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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안 스펜서/실더 - 집행자(1)

Sigma 2018.07.17 14:29 조회 수 : 18

 

 

  1.

 

  저스틴 터커는 뛰어난 마술사였다. 정확하게는 마술에 준수한 재능을 지닌데다 열의까지 높은 훌륭한 마술사였다.

  하지만 지나침은 때론 부족함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저스틴의 열정은 오로지 마술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것은 매우 모범적인 마술사의 처사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주변에 거주하는 민간인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크나큰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도를 넘는 민간인의 희생은 곧 마술사의 금기인 '신비의 은닉'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식을 전해들은 시계탑은 금기를 어긴 것에 대해 분노하며─혹자는 종종 있던 일이기에 심드렁해하며─즉각 집행자를 파견했다.

 

  저스틴 터커는 뛰어난 마술사였다. 집행자에게 제압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집행자에게 제압된 이후로도 저스틴 터커는 뛰어난 마술사였다.

 

 

 

 2.

 

  저스틴은 눈을 떴다. 주변은 불을 밝혀놓은듯 환했고 몸은 무거웠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샹들리에 장식에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저스틴은 곧 그것이 그의 공방 천장에 달려있던 샹들리에임을 깨달았다. 매일 보던 물건이라도 평소와는 다른 눈높이, 다른 각도로 보게 되면 낯선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아무리 냉정한 마술사인 그라 해도 예외는 아니었던 셈이다. 겨우 이런걸로 호들갑 떨다니, 어린애도 아니고. 익숙한 물건임을 깨닫자 금세 편안함이 저스틴의 마음속에 밀려들었다. 저스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 했다.

 

  그럴수 없었다.

 

  자연히 느껴져야 할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아 저스틴은 당황했다. 어째서지? 혼란에 빠진 저스틴은 조금 뒤 더욱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의 몸은─지금 상황으로는 끔찍할 정도로─지극히 편안한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안돼, 이런건 말도 안 돼! 저스틴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의 몸은 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거부했다. 저스틴은 더욱 큰 공포를 느꼈다.

 

  어째서, 어떻게 이런─

 

  심지어 눈동자조차 그의 의지와는 따로 행동하는 것 같았다. 짧은, 하지만 필사적인 수십번의 시도 끝에 저스틴은 자신이 움직일수 있는 부분은 눈꺼풀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스틴은 곧바로 그 사실을 부정했다. 사고가 일어났건, 누군가에게 몸의 통제권을 빼았겼건, 그는 다시 일어서야 했다…….

  누군가.

  저스틴은 그제서야 정신을 잃기 직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렸다. 집행자. 그를 완전히 제압한.

  저스틴의 왼손을 잘라내고 얼굴을 짓밟은 집행자는 저스틴이 볼 수 없는 무언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악취미', '마술사'등의 단어가 나왔고, 그리고.

 '들어가'라고, 했던가.

 

 

 「오- 드디어 눈치를 좀 챘나?」

 

 

  저스틴은─어디까지나 정신적으로─얼어붙었다. 직접 뇌에 대고 말을 거는 듯한 목소리. 교활하고 날카로운, 여성으로 추정되는 그 목소리는 지금까지 저스틴이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목소리였다.

  불행하게도 저스틴은 목소리가 그가 만들어낸 환상일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가 이 상황을 더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미쳐버렸다는 사실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렇다고해서 저스틴은 누군가가 그의 머릿속에 들어앉아서 말을 걸고 있는 것을 묵과하고 싶지도 않았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악몽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정신에까지 타인이 그가 모르는 사이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니! 저스틴은 어떻게든 정신적으로 방벽을 쌓아올리려 했지만,

 

 

 「아, 유감이군. 그건 안될텐데.」

 

 

  목소리가 머금고 있던 장난스러운 음색은 이제 조롱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곧 웃음을 멈추고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지? 어쩐다…… 상황도 모르고 끙끙대고 있는 걸 보기는 싫고, 그렇다고 함부로 '명령'을 어겼다간 내가 큰일날 테고…….」

 

 

  목소리는 매우 딱하다는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저스틴은 목소리가 자신을 정말로 염려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순진한 사람은 아니었다. 저스틴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외치려 한 순간,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아주 조금만…… 보여줄까.」

 

 

  저스틴이 아무리 애를 써도 움직이지 않던 눈동자가 돌아갔다. 천장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이 천천히 바뀌었다. 샹들리에에서 벽으로, 벽에서 바닥으로, 그리고 반대편으로…… 익숙한 풍경을 낯선 풍경처럼, 자신의 시점을 마치 타인의 시점처럼 느낄 때의 끔찍함이 다시금 저스틴을 덮쳤다. 저스틴은 당장 이 짓을 그만두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저스틴이 그저 단순한 끔찍함에만 잠겨있도록 놔두지 않았다. 초점을 찾듯 이곳저곳을 헤매던 눈동자가 멈추었을 때, 저스틴은 심장이 멎는 기분을 느꼈다.

  기분 나쁜 모형처럼 개복된 자신의 몸─정확히는 활짝 열린 몸의 내부를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누군가.

  긴 금발을 가진, 창백함을 겨우 면한 피부의 남자는 그를 제압했던 집행자였다.

 

 

 

 

  3.

 

  저스틴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것을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저스틴은 철두철미한 마술사였다. 저스틴에게 자신이 마술을 위한 부품으로서 얼마나 적합한지 재단받는 것은 어렸을 적부터 익숙한 일이었다. 실험체가 될 사람을 판별하는 일 역시 그랬다. 그리고 저스틴은, 비록 도를 넘은 실험으로 신비의 은닉을 깨기는 했지만, 수차례 실험을 반복하면서도 '나는 되지만 너는 안된다'는 이기적인 사상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상황이 뒤집어지자, 저스틴은 은연중에 자신이 그런 사상을 갖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후계자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누군가에게 가치를 감정받는 것은 빈말로라도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마치, 마치─

 

 

 「도축 같다고?」

 

 

  목소리가 깔깔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네! 아, 도축보다는 정형이 더 가까우려나? 저 녀석, 그냥 배를 가르고 끝내지는 않거든…… 아, 그래. 좋아. 이거야……!」

 

 

  목소리는 이제 거의 기쁨에 물들어 있었다.

  저스틴은 목소리의 음색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를 조롱하며 즐기는 웃음기가 아니라, 거의 순수한 환희에 가까운 기쁨.

  남이 기뻐하면 같이 기뻐해주는 것이 사람으로써 마땅한 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저스틴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목소리의 갑작스러운 변화도 변화였으나 목소리가 지나가듯 말한 말에 더 신경이 쓰였다. 이미 집행자에게 제압당하고, 몸의 제어권을 박탈(저스틴은 결국 이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당한 사실만으로도 절망스러운데 배를 가르고 끝내지 않는다니?

  저스틴의 생각은, 가만히 저스틴의 몸을 내려다보던 집행자가 움직임으로써 잠시 끊어졌다. 집행자는 자물쇠 모양으로 구부려 입술에 대고 있던 손가락을 떼고, 마치 보이지 않는 글자를 쓰듯 손을 가볍게 움직였다.

  큰 변화는 없었다. 거창한 마술적 현상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몸속에서 기어올라온 손을 보았을 때, 저스틴은 까무라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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