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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lude
“아름다우신 분이네요. 무슨 일이시죠?”

아쉬울 정도로 호응이 없었던 우리의 곰돌이 팬티 서번트. 흰 색의 서번트와 조우한 뒤 물러나 마스터의 곁으로 돌아가던 그녀는 자신이 가는 길 앞에 서 있는 한 여성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흰 색의 옷. 쪽빛의 치마, 검은색의 긴 머리카락 사이에 숨겨져 있는 붉은 빛의 눈.

그리고 여과 없이 전해지는 그녀의 의지.

죽인다.

“서번트인가요? 마스터의 명령도 있고, 굳이 싸우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죠.”

“아니. 나 역시 싸울 생각은 없다. 다만 조금 묻고 싶은 것이 있을 뿐.”

그녀의 말에 소녀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싸울 생각조차 없는데 풍겨져 나오는 살기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짙은 살기를 주변에 뿜어내는 그녀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 전혀 믿지 못하겠는데요? 적어도 이렇게 소름이 돋을 정도의 살기를 뿜고 있다면 말이죠.”

“....... 그런가.”

소녀의 비아냥에 검은 머리칼의 서번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살기.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이미 주변에 깔려있던 살기는 모두 사라진 상태였고, 그녀의 눈은 너무나 부드럽게 바뀌어 있었다.

“이제 대화를 좀 할 수 있을까요?”

“버서커....... 광화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겁니까?”

으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무는 소녀의 말에 버서커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눈치가 빠르군요. 서번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 적어도 성배 전쟁에 참가 했던 것이 처음은 아니니까요.”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들어 올렸던 양 손을 내렸다. 어느샌가 그녀의 앞에서 전투 포즈를 취하고 있던 자신에게 속으로 질책하며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입을 연다.

“대체 무엇이 궁금한 겁니까?”

“별 것 아닙니다. 단지 캐스터에 대해 당신이 본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만.”

“....... 가르쳐 줄 것 같습니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답하는 소녀. 그런 소녀의 한 손에 그녀의 마력이 집중된다. 몸에 새겨진 마술 각인이 빛을 발하며 제어조차 힘들 것 같은 거대한 마력이 흘러들어간다.

“뭐. 싫으시면 할 수 없지만요. 하지만 가르쳐 주셔야 할 걸요?”

하지만 버서커는 끝까지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이 곳에서 소멸당하기 싫다면 말이죠.”

Interlude out





“.......”

오늘도 어김없이 햇빛에 눈을 뜬다. 언제부터인가 자명종의 의지하는 일이 줄어든 것 같았다. 그래봤자 3,4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

뭐. ‘오늘도 좋은 아침~♡’ 이랄까. 누운채로 기지개를 켠 뒤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마음을 굳게 먹고 이불을 걷었다. 아아. 역시 조금 춥구나. 이래저래 이불 속이 행복한 법이야. 일어나기 귀찮.......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마스터?”

“아. 좋은 아침이야. 캐스터.”

아침 인사를 건네는 캐스터에게 답해준 뒤 어찌어찌 몸을 일으켰다. 조금 몸이 무거운 것 같았지만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렇겠지. 어느샌가 나도 캐스터의 아침 인사가 익숙해 졌구나.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

방 안에 시체가 하나 있었다.

“으앗!”

“왜 그러십니까? 마스터.”

내가 왜 놀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물어오는 캐스터. 난 그제서야 옆에 있던 피투성이남자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다.

“....... 세이버였구나.”

“꽤나 위험해 보였지만 밤사이 상당량의 마력이 회복되더군요. 게다가 상처도 거의 다 나았구요. 날개씨의 말과는 달리 오늘 밤이라도 충분히 전투에 참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뭐랄까. 트롤 같은 녀석이구나.”

가슴에 꽂힌 창으로 헤집어 놓은 상처가 단 몇 시간 만에 완치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내린 결론.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갑자기 옆에서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트롤이라는 거냐. 캐스터의 마스터.”

“으앗!”

....... 젠장. 오늘 정말 여러번 놀라는구나. 그나저나

“깨어있었어? 세이버?”

“귀가 간지러워서 말이지. 어쨌든 신세를 졌군.”

그렇게 말한 세이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붕대를 감고 있는 세이버의 몸은 의외로 가느다란 것 같았다. 그런 몸으로 어떻게 저런 검을 휘두를 수 있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어라?

“잠깐. 세이버. 말을 할 수 있던거야?”

“하아. 날 버서커로 보고 있는 건가? 캐스터의 마스터? 몽브레드를 쓰지 않는 동안에는 내 이성도 남아 있는 상태. 이 쪽이 본래의 나에 더 가까우니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세이버의 한숨 섞인 말. 그 말에 조금은 머슥해진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부엌쪽으로 다가갔다. 세이버는 이제 영체화 해서 날개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그렇다면 나도 슬슬 밥을 먹고 학교로 가면 되는 것이다.

냉장고로 다가가면서 물었다.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왠지 안 물어보면 허전할 것 같아서.

“캐스터랑 세이버는 밥 먹어?”

“물론 먹지 않는다.” / “당연히 먹지 않습니다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아오는 대답. 그렇게 딱 잘라 말하면 오히려 이 쪽이 무안해진다. 실제로 마스터와의 연결이 바로 되어 마력을 공급이 제대로 되고 있다면 밥 같은 것은 먹을 필요가 없겠지. 뭐.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물어본 사람의 기분도 생각해 달라고.

....... 두 명이 멀뚱하게 내 밥 먹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면 왠지 찜찜할 것 같단 말이야.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냉장고의 문을 연 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고야 말았다. 이거 완전히 비어 있잖아. 이런 상태로 뭘 먹으라는 거지?

“김치마저 다 떨어져 버린 건가.......”

라고 중얼거리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 아니 대체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먹을 것이 다 떨어진거지? 난 그렇게 식충이가 아닌.......

잠깐만....... 계산을 해 보자.

어제 저녁은 날개랑 볼링치고 돌아와서 바로 싸우러 나갔으니까 패스, 점심은 학교에서 먹었으니 패스, 아침은 늦게 일어나서 굶었으니 패스. 즉 어제는 먹은 것 없음.

그제 저녁은....... 안 먹었지. 난 그 때 세이버의 칼을 맞아서 밤늦게까지 기절해 있다가 일어나서 날개랑 실갱이 하다가 주인아저씨에게 쫓겨서 바깥으로 나갔고. 그러니까 그제도 없음.

그럼 그 전날 저녁은.......

....... 잠깐. 그러고 보니.

“범인은 네 녀석이었냐앗!”

대체! 대체! 내가 쓰러져 있던 동안 얼마나 먹어 치운거야! 생긴 것은 전혀 그렇게 안 생겨먹어서!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세이버와 캐스터를 애써 무시한 채 난 투덜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이거이거. 예상 외로 식충이가 아닐까....... 날개는.






오전에 있는 한 과목만으로 수업이 끝나는 금요일. 비록 그 수업이 3시간짜리 수업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마음이 가벼워 지는 것은 별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토요일이 이랬을까. 뭐. 실제로 마음이 가벼운 것은 드디어 수업이 끝났으니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만.......

오늘은 어디 갈 거다. 누구를 만날 거다. 라는 대화를 나누는 인파들을 헤치고 건물 바깥으로 빠져나온 나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발걸음을 옮겼다. 금요일인데도 놀지도 못하고 집에서 대기해야 하는 운명의 성배 전쟁 참가자들을 위해 묵념. 아. 거기 나도 포함 되던가? 배가 고프니 머릿속도 복잡해진다. 실제로 몇 끼를 굶은거지?

“후우.”

자자. 그 딴 것 생각 해 봤자 소용없다. 일단 시내로 나가서 할인 마트에서 식료품을 좀 사 와서 밥이나 해 먹자.

....... 아니. 그랬다가는 배가 등가죽에 붙을지도 몰라. 일단은 식당에서 무언가 좀 먹고 가는게 낫지 않을까?

....... 그런데 배부르면 또 귀찮아져서 저녁 식사 때나 되어야 시내로 나갈 것 같은데. 하아. 자신을 너무 잘 아는 것도 문제란 말이야.

그럼 대체.......


1.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은 참고 시내로 나간다.
2. 현재가 중요한 법이다. 일단 밥이나 먹고 보자.
























































































































투표는 28일 월요일 오후 9시에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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