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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전야 / 칠석의 오작교

INSURA 2018.07.17 12:51 조회 수 : 25

1 / 인연

 

 

 - ...그리하여 이 견우성, 직녀성의 두 별에 얽힌 설화에 대한 해석은..

 

 

<메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마우스를 클릭하여 듣고있던 강의를 정지한다.

아직 점심 시간도 되지않은 한적한 한적한 전망대의 라운지에는 자신을 제외하고선 드문드문 인기척이 느껴진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홍콩, 철이 들고선 10년째 눈에 익은 그 광경. 그 익숙함에서 눈을 돌려 메세지의 발신인을 확인한다. 

 

 메세지의 발신자는 자신의 양아버지이자 유일한 가족인 알프레드 페니워스. 소싯적에 발이 상당히 넓었고 가사, 요리에 능한 만능인 자신의 양부가 보낸 자신에 대한 안부와 애정을 드러내는 메세지를 읽는다.

 

 작은 카페 겸 레스토랑, "오작교"를 경영하는 오너이자 지배인인 자신의 양아버지는 이따금 지인에게서 좋은 찻잎과 식재 등을 소리소문없이 가져다가 가게로 가져다 놓는다.

 알프레드의 수완과 손재주는 어린시절부터 동경하여 자신역시 그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는 것이지만, 아직도 자신의 실력으론 갈길이 멀다는 것이 뼈저리게 다가오는 것이지만.

 

 

<...운 좋게도 재료를 다 구할 수 있어서 아무리 늦어도 오늘 밤에는 도착할 것 같구나. 아마 심야가 될 것 같으니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잠자리에 드는게 좋겠다. 자고 일어나면 이번에 아버지의 "친구"가 보내준 선물을 볼 수 있을 게다. 사랑한단다.>

 

 

..장문으로 이루어진 그 메세지를 꼼꼼하게 읽는다. 보통 이 시기가 되면 양부인 알프레드는 식재의 공급 및 친구를 만난다는 명목으로 영국으로 훌쩍 홀로 떠났다 돌아온다. 그리고는 친구라는 지인으로 부터 값비싼 다기세트라던가 출처가 매우 의심되는 괴상망측한 기념품들을 가져오고서 소감을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어째선지 그것들을 필담으로 적어서 말해줄때 굉장히 즐거워하는 듯한 기색이었지만 아직도 그 이유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양부가 얻어온 성의를 생각해 매번 성심성의것 답을 해주고 있다.

 

"......"

 

 메세지에 대한 답장을 정성스럽게 써서 알프레드에게 보내고 앉아있던 라운지를 정리하고 일어난다. 슬슬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니 가게로 돌아가서 오픈할 준비를 서둘러야한다. 

 

 가게이자 집인 그곳은 자신이 유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친부에 대해선 그 존재자체도 짐작못하고, 친모는 자신의 탄생과 동시에 이별을 겪었다. 친모에게서 부탁받은 연으로 자신을 돌봐주는 양부 알프레드. 

 

..자신이, "리 노아"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소중한 증명이기에.

 

 

2 / 원인

 

 

-..부디, 아이에 대해서는, 그 분에게...!

 

 

오래된 기억, 자신의 손을 잡고서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기"를 자신에게 부탁하는 그녀의 모습에 알프레드는 눈을 떳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닦으며 주변을 살펴보면 아직 홍콩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의 내부이다. 

 

 17년 전의 일, 고귀한 푸른 피를 잇는 자들을 대대로 모시던 자신에게 내려진 마지막 의무. 사랑보다 의무를 택할 수 밖에 없었기에  고뇌 속에서 내려진 주인의 결단은 주인을 연모하던 사려깊은 하녀가 스스로 떠나는 길을 택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중년이던 시절부터 어린 나이에 가르침을 받았던 현명하고 단아했던 그녀. 자신의 친자식처럼 엄하고 바르게 키웠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기었건만, 사람의 감정을 얕보는 실수를 큰 실수를 저질렀었다.

 

 아이에 대하여 모시던 주인에게 부담이 될까봐 끝까지 그 존재를 비밀로 지켜달라던 그녀, 자신의 선택에 실의에 빠져 그녀를 되찾으려는 주인. 

 

 

'상사상애. 거부하려고 해도 억지로 되지않는 것이 있는 법인데...'

 

 

사생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전대 가주가 사망한지도 몇년 전, 결국 갖은 수를 내세워 자신과 그녀의 아들의 행방을 찾아낸 현 가주. 아버지나 그 아들이나 그 고집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느낀다.

 

 

'....또한 노아에게도 친부에 대하여 숨기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전 가주 생전에는 보내주었다가 사후에 다시 그녀의 흔적을 찾아내는 현 백작과 그에게 폐가될것을 생각해 아들의 존재를 비밀로 했음에도 그를 끝내 있지못하여 아이의 이름을 노아로 지은 그녀.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닮은 두 인물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다.

 

 이번 여행도 영국의 백작가에 노아에 대한 보고와 더불어 자그마한 아버지로서의 선물을 강제당한것이다. 매번 큰 돈을 쓰려는 현 가주와 그것을 몸으로 막는 집사인 자신의 아들의 실랑이를 보는것도 하나의 꽁트이지만.

 

 좌석의 시트에 몸을 뉘이며 다시 잠을 청한다.

하녀였던 노아의 친모는 먼 선조가 영락한 동양계 마술사이자, 무술의 계통이라 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다부졌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오는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친아들에게 들은 불길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번에 구룡반도 근처에서 마술사들 간의 항쟁이 있을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아버님과 그 분의 집이 그 근처라 들었는데 혹시나 염려가 됩니다. 그들의 행사에 휘말리시기 전에 잠시 다른 곳으로 피해가심이 어떠실지..]

 

 

자신과 노아를 염려하며 꼭 피난해달라는 말에 확답했다. 돌아가서 노아와 상의 후 바로 잠시 휴가를 핑계로 떠나면 되겠지. 그리고 휴가 중에 노아에게 친아버지에 대해 말을 조심스레 꺼내보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하며 눈을 감는다. 노아의 친모였던 그녀가 살던 집을 가게로 고쳐 사용하는 자신과 양 아들의 자택. 그곳에서 대화는 못하지만 밝게 자라준 양아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애써 마음속 한 구석의 불안감을 잠재운다.

 

 

...설마 그 사이에 무슨 불상사가 생길리는 없을 것이라고.

 

 

 

3 / 소원

 
 
 마지막 손님을 내보내고 가게 문에 <Close>란 명패를 걸어 놓다가 밤하늘에 시선을 빼았긴다. 그리고 그 아래 은하수와 대칭하여 빛나는 구룡반도의 불야성에 잠시 시선을 빼았겼다가 이내 다시 몸을 움직여 가게로 돌아온다.
 
 다행히도 오늘은 단골고객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실수가 일어날 일들은 없었다. 이따금 있는 여행객들이나 처음이신 손님들을 단골손님들이 통역과 필담 등에 있어서 도움을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만 손등을 문 모서리에 부딛쳐 '작은 멍'이 들고 말았다.
 
 
'이 정도면 내일 가게를 열 때까지는 가라앉을 것 같아서 다행이네'
 
 
 씻고 난 후 옷을 갈아입고 잠자리에 앉아서 손등을 얼음찜질하다가 이내 누워서 잠을 청한다. 요즘은 이렇게 누워서 잠을 청하면 꿈속에서 내가 처음보는 사람들이 보인다.
 
 작은 테이블에 앉아서 웃고있는 묘령의 여인과 그 맞은 편에서 얘기를 하고있는 양부 알프레드. 그리고 그 옆에서 왠지 쭈뼛거리며 여인을 쳐다보고 있는 건장한 청년의 모습. 그런 그들에게 말을 걸려고 하면 현실보다 더한 답답함과 울렁거림이 오는 동시에 알프레드의 모습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라진다.
 
 이 이야기는 알프레드에게도 하지않는다.
양부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나올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에게 심려를 끼치고 싶지않다.
 
 
...오히려 말하고 싶다. 
자신을 사랑해주어서 고맙다고.
 
 그런 말을, 내 입으로 직접 그에게 말해주는 날이 언젠가 왔으면 좋겠다고.
 
 
 수마에 빠지면서 그런 작은 소망을 머릿속으로 흘렸다.
왠지 모르게 폐점 직전에 보았던 은하수가 자신을 감싸는 듯이 환해졌던 것은 잠결의 기분 탓일까....
 
 
 
4 / 원망
 
 
 그렇게 이 자리에 소년의 소망과 동시에 한 명의 영령이 소환된다.
광란의 사슬을 몸에 감싼, 가녀리디 가녀린 일본풍 복장의 소녀.
 
 
"서번트 버서커, 키요히메. 소환에 응하여 찾아왔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마스... 어머나."
 
 
 소년과 나이차가 거의 나지 않는 듯한 소녀는 자신의 주변상황을 확인하고선 이내 지금 상황이 정상적인 소환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이내 편안히 잠든 소년의 얼굴을 요모조모 살펴보던 그녀는 이내 무언가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밝은 미소를 짓고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마스터님...."
 
 마치 뱀이 먹잇감을 파고들듯이 이불 아래를 꾸물꾸물 기어들어간 그녀는 소년과 호흡이 다을 거리까지 달라붙은 뒤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의 보호자가 보았다면 당장 신고가 들어왔을 당치않은 행위를 하고도 거리낌 없이, 오히려 만족감이 흘러넘치는 미소를 띄운 그녀의 행동은 본래의 성품의 탓일지 그녀가 현계한 클래스의 탓일지.
 
"서번트와 마스터의 코뮤니케이숀, 이었던가요?
그걸 위해서라면 이정도 쯤은 괜찮으시겠죠 젊은 마스터님..?"
 
 작은 독백과 함께 자신의 만행을 합리화하는 그녀.
소년의 친모가 살아있거나 보호자인 의부가 본다면 뒷목을 잡겠지만,
 
 
스으윽
 
".......!"
 
 
..항상 홀로 잠자리를 청하며 사람의 온기를 갈구하던 소년에게, 의도는 어찌되었건 소녀의 행위는 두명의 거리를 좀 더 좁혀주었다.
 
 잠결이라 해도 자신을 끌어앉으며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이는 소년의 얼굴은 그녀의 무언감에 접한 것일까. 황홀감에 몸을 살짝 떤 그녀는 이내 소년의 품속으로 더욱 더 파고들었다.
 
 
'아아.... 드디어, 드디어 찾았습니다. 저의 안친님...!'
 
 
 머릿속을 가득채우는 부끄러움과 달성감에 사고가 과열되기 시작한 소녀. 그리고 그러한 온기에 기대어 달라붙는 소년의 행위는 심상에 불꽃이 지펴진 소녀에게는 곁잠을 청하기엔 너무나 긴 밤을 선사했다.
 
 
Ex / 오작교가 내려진 뒤
 
 
 알프레드 페니워스는 또 한번 실수를 간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의 실수는 매우 강렬한 방식으로 자신의 뇌리속에 오래동안 남을 오점이라고.
 
 
"............."
 
 
 침상에 누워서 매우 당황한 듯이 쳐다보는 자신의 양아들, 노아와
 
 
"안녕하신가요, 아버님. 어젯 밤 강렬한 경험을 한 이후 서방님을 모시게 된 서방님의 아내, 키요히메라고 하옵니다."
 
 
 생긋 웃으며 잘부탁드린다고, 덧붙이는 '인간이 아닌' 키요히메라는 소녀. 
 
 
알프레드 페니워스, 그에게 17년만에 인생의 전환점이 될 사건이 일어나는 어느 아침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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