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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 전] 소녀 in 뉴욕

Sigma 2019.08.23 13:20 조회 수 : 22

 

  아아아아아주 옛날에 우리 집안은 이름 높은 마술사 가문이었다고 배웠다. 몇백년 전에도 몇백년 전의 선조가 있는 역사 길고 대단한 집안이었다고.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선조님 중 한 분이 마술사로서의 우리 가문은 끝장난다는 선고를 들었고, 명맥을 억지로 이어나가려다 추해질 바에야 깔끔히 끝내겠다는 어마어마하게 힘든 결정을 내리셨다고 한다. 주변으로부터 범속하다느니 패배자라느니 하는 손가락질을 했다고는 하는데, 대신 살아줄거 아니면 닥치라고 일갈하셨더니 어느샌가 싹 사라졌다나.

 

 

  덕분에 우리 집안은 비록 지금 마술사적으로는 일반인급으로 떨어졌다고는 해도 먹고 사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 없이 잘 살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음, 우리 세대(?)는 애초부터 대단한 마술사였던 적이 없으니까 마술사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든 어쨌든 별로 아쉽지 않기도 하고. 순간이동 같은건 좀 부럽긴 한데 어차피 그건 진짜엄청아주정말 옛날의 대마술사가 아닌 이상 안된다고 하니까. 응응.

  아무튼 선조님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로, 중요한 건 실감이 잘 안되는 마술이니 근원이니 하는게 아니라 바로 현재라는 거지. 어렸을 때 부모님께 우리 집안에 얽힌 이야기를 들은 나는, 선조님을 본받아 앞으로의 나날을 착실하게 닦아두기로 했다. 그리고 기왕 닦아둘 거면 완 벽 하 게 고속도로를 뚫어놓기로도.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결과 나는 목표했던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 합격했다구! 그것도 뉴욕의! 기숙학교에!

 

  무, 물론 다른 곳에도 기숙학교는 있지만 뉴욕이잖아? 세계의 중심이잖아? 게다가 학교 위치는 로어맨해튼! 위는 차이나 타운이요, 옆은 월 스트리트에, 구겐하임 박물관 등 어마어마한 명소들을 지하철로(심지어 걸어서도!) 갈 수 있다구! 그야말로 꿈과 희망이 가득한 신세계!

 

  처음 합격장을 본 나는 내가 절대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고. 중학교 선생님, 친구들, 부모님께 연신 인사를 하고 나는 잽싸게 짐을 싸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무사히 1학기를 보내고 처음으로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왠지 최근 들어서 이상하게 공기가 무겁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며칠전까지 귀찮다 귀찮다를 연발하던 아이들도-내 룸메이트를 포함해서-기숙사를 떠나서 각자 집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남기로 했다. 비록 여기는 집이랑 멀리멀리 떨어진 곳이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학교 친구들과 자주 들르는 가게의 이모님 정도밖에 없는 만리타향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상하게도 친구들도 선배들도 선생님들도 부모님도 절대 나 혼자 뭘 하지 말고 일단은 누구에게 물어보라고 당부를 하고는 하시는데, 나는 그 동안 살아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미 너무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안 그랬으면 공부하는 동안, 그리고 미국에 와서 생활하는 동안 버틸수 없었을 거거든. 이렇게 미국에 오면서 자립이라는 여정에 한발짝 발을 내디딘 것이나 다름없게 된 지금, 겨울방학 기간부터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나가는 어른러워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동안 신세졌던 주변 사람들에게 보답해야 했다. 아주 가아아아아끔 헛다리를 짚거나, 아주 조오오오오금 덜렁대는 모습에서 조기졸업도 할 겸.

 

 

  나는 부풀어오르는 마음과 어른스러워진 내면을 느끼며, 겨울방학 기간 동안 기숙사에 머물겠노라는 신청서를 담당 선생님께 제출했다.

 

 

  어른스러움이 가슴 가득 뿌듯하게 차올랐다.

 
 
 
///
 
 
천조국의 겨울방학 기간은 주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12월 15일부터 1월 2일까지라고 합니다.
한쿡의 겨울방학에 익숙해진 저에겐 넘나 짧은 기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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