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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일색 천하일색/키리의 장

느와르 2004.05.25 21:59 조회 수 : 454




  [두 자루가 모인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두 자루가 한 사람에게 모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천하일색/키리의 장 - 보물을 찾는 여인



 
  키리 가르테아는 우수한 마법사였다.
  다른 마법사에게는 일주일이나 걸리는 마법을 하루면 익혀내고, 의식, 주문영창, 시약 사용
같은 기본적인 소양은 무서운 속도로 습득해 나갈 정도의 엄청난 재능. 그녀의 재능은 다른
마법사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엄청난 것이었다.
  키리 가르테아는 최고의 마법사가 될 수 없었다.
  길이 통해있지 않다. 그녀를 가르친 지 5년 만에 그녀보다 하급의 마법사가 되어버린
그녀의 스승은 비통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마법사로서 궁극에 달하기 위해 익혀야하는
최후의 절대마법. 세계의 섭리(二十七段運命木) 그 자체의 힘을 이용하는 27단
최후마법(Magic Of Order Break). 하지만 키리의 몸은 그것에 연결(Connection)하기 위한
어떤 "마법적 부분"에 선천적인 결함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상당히 우수한 마법사이긴 하지만 결코 최고의 마법사는 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스승은 키리의 결여된 부분에 자신의 부분을 이식해서라도 그녀를
최고의 마법사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그것은 스승의 생명을 빼앗는 일. 키리는 단호하게
그것을 거부하고 그의 곁을 떠났다. 강한 자존심 때문에 융통성이 결여되어 있는 몇몇
천재들과는 달리 그녀는 꽤나 유연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 마법으로 최고가 될 수 없다면
다른 방면에서 최고가 되면 되는 거야.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켰다.

  “후우……."

  무너진 신전의 입구에 쳐진 결계를 풀어낸 키리는 비어버린 시약병을 허리 뒤쪽에 매달린
주머니에 넣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법사로서 최고는 될 수 없다고 해도 그녀는 마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마법이란 건 돈이 많이 드는 일. 거의 막대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 비용을 감당하려면 다소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보수가 큰일을 하는 편이 나았다.
  덕분에 그녀가 시작한 것이 트레져헌팅. 그것도 단체단위의 던젼에 혼자 도전한다는 꽤나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레벨의 일이었지만 보석의 마법사에 도전하던 그녀는 마법의
실력만큼이나 검의 솜씨도 훌륭. 그것으로 어느 정도는 단독행동이 가능했다. 단체
단위 던젼의 재보를 혼자서 독차지할 경우 그것은 정말 엄청난 벌이었다.

  “양식은 비교적 근래. 결계가 그대로인 점으로 봐서는 내가 처음일까……."

  허리에 찬 벨트에 꽂혀있는 시약병들을 꼼꼼히 점검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키리는
애용하는 장검을 뽑아들고 그 검신에 붉은색의 시약을 뿌리며 주문을 외웠다.

  [8과 9사이의 반역수(反逆數). 병기에 깃들어 강화하라.]

  뿌려진 붉은 액체가 마치 젤리처럼 움직여 기묘한 문장을 그린다. 한순간 눈부신 빛을
내뿜은 검은 은은한 붉은 빛을 내기 시작했고 키리는 검을 다시 검집으로 되돌리고는
비어있는 벨트의 슬롯에 다른 시약병을 끼워넣었다. 이제는 신체 쪽에 마법을 걸 차례.
그녀는 이마와 미간의 사이에 손가락을 대고 주문을 외웠다.

  [1과 3사이의 존재수(存在數). 신체에 깃들어 변화하라.]

  차가운 감각이 이마에서부터 얼굴전체를 달린다. 키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을 몇
번 깜빡였다가 떴다. 이종족의 인프라비젼(赤外線視野)과 동일한 기능을 발휘하게 눈을
변화시킨 키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완벽. 그럼에도 키리는 한 번 더
꼼꼼히 자시의 몸을 살피고는 신중하게 신전의 입구로 발을 들여놓았다.
  신전은 사도(邪道)를 따르는 광신도들이 지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매도하기엔 신전의 외벽이나 내부는 단정하고 깨끗했다. 어느 정도 진입 했다고 생각하는
부근까지 왔지만 함정따위는 하나도 없다. 놀라울 정도로 피 냄새가 나지 않는 사교의 던젼.
키리는 그것이 더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다.

  “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는 지옥이라니. 최악이네, 여기."

  경멸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리고는 신중하게 한발을 내딛는다. 바닥은 신중할 정도로 꼼꼼히
한단 한단 깔려있는 붉은색의 포석. 가히 왕궁의 지하보관실에나 쓸 만한 건축방식으로
지어져 있는, 사교의 것이 아니라면 문화재가 될 만한 던젼이었다.

  “대체 말야. 이 정도의 벽돌을 어디서 구한건지. 게다가 붉은색이라면 상당한
고급품이잖아. 추종자중에 어딘가의 부호라도 섞여있던 걸까."

  발을 구르며 중얼거리던 키리는 문득 이상한 걸 느꼈다. 손을 움직여 검자루를 쥐고
발밑을 다시 한 번 구른다.
  출렁.
  잔 물결치는 벽돌. 키리는 숨을 삼키며 자신의 눈에 걸었던 마법을 제거했다.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눈앞. 빛을 내뿜는 시약을 하나 뽑아든 그녀는 그것으로 발밑의 포석을 관찰했다.
발자국으로 더러워진 흰색의 포석. 그것은 절대로 붉은 색이 아니었다. 그녀는 인프라비젼을
당연히 사용하고 있던 터라 눈치 채지 못했다. 열원을 붉게 표현함으로서 사물과 생물을
구분해주는 인프라비젼에 사물은 붉은색 아니면 초록색을 띌 뿐이다. 그런데 바닥이 붉다는
것은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키리는 조용히 검을 뽑아 있는 힘껏 바닥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녀가 예상했던 것처럼 붉고 따듯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읏!"

  황급히 고개를 피한 탓에 얼굴에는 묻지 않았지만 액체는 키리의 장갑과 검을 온통 붉게
물들였다. 특유의 냄새. 맛을 볼 필요도 없었다. 키리는 얼굴을 찌푸리며 뒤로 조금 물러섰다.
구역질이 난다는 얼굴을 하고 내뱉듯이 중얼거린다.

  “식지 않은 피를 채워 넣은 벽돌이라니, 역시 사교라는 자들은!"

  갑자기 넘칠 정도의 피냄새가 사방을 메워 오는 것 같았다. 이곳은 지옥이 맞아,
피비린내를 교묘하게 위장했을 뿐인. 키리는 진저리를 채며 뒤로 물러났고, 뚜벅 하고
바닥을 딛는 소리에 맞추어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피…피가…필요…해….
  망령 같은 목소리. 감정이라고는 갈구밖에 남아있지 않은 역겨운 목소리가 키리의 귓가에
들려왔다. 재빨리 왼손으로 3개의 시약병을 뽑아들고 검으로는 공격 자세를 취하는 그녀가
기대고 있던 벽이 부서지듯 깨어져나가며 붕대로 감싸인 팔이 튀어나왔다.

  [2에서 7까지 파괴수(破壞數)! 멸하고, 부수고, 찢어발겨라!]
  
  팅기듯 벽에서 몸을 피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시약병을 공중에 뿌리며 주문을 외친다. 서로
다른 세 가지 붉은색 시약은 공중에서 마법의 문장을 그려내고는 폭발적인 화염을 사방으로
뿌려냈다. 복도의 양측 벽을 부수며 튀어나오는 붕대감긴 사령들의 몸에 엄청난 온도의
화염을 무지막지한 스피드로 쏘아서 부수어버리고, 화염으로 흔적도 없이 짓이긴다. 하지만
사령들의 기세도 절대적, 마치 파도처럼 복도의 벽이 부서져나가며 피 냄새에 취한 사령들이
끝도 없이 꾸역꾸역 튀어나온다. 키리는 주위를 둘러보고 정말 무방비하게도 눈을 감았다.
  검사의 덕목은 판단력이다. 수많은 전투에서 익히는 감각. 자신을 채찍질해서 갈고 닦는
단련. 그것들은 모두 판단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 검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판단력이 중요하다.
  마법사의 덕목은 신중함이다. 마법을 발사하기 위한 마력. 적을 최단 시간 내에 파괴할 수
있는 지식. 그것들은 모두 신중함속에 포함되어 있는 부가적인 것. 마법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중함이 중요하다.
  키리는 눈을 떴다. 최단 시간 내에 신중한 판단을 내린다. 마검사인 그녀에게는 그것이
최고의 덕목. 1초 이하의 극히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모든 계산을 끝낸 그녀는 벨트의
시약을 뽑아들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썩어문드러진 팔에서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엄청난
속도로 덮쳐오는 사령의 군체들. 키리는 들고 있던 검을 최일선의 사령에게 박아 넣으며
들고 있던 시약병들을 바닥에 내던졌다.

  [1과 9사이의 모든 대죄수(大罪數)!]

  박아 넣은 검을 그대로 옆으로 돌려 덮쳐오는 입을 부순다. 마법으로 강화된 검으로 썩은
짚단이나 다름없는 사령들의 몸을 착실히 부숴나가며 키리는 또 하나의 시약병을 바닥에
던지며 주문을 이어나갔다.

  [흡수하고, 갈아버리고, 먹어치워라!]

  바닥에서 섞인 액체가 폭발했다. 그 키리는 검을 박아 넣은 사령의 몸을 그대로 벽에
밀어붙이며 구르듯이 몸을 내던졌다. 두 액체가 섞여만든 끔찍한 검은색. 그 검은색의
웅덩이는 맹렬한 폭식의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키리가 그린 폭염의 마법진이 빨려들어가고, 부서진 사령들의 파편들이 부서진
벽돌들과 맞물려 빨려들어갔다. 몸부림치는 사령들조차 가차 없이 빨아들이는 검은 수렁.
키리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사령의 몸뚱아리를 피해 바닥에 엎드리고는 들고 있던 검을
박아 넣으며 주문을 외웠다.

  [0과 1의 양대수(兩大數). 뿌리를 내려 합심하라.]
  
  바닥과 일체가 된 검이 단단한 손잡이가 되어간다 키리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움켜쥔 채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마법에 버텼다. 大 罪 數(Number Of Vice). 그것은 원래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숫자. 듣는 것만으로도 저주가 걸리고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혀가
썩어들어가는 숫자로서 구현된 마법이기에 심지어는 마법사조차도 그것을 억제할 수가 없다.
키리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남은 시약병을 벽에 집어던지며 주문을 외쳤다,

  [4와 5사이의 파괴수! 부숴버려라!]

  폭발한 시약병과 함께 벽도 뚫린다. 그녀는 전신의 힘을 다 쏟아 부어 칼자루를 박차고 그
구멍 안으로 몸을 굴려넣었다. 키리의 판단은 정확 했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뛰어 들어간 것은 숨겨진 방. 그리고 그런 것들은 언제나 강철의 독을
품고 있었다. 딸깍, 하고 키리의 손이 닿은 바닥이 손가락 반마디 만큼 밑으로 꺼진다.
키리가 몸을 앞으로 굴린 것은 마법사로서의 눈부신 직감 때문. 그와 동시에 그녀가 있던
자리에 강철의 가시가 수도 없이 내리박혔다. 안도할 틈도 방심할 틈도 없다. 그녀가 넘어진
자리에서는 또다시 무언가의 스위치가 작동 됐고, 그녀는 튕기듯이 몸을 일으키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가시가 잔뜩 돋힌 커다란 철구라던가, 길로틴의 날을 수십 배로 뻥튀기해둔 칼날이라던가,
나무가 아니라 목조건물용인 것 같은 회전 톱날이라던가. 꽃꽂이용 침봉의 백 제곱 같은.
그야말로 정통적인 함정이 끊임없이 작동되며 키리를 덮쳐왔다. 때로는 피하고, 때로는
숙이고, 때로는 마법을 발해 부수며, 키리는 계속해서 방의 출구까지 달려 나갔다. 방의
바닥은 그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위치. 단 하나를 작동시키면 모든 함정이 그것과
맞물려 작동하기 시작한다. 걸음을 멈추면 그대로 죽는 수밖에 없다. 덮쳐오는 두 개의
철심을 피해 몸을 도약한 그녀는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아래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절망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뻐끔히 입을 벌리고 있는 함정. 깊이가 있다면 그
끝에는 무수한 칼날이 기다리고 있겠지. 중력에 매달려 속절없이 떨어져가는 키리의 몸.
  그녀는 이를 악물며 순식간에 판단했다. 검은 흑발의 사이에 비상용으로 준비해 두었던 한
벌 52장의 카드를 뽑아 전신에 휘감는다. 쓰여진 주문(Spell)은 모두 틀리지만, 사용자가
명하는 것은 단 하나. 그 카드는 원래부터 그런 부조리한 주문(Order)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물건(Artifact)이니까.

  [소원을 지키는 저주의 카드! 그 주인의 몸을 무엇보다 강하게 하라!]

  몸을 휘감은 카드가 눈부신 빛을 발하고, 함정에 박힌 수많은 칼날이 몸을 덮친다.
거기까지가 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전부였다.



  

  “살아있네."

  어깨에서 느껴지는 둔중한 고통으로 그것을 강하게 자각하면서 키리는 정신을 차렸다. 몸
주위에는 부서진 칼날의 조각과 보통의 카드로 돌아가 버린 52장의 카드가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마법의 카드. 가히 아티팩트라고 칭할 수 있는 그것을
사용해 버렸다는 굉장한 상실감이 밀려온 탓에, 키리는 눈을 감고 이마를 감쌌다.

  “……이곳에 이 카드의 가치랑 맞먹는 게 없다면. 이런 구역질나는 사교의 본거지 따위 다
부숴버리겠어."

  분노가 섞인 진심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키리.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확인하자
그곳에는 커다란 구멍이 끝도 없이 뻗어있었다.

  “기세를 몰아 최하층까지 뚫고 내려와 버린 걸까."

  어깨의 통증은 아마도 추락의 반작용이겠지. 그래도 저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단지 가벼운
타박상뿐이라면 감사할 일이다. 키리는 세삼 사라져버린 아티팩트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가,

  “자아. 그럼 뭔가 찾아볼까."

  금세 떨쳐버리고 품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깨끗한 흰색의 보석을 꺼내 엄지와 약지로 쥐고
가볍게 마력을 불어넣는다. 곧 선명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보석을 조명처럼 사용하며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위쪽의 치밀한 설계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제멋대로 지어진
커다란 홀. 출구인지 입구인지 모를 문은 단 하나뿐. 키리는 왼손의 장갑을 벗고 옷소매를
팔꿈치 까지 걷어 올렸다. 손목부터 어깨까지 빽빽하게 새겨진 붉은 문신. 시약을 매개체로
하는 마법은 사용할 수 없으니 자신의 신체를 매개체로 하는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짧은
주문을 발해 왼손바닥위에 이글거리는 폭염의 구를 생성한 그녀는 오른손으로 조용히 문을
밀었다.

  “……."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키리는 말문이 막힌 채 그냥 그 안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방의 가운데 산처럼 재보가 쌓여있다. 눈부신 황금, 번쩍이는 보석, 날카로운 보구들.
그것들이 뿜어내는 섬광 때문에 방안은 대낮처럼 밝다. 키리는 잠시 멍해있던 정신을
추스르고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신중하게 감지했다. 결과는 제로. 30여 분에 걸친
신중한 감지 끝에 별다른 위험을 찾아내지 못한 그녀는 왼손의 마법을 제거하고 천천히 방
안으로 몸을 들여놓았다. 푸욱 하고 발이 금하의 바닥 속으로 꺼져 들어간다. 방은 원래
커다란 구덩이 같은 형태로 그 구덩이를 수많은 금화가 메우고 있는 듯 했다. 드래곤의
레어에 맞먹을 정도의 엄청난 보물. 그녀는 거의 기적과도 같은 재물의 양에 어이없는
한숨을 쉬고는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나아갔다.
  
  “이 정도면 무한왕의 재보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정말 엄청난 양이잖아. 이 방면으로
최고에 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마법각인을 사방의 벽에 새기고, 결계와 이동용 각인 까지 완성시킨 키리는 눈앞의 재보를
보며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한 모습으로 유유히 금화의 호수 위를 걷던 그녀는
문득 그 안에 파묻힌 검의 자루를 꺼내들었다.
  
  “이거……!"
  
  자루에 흐르는 엄청난 마력만 보아도 이것은 굉장한 명검이다. 키리는 조용히 그 검의
자루를 묶고 있는 붉은 실을 끊어내고 검을 뽑았다. 외견은 평범. 별다를 것 장검이지만 그
안에 흐르는 마력회로라는 것은 가히 키리의 혼을 빼놓을 정도였다. 이건 명검의 수준이
아냐. 이건 이 제보 모두와 맞먹을 정도의 물건이다.

  “이 정도면 카드와 대신해줘도 되겠네. 음음. 그래도 되겠어."

  기쁜 듯이 중얼거리는 키리. 황금의 호수에서 미소를 짓는 흑발의 여인. 그 모습은 어느
전승에서인가 잊혀진 재보의 여왕(Queen Of El-dorado)같은 모습이었다.



  -천하일색 암검 월하미인 소유자 - 키리 가르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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