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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되지 않은 옛날, 부와 명예를 갖춘 유럽의 어느 한 가문에 여자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 가문은 신비를 탐구하는 자들 사이에서도 특히나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로드"의 일족이었습니다.

아이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면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일족의 어른들은 그런 아이야말로 자신들의 오랜 비원을 이루어줄 존재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걸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도무지 뛰어난 재능을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그녀의 부모나 조상들이 쌓아올린 업적을 이어받기에 적절치 못했던 걸까요?

아니오. 다른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 아이가 매우 우수한 마술회로를 갖고 있는 것은 자명했습니다.

사실 아이한테는 그녀보다 네 살 위의 남자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빠는 그녀만한 나이일 무렵, 마술계통을 이미 세 개나 마스터한 희대의 천재였습니다.

덕분에 그 둘은 피를 나눈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에 의해 끊임없이 비교당하면서 자랐습니다.

아이는 철이 들기도 전에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어느새 가문의 어른들은 아이와 오빠, 양쪽을 지지하는 두 세력으로 나뉘었습니다.

아이는 자나 깨나 오빠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죽을 각오로 피를 토하는 노력을 계속해야만 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와 오빠를 한자리에 두고 시도 때도 없이 경쟁을 시켰습니다.

그들에게 만족스런 결과물을 내지 못한 쪽은 생각하기도 끔찍한 "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벌"을 받는 것은 재능 많은 오빠가 아닌 아이 쪽이였습니다.

아이는 "벌"을 받을 두려움에 질려 밥이 제대로 목을 넘어가는 날이 없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스콘도, 우유를 넣은 홍차도, 아이의 두려움을 달래주지 못했습니다.

이윽고 점점 식사를 할 수 없는 날이 계속되면서 아이는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침대에 누운 채 무기력한 눈빛으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두 쌍의 새였습니다.

아이는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아. 만약 이대로 굶어죽는다면,

다음 생에는 새가 되고 싶어라.

 

 

"......!"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마레토는 가까스로 눈을 떴습니다.

그녀가 아끼던 파자마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장미꽃을 연상케 하는 발그스레한 뺨도 창백하게 질려있었습니다.

 

"......또 그 꿈이네......"

 

멍하니 중얼거리면서 그녀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녀의 뺨을 따라 굵은 두 줄기의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아마레토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물론 철저한 완벽주의자인 그녀가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리 만무합니다.

엉망이 된 얼굴을 씻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아마레토는 인기척을 느꼈습니다.

 

"............에?"

"─────"

 

아무한테도 이런 자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그녀의 바램은,

어느새 방에 들어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명의 시선에 의해 무참히 박살났습니다.

그것은 아마레토와 비슷한 연배의 한 소녀였습니다.

사막의 달빛을 연상케 하는 은빛 머리칼.

살짝 그을린 갈색 피부가 어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녀의 모습은 연약하거나 가련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어느 쪽이냐면 오히려 늠름하면서도 노련한 전사의 그것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소녀가 왜 자신의 방에 들어와있는지 아마레토는 금새 떠올렸습니다.

 

"라이, 더......?"

 

소녀의 정체는 다름아닌 아마레토 자신이 어젯밤 소환한 서번트였습니다.

문뜩 좀처럼 수면을 청하지 않는 자신이 왜 저런 꿈을 꾸게 된 건지 납득이 갔습니다.

서번트의 소환에는 막대한 마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라이더를 부르는 데 성공한 아마레토는 그대로 지쳐 쓰러져 잠들었던 게 틀림없습니다.

 

"정신이 들었나, 마스터."

 

라이더라고 불린 소녀가 아마레토의 부름에 반응했습니다.

비록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뚝뚝한 어조였지만요.

 

"......설마, 밤새도록 계속 옆에 있어준 거야?"

"마스터를 지키는 것이 서번트로서의 내 역할이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만, 뭔가 문제가 있었나."

 

라이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습니다.

그 모습이 내심 귀엽다고 느낀지 아마레토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나, 도저히 잠버릇이 좋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보기 흉했지?"

 

아마레토는 푸석푸석해진 머리칼을 두 손으로 꽉 쥔 채 얼굴을 가려버렸습니다.

라이더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대로 침대 위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아마레토의 머리를 꾸욱꾸욱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

"악몽을 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는 거라고 배웠다."

 

소녀의 서툰 손짓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거라고 아마레토는 깨달았습니다.

아마레토는 참지 못하고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유 없이 웃는 것은 사람에 대한 실례다, 마스터."

"미, 미안해. 이렇게 누군가가 쓰다듬어준 건 무척이나 오랫만이었으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안심해버린 것 같아."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군. 용서하마."

"후후...... ───고마워. 라이더."

 

아마레토는 어느새 밝아진 얼굴로 라이더의 어깨에 기댔습니다.

라이더는 그녀의 행동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주인을 따뜻하게 품었습니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둘의 모습을 본다면 마치 사이좋은 자매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있잖아, 라이더."

"아아. 듣고 있다, 마스터."

"당신은 이 시대의 홍콩이 처음이지? 오늘은 내가 이곳저곳을 안내해줄게."

"그것은 적을 찾아 나선다는 의미인가? 내 마스터는 보기와는 다르게 호전적이로구나."

"정말...... 그런 의미가 아니라."

"틀린 건가? 이곳은 이미 전장의 한복판이다. 언제 어디서 적과 조우해도 이상할 게 없다만."

"그건 그렇지만, 오늘은 이렇게나 날씨가 좋은 걸. 우리 함께 도시락을 들고 피크닉을 가면 어때?"

"......도시락. 무척이나 흥미로운 단어다. 대체 어떤 무기인가, 그건."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내는 라이더를 바라보면서 아마레토는 흐뭇하게 미소지었습니다.

비록 악몽이 계속되더라도, 자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아마레토는 머릿속으로 샌드위치의 레시피를 떠올리면서 오늘 하루가 쾌청하길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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