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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 더 월드 5장-3

azelight 2008.07.12 16:54 조회 수 : 372




에필로그만 남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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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해?”

 

소녀가 물었기에 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최후의 전투였기에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싱겁게 ‘밤의 군주’가 쓰러져 버린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정도의 존재에 불가했다. 알고있던 사실이지만 그래도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 고작 이런 것을 상대하기 위해서 이토록 고생을 해야했다니. 과거가 떠오르고 그와 함께 분노가 떠올랐다.

슈가 불러낸 어둠은 어느새 사라져 다시 밝은 햇빛이 구멍을 통해 비치고 있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지? 이 자리에서 너와 동화하는 건가?”

 

“내 쪽에서의 일방적인 흡수지만 말이지. 하지만 아직 자유 시간이 좀 남았는데 벌서 하려고?”

 

“흐음. 어떨까?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막상 하고 싶은 것은 없거든.”

 

누구나 그럴 것이다. 뭔가 결정적인 일을 하기 전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가장 즐겁던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여유롭게 말했지만 슈의 마음속은 씁쓸함으로 가득했다.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예측가낭하다고 하지만 경험하지 않는 이상 결국 망상에 불가하다. 미래의 예지랑 그런 것이다. 3자가 되어 자신을 관찰하는 것에 가깝다. 보고 있다고 해서 그 경험이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왠지 텅비어 버린 것같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럴 때는 주변에서 손을 내밀어 주는 쪽이 있는 것이 좋지. 저기 왔는 걸.”

 

소녀가 뒤를 가리켰다. 그러곤 모습을 감췄다.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 것인가? 슈는 알 수 없었다. 소녀는 자신의 인지 밖의 존재였다. 처음부터 끝가지 슈는 그녀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그렇지만 충실히 그녀의 권유에 따라 고개를 돌린다. 어째서 몰랐던 건지 슈는 알 수 없었다. 미르카가 걸어오고 있었다. 아직 아픈지 복부를 부여잡고 있지만 확실하누 걸음으로 걸어온다.

 

“스승님.”

 

내가 돌아보자 미르카가 힘껏 웃었다.

 

“기절했던 아니었어?”

 

“생각보다 금방 깨어났어요. 맷집도 좋나봐요.”

 

“그러니.”

 

“밤의 군주는 쓰러뜨린 모양이군요.”

 

“그래.”

 

슈는 대답해주고 검지를 들어 미르카를 가리켰다.

 

“미안. 내가 만든 거지만 정말 네게 안 어울려. 그 갑옷.”

 

왠지 이런 것보다 뭔가 중요한 말을 해야겠지만 이상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어 슈는 말했다. 미르카는 자신도 의식하고 있는 지 삐진 듯 얼굴을 돌렸다.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이렇게 악취미로 만든 것은 스승님이라구요.”

 

요란할 만큼 화려한 갑주. 사실 정성을 들이고 들인 것이었다. 언젠가 성장해 아름다워지고 강해진 미르카를 생각하며 열심히 만들어 주었던 것이었다. 그것을 입고 있는 동안 자신을 가끔씩 떠올려주길 바라며.

 

“미안.”

 

슈는 작게 웃다가 사과했다.

 

“작별이구나라고 생각하니 왠지 말하고 싶었어.”

 

“정말 작별인가요? 사라지는 건가요?”

 

“그래, 공기 속으로 요정 미스텔이 녹아들 듯. 그 이야기 알지. 요정의 이야기. 어렸을 때 누구나 들어보았지 않았을라나?”

 

요정 미스텔의 이야기 였다. 아리키가 그 이야기를 좋아했었다고 슈는 기억했다. 사랑하는 새를 위해 공기거품이 되어 사라졌다는 요정의 이야기.

 

“만 난지 고작 일주일도 안되었지만 저는 정말 스승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저는 마법을 배우지 못한다고,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배울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해서... 저.”

 

고작 일주일도 인연이 이어지지 않아도 마음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미르카가 가르쳐주었다고 슈는 생각했다. 그래서 꼭 껴안아 주었다.

 

“자. 가렴, 덕분에 충만해졌어. 마음이 말야. 그리고 말이야. 나중에 네가 상아탑에 들어가거든 아리키란 아이를 만나게 될 거야. 그 아이에게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해 라고 전해주렴. 안녕.”

 

희미해져 가는 자신을 느끼며 슈는 미르카에게 작별을 고했다.

 

“끝났다.”

 

슈가 사라지고 소녀가 남았다. 미르카는 자신을 감싸안 덧 온기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슈가 있던 자리에 있는 소녀. 칠흑같은 머리칼을 뒤로 내리고 빛 한조각 반사하지 않는 눈동자가 미르카를 바라보고 있다.

 

“덕분에 그 아이는 만족했어. 이로서 나는 해방되었다. ‘밤의 군주’는 쓰러졌고 나는 계약을 완수했다. 증명할자 에이니아 디 라티에스. 소원사여. 그대가 이 곳에 직접 존재하지 않지만 듣고 있겠지. 나는 돌아간다. 나의 세계로. 이 세계를 넘어.”

 

소녀가 선언하고 빛이 일었다. 눈부신 빛이었다. 찬란히 빛나고 동시에 따뜻하고...

“안녕, 미르카.”

 

소녀가 말했다.

 

“다시 한 번 당부하지만 아리키에게 안부 전해줘. 꼭이다.”

 

일렁이는 공간 속으로 소녀가 한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미르카는 그 미소가 스승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간 것이다. 슈가 강제로 심어놓은 지식이 알려주었다. 그녀는 돌아갔다고. 자기 자신에게로.

미르카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슈가 사라짐으로서 허현천은 효과를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깥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슈 자신도 몰랐다. 하지만 미르카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아마 정해져있는 멸망을 향해 달려나가야했던 사람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텅 빈 마음 그 자체였을 것이다. 슈의 말대로 의지가 세계를 초월하여 마음이 된다면... 허수와 같은 고통에 노출된 존재들은 어떻게 될 건인가?

미르카는 성진의 신전을 빠져나왔다. 지독한 허무의 흔적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슈가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녀 자신도 이런 결과를 생각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공허가 이세계에 긴 상흔을 낳았다. 분명히 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라진 것은 아니게 된 것이다.

 

“어, 넌.”

 

누군가 미르카를 불렀다. 돌아보자 붉은 머리타락의 남자가 불타는 검을 쥐고 서 있었다.

 

“응?”

 

그 붉은 머리칼의 남자 뒤로 다른 세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미르카도 알고 있는 이스마일의 세 신전기사였다.

“루크씨?”

 

“미르카양.”

 

어색한 얼굴로 루크와 두 신전기사들이 미르카에게로 걸어왔다.

 

“그 모습은?”

 

“아, 이거요.” 그러고보니 아직 미르카는 이슐릿을 전투태세로 해놓은 상태였다. 미르카는 즉각 이슐릿의 전투태세를 해제했다. “이런 거에요.”

 

이런 거라고 해봤자 그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안델은 대충 이해한 듯 “음, 대단해.”라는 말을 연발했다.

 

“그런데 저 붉은 머리 남자 분은 누구죠?”

 

“아. 미르카양은 기억 못하겠구려. 저 분은 슈씨의 지인이오. 그리고 8년 전 ‘밤의 군주’를 봉인했던 용사들 중 한명인 안델 그라나른씨라고 하오.”

 

“네?”

 

미르카는 조금 놀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방금 전 ‘밤의 군주’와 슈의 허탈한 싸움을 지켜보고 나온 그녀에겐 전대 용사의 등장은 그저 조금 놀라게 하는 정도 밖에 없었다.

 

“그때 아가씨는 잠들어 계셨으니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오만. 어쨌든 그때 슈는 당신을 데리고 사라졌었는데 그런 당신이 여기 있다는 말은 그 애도 여기 있다는 뜻이오?”

 

“정확하게는 있었다에요.”

 

미르카는 안델의 추측을 정정해 주었다.

 

“있었다?”

 

“끝났거든요. 스승님은 ‘밤의 군주’를 쓰러뜨리고 소멸했어요. 저는 그 마지막을 지켜보았지요. 이제 끝이에요. 한동안 위협은 없을 거에요. 다만. 그녀의 공허만이 이 세상에 남았네요.”

 

미르카는 고개를 돌려 ‘어둠의 교단’과 성지의 군대가 공성전을 버리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허현천이 남긴 공허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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