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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도깨비 반장님 Jinsan -
                                                             밤 : ??? (1)




그 것은 독 이었다.

오직 검은 일렁임만이 가득한 거대한 무언가.
그 몸에 닿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진득한 괴물.
그저 흔들리는 형태 속에서 어렵게나마 사람의 형태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누구도 그 것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도 그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공포에 질려,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도망치려 하지만 그 것은 헛된 발버둥일 뿐.
이미 도시 하나를 통채로 삼켜버린 전적이 있는 그 괴물에게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 어떤 무기도 통하지 않는다.
그 어떤 저항도 먹히지 않는다.
그릇된 인간의 상념이 만들어낸 괴물은 이미 더 이상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
결국 그렇게, 자신을 탄생시킨 인간을 삼켜가고 있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슬퍼하고, 좌절하고, 두려워하고, 원망한다.
하지만 그 수 많은 소리와 바램은 검은 진흙에 먹혀 순식간에 녹아내릴 뿐이었다.

"기분 나쁜 냄새야."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한 소녀가 중얼거린다.

하늘하늘한 느낌을 주는 푸른색의 옷을 입은 소녀였다.
옷에는 치렁치렁한 장신구들이 잔뜩 달려 있어 화려한 느낌을 준다. 옅은 푸른빛의 머리카락은 엉킨 곳 하나 없이 바람에 따라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머리카락 아래서 치켜 뜬 두 눈은 일견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한 분노를 담아 빛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진다.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타고 날아와 소녀의 귓가에 와서 닿는다. 소녀의 귀 뒤로 나 있는 흰색과 푸른색의 돌기, 마치 깃털처럼 보이는 그 것이 비명소리를 피하려 하는 듯 가볍게 흔들린다.

- 정말로 저 곳에 갈 것인가? 춤추는 바람이여.

"왜? 당연한 것 아냐?"

소녀는 살짝 코웃음을 치며 답한다. 그런 소녀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커다란 푸른 색의 늑대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늑대가 다시 입을 연다. 그 곳에서는 조금 전과 같은, 중후한 느낌을 주는 사람의 말이 튀어나온다.

- 하긴, 말린다고 들을 것 같지는 않군.

"그걸 이제 알았어?"

소녀는 쿡쿡거리며 웃고는 손을 뻗어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등 뒤에 올라타 있는 작은 소녀의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법도 하건만, 푸른 늑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꺼낸다.

- 그대도 준비는 되었는가?

"이미 끝난지 오래야."

늑대의 물음에 답하며 옆에 서 있던 청년이 입꼬리를 말아올린다. 청년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왜소해 보이는 몸. 게다가 선이 가느다란 그 얼굴은 자칫 잘못하면 여자라고 보기에도 충분했다.

아니, 그 이전에 그 청년의 모습은 늑대 뒤에 타 있는 소녀와 굉장히 닮아있었다. 다른 것이라면 소녀의 것 보다 어두운 느낌을 주는 짙은 푸른빛의 머리칼이라든지, 귀 뒤에 나 있는 돌기의 색이 화려해보이는 소녀와는 다르게 순백색이라는 것 정도 뿐이었다.

"오히려 그 쪽이나 걱정하라고. 창랑. 사풍 뒤에 숨어서 발발 떨지 말고."

- 그대가 어찌하나 두고 보도록 하지. 달빛의 그림자, 바람의 자식이여.

"그 말투 좀 어떻게 못하는거냐?"

아무리 말을 걸어도 도저히 가벼워질 것 같지 않는 늑대의 말투를 탓하며 청년은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런 청년의 말에 푸른 늑대, 창랑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고개를 돌린다. 멀리, 이미 더 이상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게 된 폐허가 보인다. 하지만 어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자신들이 서둘러 나선다고 했어도 그 사람들을 구할 방도는 없었다.

이미 저 괴물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것은 그 괴물이 지닌 독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 자신들과 같이 특별한 힘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면 목숨을 구할 방도 따위는 없었다. 때문에, 차라리 발버둥 치기보다는 단번에 죽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그 사람들을 위하는 길이리라.

"... 빌어먹을."

으드득 하고 청년이 이를 간다. 그 대상이 과연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저 독에 대한 분노인지, 저 독을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지켜봐야하는 자신에 대한 것인지.

"어쩔 수 없잖아? 할 수 없는걸."

- 그렇다. 너무 마음 쓰지 마라.

사풍과 창랑이 청년을 다독인다. 하지만 그래도 청년은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살짝 호흡이 거칠어진 청년을 보며 창랑은 분위기를 바꾸어보려는 듯 말을 돌렸다.

- 그나저나, 할 수 있겠나? 독의 힘은 강대하다.

"에에? 뭐야. 변종 늑대. 자신 없어?"

창랑의 말에 대한 답은 청년이 아닌 사풍에게서 튀어나왔다. 놀리는 투로 말하는 사풍에게 창랑은 가볍게 고개를 저어보인 뒤 말을 이었다.

- 아니다. 단지 그대들까지 지켜줄 여유는 없을 것 같을 뿐이다.

창랑의 말에 사풍은 낭랑하게 웃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창랑의 등 뒤에서 뛰어내린 사풍은 창랑의 커다란 몸을 톡톡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 나도 내 한 몸쯤..."

"그 것이 자네의 한계인가, 푸른 늑대여."

하지만 사풍의 말은 갑자기 끼어든 누군가에 의해 막혀버린다. 셋의 시선이 그 말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한다. 그 곳에는 화려하면서도 절제되어보이는, 불편해 보이기까지한 복잡한 옷을 입은 금발의 여성이 서 있었다.

말아내린 금발의 머리칼이 햇빛에 빛난다. 날카로워 보이기까지한 눈은 눈 앞에 상대를 깔아보는 듯한 도도함이 물씬 풍겨나왔다. 팔짱을 낀 채 턱을 살짝 들어올린 상태로 셋을 바라보던 그 여성의 모습에 창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 오랜만이로군. 부동. 정화하는 빛이여.

"확실히 그렇긴 하군. 푸른 늑대."

부동 역시 창랑의 인사를 받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인사를 했다기 보다는 '받아준다.' 정도의 태도로 까닥였을 뿐이지만. 창랑은 딱히 개의치 않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대체, 둘 다 그 말투 고칠 수 없는거야?"

그리고 그런 둘의 대화를 옆에서 듣다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풍이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그 고풍스러운 대화가 영 어색하게 들리는 것인지 약간 짜증이 나는 목소리이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걸 어찌하겠는가."

- 그렇게 태어났노라.

그리고, 그에 한치도 어긋남이 없이 둘은 답한다. 그 둘의 모습에 사풍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옆에 있던 청년은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만그만. 이쯤 하자고. 저 녀석이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처리해야지."

청년의 말에 남은 사람들 모두 표정을 굳힌다. 시선이 향하는 곳은 모두 같은 곳. 저 멀리 보이는 검은 독을 향해 있었다.

영자범주

이미 도시 하나 정도는 통채로 삼켜버릴 정도로 커져버린 적을 바라보던 청년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이 정도 인원이면 충분할 것 같지만."

그 말에 다른 이들 역시 미미하게 수긍한다. 그 하나하나가 나라 하나 정도는 순식간에 뒤엎을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힘을 지닌 존재들. 그렇기에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 진짜로 가볼까?"

청년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검은 적을 향해 몸을 날리려는 순간,

"잠깐만요. 풍월. 문제가 생겼어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일행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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