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봐, 아가씨. 벌써부터 기력 딸리면 어떡하려고 그래, 응?"
좁고 캄캄한 방 안에서 이 남자와 같이 있고 난 것이 어느덧 4시간 전.
물고 늘어지는 남자의 말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과격해지면서 아마레토의 정신을 갉아먹었습니다.
"......벌써 몇번이나 말씀드렸을텐데요. 그곳을 그 지경으로 만든 건 제 서번트의 보구가 아니라고요."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응? 랜서가 쐈든, 라이더가 쐈든 우리가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나중에 따로 윗사람들한테 올릴 보고서지."
"......저희들은 어디까지나 정당 방위로서......"
"정당 방위로 남의 사유지 맘대로 불태워도 되는 거야? 응, 그래? 왜, 그럼 하는 김에 옆나라도 좀 태우지 그랬어. 애들 지리 공부도 편해지고 얼마나 좋아요, 하."
"............그렇다고 제가 모든 책임을 물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거기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몇 번을 말해요, 이 이해력 떨어지는 아가씨야. 지금 그곳에서 진행중이던 미해결 사건이 몇인지나 알아? 늬들이 거기 태워버려서 이제 증거도 안 남았다고요. 유가족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니?"
이렇게 말하면 저렇게 말한다.
그것이 남자랑 얘기하면서 아마레토가 얻은 결론이였습니다.
차라리 매료를 걸어서 이 국면을 빠져나가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 아마레토는,
눈빛에 강한 주력을 담아 남자를 쏘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가씨 보게? 지금 나 유혹하려고? 아서라, 아서... 내가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당신같은 작자들 한 두번 봤을까?"
"............"
"아가씨... 나 아가씨한테 관심 1도 없어요. 나 남자 좋아하거든. 원래 우리같은 사람들이 일 때문에 가정에 좀 소홀하잖아요. 그래서 직장에서 외로운 사람들끼리 얽히고 뒹구는 거야."
"............하아."
홍콩은 아직 마술사들의 총본산인 런던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땅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시계탑의 눈을 피하려는 마술사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라고 생각하기 쉽상이지만,
사실은 마술세계에서의 치외법권인 만큼 더욱 법이 까다롭고, 그래서 공안에 소속된 자들 역시 대부분 대(對) 마술사 훈련을 거친 숙련자들 뿐입니다.
"미리 말해두는 데 보구를 써서 엄청난 화력으로 건물째로 쾅! 하는 것도 아웃이야. 만약 그렇게 되면 아가씨의 체내 마술회로가 역류하는 건 다 알고 있지?"
"............"
그 말을 듣자 아마레토는 다른 독방에 갇혀있는 라이더에게 생각이 미쳤습니다.
지금 그녀는 마땅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마스터로부터 공급되는 마력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정작 마스터인 자신이 계속되는 취조로 정신이 피폐해져 있으니......
제대로 된 생명력이 돌아갈 리 만무합니다.
아마레토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빨리 이 고문같은 시간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