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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노을의 붉은 빛이 교실을 채운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빛도 텅 비어있는 을씨년스러운 교실에서는 화려함을 잃어만간다. 그와 함께 시간이 흐를수록 이 안에 남아있는 얼마 되지 않는 온기마저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정말이지... 오늘 하루만 몇 번을 바라보았는지 모른다. 여전히 주인이 찾아오지 않는 자리. 그 때문인지 교실이 한층 더 싸늘한 것 같았다. 이미 4일째. 연락조차 되지 않는 지금 슬슬 안좋은 소문까지 나돌고 있었다.

그 녀석이 앉았던 책상 쪽으로 가본다. 살짝 대어본 손가락 끝에 왠지 모를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천천히 책상 위를 더듬어본다. 이 작은 사각형 위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아왔을까...

도중 무언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자그마한 낙서. 별 것 아닌 낙서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그 곳에 써 있는 낙서가 나무나 익숙했다.

- 미츠키 -

가슴이 아려온다. 그 작은 낙서에서 도저히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감하게 되었던 적은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던, 그런 하루하루가 그리웠다. 서로 부딪치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 붉히던 작은 일상의 추억들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그 녀석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 기다려. 반드시 이 곳으로 돌아오게 해 줄테니까."

나나츠요루를 꺼내어 그 곳에 써 있는 낙서를 따라 책상을 파낸다. 그리고 그 옆에 또 한 명의 이름을 같이 새겨 넣는다.

- 미츠키 │ 츠바사 -

그 작은 낙서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래 이제 더 이상...







시계 바늘은 이미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 어둑한 창밖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나나츠요루를 챙겼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 뒤에 천천히 문을 열었다. 소리 없이 열리는 문. 하지만 그 앞에는 언제 왔던 것인지 히스이씨가 가만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 나가십니까?"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묻는다. 이미 내가 이럴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눈치였다.

"네. 나갈겁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에 일부러 살짝 퉁명스럽게 답했다. 하지만 히스이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내 질문에 답하기는 커녕 내 태도에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내게로 다시 되물어왔다.

"죄송합니다만 중요한 일이신가요?"

"네. 굉장히. 제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에 대한 일이에요. 그러니 뭐라 하셔도 나갈겁니다."

히스이씨의 물음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이전에는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는 커녕 내색하는 것 조차 부끄러워 대충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더 이상 마음속에 가만히 담아두기에는 너무 커져버렸다.

"... 미츠키님은 제 사용주이십니다. 제게 미츠키님을 막을 권한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히스이씨가 꺼낸 말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 그 사이 히스이씨는 주머니 속에서 자그마한 열쇠를 하나 꺼내에 내게 건네주었다.

"이... 건 뭐죠?"

무슨 일인지 몰라 히스이씨와 열쇠를 번갈아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대문 오른편에 저와 언니만 사용하는 작은 쪽문이 하나 있습니다. 10시 이후에는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지만 그 문만큼은 예외이니 담을 넘거나 하는 대신 그 곳을 이용해 주십시오."

그 말에 살짝 몸이 굳는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 그에 잠시 당황하고 있던 내게 히스이씨는 말을 이었다.

"늦지 않으시겠습니까? 중요한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아, 네... 그렇죠. 고마워요. 히스이씨."

내 말에 히스이씨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했다. 언제나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왠지 웃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모습을 뒤로 하고 바로 뛰쳐나왔다. 등 뒤로 히스이씨의 중얼거리는 말이 들려오고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나가시는군요. 이전처럼... 부디 이번에는 웃으며 돌아오시기를..."







밤의 거리. 확실히 시간대에 비해서는 사람의 수가 적은 것이 느껴졌다. 살인 사건 때문인지, 이전에 보았던 밤의 거리와 비교해 절반 이상은 수가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나마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어서 들어가고 싶은 것인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고 극 소수의 사람들만 생기없는 눈으로 삶을 포기한 것처럼 마냥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이상하게 그 죽은 것 같은 움직임을 보는 순간 무언가 마음에 걸렸다. 잠깐, 뭐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어둠에 잠긴 마을에서 츠바사를 찾는데 꼭 필요한 단서 무엇인가가.

[맞아요. 흡혈귀. 그게 이 사건의 범인이에요.]

선배의 말이 기억난다. 그래. 흡혈귀. 마치 츠바사처럼 아무 이유도 없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사라진 사람의 실종 원인으로 가장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것이었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단지 문제는 내가 그 것을 탐지해낼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의 이 '감' 이라는 것이 얼마나 뛰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이 것만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이다.

선배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배가 옆에 있다면 큰 도움이 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지워버린다. 안돼. 이 것은 내 일이니까. 선배에게 의존하는 것 말고도, 내 불완전한 감에 기대는 것 말고도 분명 무언가가 있을 것이니까...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단지 느낌이라는 알 수 없는 능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흡혈귀라는 것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떠올려본다.

그 순간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그에 따라 흡혈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떠올려본다.

피를 마시는 괴물.
안개나 박쥐 등으로 변하는 능력.
햇빛에 닿는 순간 몸이 타버리는 약점.
흐르는 물 위를 건너지 못한다.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마늘과 성수, 십자가, 축복받은 은 등에 약하다.
통상의 방법으로는 제거할 수 없으며 관을 찾아내어 관과 함께 나무 말뚝을 심장에 박아야 제거할 수 있다.

"그건가..."

한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적당한 것을 찾아내었다. 그래, 생각외로 간단한 일 아닌가? 햇빛을 싫어한다면 낮 동안 빛이 들지 않는 곳이 필요할 것이고, 그러면서도 인적이 거의 없는, 아마도 그런 곳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 가정집을 제외한다면 그런 곳은 꽤나 드물 것이었다.

"어디... 동굴 같은 것이 있을리는 없고, 유령이 나오는 저택 같은 곳은... 토오노가 말고는 그런 소문은 못 들은 것 같은데... 폐건물 같은 곳은..."

아무런 단서도 없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식으로 의심 가는 범위를 추슬러 보는 것 외에는 없었다. 비록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꽤나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돌아다닐 수만은...

"응?"

그 순간 누군가의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익숙하디 익숙한 뒷모습.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 모습이 한 순간 스쳐지나간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단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그 모습은 분명히...

- 두근 -

"으....."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쥔다. 밀려오는 통증에 몸을 제대로 가누는 것조차 힘들었다.

손이 축축히 젖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비릿한 냄새. 어느샌가 가슴부분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이 것은... 피다.

"어... 째... 서..."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아보려 애를 써본다. 하지만 전신을 뒤덮은 아픔은 가실줄을 몰랐다.

이미 다 아물었다고 생각했던 옛 상처에서 배어나오는 피는 멈출 생각을 안했고, 가쁜 호흡 속에서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반쯤 예상은 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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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챕터 붉은 낙엽.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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