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만약 그 사도가 츠바사씨가 맞다면 주저말고 그를 문 흡혈귀를 처치하면 될 거에요. 하지만 아니라면... 츠바사씨가 처음부터 물리지 않았기를 빌 수 밖에요."

"말려도 안 들으시겠죠? 알았어요. 그럼 전 손을 아예 뗄께요. 아무래도 일이니까 사도를 못본 척 넘어갈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제가 실수로 놓친 칼이 미츠키양의 주변을 날아다닐지도 몰라요."

선배의 말이 머릿속을 맨돈다. 아무래도 선배는 일단 날 최대한 도와주려는 것 같다. 결국 손떼는 척 하면서 도와준다는 말이니까. 그 것이 너무나 든든했다. 자신의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주변을 둘러본다. 어둑한 거리 속에 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도 주변에 숨어 이 쪽을 보고 있겠지. 그 증거라도 되는 양 주변 건물 중 한 채의 지붕에 검은 새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그래, 저 새가 나와 선배를 이어주는 선인 것이다.

"그 때는 미안."

들릴지 안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 그 것을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모습이 보여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자아, 그나저나 이제는 어디로 가야하나..."

어제 츠바사 같은 사람을 보았던 곳으로 가 보았지만 츠바사는 만날 수 없었다. 인적이 뜸한 밤거리를 정처없이 걸어보았지만 역시 특별한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 그러고보니 깜박하고 선배에게 사자를 찾는 방법은 물어보지 않았잖아! 우와... 대 실수. 이러면 알아서 걸려들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 쥐?"

그렇게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탓하고 있는데 무언가 이상한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마리의 검은 쥐가 내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동. 한 남자의 옆으로 이동해 다시 이 쪽을 빤히 바라보다가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면 다시 접근한다. 그런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쥐의 모습이, 그리고 그 쥐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이 분명...

"... 사자라는 말이구나. 알았어."

조심스레 발을 움직인다. 터벅터벅하며 힘없이 걸어가는 그 모습은 분명 보통의 사람이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안경을 벗는다. 어느샌가 인적이 없는 골목길 안으로 들어선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할 타이밍이다. 언제 저 녀석이 돌변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비록 지금은 저 남자가 내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 뭐?"

뭐야... 저건? 저게 인간이야?

안경을 벗어 남자를 보는 순간 구역질이 밀려올라왔다. 한눈에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자의 몸을 가득 뒤덮은 선. 그 것은 어렸을 때 본 중환자실의 환자보다도 심한 수준이었다. 빈틈을 찾아볼 수 없는 선 - 그 대상의 부서지기 쉬운 균열 - 은 보는 것 만으로도 역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 이건가..."

기분이 나빠진다. 너무나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 저 녀석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겨우 참아냈다. 저 녀석이 이동하는 어딘가에... 그 곳에 분명 특별한 무엇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그 것이 함정이던, 아니면 내가 찾던 그 무엇이든간에.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공원이었다. 이미 인적이 끊겨버린 공원. 지나칠 정도로 조용한 공원을 향해 남자가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남자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다록 주의하며 조심스레 공원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

- 두근 -

순간 머릿속에서 경고가 울려퍼진다. 닭살이 돋는 듯한 느낌. 싸늘한 칼날이 온 몸 주위에 놓여 나를 겨누고 있는 듯한 느낌. 그 모든 감각이 '위험하다' 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느낌 탓일까? 아니면 실제로 이 안은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된 것일까. 공원의 입구를 경계로 하여 아예 주변의 공기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몸이 무겁다. 공기가 끈적하게 달라붙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자신이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위험하다 -

다시 한 걸음 내딛었다. 어둑한 공원. 보이지 않는 시야. 검게 서 있는 나무들. 그리고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공간. 그 모든 것이... 그저 무서웠다.

- 위험하다 -

입술이 바짝 바르는 것이 느껴진다. 침을 삼켜보지만 마른 목 안으로 아릿한 통증만을 전해줄 뿐이었다.

- 죽는다 -

겨우 자신을 억제하며 앞으로 나선다. 발걸음을 내딛을 수록 온 몸을 무거워지고 자신의 제어를 잃은 채 떨려오고 있었다.

- 그 곳에 있는 것은 죽음 뿐...-

비릿한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나나츠요루를 뽑아들고 그 차가운 느낌에 의지해 자신을 채찍질한다.

- 더 이상 다가오면... -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옆에 있는 나무에 손을 짚고 기대어 겨우 버티고 선다. 정말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비명을 지르며 이 곳에서 빠져나와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 -

그 녀석을 데리고 돌아가야 한다고!








자신을 옭아매는 공포라는 이름의 진흙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섰다. 점차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모습. 이미 상당히 멀어진 그 모습을 쫓아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보이는 것은 오직 검은 실루엣 뿐. 그 것이 또 다른 두려움을 전해주었지만 이를 악물로 전진했다.

"...... 구나."

그 순간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작은 목소리. 그 것은 여자의 것 처럼 가늘었고, 또한 이상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 두근 -

하지만 그 것을 듣는 것 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자신을 지탱해주던 그 모든 것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두려움. 공포.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이 느낌은 분명...

"... 뭐야... 대체...."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목소리는 분명 떨리고 있었다. 내 심정을 대변해 주듯이.

단지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질려버렸다. 이가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치기 시작한다.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슴은 요동치고 있었다. 대체... 대체 뭐야! 이게 뭐냐고! 이렇게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되는 이유가!

몸을 일으켜 보려 애를 써 보지만 이미 통제를 벗어난 몸은 말을 듣지 않은지 오래였다.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있었다. 달아나고 싶어도 달아날 수 없었다. 자신이 왜 이 곳에 와있는지 조차 생각해 낼 수 없었다. 그 만큼 내 몸을 감싼 두려움은 절대적이었다.

"....."

그러나,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는 힘이 전혀 없었고, 너무나 작은 소리였지만 귓가에 똑똑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그토록 듣고 싶던 목소리. '츠바사' 라는 한 마디가 귓가에 계속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를 악문다. 옆에 있는 나무에 기대어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천천히 숨을 돌린 뒤 그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공기는 무거워지고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지기만 했다. 하지만.... 그래도 질 수는 없었다. 난 분명히...

결국 도달한 공원의 안쪽에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석조 조각과 그 앞에 서 있는 한 남녀의 모습을. 자세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은...

분명 츠바사였다.









"... 넌 이미 거의 사도의 레벨이구나. 겨우 닷새도 지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지배에서 벗어나려 하다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슬쩍 훔쳐보니 그 지칭하는 대상은 분명 츠바사인 것 같았다. 내가 쫓아왔던 남자는 그 옆에 쓰러져 있었고, 츠바사는 멍하니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역시 어제의 남자는 츠바사가 맞았던 모양이었다.

'그 사도가 츠바사씨가 맞다면 주저말고 그를 문 흡혈귀를 처치하면 될 거에요.'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나나츠요루를 고쳐잡았다.

"되돌리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그렇다고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안. 임시방편이지만 어쩔 수 없네."

무언가 자책하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츠바사를 안고 그 목을 향해 천천히 입을 가져가는 모습 뿐이었으니까.

"...."

그리고 그에 츠바사는 반항은 커녕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멀뚱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더 이상 기다릴 필요조차 없었다. 그대로 둘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 놀라는 여자의 모습과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는 츠바사의 모습. 나나츠요루를 움켜쥔 오른손을 들어 그대로 츠바사의 복부를 후려갈겨 버린다.

"컥! 미.... 츠..."

츠바사의 몸이 90도로 꺽인다. 그에 팔을 빼내고 발을 높이 들어 츠바사의 뒷머리를 내리 찍어버렸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쓰러지는 츠바사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여자를 향해 나나츠요루를 휘둘렀다.

"읏!"

왼쪽 어깨에서 시작되는 선을 향해, 오른쪽 다리에 있는 선을 향해, 오른쪽 눈 부분의 선을 향해 세번 휘둘러 보았지만 여자는 재빨리 몸을 뒤로 빼내며 그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 얼굴에 나타난 놀라움이라는 감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뭐... 뭐야?"

"뭐긴 뭐야? 남의 남자 빼앗아간 도둑고양이 잡으러 온 거지. 바람피운 녀석은 재워놨으니 같이 놀아볼까?"

조금 전의 두려움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눈 앞에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격양되어가는 감정을 느낀다. 인간이 아닌자에 대한 몸의 반응. 츠바사에게 손댄 자에 대한 감정의 발발. 그리고 날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발생하는 자신감까지. 그 모든 것이 내 힘이 되어 들을 밀어주고 있었다.

거리낌없이 여자를 향해 달려든다. 그대로 심장이 있을 법한 부분의 선을 향해...

"... 누구는..."

나나츠요루의 전진이 멈춘다. 내 손목을 여자의 손이 굳건하게 움켜잡고 있었다. 그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크... 크윽!"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온다. 말도 안되는 힘이었다. 손목이 으스러질 것 같은...

"누구는............. 줄 알아!"

비명과 같은 말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멱살을 잡혀 허공에 떠버린 내 몸과 동시에 날아간 정신으로는 그 말을 들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급격한 체중의 이동. 그리고 부유감. 팔에 가해지던 통증에서 벗어난 순간 뻗어온 여자의 오른팔과 동시에 몸이 허공을 향해 날았고, 그와 동시에 들을 수 있던 것은 바람 소리 뿐이었다.

콰앙!

"아악!"

갑작스레 밀려온 통증에 비명이 터져나왔다. 강렬한 통증이 전신을 휘감는다. 아파. 아파. 아파.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몇 번이고 땅에 퉁겨져 구르며 날아가버린다.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시야가 흔들리고 정신을 바로잡을 수 없었다. 숨이 막힌다. 죽을 것 같았다. 아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덤프트럭에 부딪쳐도 이런 느낌은 아닐 것이...

겨우 양손으로 몸을 지탱하려 해 보지만 요원한 일이었다. 이미 다리는 힘이 풀려 일어설 힘 조차 없었고 뱃속에서는 구역질이 밀려올라왔다.

단 한 번의 주먹이었다. 그런데도 이 정도다. 이대로 기절해 버릴 것 같은 통증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 저 상대를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이 정도의 엄청난 힘을 지닌 상대를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두려움이 다시 밀려왔다. 해일처럼. 전신을 강타한 그 공포에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신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정말... 이 정도 밖에 못하고 죽는건가?

- 두근 -

죽는건가? 죽는다고? 누가?

- 두근 -

아니야... 그런... 그런 경험...

- 두근 -

그따위 경험!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

- 두근 -

눈 앞에 어떤 영상이 떠오른다. 내 가슴을 파고드는 누군가의 손. 그와 함께 허공에 흩뿌려지는 핏빛의 무지개. 그 알 수 없는 기억. 잊고 싶었던 기억. 잊어야만 했던 기억.

- 두근 -

고개를 든다. 당황하는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아니, 당황하는 것이 아니다. 저 모습은 분명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상대의 공포를 즐기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살의가 치밀어오른다.

"거짓말...."

자세를 낮추고 칼을 고쳐잡는다. 여자가 무어라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싫어..."

떨리는 목소리. 그에 실린 감정에 짜릿한 쾌감의 홍수가 찾아든다. 아아, 즐겁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

그대로 달려들었다. 목표는 하나. 가슴 한 가운데 있는

"싫어!!!!!!!!!!!!!!!!!!!!!!!!!!!!!!!!!!!!!"

여자가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비명을 지른다. 그와 동시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으읏!"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과도 같은 엄청난 바람에 눈을 뜨는 것 조차 힘들었다. 거의 주저앉다시피 하면서 간신히 몸을 지탱한 채로 손을 들어 눈 앞을 가렸다. 숨조차 쉬기 힘든 바람에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뭐야?"

인상을 찌푸리며 손가락 사이로 여자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 뭐냐고... 이건?"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보이는 것은..

핏빛으로 붉게 물들어버린 하늘과.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메마른 대지와.
그 안에 흩날리는 붉은 낙엽 뿐이었다.







\\\\\\\\\\\\\\\\\\\\\

Final Battle!

최종 보스 등장! 룰루랄라~

누굴까요~♡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