맡아 하지만 모험에까진 개입하지 않는다. 결국 진지하게 이 일에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언제나처럼 나와 솔드 그리고 베이커드이다.

 “사실 우리가 그리 늦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생긴 이유는 말이야. 탑의 위치가 여기서 가까워.”
 
 그가 펼친 두루마리를 지도였다. 손가락으로 한 지명을 깊는다. 삼왕국보다 더욱 남쪽에 있는 우칼립스. 이곳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우칼립스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항구 도시 우르하가 있고 좀 더 아래엔 군도가 펼쳐져 있었다. 솔드가 짚은 자리는 바로 그 군도였다.

 “바로 여기지. 이곳에서 폭풍이 치는 날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던데. 우르하는 여기서 반나절, 이 군도도 우르하에서 배를 타고 떠나면 반나절 정도가 걸린다고 하더군..”

 확실히 가깝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경악했다. 하필이면 바다라니. 그런 망망대해. 물천지인 곳을 통해서 가야하는 것인가? 나는 연기를 내뿜고 재떨이에 다 핀 연초를 거칠게 비벼 껐다. 곰방대로 제대로 된 잎담배가 피고 싶어진다.

 “바... 바다를 건너가야 한다고?”

 “그래. 어, 그러고 보니  내륙에 살았다고 했지. 바다는 처음인가?”

 솔드는 내가 삼왕국 동편의 회색산에서 왔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자 베이커드가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듯 바다에 대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이 작은 난쟁이는 여러곳을 쏘다닌 듯 언제나 자신만이 아는 사실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썰을 풀어 놓는다.
 분위기파악 못하는 놈이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도로 들어갔다.
 하필 바다라니.
 나는 연초를 입에 물고 다시 불을 붙였다. 불을 붙이기 위한 부싯돌을 든 손이 덜덜 떨린다.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다. 명예로운 노르위펜들이 물을 무서워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 수치스러운 일 아닌가. 우리를 비록 약하게 만들지만 물이 우리를 살해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수영을 못하긴 하지만 공기호흡을 하지 않는 우리에겐 또한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물이 두렵다. 그건 의지로 이길 수 없는 근원적인 공포이다.

 “하하하하.”

 나는 웃었다. 절대 약한 척 할 수 없다.

 “기... 기대되는 군. 바다라니.”

 어색하게 웃으며 나는 자리에 앉았다. 솔드와 베이커드가 이상한 눈으로 보더니 자기들끼리 이러쿵 저러쿵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담배를 깊이 들이 쉬었다.
 
 “후...”

 거기다가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비도 맞아야 하는데... 비는 노르위펜의 견고한 피부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기피대상 이다. 거기다 본능적인 그 공포는.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애던을 따라가 그를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는 영혼의 맹세를 했다. 물이 무서워서 맹세를 깬다는 것은 명예로운 노르위펜의 방어자로서 용서가 안 되는 일이다. 나는  결코 물이 무서워 물러서지 않겠노라고 마음 속 깊이 굳게 마음먹었다.
 하지만...
 과연 그 맹세를 지킬 수 있을지 여전히 머릿속으로 질문이 되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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