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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 더 월드 4장-6

azelight 2008.07.10 19:57 조회 수 : 354

4장 끝.
다음 장과 6장으로 끝나는 군요,
사실상 5장에서 끝이고 6장은 애팔로그에 가까운 것이지만...
5장에서 밤의 군주는 멸망 끄끄끄끄
초 급전개에 허접 시나리오라니;;; 나도 미쳤지;;;
분량 조절따윌 처음 적는 주제에 시도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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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치환은 본디 영성에 영향을 주는 능력이기에 슈는 어느 정도 사용을 자제해 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글라부르트의 공격은 오히려 지금 슈가 자신을 억압하던 봉인을 풀어내고 완전한 힘을 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힘들이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원한다면 얼마든지 힘을 해방할 수 있었다.

슈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내면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사슬들이 너덜너덜하게 이어져 있었다. 실제로 봉인이 이런 현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슈가 나름대로 내면에서 실체화한 것이 그 형태였다. 그리고 슈는 그 사슬들을 모두 파기 했다. 봉인과 억제에서 풀려났다고 해서 슈의 몸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힘이 용솟음 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슈는 자신이 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이 가르쳐 주었다. ‘대적자여. 그대는 전능하다. 이제 적을 쳐라.’라고.

그래서 슈는 동쪽 관문까지 단 한 번에 공간 치환으로 넘어왔다. 인지의 끝이 그녀의 한계의 끝이기에 아무리 먼 거리라도 그 인지가 닿는 다면 슈는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거리에 비례하여 영성을 소비시켜왔지만 그런 제한도 지금은 느껴지지 않았다. 보다 완전무결해졌다. 단지 그 뿐인 것이다.

미르카가 들어있는 마차는 주머니 공간에 준비해둔 안전가옥에 집어 넣어둔 상태였다.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동으로 안전지역으로 이동하게 해두었으니 비상시에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직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렇기에 가까운 곳에 두고 있지만 이 역시 미련이다. 그렇게 느끼며 슈는 눈을 감았다.

아직 동의 관문에서 적당히 먼 곳에 슈는 자리 잡았다. 멀리서 ‘어둠의 교단’의 군세가 보였다. 가장 거대한 동문의 군세. 끔찍한 사술의 거상이 수백체는 보인다. 대지는 썩어 부토가 되어 검게 물들어 있다. 그리고 마법사들에 의해서 소환된 듯 무수한 이스널러와 아르페놀즈, 키츤‘모리들이 불사자들의 틈새와 하늘을 매우고 있었다. 이미 아름답다는 동의 관문 샤라스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딱히 전략은 없었다. 어차피 단독으로 저 많은 적들 상대할 전략 따위가 있을리 만무했다. 그저 압도적인 힘을 믿을 뿐. 애초에 지금 자신에게 불가능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슈였다. 그녀는 전지전능하다. 다만 대가가 있기에 자제할 뿐. 단순함 파괴는 마치 숨 쉬는 것 같을 것이다. 슈는 무장을 개시했다.

 

“와라. 나의 여섯 노예여. 나의 갑주가 되고 검이 되어라. 이름을 받으라. 분노하는 자 모르세즈, 한탄하는 자 라르가스, 비탄하는 자 그룬시스, 고뇌하는 자 아탈리닌, 탐식하는 자 말라노르 그리고 분쇄하는 나의 창 에텔링크.”

 

슈가 명하자 칠흑의 공허가 열리고 그로부터 고통과 비탄이 뿜어져 흘러나왔다. 그리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검은 심연의 한층을 차지하는 여섯 군주로 벼려낸 무구가 슈의 몸에 장착되었다. 비참하게도 슈가 소멸하더라도 그들은 해방되지 못하리라. 슈는 이들과의 계약 조차도 아리키에게 상속시켰다. 아직 아리키는 모르지만 언제가는 알게 될 터이다. 슈는 아리키를 자신의 뒤를 잇는 대적자로 키울 생각이었다.

지전 오래된 옛것들이 부활하는 시대가 오면 소사나의 모든 힘으로도 그들에게 대항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적자의 운명은 아리키에게 대항할 힘을 줄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 자신이 그러하 듯이.

소녀가 속삭였다. 모든 봉인이 풀리며 슈는 본질을 드러냈고 그로인해 소녀는 손쉽게 슈의 의식에 접촉해 올 수 있었다. 소녀가 말했다.

 

“너는 대적자. 지금이라면 정확히 인지할 수 있을 거다. 네가 무엇의 파편인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서 너는 대적자가 될 수 있다. 대항할 자를 찾는 모든 것. 대항당할 수 밖에 없는 어떤 것. 그것이 너와 나의 본질. 너는 작은 조각이기에 그저 불완전할 뿐이지만 그런 조각임에도 이런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네 본질이 대적하는 자이기 때문이리라.”

소녀의 속삭임이 울려 퍼졌다.

 

“자, 그럼 나아가라. 너의 의무를 행해라. 너는 단지 대적할 뿐. 하지만 원한다면 그 역시 너의 소원을 위한 행위가 되어도 무방하리라. 무슨 뜻인지 너라면 알거다.”

 

소녀의 말이 끝을 맺는 순간 슈는 공간을 치환했다. 공간 내의 모든 물질을 함께 치환시키는 슈의 공간 치환은 ‘어둠의 교단이 거하고 있는 샤라스의 중심으로 슈를 이동시켰다. 반면 슈의 이동과 함께 그녀를 중심으로 2미터의 입방체 내에 걸리는 위치에 있던 불사자들의 사지는 아까 슈가 있던 장소로 사라졌다.

슈는 출현과 함께 창을 들어 자루 끝을 힘껏 땅에 찍었다. 그 순간 슈를 중심으로 대지를 타고 격렬한 무형의 기운이 퍼져나갔다. 부토가 폭쇄하며 튀어 오르고 대지에서 파문이 으르렁 거리며 퍼져나갔다. 슈의 주변을 한가득 채우고 있던 불사자들이 그 힘에 짓이기고 찢겨져 파편이 되어 흩날렸다.

동시에 ‘어둠의 교단’의 전원이 슈를 주목했다. 하지만 슈로부터 시작된 무형의 기운은 ‘어둠의 교단’의 세력 전부를 덮쳤고 더욱 나아갔다. 그들은 버티거나, 반격하거나 그렇지 못하고 부서지는 3가지의 경우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물론 무형의 힘은 세 번째를 선택하도록 강제로 종용하고 있었다.

슈는 이어 다음 주문을 외웠다.

 

“나의 일격은 신과도 같을 지니. 멸망을 부르는 하늘의 빛이여, 천뢰 天雷! 마치 폭풍우와 같을 지어다. 하늘을 가득 메우니. 내려쳐라. 십사조 칠억발의 천뢰여! 그리고 세계를 메운다. 고통의 울림. 만파와 같이 널리 퍼져라. 또한 죽은 자들이여. 섭리로 돌아갈 지었다.”

 

무수한 전광이 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기이한 우글거림이 슈의 주변에서 무한이 퍼져나갔다.. 슈가 서 있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불사자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지만 사제들과 악마들은 고통으로 조화로운 음계를 이루어 냈다.

그 속에서 슈는 멈추지 않고 재차 주문을 영창 할 뿐이었다. 그녀의 주변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모든 존재가 파멸할 때까지 주문을 외울 셈인 것 같았다.

운석의 폭우가 쏟아 졌다.

죽음을 부르는 산성비가 우레와 폭풍우를 동반해서 몰아친다.

대지가 들끓어 오르기 시작하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둠의 교단’도 만만치 않으니. 하늘을 가득 메운 거대한 이스널러들과 아르페놀즈들이 자신들의 권속을 불러내고 막대한 마력을 지닌 사제들은 그들의 주문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슈의 선제공격으로 군대 자체는 와해되었으나 그들의 실제 핵심은 파괴된 것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슈의 행위는 마치 체를 쳐서 가치있는 것을 골라내는 정도의 결과밖에 내지 못한 것이다.

최초의 막대한 마법의 공세를 견뎌낸 거대한 이스널러가 슈를 덮쳐 왔다. 검은 심연의 주민들인 이스널러들은 제 각각 다른 형태와 모습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 괴물은 그중에서도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크오오오오오오오.”

 

9개의 입이 일제히 울부짖었다. 하지만 슈의 태도에는 전혀 동요가 없었다. 주문을 외우는 입과 손은 그대로 유지하고 그저 눈길만을 그에게로 돌린다.

그와 함께.

거대한 이스널러는 결정화에 의해 수억 갈레로 육체를 분할당하고 치환을 통해 뒤죽박죽으로 파편들이 섞인 뒤 결정화가 해제되자 용암 같은 불길을 뿌리며 요란하게 무너져 내렸다. 결정화와 치환을 이용해 상대를 산산조각 낸 것이다. 슈는 무너져 내리는 시체 조각들과 불꽃같은 핏물을 뒤집어썼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엄청난 무게가 열기가 그녀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듯 했다.

슈는 한층 더 기세를 올렸다.

 

“시간을 멈춰라! 세계!”

 

그 명령과 함께 세계의 시간이 정지했다. 5초의 정지된 세계 속에서 슈는 각종 마법들을 완성했다. 정명한 것의 정기를 고갈시키고, 매서운 한파를 부르고, 뇌를 갉아먹는 노랫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며, 주위의 눈과 귀를 막고, 머릿속에 혼돈을 일으키고, 대지를 용암의 바다로 만들었다. 대기는 미친 듯이 춤추게 하였고, 광활한 하늘을 끝도 없이 많은 마법진으로 가득 메워 마치 거대한 함정의 도가니처럼 만들었다. 강력한 중력장을 펼쳐 주변의 움직임은 제약당했으며, 장소 장소마다 국소 시간동안만 존재하는 소형 중력장을 만들어 내던졌다. 슈의 주변에는 그녀가 펼친 마법으로부터 보호받는 역장의 존재들이 탄생해 그녀에게로 다가서려는 모든 존재를 가로 막았다.

 

“그리고 시간은 흐른다.”

 

명령과 함께 시간을 흐르기 시작했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발동시킨 모든 주문이 일제히 발현되었다. 거의 슈에게 다가왔던 존재들이 경악할만한 상처를 입으며 다시금 사방을 내동댕이쳐졌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이런 식의 화력전 보다는 직접 손맛을 느끼기 위해 뛰어들었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제대로 시간을 허용 받을 수 있는 것은 ‘어둠의 교단’을 상대할 때뿐이었다. ‘밤의 군주’의 대적자로서 세상에 현현한 그녀는 오로지 그일 만을 위해선만 온전히 자신에게 부여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원래라면 몰랐던 사실들을 지금은 알 수 있었다. 이미 그녀의 인지는 한계를 넘어 그녀 스스로가 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무엇을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지 슈는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슈는 서둘렀다. 그녀가 진정 하고자 하는 일을 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시시한 것들에게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진정한 밤이 침범함을 알아라. 꼭두각시인 너희들에게 가치란 없다. 스스로 어둠이라 칭한 자들이여 진정한 어둠이 뭔지 보여주마.”

 

대지를 밤이 덮었다. 마법도 꿰뚫을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어둠. 혼탁한 혼돈의 잔재.

검은 심연에 사는 이스널러들조차도 섣불리 근접하지 못하는 가장 깊은 층의 진정한 암흑이었다. 이 ‘어둠의 교단’에는 이 암흑을 꿰뚫고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들이 없었다. 가장 깊은 층의 위대한 이스널러들이나 강대한 15층의 이스발리온의 수문장들, 만마전의 아홉군주들만이 이 어둠 속에서 영화롭게 활동할 수 있었고 가장 빛나는 숭고한 자들만이 이 어둠을 밝힐 빛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슈는 그 속에서 일방적인 학살을 자행했다. 모든 봉인을 끊어버리고 전력을 다한 슈를 당해낼 수 있는 필멸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었다. 강대한 선조민들만이 그녀와 동등할 수 잇을 있을 것이고 *사람*들 중 가장 지고하다는 에르핀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자들만이 슈의 언저리를 감히 넘볼 뿐일 것이다.

그 정도로 슈는 강했다.

그 자신조차 경악할 만큼.

관월성천의 오의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관월성천의 오의를 이 유약한 것들에게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것은 이 강대한 육체와 정신으로도 소모를 피할 수 없는 강대한 권능. 조금만 더 있으면 도착할 진정한 힘을 가진 옛것들을 상대하기 위해 남겨둬야 했다.

선행 예지의 강력함 덕분에 사제들의 마법은 사용되어 보지도 못하고 역마법으로 모두 무산되었다. 그들의 공격의 궤적은 모조리 읽혔다. 이미 혼자서 7인분의 행동을 할 수 있는 슈에게 있어 어지간한 공격이 아니면 닿을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노래하듯 낭랑하게 주문을 연창했고 뒤를 따라 여섯 개의 목소리가 각5기 다른 주문들을 외웠다. 슈가 지배하고 있는 여섯 이스널러들의 목소리였다. 이 일곱 명의 목소리로 발현되는 것은 그녀의 최대 주문이자 초대이적 주문인 7중 나선 진언 허현천 虛現舛 이었다. 아마도 이 소사나의 누구도 발할 수 없을 궁극의 파괴 주문일 것이다. 그 위력은 관월성천에 육박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준비가 필요하지만 그런 만큼 관월성천 만큼의 반동은 없었다.

 

“나 여기에 부른다. 영원히 허무한 일그러진 나의 세계. 허현천이여.”

 

슈의 특화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 허현천이 세계에 구현되었다. 모든 존재의 의미를 상실케 하는 극의 힘. 창생멸사의 춤마저 무색케 만들 허구와 허무 현현. 오로지 그녀만을 위한 그녀의 세계.

허현천 虛顯舛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현상이 샤라스를 지배했다.

그 작용도 결과도 모두 인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으리라. 그것으로는 이 이적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했다. 단지 그것이 극적인 종말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것으로 ‘어둠의 교단’의 가장 핵심적인 전력인 그들아 고전적인 대사하나 조차 적에게 내뱉지 못하고 괴멸하는 비운을 겪었다. 허현천의 발현까지 채 5분의 시간도 소요되지 않았다. 서글플 만큼 허무한 종말이었다. 8년 동안 그들 역시 필사적인 각오로 세력을 재규합하고 봉기한 것일 터인데.

단지 너무나도 압도적인 적을 두었을 뿐인 불행한 자들이었다.

슈는 잠시 눈을 감았다. 허현천을 발한 지금 그녀는 지극한 허무에 휩싸여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론 적으로 형성해온 자신의 특화마법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아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보는 이를 공허로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고 닿는 자에겐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안기는 힘이었다. 그것은 시전자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슈조차도 스스로의 공허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슈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예지를 통해 이런 결말이 날 것을 알고 대비하고 있었것만 그런데도 저항하지 못했다. 아무 대비 없이 당했으면 훨씬 긴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낼 뻔 했었다.

 

“하하하하.”

 

하도 어이가 없어서 슈는 웃었다. 조금은 유쾌해졌다. 세상에 자신마저 삼켜버릴 제어 불가의 힘이라니. 관월성천도 그렇고 허현천도 그렇고 그녀의 비장의 술은 전부 자기 파괴를 함께 안고 있었다.

 

“이게 내 본질인건가. 나는 나 자신 조차도 용납 못하는 구나.”

 

슈는 허현천에 의해 피해를 입은 대지를 샤라스의 흔적을 바라보았다. 공허와 꿈, 무의미함이 현현했던 대지는 말 그래도 모든 것은 상실한 이상 공간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영원한 밤일 것이다. 의미 없는 모든 것들이 가득한 텅 *빈*장소, 모든 이가 꿈을 꾸며 한순간의 존내도 용납받지 못해 소멸당하는 슈의 세계. 허무가 존재하는 일그러진 뒤틀린 세계. 진정한 밤의 침범. 단지 잔재일 뿐이 것만 그럼에도 정상적인 자는 직시하지 못할 공허가 대지에 가득 차 있었다.

슈는 그 공허에서 벗어났다. 비록 자신이 저 세계의 주인이지만 그녀 역시 저 속에선 환영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저 속에서 예외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다행이지? 나를 막으려고 뛰어들지 않은 것 말이야.”

 

슈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언제부턴가 그녀와 ‘어둠의 교단’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거미 여인이었다.

 

“글라부르트와 맞붙었을 때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었나?”

 

이미 관월성천의 위력을 보았던 거미 여인은 공포와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관월성천은 그야말로 완전한 소멸의 의지. 모든 것을 꿰뚫는 다는 의지에서 태어난 파괴의 힘이었다. 하지만 저것은 대체 무엇인가? 저 속에 있던 ‘어둠의 교단’의 일원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거미 여인의 인지로도 결코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아니. 최선을 다한 것이었어. 관월성천은 내 의지의 초월적 현현. 단지 위력만이라면 비슷할 거야. 설명해주고 싶지만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어. 그저 저것이 공허와 뒤틀림을 부른 것이라는 사실 뿐. 어떤 원리로 어떻게 그것을 이루며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 지는 나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거야.”

 

슈는 그렇게 말하며 완전히 거미 여인에게로 돌아섰다.

 

“자, 대결하자. 너는 ‘밤의 군주’가 날뛰게 해야 할 이유가 있겠지? 그것을 위해선 나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돼.”

 

“그런가? 하지만 그대는 어째서 사우는 거지? 우리와 대적할 필요가 있나? 그대는 그저 ‘밤의 군주;를 무너뜨리기만 하면 될 뿐임을 나는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대는 우리를 방해하고 있어. 우리는 그대를 피해가려 했지만 그대의 행동과 의지가 우리에게 적임을 인지하였기에 맞설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러한 짓을 하는 거지? 그대가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나는 안다. 그런데 이런 고통을 준 세계를 지키겠다는 건가? 그대에겐 정상적인 도덕관념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는데. 그냥 멸망하게 나둬도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역시 내버려 둘 수 없는 사람이 있어. 물론 난 마냥 지키겠다는 것이 아냐. 내 나름대로 적당히 복수도 하고 괴롭혀 줄거다. 궁극적으론 너희들에게 방해가 되겠지만 말야. 공평하게 세상에 혼돈 역시 퍼뜨려 주지.”

 

“그런가? 결국 우리에게 적이 되겠다면 별 수 없군. 하지만 알아둬. 나는 글라부르트와는 다르다. 글라부르트와는...”

 

거미여인은 수정조각을 꺼내더니 간단한 조작을 가했다. 그러자 공간이 변혁하며 샤라스가 아님 새로운 장소로 변화했다. 불타는 열기가 가득하고 하늘에게는 재구름이 떠있으며 대지에는 풀 한포기 없는 검댕으로 이루어져 있는 검은 재의 대지. 끝도 없이 광활하다는 그 이 장소는 분명 별도 파괴할 수 있는 자들이 서로 자웅을 겨루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일 것이다.

 

“검은 재의 대지인가?”

 

슈는 한 눈에 이동해온 세계의 실체를 알아챘다. 이곳은 대지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저 이 세계가 관념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그 크기가 일개 은하를 넘는 다는 광활한 땅이 이 곳이니 슈는 진신의 힘을 끌어 올렸다.

 

“현신할 생각이구나, 너는.”

 

“그렇다. 나는 라나가하사님의 영신관 베르제네트다. 그 분의 부활을 위해 세계에 혼돈을 뿌리리. 그를 맞는 대적자인 그대의 목을 치리라.”

 

거미 여인, 베르제네트가 그로부터 실체를 드러냈다. 그녀의 실체는 하나의 은하계와 맞먹는 크기를 가진 거대한 거미 형상의 차원체. 내부에 유사우주를 수억개나 포함한 절대의 성채. 물질의 의미를 띄어넘은 초월체였다.

단지 소사나에선 그녀의 존재의 현신이 우주의 파멸 그 자체였기에 자제하고 있는 것일 뿐. 기는 자 라나가하사가 훼손자 아루세나인에게 패해 소사나의 한켠에 파묻혀 버린 이후 주인을 부활시키고자 소사나에 머물며 세상에 혼돈을 뿌려온 것이었다.

혼돈이야말로 라나가하사의 본질. 만약 라나가하사가 부활한다면 소사나는 말 그대로 파멸할 것이고 우주는 새로운 연달아 부활할 오랜 된 것들에 맞서 새로이 힘을 합쳐야 하리라.

 

“나에겐 이름이 없다. 슈라는 것도 그저 소사나에서 불리기 위한 명칭. 나는 조각이면 깨어진 파편. 그렇기에 이름은 내게 잊혀졌다. 와라! 영신관이여. 나는 대적자로서 ‘밤의 군주’를 파멸시키기 위해 진정한 밤이 된자. 그를 막는 모든 것들에게 대적하는 대적자다. 자, 춤추자.”

 

슈의 선언을 시작으로 베르제네트와 슈는 격돌했다. 거대한 우주적 의지는 그 육체만으로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이 있었기에 슈는 관월성천의 의지를 그 공격을 꿰뚫었다.

 

“필멸! 나의 의지는 관월성천의 의지. 성채의 육체를 지닌 그대라도 막을 수 없다. 먼지가 되라.”

 

슈의 창이 궤적으로 공간조차 빨아들이며 베르제네트의 성채의 육체를 뚫고 지나갔다. 하지만 베르제네트는 촉수가 슈를 후려쳤다. 슈는 역장의 결계를 그것을 막았지만 단숨에 진탕이 되어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부서진 파편들이 즉시 모여 원래의 형태를 이뤘다.

 

“큭.”

 

슈는 신음을 흘리며 자신이 베르제네트를 얕보았음을 인정했다. 이미 글라부트르는 관월성천으로 허무하게 이겨버렸기 때문에 베르제네트가 그와 격의 차이가 있더라고 해도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슈는 공간을 왜곡하여 베르제네트의 공격을 모두 그녀 자신에게 되돌렸다. 그러자 베르제네트는 왜곡된 공간 자체를 갈라버리며 슈를 압박했고 슈는 초고밀도의 공간을 형성해 그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소멸의 섭리를 가진 정보체를 수백개 만들어낸 후 공간 치환으로 베르제네트의 내부에 그것들을 박아 넣었다.

 

“크랴캬캬캬캬.”

 

베르제네트가 형용할 수 없는 목소리로 고통을 호소했다. 그래도 그 공격은 치명상이 되지 못하는 듯 재차 재차 공격을 가했다. 그 거체로도 엄청난 속도로 공격해오는데 두들기는 것만으로도 소행성은 가루가 될 것 같은 위용이었다. 슈는 간신히 막아냈지만 스키는 것만으로도 반신을 찢겨 나가고 막아내더라고 육체가 파괴되는 것을 막진 못했다.

물론 마법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곤 하나 별 조차 파괴할 일격을 맨몸으로 막아내고 있으니 결코 약하다곤 할 순 없을 것이다. 더구나 공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슈는 자신의 장기를 전부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슈는 갑옷의 모든 기능을 오로지 방어로만 돌리고 잔월의 식으로 베르제네트의 촉수를 되내친 다음 창의 극에 멸망과 소멸의 기원을 실어 성채의 육체를 내려쳤다. 소사나의 달과 같은 크기의 상처가 생겼지만 은하만큼 거대한 베르제네트에겐 그 공격은 그저 생채기 하나 난 것에 불가했다. 슈는 순식간에 자신의 패배를 직감했다. 공격력과 방어력은 같은데 맷집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초중력굉동(超重力宏曈)

 

슈는 수 억 개의 유사 중력장을 만들어 베르제네트에게 내쏘았다. 그러나 베르제네트는 도리어 그 공격들을 흡수해 버리고는 슈에게로 되돌렸다. 슈는 의지를 극한까지 집중한 관월성천으로 중력장의 핵심을 꿰어 소멸시켰다. 하지만 그로인해 슈는 역으로 틈을 내주게 되었다.

베르제네트의 정신철퇴가 슈를 억압했고 슈는 움츠려드렀다. 그리고 그 틈을 놀려 그녀의 촉수가 슈를 후려쳐 날렸다.

 

“아아아악.”

 

격통을 겪으며 슈는 우주 끝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불타는 검은 재의 대지는 무한히 넓기 때문에 그 끝도 없어 슈는 한없이 날려졌다. 그리고 그런 슈를 따라 엄청난 포화들이 뒷따라 쏟아져 내렸다. 슈는 그 모든 공격을 되받아 치고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하하. 설마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없다니. 나는 분명 대적자일텐데.”

 

허탈한 듯 슈는 중얼거렸다. 허현천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것을 사용할 틈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관월성천은 확실한 피해를 주긴 하지만 그러기엔 슈가 너무 작았다. 지금도 한없이 멀어지고 있는데도 베르제네트의 전체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그때 소녀가 속삭였다. 봉인이 전부 풀린 이후 더 이상 꿈속이 아니더라도 슈에게 접촉할 수 있는 그녀는 슈의 머릿속에 말을 얼었다.

 

“내가 도와줄까?”

 

“응?”

 

“너는 그저 불완전한 대적자일 뿐이지. 내 파편에 불가하니까. 넌 어차피 저 거미를 못 당해내. 저 거미는 ‘밤의 군주’를 훨씬 상회하는데 너는 ‘밤의 군주’를 위한 대적자 잖아.”

 

 

“거절하겠어. 너와 나의 목적은 달라. 네가 내 본체라고 해도 내가 나 일수 있는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어.”

 

슈는 단박에 거절하고 창을 불러내 꼬나 쥐었다. 비록 그녀가 자신의 본체라곤 해도 슈에겐 자신의 목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걸 빌미로 소녀에게 지배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슌느 소녀의 도움을 허락할 수 없었다.

슈는 반격의 태세를 취했다. 지금 베르제네트가 그 거대한 입에서 엄청난 양의 원기를 압축하고 있었다. 은하를 가를 만큼 막대한 원기의 양은 이 무한한 검은 재의 대지조차 파멸시킬 것처럼 결렬한 떨림을 사방을 퍼뜨렸다.

 

“나의 창은 관월성천의 오의. 세상에 꿰뚫지 못하는 것은 없다. 성쇄관월 관첨일섬. 으아아아아아아아!”

 

활처럼 몸을 당겨 슈는 창을 쏘았다. 동시에 베르제네트의 별도 삼킬 엄청난 혼돈의 광선이 슈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슈의 손을 떠난 창은 그 원기들을 전부 빨아올리며 베르제네트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굉음을 내며 세계를 찢은 창을 슈는 회수했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기에 슈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이번에는 막아냈지만 다음은? 이 보다 더 강한 공격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만한 공격을 베르제네트는 몇 번이고 할 수 있다.

 

“어리석은 슈. 나의 도움을 뿌리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잊었어? 너와 나의 소원은 같다는 것을. 그리고 나도 너를 회수해야하는 이상 네가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어리석은 저 거미에게 가르쳐 주지. 이 세계에서 만약 내가 존재했다면 대적자가 되었어야 할 존재는 아루세나인. 거 거미의 주인과 같은 자가 여섯이 덤벼도 이기지 못했던 자였지.”

 

소녀의 목소리가 슈의 뇌리를 파고 들었다. 슈는 서부하려고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어리석다고 또 한 번 칭해야 할까? 고집을 부리다니.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나는 너를 지키려고 할 뿐이라는 것을. 얌전히 따라. 너는 그 소녀를 대적자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잖니.”

달콤한 목소리로 소녀가 속삭였다.

 

베르제네트는 대적자가 뭔가 변했단 사실을 곧 깨달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와는 틀리다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뭐냐? 너는”

 

베르제네트가 물었다.

그에 대적자는 답했다.

 

“글쎄. 너 따위가 알 필요는 없어. 벌레. 그보다 자, 춤추자. 이번에는 창생의 춤을. 너의 성채의 육체로 이 불타는 죽음의 땅에 생명을 꽃피게 해줄게. 아름다운 꽃이 필거야. 색색이 아름다운 정원을 꾸밀게.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녹음이 지며 동물들이 뛰어다니게. 작은 언덕을 만들고 계곡을 만들자. 오랜 시간 속박당한 나의 작은 그리고 한 순간의 자유를 축복하며. 대적자의 의무를 핑계삼아. 흥겨운 춤사위를 즐길거야. 그러니 노래를 불러주렴. 너의 육신을 거름삼아 태어날 아름다운 것들을 위하여. 그리고 나를 위하여.”

 

대적자는 화사하게 미소지으며 창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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