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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안 스펜서/실더 - 집행자(2)

Sigma 2018.07.20 10:09 조회 수 : 12

 

  * 잔인할 수 있는 표현이 있어 하얀색으로 처리를 해두었습니다.

  * 보고 싶으신 분은 드래그해주세요.

 

 

 

  4.

 

  몸속에서 손이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것과 그 손이 조금 전 잘려나간 자신의 손이라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끔찍한 일일까. 저스틴은 선택할 수 없었다. 아마 그 자리에 누워있는 사람이 저스틴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였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보석을 사용하는 마술이나, 저스틴이 연구한 마술이나, 집행자의 네크로맨시는 마술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리고 마술사로서는 미추 상관없이 각자 개인에게 가장 알맞은 마술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가장 후자는 섬뜩한 면이 있다. 낭자한 피와 주렁주렁한 장기, 심하게 부패한 사역마 등에서 유래되는 시각적인 거부감. 한평생 마도를 추구해온 자신이 누군가의 마도에 완전히 제압당했다는 마술사로서의 거부감과, 죽고 나서도 끔찍한 몰골이 되리라는 생물로서의 거부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손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수족'으로서 부려진다는 부자연스러움.

 

  저스틴은 불쾌한 골짜기라는 용어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러한 부자연스러움이야말로 공포의 정수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고, 끔찍할 정도로 실감나게 느끼게 되었다.

 

  충격 때문에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저스틴은 그의 왼손이 장기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른손의 행방을 궁금해 할 틈은 없었다. 명백히 그의 것이 아닌 단검을 쥔 오른손이 뒤이어 나타났다. 저스틴은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오, 안돼. 제발. 이미 제어권을 박탈당한 손은 주인의 의사에 따르지 않았다.

 

  마치 재료를 손질하는듯한 움직임이었다.

 

  아픔은 없었다.

 

  시각을 제외한 어떤 감각도 차단되어 있었기에.

 

 

  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저스틴은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정신이 나갈 만한─자신의 몸이 뜯겨나가는 모습을 자신의 시야로, 제 3자처럼 바라보게 되는 상황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하하하하!」

 

 

 

  저스틴의 반응에 가학심이 충족된 것일까, 상황 자체를 즐거워 하는 것일까. 목소리는 기쁨에 찬 광소를 터뜨렸다.

 

 

 

 「최고야! 이 느낌…… 황홀해! 좀 더, 그래, 아아!」

 

 

 

  그러나, 더욱 끔찍하게도, 방은 이따금씩 서걱거리는 소리가 날 때를 제외하고는 풀잎 구르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참살이 일어난다고는 믿을 수 없는 목가적인 조용함. 그러나 그 과정은 지극히 마술사적인 것이었고, 이내 저스틴은 집행자가 단순한 마술행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집행자는 그의 몸을 철저히 재료로 보고 있었다. 그의 몸을 도구로 가공하려 하고 있었다. 그만둬. 제발. 그것은 저스틴에겐 마지막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다. 한평생 마도를 걸어온 자신이 누군가의 마도구가 될 줄이야! 안돼, 안돼! 비명을 질러보아도 허망만이 남았다.

 

 

 「저 녀석, 이런 짓을 하면서도 언제나 냉정하단 말이지. 후후후. 당신네 마술사들은 원래 다 그런건가? 응?」

 

 

  토막난 내장, 잘려나온 근육, 그리고 혈관과 너덜거리는 피부. 저스틴의 손은 제 주인이었던 자를 뜯어내어 집행자가 가져온 함에 넣었다. 살이 덩이째 뜯어나가며 저스틴의 몸은 넝마조각처럼 바뀌었다. 거듭되는 절단, 그리고 상실에 저스틴은 생존하고 싶다는 생각을 접었다. 대신 어서 죽기를 원했다. 우드득, 갈비뼈가 사라졌다. 폐가 잘려나갔다. 저스틴은 흘러내리는 붉은 빛 사이로 드러난 폐가 불빛에 깨끗한 분홍색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다. 이제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그게 뭐 어때서? 숨을 쉴 수 없음에도 저스틴의 몸─이제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푹, 푹, 푹. 단검이 파고 들고, 떨어져나온 '무언가'가 사라졌다.

 

  목소리가 무언가 중얼거렸다. 저스틴은 듣지 않았다. 저스틴은 인정하기로 했다. 그가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은 이제 없었다.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번민할 의미가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저스틴이 완전히 생각을 접을 즈음 시야가 변했다. 그의─아니, 다른 누군가의 눈이 움직였다. 아까보다는 옆으로, 그리고 위로.

  마침내 저스틴은 집행자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붉은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집행자는 자신이 한 일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않는 듯 무표정했다. 그 반듯한 얼굴이, 잠깐 찡그려졌다.

 

 

  "변함 없이 악취미군."

 

 

  저스틴은 입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걸 이용하는 것도 당신일텐데. 내가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잖아?」

  "부정할 수 없군. 짜증나게도."

 

 

  집행자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지금까지 주인의 몸을 썰어내던 저스틴의 손이 멈추었다. 우스꽝스러운 연극처럼 붕 떠오른 그 손들은 호들갑스러운 하인이라도 되는 양 공손한 태도로 집행자에게 단검을 건넸다. 잠시 우월감을 느낄만도 하건만, 집행자는 탁자 위에 있는 컵을 잡듯이 아무 감흥 없는 태도로 단검을 손에 들었다.

  저스틴은 집행자가 뚜벅뚜벅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 보았다. 그의 바로 옆까지 온 집행자는 단검을 가볍게 돌려 역수로 쥐었고, 아무런 말도 어떠한 조롱도 없이,

 

 

 

 5.

 

  방안은 지금까지의 고요가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소란스러웠다. 단검이 거침없이 뼈 사이를 파고들어 긁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물론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방의 주인이었던 자가 방음처리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다. 까드득, 까드득! 견갑골을 떼어내고, 마지막으로 척추까지 끄집어냈을 때에서야 일련의 작업은 끝이 났다.

 

 

 「정말 볼 때마다 감탄스러워. 아이리안 스펜서.」

 

 

  깃들 몸이 사라져 이제는 허공을 떠다니는 목소리가 낄낄 웃었다. 집행자─ 아이리안은 목소리를 바라보는 대신, 장갑을 벗고 뻐근한 목을 풀기 위해 목뒤를 주물렀다.

 

 

 「어쩜 그렇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을 도살할 수 있는지…… 누가 보면 영락 없는 살인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아이리안은 이번엔 다른 손을 들어 어깨를 두드렸다.

 

 

  "맞잖아, 살인마."

 「오- 그렇게 스스로를 정당화하는건가? 나는 살인마가 맞다, 그걸 자각하고 있으니 최소한 진짜 범죄자들보다는 낫다, 이렇게?」

  "설마."

 

 

  아이리안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목소리가 물었다.

 

 

 「그럼 뭐지, 아이리안 스펜서? 이미 숱하게 다른 사람들을 죽여왔으니 이제 와서 따져봐야 상관이 없다는 건가?」

  "아니라고는 못하지."

 「하지만 당신, 그런 것 치고는 타겟을 고르는 기준이 꽤 까다롭지 않아? 당신네들 기술…… 그러니까 마술과 연이 없는 사람은 안 죽이고, 그렇다고 아무 마술사나 죽이는 것도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마술사만 담가버리는 것 같은데. 뭐, 시체에 하는 짓을 보면 살인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아이리안은 민간인을 죽이지 않는 건 민간인의 시체가 마술사의 시체보다 효율이 떨어져서라고 해명하지는 않았다. 또한 아무 마술사나 죽이고 다니는 건 지나치게 번거로운 짓이라고 설명하지도 않았다. 아이리안은 그저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 「오, 꺼져버리라니. 아무리 날 써먹을 일이 끝났다고 해도 이건 너무 잔인-」목소리가 사라졌다.

 

  이번엔 정말로 방 안이 조용해졌다. 예전에는 방의 주인의 마술연구로 분주했고, 조금전까지는 집행자의 작업으로 소란스러웠을 방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침묵이 두려운듯 멈추어 있었다. 마치 사진으로 잘라낸 영화의 일부분처럼. 사진 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는 없다. 원래 주인이었던 자가 방에 찾아올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에 애도를 보내는 자는 없었다. 원래 주인이었던 자─ 저스틴은 이제 영원히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원인을 제공한 자, 아이리안에게 있어서는 그저 손에 걸린 일을 끝낸 정도의 감흥 뿐이었다.

 

  고요 속에서 아이리안은 목소리가 조롱 반 감탄 반으로 던졌던 말을 반추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정당화하는건가? 나는 살인마가 맞다, 그걸 자각하고 있으니 최소한 진짜 범죄자들보다는 낫다, 이렇게?

  글쎄. 아이리안은 생각했다. 선인을 죽였든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죽였든 살인은 살인이다. 그 점에서 아이리안은 명백한 살인마였다. 하지만 그 안에 선악을 대입한다면. 마술사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회에서는, 악인이나 범죄자에게 복수하거나 처단하는 일은 호불호가 갈리기는 할지언정 환영받는 기류가 강하다. 정의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리안은 마술사적인 관점으로는 신비의 은닉이라는 금기를 깨뜨린 자를 없앰으로써 더 이상 마술이 누출되는 일을 막았다. 일반인의 관점으로는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을 막았다. 그렇다면 그의 일은 정당한가? 그 과정에서 악령을 빙의시켜 몸의 제어권을 강탈하고, 낱낱이 도축했더라도?

 

  알게 뭐야. 아이리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에게 있어 이런 일은 누워서 손을 뻗다가 찻잔을 잘못 건드려 깨뜨리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일상적인 일에 굳이 선악을 부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비록 그 찻잔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해도…… 그랬다.

  아이리안은 처음 이 곳에 왔을때는 가벼웠던, 그러나 지금은 한결 묵직해진 가방을 손에 들고 밖으로 나섰다. 마술각인을 협회에 제출해야 하는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

 

이걸로 초반 부분은 끝. 실더가 다음에 나올지 어떨지는 저도 잘 모르겠읍니다...

덧붙여서 아이리안은 세정 마술도 쓰고 뒷처리도 다 해놓고 갔습니다. 이럴 때마다 일일히 치우려면 귀찮잖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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