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신계성배기담 : 서장

로하 2018.07.11 12:30 조회 수 : 53

 

- 대륙의 남부, 불야성 깊숙이 숨은 빈민가. 정돈된 도시 뒷편 총총히 빛나는 환락의 등불 아래

- 그림자 속에서 또 다른 성배 전쟁이 개막한다.

- 때는 2012년, 또 다른 멸망의 이야기가 슬그머니 퍼지는 그 해의 겨울

 

 

*

 

 

     조용히, 아침 기도를 올린 신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본래라면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과의 일정이 있었다. 아무리 최근 본토의 지하 교회에서도 바티칸과의 관계를 위해 정부에게 일보 양보를 할 조짐이 보인다지만, 공안과 중국 정부는 로마 가톨릭과는 여전히 낯선 존재인 것이다.

 

     옌펑(言峰), 아니, 본래 코토미네 신부라고 불린 남자는 차분히 발걸음을 옮겼다. 

 

     성배.

     최후의 만찬에서 주의 피를 받은 잔.

     기적의 원망기.

     예루살렘 성전의 지보. 성전 기사들의 이상향.

     무결한 기사.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신부는 자조했다. 벌써 이십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극동에서 일어난 그 싸움으로 그는 아비도, 스승도 모두 잃은 자였다. 더 이상 용건이 없던 섬을 떠나, 수 년간 유럽의 한적한 마을을 돌다가, 바티칸에서 또 다른 몇 년을 보낸 후, 이 땅에 온 지 이제 막 7년에 접어들었다. 구태여 꺼내려 애쓰지 않는 이상, 이미 기억 속에서 완전히 묻혔던 그 옛날 기적의 잔이 그의 인생에 다시 등장한 것이었다.

 

     성배의 발견. 혹은 현현이라고 해야 옳을까. 

     신비와는 연이 없을 것 같던 이 땅에서 원망기는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누가? 어떻게?

 

     그것까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로마 교회도, 중국 중앙 공산당도, 시계탑조차. 

     그는 그저, 이것이 시작이 아니라 끝이 되는 만남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주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비원을 이루어내기 위해.

     그리고, 저들의 탐욕을 위해.

 

     신부를 제외한 모두는 선언했다. 

 

 

     이 땅에서, 또다른 성배 전쟁을 시작하겠노라고.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