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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 더 월드 4장-1

azelight 2008.07.02 00:18 조회 수 : 488


요즘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잘 안적어 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중반을 넘은 것 자체가 처음이라서 어느 정도 위축된 감도 있고.
 이 후 전개에 대해서도 잘 떠오르지 않아서 좀 힘드네요.
어여어여 완결 시키고 싶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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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밤의 침범

 

 

“이틀만인가?”

 

검은 물길 같은 머리카락을 드리우며 소녀는 말했다.

소녀는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머리 위로 태양과 달과 별과 행성들이 떠돌았다. 손가락에는 모두 하나씩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는데 그 색깔이 전부 달랐다. 옷은 무광택의 검은 드레스이며 손목과 팔목에 가는 금빛 사슬을 차고 있고 머리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머리장식을 드리우고 있었다. 소녀는 발을 꼬고 앉아 쩍쩍 갈라져있는 슈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웃더니 슈에게 말했다.

 

“궁금한 것이 많을 텐데. 오늘은 여유가 있으니 할 수 있는 만큼 대답해 줄게. 지금까지 너의 육체를 옳아메던 봉인이 손상된 덕에 네가 너와 공존하기 쉬워졌거든.”

 

소녀는 양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불길한 느낌만 없었다면 대단히 사랑스러웠을 듯한 동작과 표정이었다. “자르륵.”하는 쇠사슬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공간은 대체 뭐지? 존재하는 것의 본질 자체를 드러나게 하는 공간 인건가?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느릿하게 지워지고 있는 금을 보며 슈는 물었다. 아마도 지금 그녀의 육체에 가 있는 금은 그녀가 방듬 전의 싸움에서 입은 영성의 손상 그 자체일 것이다. 독특하게도 이 공간에서는 그런 영성적 손상이 외관적으로 드러나는 모양이었다.

“기껏 궁금한게 그거야? 나 참. 생각대로 여기는 본질을 구현하는 곳이야. 인식의 방식은 상대적이긴 하지만 말이지. 어차피 너랑 나랑은 서로 비슷하게 보이겠지만 말이야”

 

“어떻게 그걸 알지? 비슷하게 보일 거라니. 역시 너와 나는 뭔가 관계가 있는 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사실을 슈는 그제야 물어보았다. 아마 저 소녀는 이 질문을 처음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겠지. 원래라면 질문할 필요도 없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어야하겠지만 이 공간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예지가 통하지 않았다.

 

“그것도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이 세계 내부에서라면 아무 예견도 못하겠지만 밖에서는 얼마든지 예지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좀더 본질에 다가선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아쉽네. 시간이 없으니 수수께끼 놀음도 못하고 말이야.

 

좋아.

 

너에게 남은 시간이 없으니 가르쳐 줄게. 나는 너야. 굳이 말하자면 8년 전 깨어져 나란 너란 조각의 본체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

 

소녀는 슈가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박수를 쫙 쳤다. “역시 그렇지?”라고 말하는 소녀의 만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소녀가 본 그대로 슈는 놀라지 않았다. 실제로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다른 예측들보다 확률이 낮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아마도 그녀가 ‘밤의 군주’의 봉인의 본체일 것이다. 슈 자신은 그저 ‘밤의 군주’의 파편만큼 세상에 떨어져 나온 조각일 것이고. 소녀는 자신의 일부를 찾아 이 공간을 만든 것이다.

 

“네가 ‘밤의 군주’의 봉인인거군.”

 

“그래. 나의 일부이자 현현인 아이를 보고자 기껏 찾아왔지. 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는 대가로 이렇게 되어버렸어. 이제 속박에서 해방되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어. 네가 ‘밤의 군주’를 쓰러뜨리는 순간 나는 모든 대가를 치르고 해방된다. 이 긴 꿈에서 풀려나는 거야. 그래서 만나보러 왔어. 얼마 안 되어 나에게로 돌아와야 할 아이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적어도 ‘밤의 군주’의 소멸까지는 내 존재는 보장받는 건가?”

 

“아니.”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네게 보장된 시간은 매커드에게서 빼앗은 운명의 시간 뿐. 매커드와 같이 정명한 소사나의 존재라면 40년은 버텨낼 수명임에도 너의 존재 앞에선 고작 8년을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하지. 그 시간이 최후의 최후에 다가가면 ‘밤의 군주’는 자동적으로 부활하게 되어 있어. 봉인의 성석이니 방진이니 하는 것들은 강제로 그를 일찍 부활시키는 것을 막아줄 뿐이지. 물론 ‘밤의 군주’의 부활과 동시에 너의 모든 명운이 띁나고 강제적인 결전이 있게 되겠지만. 슬슬 시간이 다되어 가는 군. 내가 보다 견고한 성채를 쌓을 수도 있지만 네가 모든 봉인을 파괴하는 쪽이 더 나을 거야. 자 마지막 질문을 받도록 하지.”

 

“지키려했던 소중한 것이란 뭐지? 만약 내가 지키려고 한다면 나 역시 대가가 필요한건가?”

 

“내가 지키려고 했던 것은 너와 같은 거야. 소중한 나의 여동생. 나의 경우는 쌍둥이 동생이지만 말이야. 너의 경우의 대가는 시간이야. 갑자기 네게 부여된 시간이 줄어든 것을 느꼈겠지. 그건 네가 그 아이. 그래 아리키를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지. 업이로군. 나는 친동생인 하현을 지키려고 했고, 나의 조각은 친동생처럼 여기는 사매를 구하려고 하고 있으니. 자, 대화는 여기서 끝이다. 조금 시간이 남아있지만 다음 자리를 위한 여력이라 생각해두지.

해줄 이야기가 많으니 빨리 봉인을 해체 시키던지, 아니면 하루에 한번은 자줘. 8년이나 혼자 있었더니 이야기 상대가 좀 절실하거든. 부탁할게.”

 

세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3번이나 봐온 이 광경 속에서 슈는 생각했다.

 

‘아리키를 지키려하기 때문에 대가로 운명을 소비하고 있다고? 그렇다면 정말 아리키에게 뭔가를 줄려할수록 시간이 줄어든다면... 앞으로 가혹할 운명을 맞을 그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남겨줘야 하지?

슈는 생각했다.

 

 

밖에는 먹구름이 몰려오기 있었기에 아리키는 서둘러 창문을 닫았다. 그녀는 지금 상아탑에 있었다.대마법사와 폭풍을 불러오는 자라는 호칭을 가진 매커드는 상아탑에서 전설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문하에서 7년을 배웠다는 이유로 그녀는 숙련자의 대우를 받고 있었고 심지어 독방까지 사용했다. 숙련가들 중 매우 고등한 몇 명만이 독방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리키의 실력이 지금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사실은 아리키 그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매커드도 슈도 마법을 가르치기만 했지만 정작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진도가 얼마나 나갔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었다. 그들은 그저 가르치고 가르치고 또 가르칠 뿐. 이미 경지에 오른 매커드와 슈가 보기에는 아직 아리키는 모자란 것투성이라 가르치고 가르칠 뿐이었다. 더구나 아리키 자신도 오직 비교할 대상이 매커드와 슈 뿐이었기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고 있진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의 아리키는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 마법사라고 자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인 숙련가의 단계다. 그 숙련가도 속에서는 몇 단계로 나누어지는 데 아리키는 그 사이에서도 최고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지만 아리키는 매커드와 슈가 정말 얼마나 엄청난 인물들인지에 대해서 실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적당히 대우도 받을 수 있고 개인연구도 허가되는데다가 상아탑내에서 자율적인 행동도 보장되었다. 대가 루피리스의 방호계 마법 수업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아리키는 그 시간을 대부분 슈가 책을 읽는데 쓰거나 슈와 어머니인 위브의 조언대로 체력을 기르는 일에 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슈의 책을 해석하는 데 힘을 썼는데. 사실상 일종의 마법서이자 암호서였다. 아리키가 장난삼아 만든 것을 슈가 개량해서 체계화 시킨 암호를 이용해 적어놓은 것이다. 외부차원의 생명체들과 환수들을 재료로 삼고 마법으로 마감한 책인 만큼 책 자체에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었다. 슈 자신이 이르른 마법의 극의와 그녀가 타차원의 존재들과 맺은 진정한 맹약, 마법식들이 남김없이 적혀 있었다. 그 외에도 잠행술, 무기술, 체술, 의학, 지리학, 군사학등 각양각색의 학문들이 그 기초부터 고급자에 해당하는 부분들까지 서술되어 있었고 몇몇 장면들은 환영으로 동작으로 볼 수 있게까지 만들어 놓아져 있었다.

마치 슈가 지금까지 배워오고 이루어낸 모든 것들을 이 속에 담아놓은 듯했다.

아리키는 아직 훑어보았을 뿐이니 이 책의 정수를 모두 얻는다는 것이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꾸준히 노력할 따름이다.

창문을 닫은 아리키는 방금 전까지 읽고 있던 슈의 마법서를 덮고 주머니 공간 속에 넣었다. 슬슬 아침을 먹을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일과보다 일찍 일어나 슈의 마법서를 읽거나 예습을 하면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론 매커드 아래서 마법을 배우던 시기랑 비슷하나 자유시간이 늘어난 만큼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사매이자 친언니처럼 따랐던 슈와 스승인 매커드가 ‘어둠의 교단’과 목숨을 건 대결을 하고 있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그들의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후.”

 

하지만 그런 경지까지는 너무 갈 길이 멀었다. 꾸준히 노력하고는 있지만 너무나도 힘들고 고되면 먼 길인 것이다. 아리키는 한숨을 쉬며 문을 열었다.

 

“벌써 고향집이 그리운 거야?”

 

탁하고 어께를 치며 어린 느낌이 나는 귀여운 목소리가 물어왔다. 아리키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보랏빛 머리칼의 소녀가 미르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리네구나. 기다리고 있었니?”

 

“응. 아리스랑 코후네는 자리 잡고 기다린데. 어서 가자.”

 

“그러자.”

 

아리키는 리네의 손을 잡고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리네는 아리스, 코후네는 대가 루피리스 아래에서 함께 방호계를 배우고 있는 동문이었다. 아리키는 숙련자라서 대가의 교실에서 교육 받지 않지만 스승인 매커드의 주선으로 특기인 방호계를 더욱 갈고 닦기 위해 대가 루피리스의 문하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굳이 식당으로 가기 전에 리네가 데리러 온 이유는 다른 쪽에 있었다. 워낙 마법적으로 얽히고설킨 탑의 내부인 만큼 식당을 가는 것조차도 싶지 않아서 안내를 위해 같은 교실의 3 사람이 돌아가면서 아리키를 데리러 오는 것이었다. 대충 일주일 정도를 이렇게 한다고 한다. 어차피 상아탑의 신입자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중요한 몇군데를 외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보통은 교실의 상급자가 하급자를 지도하는 형식이지만 아리키가 예외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도리어 하급자라 할 수 있는 아리스들에게 안내받고 있었다.

 

‘별 수 없지.’

 

아리키는 꼭 손을 잡은 리네를 내려다 보며 생각했다. 어서 빨리 이 탑에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하자.’

 

오늘도 아리키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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