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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 더 월드 끝

azelight 2008.07.12 20:13 조회 수 : 369

종장.

 

스승님은 자신에게로 돌아갔다.

그것을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나도 모르겠다. 승천? 죽음? 소멸?

어떤 것도 적절치 못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말 그래도 세계를 넘어 스승님은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모두 허탈해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밤의 군주’의 봉인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동안 단 한명의 소녀가 숨어들어와 그를 깨우고 해치워 버렸다. 누가 그런 결말을 납득할 수 있을 까?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나는 이에 대해 증언해야 했는데 스승님의 지인이라는 안델이라는 사람이 나의 신원을 보장하고 보호해 주었다.

나는 스승님께 지식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했다. 안델이라는 사람은 믿을만한 사람이었다. 모든 사정을 설명하고 나 자신이 그들의 사정을 알아보는 일에 일주일 정도가 걸렸다. 원래 그렇게 길게 끌 일도 아닌데 절차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단다. 하지만 이해해주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안 그래도 스승님이 남긴 허현천 때문에 성지의 복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많은 마법사들이 저 허현천을 분석해 소거시켜보려고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도 그런 것이... 스승님이 이 세계에서 소거된 후 그 위력이 급감하긴 했지만 여전히 보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드는 능력은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 마법사들의 예측에 의하면 저 허현천은 앞으로 1년은 더 머무를 거란다. 뭔가 커다란 것을 남기고 간 듯하다. 여러모로 반갑지 않은 것이지만... 저 허현천 덕분에 성지의 사람들은 의욕 상실의 길을 걷고 있었다.

 

“미르카양.”

 

루크씨가 나의 방에 방문했다. 그는 안델씨와 함게 나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굳이 나에게 보호자가 필요한 이유는 스승님이 ‘어둠의 교단’뿐만 아니라 성지의 인물들도 함께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허현천을 사용하고 모든 이를 무시한체 ‘밤의 군주’를 처리했는데 어째서 그렇게 했는지 이해가 갔다. 나에게 스승님의 기억중 일부가 있는데 그들은 ‘밤의 군주’에 대항할 존재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스승님에게 가학적인 행위를 했다. 스승님은 그들을 어떤 이유 때문에 살려줄려고 했는데 정작 마주치자 감정을 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승님은 본래 계획대로 그들과 ‘어둠의 교단’ 전부를 괴롭히기 보다는 ‘밤의 군주’만을 빨리 처리해 버리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이래저래 안 좋은 시선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스마일의 신전기사와 전대 용사라는 사람이 내 신분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그들 전부가 나의 편은 아니었다. 전재 용사 일행들도 서로 의견이 분분한 듯 했다. 하긴 그들의 일부는 스승님을 괴롭힌 자들이니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세요?”

 

나는 루크씨에게 방문의 이유를 물었다. 그는 헌신하는 손의 책임자들 중 한명이기 때문에 한가하게 나를 만나러 올 수 있는 처지의 인물이 아니었다.

 

“미르카양을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데리고 왔소. 아, 충분히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오. 무엇보다 슈씨의 지인이었다고 하니까. 어떡하겠소?”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스승님의 지인이라니 결코 거부할 수 없지 않은가?

 

“만나겠어요.”

 

다른 말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알겠소. 들어오시오. 만나겠답니다.”

 

루크가 말하자 두 명의 소녀가 들어왔다. 머리색이 눈에 띄는 소녀가 먼저 들어왔다. 보라색머리카락과 보라색 눈. 키가 작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소녀였다. 그리고 뒤에 갈색 머리칼을 가진 소녀가 따라 들어왔다. 신기하게도 그녀의 오른쪽눈은 스승님과 같은 칠흑빛 눈동자였다.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는 새까만 어둠의 눈동자.

 

“그 눈동자는?”

 

나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면 스승님의 한쪽 눈동자는 갈색이었다.

 

“네, 이 눈동자는 언니의 눈동자에요. 역시 당신은 언니를 만났었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아리키라고 합니다.”

 

이 소녀가 아리키였다. 스승님이 마지막으로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했던 그 소녀. 어떤 소녀일까? 어떤 관계였을까? 나는 궁금증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스승님이 안부를 전해달라고 할 때 그녀를 반드시 만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이렇게 일찍 만날 줄이야.

 

“에, 저는 미르카라고 합니다. 아, 그런데 거지 같은 또래인 것 같은데... 말을 놓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존대를 받자 어색해서 그렇게 말했다. 아리키도 같은 생각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그렇게 하자. 그리고 여기 말 없는 동료는 리네라고 해. 꼭 따라오겠다고 해서 데려왔어.”

 

꾸벅하고 아리키가 자신을 소개하자 리네가 고개를 숙여보였다. 나도 얼떨결에 같이 고개를 숙여주었다.

 

“언니의 제자라고 했다면서.”

 

“응. 일주일 정도뿐이었지만 확실히 마법은 배웠지.”

 

“그래? 혹시 사과를 가지고 머릿속에 현상화하는 연습 안 시켰어?”

 

아리키의 질문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응. 너도?”

 

“나에게도 시켰었어. 언니는 나의 사매였거든. 곁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

 

“스승님과 함게 마법을 배웠구나.”

 

“아니, 언니는 내가 배우기 시작하던 시기에 이미 한참 앞서나가 있었어. 이미 개인 연구를 하고 있던 시기였거든.”

그 때가 그리운 듯 소녀의 눈빛이 흐려졌다. 아마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뭐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그보다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스승님과 고작 일주일밖에 함께 있기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리키는 말을 이었다.

 

“미안, 잠시 옛 생각이 나서. 그래서 말이야. 언니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 제자라는 것도. 그래서 찾아왔어. 너에게 묻고 싶은 게 두 개가 있거든. 가르쳐줘 언니는 어떻게 된 거야?”

 

아리키의 물음에 나는 스승님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리키를 언급할 때 누구보다도 가련하고 다정하고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인연은 강하고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아리키에게 전달해야 했다. 스승님이 마지막까지 그녀를 생각했음을.

 

“스승님은... 돌아간 거야. 원래 돌아가야할 장소로 세계를 넘어서. 스승님은 원래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야. 원래 그녀는 어떤 인물의 일부로 ‘밤의 군주’의 사멸을 위해 풀어진 존재야. 원래 밤의 군주에게 걸렸던 주문은 봉인술이 아닌 *어떤 존재*에게 소원을 비는 주문으로 소원의 대가로 주어진 것이지. 그리고 ‘밤의 군주’를 쓰러뜨림으로서 그 분은 의무에서 해방되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간 거지. 하지만 그래도 그 분은 너를 마지막까지 생각했어. 너에게 전해달라고 했던 말이 있어. 액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내가 스승님의 마지막말을 전했을 때 아리키의 눈동자에 점점 눈물이 번져갔다. 분명히 그녀에게 존재하는 스승님과의 추억이 그녀에게 눈물을 강요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자에 대한 그리움. 분명 다정하고 강한 모습만이 기억에 남으리라. 보랏빛 머리의 소녀 리네는 그런 아리키를 다독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미르카는 아리키에세 손수건을 빌려주었다.

아리키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는 자신을 추스렸다, 그리고,

 

“너에게 하나 더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어. 너 마법을 계속 배울 생각이 있어?”

 

“응?”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도 의외의 질문이었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나는 언니의 한쪽 눈을 물려받았어. 가능하다면 나는 언니가 남긴 다른 것들도 물려봤고 싶어. 하지만 언닌 거의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어. 그래서 말인데. 괜찮다면 내게 마법을 배우지 않을래. 언니만큼은 자신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말이 안되는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미르카에게 말하는 아리키의 말이 점점 작아졌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풋’하고 웃고 말았다. 보기보다 수줍음을 타는 편인 듯 했다. 하긴 스승님의 눈동자 때문에 그녀의 첫인상이 상당히 삭막해 보였나 보다. 반대로 생각하면 스승님이 그녀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상이 부드러워 졌다고 생각해도 될 테지. 나는 스승님의 오른쪽 눈동자가 갈색이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좋아. 대신 나에게 스승님의 옛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네 제자가 되어 주지. 응? 스승님.”

 

나는 장난기를 담은 웃음을 띄며 아리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리키는 그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말이야. 나는 이미 스승님은 거창한 유산을 하나정도 두고 갔다고 생각해.”

 

“유산?”

 

아리키가 모르겠다는 듯 되묻자 나는 웃었다.

 

“저기 밖에 거대한 검은 안개 말이야. 저거 스승님의 특화 마법이야. 스승님의 마음의 산물이라구. 확실히 엄청난 유산이지 않아? 아직 못 봤으면 보러 가자.”

 

나는 아리기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잡은 손에 이끌려 아리키도 일어난다. 나는 “어때?”라는 시선으로 아리키를 보았다.

 

“응. 가자.”

 

아리키가 대답했다.

 

 

 

 

눈을 뜨자 그녀의 시선에 어둔 천장이 보였다.

커다란 원형 전등이 한 개. 달빛이 창으로 들어와 그럭저럭 사물을 살필 수 있다.

이래보여도 독실이다. 병원에서 독실이라니 돈이 많이 들겠구나 싶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끝까지 그녀를 이 독실을 고집했다.

“으... 크...”

 

말라버린 목에서 쉽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8년간 사용하지 못한 몸이니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닌 것은 당연한 일.

나는 눈알을 굴려본다.

시야는 명확하다.

하지만 몸은 무겁다.

아마도 아직은 밤인 듯 하다.

정보를 종합한다.

하현이는 돌아간 듯하다.

내 이름이 뭐였더라?

불린 적이 있지만 먼 옛날 같다.

아, 내 이름은 아현이다.

아현... 임아현.

그녀는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했다. 팔에 꽃힌 링거를 뽑아야 할까? 아니면 내버려 두어야 할까.

일단은 일어나자.

아현은 결정한다. 몸을 일으키는 데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잠들어 있는 동안 성장하고 야위어 버린 몸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마지막에 봤을 때보다 훨씬 가늘어진 팔을 확인한다. 가는 것이 뼈에 가죽만 붙인 것 같다.

“훗.”

 

처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다.

 

“후후후후후.”

 

점점 웃음소리가 커진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의식이 명확해진다. 이 불완전한 뇌에 적응한다. 지각이 넓혀지고 세상을 보다 확고하게 인지한다.

돌아왔다.

돌아온 것이다.

다시 돌아온 것이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팔을 움직여 링거를 뽑느다.

힘겹지만 어떻게든 해낸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미칠 듯이 그리웠다. 어서 만나고 싶었다. 그저 보는 것만이 가능했을 뿐이었었다. 말을 걸고 싶었다. 대화하고 싶었다. 손을 잡아주고 머리를 쓰다듬고, 그리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초경을 시작했다고 고백해왔었다. 어떤 연예인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그러니 언니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중학생이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TV프로그램의 내용을 말하기도 했다. 미술대회에서 상을 탔다고 자랑했다.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데려왔었다. 헤어지고 눈물 흘렸다. 언젠가 바뀐 교복을 입고와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했다. 성적이 올랐다고 자랑했다. 그래도 공부는 힘들다고 한탄했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고, 나름 명문대라고 자랑스러워 해달라고 했다.

이제는 말해줄 수 있다. 예뻐 보인다고, 괜찮다고, 울지 말라고, 나도 그 노래가 좋다고, 그 남자애 한 대 때려주고 싶다고 말할 수 있어.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었는데. 격려해주고 싶었는데. 하지만 하지 못했어.

부모님에게도 어서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잠들어 버린 후 고통스러워했던 아빠, 엄마. 생일이 되면 꼬박꼬박 케익을 사들고 오셨다. 딸은 먹을 수도 없는데, 깨지 못할 잠에 빠져있는데. 침대의 머리맡에 앉아 시시콜콜한 집안일들을 말해주던 어머니. 소식 없는 딸의 손바닥을 잡아주던 아빠의 따뜻한 손.

슬퍼하던 두 분을 위로할 수 없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나는 지켜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울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제 만끽할 수 있어. 그 온기를.

이제는 사과할 수 있어. 죄송하다고!

너무나도 기뻐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침대에서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맨발이지만 걷는다.

아프다.

쑤시듯이 다리가 아파.

합지만 마음은 급해.

어서 달려가고 싶다.

마음이 외치고 있어.

어서 집으로...

집으로...

온 힘을 다해.

어떤 얼굴을 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반가워 해줄까? 뭐라고 말해줄까? 처음에는 무엇을 말해야 하지? 나는 어떤 얼굴을 해야할까?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아.

너무 많은 것을 흘려보냈다.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하현이와 바꾼 것이니까.

그리고 이제 다시 함께 할 수 있으니까. 분명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까.

아현은 어서 가서 말하고 싶었다.

“엄마! 아빠! 하현아! 나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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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원래 상당히 길었던 내용을 팍팍 압축한데다가 진행을 빨리 하려고 주인공을 최강급으로 설정했는데...
그 덕에 오히려 더 어려웠던 같습니다.
적 레벨이 안맞아서;;;
게다가 슈는 성격상 선수 필승. 일단 치고보는 성격이란 남아나질 못하는 적들이 불쌍했습니다.

글 자체는 즐겁게 썼는데 내용 자체가 제 실력으로는 감당이 안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애초에 전갤르 무시하고 일직선에 드라마를 다빼버리고 예지를 치트 치듯 다 넘어가고;;;

이런 주인공 따윌 다룰려고 한 제가 미쳤지...

그래서 다음 작은 평범한 놈들을 사용한 던전물이 될예정입니다.

어떻게든 완결 먹이긴 했지만 왠지 삽질 한 것 같아서 마음만 아프군요.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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