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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 더 월드4장-5

azelight 2008.07.09 15:23 조회 수 : 350


4장도 절반 정도 왔습니다.
끄트머리에 전투씬 하나정도 넣어둘 생각임
아직 슈는 눈에서 빔을 쏠 정도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네요.
어서 눈에서 빔을 쏘게 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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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은 결국 성지로 가기고 결정하고 나서 각자의 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매커드는 자신의 방에서 홀로 명상에 빠져 스스로를 가다듬으려고 했다. 하지만 방문자가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문을 꽈 채우는 테드릴의 거체가 웅크린 자세로 매커드의 방으로 들어와 어께를 폈다.

 

“매커드.”

 

“무슨 일인가 테드릴?”

 

매커드는 의외라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테드릴이 개인적으로 매커드를 찾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리고 대게 이런 경우 그를 찾아오는 것은 크라드였지 테드릴이 아니었다. 그는 큰 덩치와 우악스러운 완력에 비해 온화한 성격이라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법서로군. 그건. 루드의 마법서인가?”

 

테드릴은 매커드의 말에 대답치 않고 시선을 내려 매커드가 들고 앉은 책을 지적했다. 매커드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설마 그가 이 책을 알아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네. 자네가 이 마법서를 알아보다니 놀랍군. 이건 루드의 마법서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마법서인지는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테드릴의 말이 맞다는 것 정도는 알려주었다. 테드릴은 더 이상은 흥미 없다는 듯 마법서에서 시선을 땠다. 매커드는 책을 덮고는 자신의 등 뒤에 내려놓았다.

 

“매커드.” 테드릴은 굵고 깊이 울리는 특유의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나는 테레사의 부탁으로 자네를 계속 도와왔지만 더 이상 자네가 무용한 짓을 벌인다면 생각을 달리 할 수밖에 없네.”

 

“무슨 소린가?”

 

매커드가 정말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테드릴의 두 눈은 불타는 듯이 빛나며 매커드를 찔러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속내를 모두 꿰뚫고 있다는 듯이.

 

“모른 척 하지 말게, 매커드. 자네가 그 아이의 재능에 질투했던 8년의 시간에 대해서 내가 말할 필요가 있을까? 잘 숨겨 왔겠지만 나에겐 그렇지 못했네.”

 

테드릴의 말을 들으며 매커드는 이 남자가 뛰어난 전사이면서도 또한 북부 야만인들의 사제장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했다. 그때의 첫 만남 때도 그는 매커드의 많은 것들을 읽어냈었다. 이후 그는 그 특수한 천성을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천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내가 어리석었네. 나는 그 아이가 그토록 고통에 익숙해질 거라곤 생각 못했지. 솔직히 나는 그녀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고 믿었었네 만 그렇지 못했어. 물론 자네가 일부러 그 봉인을 풀어줄 거라는 생각도 못했지만.”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네.”

 

테드릴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럼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내가 그 아이를 고문 한 것 말인가? 그 아이는 어차피 인간이 아니네. 마법적인 도구지. 내가 만들어낸. 흥미로운 소체이자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나도 인정하네. 하지만 자네처럼 그 아이를 위해 감정이입을 하기는 힘들군.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매커드는 냉정히 말했다. 물론 테드릴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그런 말로 흥분하지는 않았다.

 

“알면서 말을 돌리는 건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네. 어차피 그 아이가 풀려난 이상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심판 받게 되어 있지. 매커드 자네라도 그것을 막을 순 없을 걸세. 슈는 이미 우리의 힘을 월등하게 상회하고 있으니.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네에 관한 것일세.”

 

“나에 관해서?”

 

“그래. 최근 자네에 관해서 불길한 느낌을 받고 있네. 예전에도 자네가 위험한 인간이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이번에는 보다 명확하게. 그리고 그 느낌은 자네와 함께 상아탑에 들른 후 부터야.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듣고 싶어졌네.”

 

“글세. 딱히 대단한 생각은 하고 있진 않네. 확실히 위험한 생각은 하고 있지. 어쩝면 이걸로 ‘밤의 군주’를 우리 손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몰라.”

 

매커드는 그렇게 말하고 테드릴에게 루드의 마법서를 들어 보였다.

 

 

소녀는 말했다. 너는 봉인의 일부. 나는 너의 본체라고.

너는 대가. 내가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나를 소모한 대가로 이 세계의 위협 하나를 파기해주기로 한 것이라고.

자신도 그러고자 한다. 남은 시간을 받쳐 한 소녀가 그녀의 미래의 적에게 대적할 수 있는 힘을 주고자 한다. 비록 자신의 소멸을 앞당긴다고 해도.

슈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인가...

 

하루가 지났지만 미르카는 깨어나지 못했다. 아마도 제법 긴 시간을 잠들어 있어야 할 터였다.

 

“어서 깨어나길 바라. 너에게 가르칠게 너무 많아. 부족한 시간만큼.”

 

슈는 잠들어 있는 미르카의 이마를 쓰다듬고는 마차에서 내려왔다. 파괴된 관문의 외벽에는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관문의 성벽에 천막을 치고 자리 잡고 있었다. 도시의 내부는 슈가 결정화의 장벽을 풀었기 때문에 열기에 짓눌려 엉망이었다. 안델이 황급히 빙설의 원소령을 불러 열기를 식히지 않았으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그 뜨거운 열기에 죽임을 당했었으리라. 그 정도로 분노하는 자 모르세즈의 환염煥炎은 강렬했다. 아직도 슈도스의 중심은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깨어난 거야?”

 

감각적으로 이미 인간을 초월한 안델이 슈가 마차에서 내려오는 것을 느끼고 돌아보았다.

 

“응.”

 

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윈델이 기원을 통해 졸지에 난민이 된 시민들에게 기적을 내리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이 내민 바구니에서 빵과 고기가 원하는 만큼 솟아나왔고 물잔과 술잔의 내용물이 갈증을 채울 때까지 결코 비지 않았다. 이스마일의 대교사 윈델은 신화속의 성자처럼 사람들의 굶주림을 위해 헌신하고 있었다.

 

“셰리엘은?”

 

“아, 사람들을 구출하겠다고 남았어. 아마 그녀의 능력이라면 어떻게든 했을 거야.”

 

안델이 대답했다. 슈 역시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충분히 강했고 또한 예리했다. 마음 착하고 여린 그녀는 누군가의 눈물을 보기 싫어했겠지. 아마 그녀가 구하고자 한 자들은 모두 목숨을 구원받았을 것이다. 구할 수 없었던 자들을 빼고.

 

“기사들은?”

 

“난민들을 돕고 있어.”

 

그렇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라부르트에 의해서 프라나가 파괴당했을 때 그녀육체와 정신을 속박하던 봉인도 함께 훼손당했다. 파괴된 봉인의 틈으로부터 억압되어 있던 영성이 풀려나 그녀를 충만히 채우고 있었다. 원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봉인이 풀렸다는 것은 결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밤의 군주’의 대적자로서 그 힘을 발할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이젠 자력으로도 이 봉인을 파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슈는 당장 봉인을 파기하진 않았다. 아직 본성을 전부 드러낼 마음이 없었다. 강대한 힘에 익숙해지는 쪽이 좋겠지만 슈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그 힘을 조절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대적자의 숙명. 슈의 본질 그 자체였기에.

 

“그런가.”

 

슈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글라부르트. 그녀의 예지를 속인 존재. 하지만 지금은 그의 머릿속을 훑어보았기 때문에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오래된 옛것. 그토록 낡은 것의 냄새가 난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선조민이 이 소사나에 들어서지도 전. 소사나가 완전하지도 못했던 전시대에.

신과 지상의 모든 것들과 오랜 투쟁을 벌였던 옛 존재들의 하수인. 그들에게 있어 ‘밤의 군주’는 그저 몇 수 아래의 미물일 뿐. 그 옛 존재 중 큰뱀 브리만트라의 가장 나약한 하수인인 글라부르트 조차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밤의 군주’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한없이 근접한 힘이었다. 다만 ‘밤의 군주’와 같은 무한한 재생력이 존재하지 않을 뿐 순수하게 무력만을 따지며 전혀 꿀리게 없는 존재였다.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세계에 아리키를 놓아두고 자신은 소멸해야하다니. 속이 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슈. 어이, 슈.”

 

안델이 불렀기에 슈는 고개를 그에게로 돌렸다.

 

“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방해를 받은 슈는 내심 짜증이 났기에 투명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안델은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어제 썼던 그 기술 정체가 뭐야? 관월성천의 오의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안델은 어제부터 계속 그것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었다. 무인인 그로서는 눈이 반짝반짝 빛날 만큼 굉장한 화제이긴 했다. 차원을 쪼게고 대기권 밖까지 날아가 소사나의 중력을 뚫고 사라질 뻔 한 에텔링크의 창격은 이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경지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기술이라기 보다는 마법이야. 현세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조잡한 기교가 아닌 진실되고 완전한... 그래, 굳이 정의 하자면 완벽한 마법이지.”

 

“완벽한 마법이라고?”

 

“의지가 세계를 초월하여 마법이 된 것이지. 다만 의지는 초월적으로 강력하더라도 동시에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것. 그렇기에 행동이, 그리고 의지를 닮을 그릇이 필요하지만. 애초에 그런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소체가 이 세계의 내부에선 존재할 없어. 그것이 가능한 것들은 신에 준하거나 그를 초월한 자들.

관월성천의 오의라는 것은 굳이 내가 붙인 이름을 뿐이야. 꿰뚫고자 의지의 발현에 대해서 이름을 붙인 거지. 세계를 초월한 의지의 발현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나 자신에게도 부담이 커. 대신 창세종견의 춤을 추는 자라 할지라도 맞추기만 하면 해치울 수 있지만.”

 

“굉장하군.”

 

안델이 감탄하자 슈는 그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단지 뜻을 세우고 그를 행하는 것뿐이야. 의지가 충분히 높이 다다른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지. 하지만 그 높이까지 누구라도 다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흉내조차 꿈도 꾸지 말라는 강한 부정이 목소리에 실려 있었기에 안델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정확한 의도는 네놈따윈 꿈도 꾸지 못할 아득한 경지라는 식의 내용이었지만 어쨌든 굉장한 감정 표출이었다. ‘밤의 군주’와도 대적했던 안델이 질려버릴 정도였으니까.

 

“뭐, 꿈도 꾸지 못할 거면 별 수 없지. 그럼 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테레사는 완전 겁에 질려있던데. 티를 안 내려곤 하지만 그것도 힘든 것 같더라고. 말수도 아주 팍 줄어서 테드릴이 걱정이 크더라. 크라드는 평소대로로 보이고 매커드와 테드릴은 은근히 신경 쓰는 눈치더군.”

 

그리고 왜 그렇게 신경 쓰는지도 이젠 이해되는 안델은 슈의 안색을 살폈다. 슈는 안델의 말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아리키만을 신경쓰다가 그들을 까먹어버렸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까먹었다기 보다는 인식범위에서 치워버린 것이지만 그래도 괜시리 기분이 나빠지는 슈였다.

 

“글세. 어떡하는 것이 좋을까. 마음 같아서는 전부 쳐 죽이고 싶은데.”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풍기며 슈가 안델을 바라보았다. 이미 안델로는 넘어 볼 수 없는 절대자. 설령 그 ‘밤의 군주’라 할지라도 지금의 슈 앞에서는 초라할 것이리라. 더구나 그 존재감이 얼마다 대단한지 저 멀리 천막을 펴고 앉은 난민들까지 슈가 있는 방향을 보고 공포에 질려 있었다.

가까이 앉아 있는 안델은 숨이 텁텁 막힐 정도였다. 죽음이 코앞으로 임박한 것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안델은 슈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는지 반격 태세는 전혀 취하지 않고 있었다. 도리어 사정을 모르는 윈델이 허겁지겁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슈는 그런 윈델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안델 쪽을 바라보았다. 검은 심연과도 같은 외쪽 눈동자가 매끄럽게 빛났다. 그리고 돌연 주변을 지배하던 압도적인 존재감이 착 가라앉았다.

 

“아직은 살려두겠어. 죽일 생각도 없어. 하지만 벌은 줘야겠지. 압도적인 힘의 차라는 것을 느끼며 바닥을 기게 만들어주는 정도는 괜찮겠지.”

 

슈는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매커드들에게 내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은 비밀로 해줘.”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슈는 허겁지겁 뛰어온 윈델을 맞이했다.

“헉헉. 대체 무슨 일이야.”

 

대교사란 직책도 모자란 체력은 보충해주지 못하는 지 윈델은 숨을 헐떡였다. 슈가 살의를 모두 거둬들였지만 주변에 미친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았다. 그것은 사술의 거상의 공포를 부르는 외침이상의 충격이었을 것이다.

 

“조금 기분 나쁜 일이 생각나서. 별거 아냐.” 슈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은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우리? 일단 동료들에게로 돌아가서 합류할 생각이야. 슈도스 신전도 무너졌고, 여기 더 이상 있어봤자 소용없으니까.”

 

슈의 질문에 안델이 대답했다. 윈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윈델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헛수고 할 뻔 하셨네. 남족 관문으론 곧 셰리엘이 소식을 가지고 올 거야. 하루만 기다리면 도착 할 테니까 그냥 여기 남아서 저 기사들과 함께 난민들이나 좀 수습하도록 해.”

 

“정말이냐?”

 

“물어볼 것도 없이 사실이야. 내가 고통 받도록 방관했단 점에서 당신들도 용서가 안 되지만 나는 관대하니까 용서해주지. 당신들의 전력을 깍아 먹어봤자 결국 아리키에겐 해만되는 일일 테니까. 후. 나중에 다 같이 벌을 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어차피 당신들하곤 대립할 수밖에 없거든.”

 

“대립할 수밖에 없다니? 네 말로는 아리키라는 애를 지키기 위해 지금 행동을 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어째서 우리가 서로 대립한다는 말이지?”

 

윈델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단지 “아리키에게 해가 된다.”라는 한 마디로 슈의 행동원리를 파악했다는 점에선 통찰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슈가 어째서 자신들과 대립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인간들의 공적이 ‘밤의 군주’와 ‘어둠의 교단’일 터인데.

 

“우리는 원수지간이잖아. 조만간 행동으로 보여 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

 

슈가 상쾌하고 산뜻하게 말하자 안델과 윈델은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이 그녀가 성장하며 당한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해도 방관한 그들에게는 분명 책임이 있었다. 이토록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을 소녀. ‘밤의 군주’의 무한한 저력을 겪은 그들은 다시금 그에게 도전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무언가 새로운 수단이 필요했다.

거기서 안델은 무책임하게 손을 땠다. 저 어린 아이에게 그런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하기에는 양심에 가책이 일고 그렇다고 마냥 반대할 수도 없었다. 그는 ‘밤의 군주’에 의해 매커드와 함께 가장 죽음에 가까운 상태에 도달했었었다.

진정 영웅이라면 희생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아니 것만 그는 공포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

 

안델이 단념한 듯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응보다. 결국 그녀가 심판하겠다면 자신들을 살해치 않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것이다. 지금 그가 보는 슈에게는 충분히 그럴 힘이 있었다. 당시 작은 소녀하나 보호하지 못한 것이 억울해 미친 듯이 세상을 떠돌며 쌓아올린 것보다 더한 힘을 그녀는 쌓아올렸다.

이제 와서 그가 무어라 말한단 말인가.

우울해지는 안델을 두고 윈델이 슈에게 물었다.

 

“우리는 여기서 셰리엘을 기다리라고 한다면 너는 어떡할 건데?”

 

“나? 나는 동쪽 관문으로 갈 생각이야. 내가 ‘밤의 군주’를 부활시키려면 ‘어둠의 교단’은 방해일 뿐이니까. 전부다 쓸어 담아야하지 않겠어?”

 

“네가 밤의 군주를 부활시킨다고?”

 

침울해하던 안델이 단박에 부활했다.

 

“그래. 세상을 향한 해코지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겠어. 너희들은 열심히 막아보라고. 내가 고작 고삐 풀린 망아지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지. 밤이 침범할 것이다. 너희들 따윈 단숨에 어둠 속에 잠재워 주지.”

피식하고 슈는 웃더니 사라졌다. 그들은 처음 보는 공간 치환의 수법이었다. 매커드가 그들에게 경고한 적은 있지만 워낙 갑작스러운지라 대응커녕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슈는 자신의 마차와 그 속에 자고 있던 제자 미르카와 함께 슈도스에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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