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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자원봉사를 끝내려던 찰나, 백화점에 들려 아이들에게 장난감이라도 사주고 싶었기에, 레이첼은 쇼핑을 끝내고 양 손 무겁게 든 검은 양복 사내들과 함께 인적이 드물어진 거리를 걸었고, 그녀는 자신을 감시하는 기분 나쁜 시선에 눈치 채고 걸음을 멈추었다.

 

 

이런 인적 드문 곳에 감시 카메라라……. 언제부터 홍콩 치안이 이렇게 밝아졌대?”

[멈춰라.]

 

 

레이첼은 오른 쪽 주먹을 들며 멈추란 사인을 보냈고, 그녀를 따르던 모든 사내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었다.

 

 

? 이제 와서 먹고 싶은 게 떠올랐다. 같은 이야기 하면 화낼 거야.”

[그것도 꽤 나쁘지 않다만, 포위당한 거 같군.]

 

 

세이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렸고, 레이첼은 빠르게 강화 마술과 마술을 사용하며 어둠속에 녹아들었다.

 

 

적인가?”

[그게 누구든, 공격을 했다면 적이 아니겠나?]

 

 

염화로 전해져 오는 세이버의 목소리는 끝없이 차가웠다. 다섯 정도 되는 공안이 부하들을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고, 레이첼은 달려가며 말했다.

 

 

세이버, 오른쪽,”

[닥쳐라.]

 

 

말과는 달리 세이버는 실체화 하며 오른쪽으로 달렸고, 레이첼과 함께 각각 눈앞의 공안들을 간단히 제압하였고, 세이버는 곧바로 영체화 했다.

 

 

언제부터 공안이 무턱대고 사람 잡아댔었니? 너 나 누군지 아니?”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엔 자신에게 총을 들이밀고 있는 공안 여성의 모습이었지만, 아마도 이 공안들 중에는 가장 강한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레이첼은 눈치 챘다.

언뜻 보기에도 클래식한 디자인의 총이었다. 하지만, 공안이 그런 총을 다닐 리 없으니 평범한 총이 아님은 분명했다.

 

 

어머나, 무슨 말씀을. 사회의 해악들을 성실하게 잡아 족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거 혹시 공무집행방해?”

그럼, 너 때문에 아이들 가져다줄 장난감 작살난 건 어떻게 설명할래?”

 

 

레이첼은 쓰러진 부하가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열어 보여줬다.

그곳에는 멀쩡한 장난감들도 있었지만, 벌써 어딘가가 부러진 장난감도 있었다.

 

 

이야, 요즘 갱들은 고아원에 자원봉사도 하나봐. 조사 똑바로 안 하지?”

홍콩은 영국과의 범죄자 인도 조약에 따라 합법적인 국가공무원으로서 최소 수 백 명을 살해한 혐의가 있는 조직의 수장 하나를 체포할 권리가 있을 텐데? 아니면 얌전히 추방당해주면, 못 본 척 넘어가줄지도 모르고.”

 

 

장난 가득 담긴 그녀의 표정과는 달리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꽤나 험악했고, 무엇보다 이것은 공안이 레이첼을 체포하기 위해 덮친 거라 봐야 할 상황이었다.

그리고 레이첼이 뭐라 말하려던 찰나 염화로 세이버의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푸하하! 성배전쟁 이전에 시끄러운 개들부터 정리하게 생겼군. 어째서 가만히 있나, 레이첼. 명령하라. ‘세이버, 저 여자를 죽여!’라고. 특별히 네 명령을 아주 기쁘게 받들어주고 말고.]

[, 왕님 말도 안 되는 말을. 이런 녀석 하나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해.]

[그럼, 관전하도록 하지. 보스]

 

 

그렇게 비꼬는 말과 함께 세이버의 목소리가 멀어져갔다. 어지간해선 염화를 쓰지 않는 레이첼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지만, 그녀 혼자가 아닐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 그녀의 증원을 빠르게 스캔하며 입을 열었다.

 

 

추방? 더 좋은 방법이 있지. 넌 오늘 날 못 본 거고, 주머니는 두둑해지겠지. 그리고 열흘 뒤에는 어머나 깜짝! 갱단 보스 하나를 국외로 추방했네? 너는 표창도 받고, 나는 깔끔하게 넘어가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어때?”

 

 

레이첼은 너스레 떨며 웃었다.

 

 

어머, 네가 보통 갱이었다면 그걸로 딜, 이었을 지도 몰라. 나도 솔직히 너희 같은 사람들이 대낮에 민간인을 습격하거나 하지 않으면, 너희들끼리 뭘 하던 그런 건 괜찮거든?”

 

 

그리고 이를 깨물며 혐오와 증오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레이첼을 노려보며 이어 말했다.

 

 

……네가 그 빌어먹을 마술사만 아니었다면!”

 

 

[레이첼, 상황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여기서 제거해야겠다.]

 

 

세이버의 염화가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격발하였고, 강화한 오른 팔로 총알을 튕겨냈지만, 마술적 마감이 된 총탄인 것인지, 팔이 저려왔고, 레이첼이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떨리는 팔을 쳐다보고 다시 공안을 바라보는 순간, 레이첼은 더욱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

 

 

그만해!”

 

 

공안 또한 레이첼이 말한 것이 자신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았고, 그 목소리가 향한 방향에는 새카만 갑옷을 입은 금발의 사내가 자신의 목에 칼을 내려치다 멈춘 모습이 비쳤다.

동화속의 왕자님과 같이 멋진 외모와는 달리 눈에선 살기가 넘쳤고, 자신을 베는 데 있어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리고 레이첼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들렸다.

 

 

걔 일반인이야.”

!”

 

 

금발의 사내가 어둠속에 모습을 감추었고, 공안은 놀라움을 추스르며 다시 레이첼을 향해 바라봤다.

 

 

아무튼, 보시다시피 우리는 자원봉사 잘 하고 돌아가는 길이고, 그쪽이 마술에 무슨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실수하고 있단 생각 안 들어?”

 

 

너무나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비록 총알을 튕겨냈다 하지만, 마력 마감된 총알이기에 자칫 그녀가 방심했다면 큰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레이첼은 그러고도 자신을 공격하는 사내를 멈추었고, 아직 자신을 설득하고 있다.

 

 

어머, 무서워라. 그대로 공격하게 내버려뒀다면 저주해 죽였을 텐데……. 그리고 실수? 내가 말하지 않았나? 네가 선량……하진 않아도 보통의 보스였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라고. 그런데 낮부터 말이야, 마술사 나부랭이들이 눈에 뵈는 거 없이 나대니까 말이야……! 내가 좀, 너희 같은 애들을 싫어하거든?”

 

 

사납게 일그러지는 인상. 그리고 레이첼은 양복 재킷을 땅에 벗어던지며 말했다.

 

 

왕님, 화나는 건 알겠는데, 이거 왕님 끼어들 자린 아닌 거 같아.”

?”

 

 

이전의 분위기와 달리 날카롭게 변한 그녀의 눈매는 분명한 적의를 내보이고 있다. 긴장과 함께 그녀의 움직임을 살필 틈도 없이 레이첼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졌고, 바로 1미터 앞의 바닥이 푹 꺼지며 그녀의 모습이 보였고, 이미 안쪽까지 파고들어 정권을 내지르고 있었다.

시선을 더 옮길 틈도 없이 날아드는 주먹이 송곳처럼 가슴에 박혔다.

 

 

후우……. 한 번에 심장을 파괴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신부님처럼 되진 않네.”

 

 

레이첼이 숨을 고르며 자세를 다시 가다듬는다. 그녀의 말대로 확실히 그녀의 공격이 들어왔다면 어떤 결과가 되었을 진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손으로 그녀의 주먹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말이다.

고통에 인상이 일그러진다. 비록 막았다 하더라도 손에 금이라도 간 것처럼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

 

 

어차피 네 말대로 마술사니까 회복은 시켜줄 테니, 걱정 마. 잠깐 열흘간 잠들어 있으면 되니까.”

역시 너희들은 모두 똑같아.”

네가 어찌 생각하건 아무래도 좋아. 나는 일반인에게 가급적 피해를 주지 않을 생각이고, 너는 그걸 방해하고 있을 뿐!”

 

 

다시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분명 그것은 불가시 마술과 신체 강화 마술을 접목한 마술사용으로 실제로 그녀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다고 한들 그녀의 공격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짤랑거리는 동전소리가 뒤쪽으로 움직이는 소리를 놓치지 않고 옆으로 구르며 보인 모습은, 높게 뛴 그녀가 아래로 주먹을 내리 꽂는 모습이었고, 곧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리며 콘크리트 바닥에 균열이 갔다.

하지만, 이것이 곧 기회였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음 탄을 장전한다.

하늘에 튕기듯 날아오른 구릿빛 탄피가 땅에 채 떨어지기 전에 장전을 끝낸 총구가 레이첼을 향했고, 그녀가 자세를 가다듬기도 전에 다시 두 번째 격발이 이루어졌다.

공이가 탄환을 때리며 건파우더와 흰 연기가 퍼졌고, 날아오는 탄환을 레이첼이 피할 시간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에게 정확히 꽂혔다면 이 상황은 쉽게 수습이 되었을 것이다.

여유롭게 등을 돌리며 철산고로 총알을 튕겨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번엔 전혀 총알의 효과는 없었으며 심지어 그녀가 입은 셔츠에 그을음조차 남지 않았다.

 

 

괴물……!”

일반인 치고는, 너도 그 카테고리란다.”

너희만 아니었어도……! 너희만 아니었어도……!”

 

 

증오심은 더욱 커져간다. 잃은 것에 대한 분노, 증오. 그것이 설사 상대가 직접 저지른 행위가 아닐지라도 모두 한통속이다. 그러니, 그녀 또한 다를 리 없다. 마술사들이란 하나같이 다 같다고…….

그렇게 생각이 드는 순간, 레이첼은 다시 양복 재킷을 집어 들었다.

 

 

이제 그만 들어가렴. 실력의 차이는 확실해. 이걸로 납득했지? 나는 죽일 생각이 없어. 무엇보다 그토록 증오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면 더 말해봐야 소용없나?”

 

 

순간 쓸쓸한 눈빛이 비치며 레이첼은 등을 돌렸고, 걸음을 뗐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더욱 커진 증오는 레이첼이 베푼 자비심을 먹이삼아 더욱 거대해졌다.

실력 차이 같은 건 이미 잊어버리고 달려든 그녀에게 이미 전략 같은 건 없었다. 총알도 튕겨내는 괴물이란 것은 이미 머릿속에 새하얗게 지워졌고 주먹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 주먹은 어느새 공중에 떠 있는 레이첼의 재킷을 스칠 뿐이었고, 어느새 자신의 얼굴에 날아오는 레이첼의 주먹만이 보였다.

제아무리 마술로 회복을 시켜준다 하더라도 완벽히 머리가 부서져버리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쯤은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에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가 올라옴과 동시에 안도가 밀려 왔다.

그래. 역시 이 녀석도 같은 마술사…….

라는 생각과 함께 눈을 감았고, 한참이 지나도 느껴지지 않는 고통에 서서히 눈을 뜨자, 눈 바로 앞에서 멈춘 주먹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주먹을 내리는 순간 여기서도 보이는 붉은 불기둥과 함께 엄청난 폭발소리가 들려왔다.

놀라 그곳을 바라보자, 뒤에서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봤지? 네 눈이 옹이구멍이 아니면, 저건 낮에 터진 거랑 똑같은 거란 걸 알 거야. 상대는 아마 다른 거 같다만, 아무튼, 우린 정말 자원봉사 하고 장난감도 선물하러 가던 선량한 사람들. 이해 됐어?”

 

 

마치 모든 걸 알고 있었단 것처럼 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며 레이첼은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 같은 건 귀에 들리지 않았고, 오직 시선은 센트럴 쪽을 향했다.

 

 

……젠장, 센트럴……. 러시아 년인가?”

역시 센트럴이 러시아였나, 아무튼, 우리도 저런 걸 터뜨릴 수 있는데, 보다시피 우린 선량한 사람들……. 가능하면 저런 걸 쓰고 싶지 않아.”

 

 

이미 싸움 같은 건 방금 전의 폭발로 열기가 식어 버린 지 오래다.

어느새 냉정함은 돌아와 있었고, 모든 신경이 센트럴로 집중되었다.

 

 

러시아 년에 나치 쓰레기……. 가관이군 하……!”

삼림에서 날뛰고 센트럴에서도 날뛴 건 역시 나치 쪽이었나? , 아무래도 좋아. 아무튼, 네가 부순 그 장난감이 사람이 될 수도 있단 이야기야. 이곳 감독과는 꽤 절친한 사이에다 무익한 살인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말이야. 가능하면 이쪽이 네 조력을 필요로 할 정도라고. 조사는 확실히 하라니까 정말.”

…….네 말을 믿을 수도 없고 믿을 이유도 없어. 그리고 미안하지만, 네가 그럴 의향이 없어도 너희는 당장 국외로 나가주지 않는 이상, 피해를 피할 순 없을 걸. 존재 자체가 재난이잖니?”

 

 

증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얼굴에 묻어나오는 증오는 표정이 되고, 입에서 묻어나오는 증오는 비꼬는 말이 되어 레이첼을 향했다.

 

 

재난인가…….”

 

 

일순간 그녀의 표정이 어둡게 물든 것 같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튼, 오늘 밤은 저 쪽에 남아 있을 쓰레기 청소라도 하러 가야겠구나.”

 

 

그렇게 더 시급해진 센트럴 문제를 해결하러 가려던 찰나…….

 

 

어딜 가?”

 

 

퉁명스런 말과 함께 레이첼은 장난감 꾸러미를 던졌다.

 

 

……뭐지? 이건 너 같은 꼬마 아가씨들이 갖고 노는 것 아니니?”

네가 양심이 티끌만큼이라도 있으면 뒷정리는 하고 가야지.”

 

 

그렇게 말하며 쪽지를 꺼내 뭔가를 적더니 던져줬고, 그 쪽지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경찰의 감을 얕보지 말아 줄래, 풋내기 보스. 네가 어린애 입맛에 공주님 취향이란 건 비행기 타고 가다가도 보여. !”

 

 

그 주소가 어디 주소라는 것 정도는 짐작이 가능했기에 더 가시 돋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레이첼의 표정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아무튼! 나는 피해 확산을 바라지 않고, 왕님께선 왕에게 도전하지 않는 자에겐 한 없이 자비로울 것…………. 아니, 자비롭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허공을 쳐다보는 레이첼.

그 모습에 레이첼에겐 안 들릴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말을 꺼냈다.

 

 

경찰에게 갱이 심부름을 시키는 일도 있군. , 좋아. 이제 갓 스물 된 여자 아이 같은 소녀 취향의 귀여운 갱이 보내준 거라 보내줄게. 추방당하기 전에 뒈지지 말렴. 그리고 가능하다면……

 

 

너는 다르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하며 레이첼을 바라본다.

 

 

알았어. 알겠다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가능한 조심할 거야. 왕님에게 내 설득이 먹힐 진 모르겠지만……. 뭔가 정보를 물거든 언제든 상담하러 와.”

 

 

그리고 쑥스러운 표정과 함께 머릴 벅벅 긁더니 건물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일 끝났어, 이 자식들아!”

 

 

그 말과 함께 여러 건물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 언제든 죽일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지만…….

 

 

얘들아, 장소 변경이다!”

 

 

그 말과 함께 삐ㅡ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에 붙어 있던 폭탄이 꺼졌고, 레이첼들을 기분 나쁘게 바라보고 있던 CCTV 또한 불이 꺼졌다.

 

 

뭐야, 저거 폭탄 이었어?!”

 

 

놀란 레이첼을 향해 웃음 담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겉으론 전혀 그렇게 들리진 않겠지만, 지금 이것이 가능한 모든 기대를 담은 말이었다.

 

 

그럼, 그럴 일이 있을까 싶지만, 그 때까지 죽지 마렴. 풋내기 보스님.”

 

 

 

 

 

 

그렇게 멀어져가는 공안을 뒤로하고 레이첼은 양복 재킷을 입었다.

 

 

자비 같은 건 베풀지 않아도 좋다. 일반인이 얼마가 죽던, 네가 품은 대망은 겨우 그런 작은 돌멩이에 망설이나? 농담은 갤러헤드 경의 농담으로 족하다고 내가 몇 번을…….”

 

 

공안이 물러난 것을 확인한 세이버는 그 모습을 드러내며 레이첼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왕님도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한다. 방금 그거, 그냥 내가 총탄에 맞은 게 화가 나서 칼 휘두른 거 아냐?”

, 착각도 적당히 해라. 나는 확실히 제거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어쩜 저 사람……. 나 때문에 상처받은 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왕님도 이러쿵저러쿵 해도 날 가장 위해준다는 건 알거든. 마스터니까.”

 

 

그렇게 웃으며 머릴 긁적이자, 세이버는 한 숨을 쉬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 그 이야긴 됐다. 네 말대로 마스터니까 신경 써줬을 뿐이다.”

또 부끄럼 타신다. 그럼, 오늘은 내가 직접 왕님 요리를 만들어 줄까?! 아니지, 홍콩이니까 역시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게 더 낫겠다!”

아니, 나는 네가 만든 게 훨씬……. 아니, 됐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이첼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고마워. 여태 날 걱정해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는데, 왕님은 걱정해줘서……. 어쩜 왕님과 함께라면 해낼 수 있을 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냐?”

글쎄요~”

 

 

앙증맞게 웃으며 걸어가며 레이첼은 작게 중얼거리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처럼 꼬인 세상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본래 누렸어야 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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