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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아침, 거룩하시도다

로하 2018.07.28 14:12 조회 수 : 12

 

 

  겨우 세 명이 머무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넓고 호화로운 호텔의 펜트하우스는 적막했다. 일요일 아침이라 늦잠을 잘 법 한데도,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차피 내내 바쁠 것이기 때문에, 호화롭고 안락한 거처는 필요 없으리라 말했음에도 자신을 워처라 소개한 남자는 "방탕은 미덕. 사치는 취미. 남을 속이고 번 돈이 아니라면 모름지기 제대로 쓰는 것 또한 신사의 덕목." 이라고 단언했던 것이었다. 

 

   아무튼, 그리하여 잔 다르크와 그녀의 동료(가칭)들은 예상과는 달리 푹신하고 사박거리는 거위털 이불과 커다란 대리석 욕조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과연 며칠이나 가능할진 알 수 없지만.

 

 

 

 

*  *  *  *  *  

 

 

   일요일 아침, 워처를 제외한 다른 둘은 전부 새벽같이 일어나 기도를 드렸다. 숨쉬듯이 하는 일상이었으나, 그럼에도 주일이란 것은 다소 특별한 것이었다. 생전부터. 그리고 새벽 다섯 시. 도시의 사람들이 깨어나기 전에, 그들은 먼저 도시 각지의 주요 장소로 향했다. 센트럴로, 산의 정상으로, 옛 번화가로. 

 

   분명히, 다가올 수도 있는 위협에 대하면 비교적 효율적이지 못한 마력의 소모였으나, 그들은 이 성배 전쟁의 제정자, 중재자라는 역할을 맡기 이전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존재했고 존재했던 자들이었다. 세계를 찢어버리는 보구나, 세계를 삼키는 진흙까지 막지는 못할지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에서 평범한 일상을 구가할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하는 것이 옳았다. 그리 해 왔고, 앞으로도 그리 할 것이었다. 분명, 이렇게 소모하고 행동해도 되는 것인지, 그것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다소 고민하기는 했으나, 수천 명이 생명을 잃었다는 어제의 소식을 들은 후, 잔 다르크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기도로, 영창으로. 투명한 방패를 두르는 것처럼, 한 겹 한 겹 도시 위에. 잔 다르크는 자신의 경험 부족에 조금 한탄한 것이었다. 캐스터로서의 적성 또한 뛰어난 워처, 그리고 이러한 일에 대해 이미 수없이 많은 경험이 있는 그녀의 '선배'에 비해, 별다른 마술의 소양은 없으며 아직 그만치의 연륜 또한 없는 잔으로서는 자신이 피워낸 결계가 모로 봐도 다소 부족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앗, 넵.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벌써 어느 새 일곱 시가 다 되었을까. 다른 이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개를 데리고 달리고, 공원에 조금씩 모여 체조 (그렇다, 중국 무술의 기본이었다.) 를 시작한 사람들 중 몇몇이 잔을 보고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평범한 인사 한 마디가 잔에게는 어쩐지 이 도시의 일상 속에 자신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아 기쁜 것이었다. 

 

   

   "... 빵이라도 사 가는 게 좋을까요."

 

 

   잔은 문득 고민했다. 인사를 해 주는 분들이 계시는구나, 벌써 아침이네, 아침에는 밥을 먹어야지, 뭘 먹지?의 단계로 발전한 사고 과정이었다. 그녀가 빵을 사간다면, 아니, 빵이 아니라 무슨 싸구려 불량식품을 사 간대도 그녀의 일행은 감사하다며 먹을 것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워처는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고, '선배'는 길을 걷기만 해도 맛있는 음식을 포함한 온갖 선물을 한가득 받아 들고 오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혼자 먹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결코 아침에 갓 굽기 시작한 빵의 냄새가 너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잔은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갓 구운 크루아상도 맛있겠고, 조금 소박하고 딱딱하지만 따뜻한 상태로 버터를 발라 먹는다면 더없이 맛있는 캄파뉴도 좋다. 하얀 빵은 잼을 얹어 먹으면 무엇보다 맛있을 것이다. 아니, 이게 아니라.. 

 

   

   결국, 약 이십 분 간의 내적 갈등 후, 잔 다르크는 갓 구운 따끈따끈한 빵을 한 봉투 가득히 채워 들고 있었다. 다행히도, 이 지역의 화폐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결국 '이게 더 편리하겠지'라는 말과 함께 받은 신용 카드라는 물물 교환권은 참으로 편리하고도 효율적인 것이었다. 이걸 보여주면 나중에 돈을 내게 된다니, 일종의 발전된 외상 장부 같은 걸까. 잔은 생각했다. 덧붙여서, 빵집의 여주인이 외국인 관광객이라니 이 시간에는 드문데, 라는 말과 함께 하나 더 덤으로 얹어준 뺑 오 쇼콜라는 정말 맛있었다. 워처의 말에 따르면 이 도시는 동양- 아시아에서도 손에 꼽히는 미식의 도시라던데. '일'만 아니었다면 훨씬 즐겁...아니,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제대로 탐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심 아쉬웠던 것은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커다란 빵 봉투를 안아들고, 자리를 떠나기 전, 잔 다르크는 다시 한 번 기도하듯 읊조렸다.

 

   부디 이 도시의 사람들이, 평화로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도록. 밝은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잔 다르크가 근처의 지역에서 나타난 영기 반응에 이동을 고민하게 되는 것은 불과 한 시간 후의 이야기였다.

 

 

 

 

 

 

 

 

 

워처는 화폐에 대해 잔에게 가르쳐 주다가 포기하고 신카를 주었읍니다.

한도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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