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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lude

“아쳐?”

아쳐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잊고야 말았다. 피투성이의 몸. 걸어다니는 것조차 힘겨워 보일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나의 서번트를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미안. 마스터. 보기 좋게 당해버렸어.”

힘겨운 듯 숨을 헐떡이면서 까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않는다. 거기에 내게서 약간 떨어진 채 다가오지도 않고 있다. 너무나 여린 소녀의 모습을 한 서번트. 그녀에게 이 싸움은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난 굳이 캐묻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아쳐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그녀를 안아주었을 뿐.

“아니. 내가 더 미안해.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둬서.”

“서번트가 되었을 때부터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어.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

아쳐는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들어올렸다. 뺨에 와 닿는 그녀의 손은 너무나 차갑다.

“오히려....... 이기지 못한 내가 미안할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거기까지. 안는 것은 허용하겠지만 키스는 허용 못해.”

“쳇. 재미없어.”

아쉽다는 듯이 툴툴거리는 아쳐를 밀치고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하지만 다행이다. 언제나의 아쳐구나. 기운 빠져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리 상심한 것 같지는 않아서.

Interlude out






“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난 뒤에 이불을 걷고 빠져나왔다. 어제는 별 다른 일이 없어서 정말 오랜만에 푹 잤더니 몸의 상태는 말 그대로 최상이었다. 매일 이러는 것도 조금 문제이겠지만 주말에는 가끔 이래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깨어나셨습니까? 마스터.”

“응. 밤새 별 일 없었.......? 으앗!”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르며 몇 걸음 물러났다. 뭐. 뭐야? 이런 이른 아침부터 왠 여자가 내 방에 있는 거야? 이거 내 동정이 위험해! 캐스터는 침입자가 있었는데도 모르고 있던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리고 그 여성이 입을 연다. 이부자리 옆에서 무릎을 꿇은 채 정좌하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이 목소리는?

“....... 캐스터?”

“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아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지.

“그 옷은 대체 뭐야?”

페인팅 연청바지에 스트라이프 남방, 평소에는 천으로 감싸 놓았던 머리는 올려 묶어 놓았고 덤으로 목걸이까지....... 실제로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평상복이었지만 항상 영화에서나 볼 듯한 도의를 입고 있던 캐스터가 이렇게 차려 입으니 꽤나 신선한 느낌이었다.

“어제 날개씨가 사 준겁니다. 필요 없다고 했지만 억지로 쥐어주더군요.”

음? 잠깐만. 검색중. 아하. 그 때? 밥 먹고 난 뒤에 할인 매장에 갔을 때 나 혼자 식료품 코너로 보내놓고 둘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 아마 그 때 사 버린 것 같았다.

“하아. 그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난 그렇게 투덜거리며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그리고 갠 이불을 서랍장 위에 올려놓으려는 순간.

“이렇게 하면 마스터가 좋아할 거라고 하더군요.”

- 툭

....... 아아. 동요해 버렸다. 고개를 돌려 캐스터를 바라보는데 마치 석유화학의 마안에 당한 것 처럼 몸이 뻣뻣한 느낌이었다.

"에...... 그러니까......"

“역시 이상합니까?”

나름대로 강력한 공격에 잠시 얼이 빠져있는 나에게 묻고 있다. 자자. 진정하자. 진정. 뭐. 분명히 예상 못한 답변이 나와서 그렇지 그렇게 나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보기 좋다. 일단 생긴 것부터 미인인데다가 조금은 마른 체형이라 키도 좀 커 보이고. 캐스터라는 이미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지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거기에 간단하나마 저렇게 꾸며 놓으니까.

“아니. 굉장히 어울려.”

“후우. 다행이군요. 마스터의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습니다.”

캐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안심한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어라? 잠깐만..... 그런데 말이지.

“저기, 캐스터. 내 마음에 안 들면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야?”

난 눈치 없이 그렇게 묻고야 말았다. 아아. 그 때 확 변해버린 캐스터의 입에서 나온 말이란 정말.......

“당연히. 마스터가 아니면 이런 옷을 입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2Hit Combo!

당했다. 날개 녀석은 아마도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을 꺼야. 내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캐스터의 뒤에서 그 녀석이 사악한 미소를 짓는 듯한 환영이 보이고 있었다.






“맛있어.”

밥을 먹은 뒤, 캐스터가 차를 끓여주었다. 캐스터의 말에 따르면 생전에 그녀는 차를 물처럼 마실 만큼 좋아했다는 것 같다. 술은 거의 안 마신 대신 차를 그렇게 많이 마셨다고 했던가. 그 말을 듣고 어제 사온 잎차를 캐스터가 끓여 내 왔는데 생각 탓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내가 마셨던 차들에 비해 훨씬 더 맛이 좋은 것 같았다.

“적어도 차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 끓인다고 자부하고 있으니까요.”

캐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웃고 있었다. 헤에. 조금은 놀라운데.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해 자랑하거나 스스로를 높게 평하는, 그런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그 역시 차를 좋아했지요. 단 한 번 마셨을 뿐이지만 아직도 그 차 맛은 잊지 못하고 있어요.”

캐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 왠지 모르게 차의 맛이 씁쓸하게 변한 것 같았다. 그건 그녀의 미소 속에 숨겨진 어두운 표정 때문일까? 아니면.......

- 뚫훑뚫훑뚫 뚫훑뚫훑뚫 뚫훑뚫훑뚫 따다다 뚫훑뚫훑뚫 뚫훑뚫훑뚫 뚫훑
뚫훑뚫 따다다

순간 캐스터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한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 내 친구가 만들어 준거 성의를 생각해서 저 걸로 해 놓은 거니까. 나름대로 개성 있는 벨소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분위기 깨는데 일가견이 있는 것은 분명하구만. 분명 고등학교 때도 수업시간에 울렸었는데 혼나기는 커녕분위기 쇄신에 꽤나 공헌을 했었지?

그렇게 생각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핸드폰의 바깥의 액정에는 익숙한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어라? 이 녀석이 왠일이래?

"아. 무슨 일......"

[싸랑하는 우리 오빠아~]

“끊을까?”

전화기를 열자마자 들려오는 커다란, 그러면서도 간드러진 목소리. 난 최대한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해 준 뒤에 웃었다. 이 녀석은 변한 것이 없구나.

“무슨 일이야?”

[응. 내일 오빠 집에 놀러 가려고. 괜찮지?]

순간 고개를 돌려 캐스터를 바라보았지만 생각을 바꾸고 긍정을 표했다. 이럴 때는 오히려 거절하는 것이 더 이상해지겠지. 별 다른 이유도 없이 거절할 경우는 그 쪽에서 이상한 오해를 하기 십상이다.

[헤에? 바로 승낙하네? 아직 애인 없나봐?]

이렇게.......

“애인이 있는거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 대꾸하며 달력을 보았다. 역시나 별다른 약속은 없다. 어쨌건 이렇게 되면 오늘, 내일은 휴업일라나?

[에이. 알면서~]

가린이는 간지러운 목소리로 아양을 떨고 있었다. 아아. 이 녀석. 이런 성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뭐. 그래도 귀여우니까.

“알긴 뭘 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언제쯤 올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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