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한켠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홍콩 섬과 구룡반도를 잇는 칭마 대교, 세계에서 열한 번째로 긴 현수교의 교각 꼭대기. 번진 얼룩과 새똥으로 더럽혀진 강철 무대의 그늘에 암살자는 녹아든 채였다. 발 아래로 케이블의 전깃불이 찻길을 밝히는 가운데 자동차들만이 연달아 쌩 하니 속도를 내며 바람을 갈랐다. 싸늘한 강풍에 거적떼기가 나부끼고, 해골가면은 전등의 노란빛으로 물들었음에도 눈구멍 속의 어둠은 무저갱처럼 깊을 따름이었다.
시야는 멀리. 머나먼 곳, 지옥의 화마가 살라먹는 삼림 지역. 한밤에도 지지 않는 불꽃의 노을이 지평선 너머까지 반짝이는 문명의 빛과 더불어 어둠을 널리 물리친다.
까악, 까악, 하고 날던 새가 교각 주위를 맴돌다가, 이윽고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다가와 암살자의 후드 위에 가라앉았다. 새까만 깃털은 그늘 속에서도 윤곽을 드러내고, 그리고…… 얼굴에 부착된 가면은 마치 웃는 듯도 우는 듯도 한 것처럼 기괴한 모양새였다. 가면을 뒤집어씌워진 까마귀는 느긋하게 부리로 깃털을 고르다, 이내 날아가 주변의 무리 속으로 돌아간다. 어떠한 울림을 주위로 퍼뜨리면서.
[어라, 벌써 들었어? 누구한테 들었어?]
[다리 아래의 수수께끼 실험실의 바로 그 소문]
[헤메어 들어온 자의 영혼을 만지작거리는 마술사!]
[하지만 이건 거짓말]
[위험한 아저씨들이 호기심 넘치는 바보들을 낚기 위한 거짓말!]
[모르는 사람이 그곳에 발을 들이면 가치 있는 것들을 전부 뜯겨버린다는 사실]
[아아, 무서워!]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거적떼기를 뒤집어쓴 해골가면 위로 조잡한 암시가 비처럼 쏟아져 두들겨댔다. 하지만 암살자는 그 모두를 산들바람처럼 흘리며 울림의 폭풍 사이로 더더욱 기척을 누벼 감출 뿐이었다. 시선은 새빨갛게 타오르는 밤하늘을 향하면서도 그는 근방에 존재하는 사상 전부를 제 몸처럼 감각했다.
오늘 밤의 이 우연한 만남 또한, 물론.
한쪽은 창백한 피부에 희고 붉은 머리를 지닌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와 머플러를 두른 여성.
한쪽은 상처 입고 지쳤으면서도 칼처럼 예리한 눈을 빛내는 어두운 피부의 여성과 그 곁에 바짝 붙어 있는 금발 소녀.
그러다가 문득, 해골가면의 방향이 홱 하고 돌았다.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의 근처, 하지만 교각에선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을 향해.
땋아내린 금발이 가로등 아래에서 반짝이며 춤추는 가운데, 거기에 푸른 시선이 준엄하게 빛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둘은 침묵한 채로 잠시 동안 서로의 눈을 맞추었다. 곧이어 소녀가 앞서 자리잡았던 두 진영의 만남에 말려들어갈 때까지.
암살자는 나직히 한탄했다. 아, 이 무슨 일인지.
고작해야 하루만에 자신을 눈치채는 존재를 둘이나 만나다니, 얄궃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연달아 스쳐지나는 자동차들의 강철의 선을 몇 줄기 긋고, 오늘 밤 대교에서 일어난 만남은 끝을 맞았다. 암살자를 눈치챈 소녀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떠나, 남은 4명은 함께 자리를 옮겼다.
모든 대화를 훔쳐듣고, 정리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순간 섬광이 번뜩여, 다리 위의 그림자는 종적을 감춰 찾을 길이 없었다.
다만 대교 근처, 도시의 불빛에서 조금 떨어진 강변. 야경이 지상의 별처럼 밝은 가운데 함께 걸어가는 4명.
머플러를 두른 여성과 금발 소녀 사이에 새하얀 해골가면이 가로등의 빛을 받으며 드러났으나, 그들 중 아무도 그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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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터와 라이더가 임시 동맹을 수립.
◆ 라이더가 회복을 위한 영맥의 대여를 요구하여, 두 진영은 캐스터의 거점을 함께 공유하게 되었다.
◆ 캐스터의 거점은 대교에 존재한다.
◆ 라이더의 스킬 일부
기승 A+: 환상종이라면 환수·신수까지 탈 수 있다. 단, 용종은 해당되지 않는다.
초원을 달리는 꿈 A+: 그리운 생전의 기억. 현실을 침식하는 환상.
라이더가 밟은 대지는 그의 고향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질되어간다.
현대 문명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 룰러 클래스가 소환되었다.
랴님과 어느 쪽이 글을 쓸 것인지 고민하던 사이, 귀엽고 소중한 어새신쟈응이 대신 써주고 갔다고 한다.
......그야말로 자바니야(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