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1일차 밤 - 쇼핑

ahaz 2018.07.23 21:19 조회 수 : 19

 삼림에서 큰 소동이 일어난 홍콩의 구도심 저녁. 신식 빌딩으로 가득 찬 센트럴과 달리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매력인 구역. 침사추이는 여전히 홍콩의 번화가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보통의 중국이라면 백인의 모습이 매우 이질적이겠지만 홍콩은 예외. 전 세계 각국에서 모여온 이들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백화점의 온갖 명품속에서 취향에 맞는 것들을 집어 백 안에 담아들었다.

 그 사이에, 금발의 미청년과 은발의 미인이 사람들 사이를 걷고 있었다. 마치 잡지 속의 모델이 튀어나온 듯 한 두 사람은 그저 걷기만 하는데도 주변 인물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평화로이 쇼핑을 하던 이 둘 앞에 숨거나 속이려는 의도따위 전혀 없는 한 소년이 다가왔다.

 

”짐을 알현할 첫 번째 인물이 바로 네놈이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라, 잡종.”

”기분나쁜 소년이구나. 숙녀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지 말고 냄새나는 하수구로 꺼져주지 않겠니? 시궁창 쥐 냄새가 나서 기분이 몹시 좋치 않은걸.”

 

 아처와 그의 마스터 나스타샤는 앞에 등장한 소년을 두고 독설을 내뱉었다. 은발의 소년은 두 사람의 언행에 속이 뒤틀릴 것 같았지만 그를 감추고 아처에게 예를 올리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아, 고명하신 왕이라 보았으네 제 식견이 짧아 알지못하니, 어디의 군주이신지 그 이름을 들려주시기를 바라옵나이다.”

 

 소년이 말을 마치자 아처의 표정은 불쾌한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곧이어 아처의 등 뒤로 수많은 황금색 물결과 함께 공중에서 수많은 무구들이 드러나 날 끝을 소년에게 겨눴다.

 

”건방지구나 잡종!! 집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밝히는것이 예의가 아니겠느냐. 네놈과 내가 같다고 생각하느냐!”

 

 아처가 소년을 향해 격앙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여기서 소년이 말 한 마디 잘못 꺼냈다간 전투가 벌어질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상황에 미동도 않고 아처에게 대답했다.

 

”왕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어벤저의 클래스로 현계한 ㅁㅁ라는 자입니다.”

 

 소년이 자세를 낮추어 진명과 클래스를 밝히자 아처는 노여움을 거두고 무구를 다시 창고 안으로 집어넣었다.

 

”흥, 이 몸은 이 몸은 아처. 우르크의 왕 길가메쉬다. 그리하면, 짐의 여가를 방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발길가는대로 가던중 왕의 기척을 느껴 무례인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렇다면 갈길 가거라 잡종. 지금 짐의 기분은 나쁘지 않던 참이다. 아직 이 거리를 좀 더 만끽하고 싶구나.”

”예, 왕의 기분이 상할일이 없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두 서번트의 짧은 통성명과 대화 이후, 잠시간의 정적 후에 나스타샤가 입을 열었다.

 

”괜찮지 않은가 아처? 산책하는데 있어 동행하는 종이 하나 늘어나는 정도는 말이야.”

 

아처는 흐음.. 하며 나스타샤의 말을 듣곤 어벤저를 바라보았다. 나스타샤는 아처의 반응을 보고 어벤저에게 말을 건넸다.

 

”어벤저라 했던가? 나와 함께 이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는게 어때?”

”...나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왕은 어떠신지?”

”..허가한다.”

 

아처는 어밴저의 동행에 동의하며 말을 이었다.

 

”좋다. 따라오거라 어벤저. 네놈이 살던 시대또한 이 도시와는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었겠지. 그렇다면 마음껏 구경하여라. 즐겨라. 그동안 변화한 짐의 세계를 둘러보거라.”

”그리하도록 하지요.”

 

어벤저는 시종일관 업신여기는 아처의 말에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그 둘의 쇼핑에 동행했다. 쇼핑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물건을 사는건 나스타샤 뿐이었다. 길가메쉬는 이따금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나스타샤의 카드로 구매하여 창고에 집어넣었다. 본래 남에게서 무언가를 산다는 행위 자체가 마음에 드는것이 아니지만, 그가 마음에 들어하는건 카드라는 것. 손바닥보다 작은 물건 하나로 눈에 보이는 물물교환 없이 물건을 가져온다는 것이 그에게는 작은 재미로 느껴졌다.

 

...

 

 얼마간의 시간 후 세 사람은 나스타샤가 반 강제적으로 넘긴 음료수를 들며 쇼핑센터입구 벤치에 모여앉았다. 아처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신뒤 어벤저에게 말했다.

 

”즐길만큼 즐기었는가 어벤저. 그대가 보기에 이 시대는 어떠하느냐.”

”즐거운 부분이 없지는 않군요. 허나...”

 

어벤저는 잠시 말 끝을 흐리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한 것을 보지 않고 과거에 얽매여 있기에 복수자로 불려나온 것이겠지요.”

 

아처는 어벤저의 대답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어리석구나. 과거는 과거일 뿐. 복수의 말로는 똑같은 인간의 욕심에 배신당할 뿐이다. 그럼에도 복수를 갈망하는 네놈은 그야말로 영령이라기보다 귀신에 가깝구나.”

 

아처는 벤치에서 일어나 말을 이었다.

 

“오늘의 산책은 끝이다. 네놈의 한없는 원한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지 기대하마. 돌아간다, 잡종.”

“잡종이 아니라 나스타샤다 아처. 어벤저, 아처가 널 지켜보겠다 하니 나름 마음에 든 모양이야. 부디 끝까지 살아남아줬으면 해. 당신의 마지막의 마지막이 검과 창에 난자당하고 구두에 밟혀 산산조각나는 모습을 정말 보고싶거든.”

 

 그리곤 나스타샤는 쇼핑했던 물건의 일부를 어벤저의 의사도 묻지않고 넘긴다음 아처와 함께 등을 돌렸다.

 

“그럼 안녕히. 세계 자체가 자신의 영토라 말하는 왕이시여.”

 

어벤저는 그들의 뒤로 인사를 한 뒤

 

“이 몸은 이미 낙일을 맞이했음에도 증오속에서 헤어나오지 못 할 복수귀이니, 검과 창에 짓밟히더라도 어찌 멈출 수 있을까.”

 

라고 중얼거리며, 광소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4일차 밤] 12월 27일 - 『트로이메라이』 (기간 : ~9/15일 밤 10시) [14] 로하 2019.09.13 118
공지 [4일차 낮] 12월 27일 - 『투모로우』 (기간 : ~9/12일 밤 10시) [15] 로하 2019.09.11 106
공지 [3일차 밤] 12월 26일 - 『Boxing Day Night』 (기간 : ~9/2일 밤 10시) [21] 로하 2019.09.01 116
61 레이첼 리치먼드 / 세이버 - 내가 보는 미래는 하나 뿐 Rin 2018.07.30 18
60 아이리안 스펜서/실더 - 의문의 소년(1일차 낮) [2] Sigma 2018.07.29 36
59 전투 : 2일차 밤 - 시작 [4] 로하 2018.07.29 27
58 진행 : 2012년 12월 16일, 2일차 밤 - 『잔향』 (~29일 12시까지) [30] 로하 2018.07.28 69
57 12월 16일 아침, 거룩하시도다 로하 2018.07.28 12
56 전투 : 2일차 낮 - 1페이즈 완료/2페이즈? [12] 로하 2018.07.28 54
55 진행 : 2012년 12월 16일, 2일차 낮 - 『잔해』 [35] 로하 2018.07.25 92
54 ※ NPC 소개 [1] 로하 2018.07.25 73
53 레이첼 리치먼드 / 세이버 - 두부와 유열의 아이스크림 Rin 2018.07.25 33
52 아이리안 스펜서/실더 - 강령술사와 수호자 [1] Sigma 2018.07.25 26
51 2012. 12. 15. 아침 [1] 로하 2018.07.25 23
50 에즈라 오 / 어벤저 : 계약, 여기에 LiVERTY 2018.07.24 11
49 아이리안 스펜서/실더 - 방패의 소녀(2) Sigma 2018.07.24 14
48 전투 : 1일차 밤 - 시작 [8] 로하 2018.07.24 47
47 리 웨이 / 어새신 - ■■ (1일차 밤) [2] 42 2018.07.24 34
» 1일차 밤 - 쇼핑 ahaz 2018.07.23 19
45 [리 노아 / 버서커] 1일차 밤 INSURA 2018.07.23 24
44 아이리안 스펜서/실더 - 방패의 소녀(1) Sigma 2018.07.23 16
43 [아마레토/라이더] Storia di un burattino Elfriede 2018.07.23 29
42 [애쉬/랜서] 금색의 악마. 아르니엘 2018.07.22 19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