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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 세이버/에이든 파커 - 01. 믿음

ahaz 2019.08.22 19:34 조회 수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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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이름은 에이든 파커. 귀찮으니까 한 번만 말할게.

브루클린의 고아원에서 17년째 살고있어.

부모님은 내가 어렸을 때 갱과 경찰의 총격에 휘말렸던 모양이야. 

그 결과는... 지금대로지.

 

-파커!

 

방금 히스테리 가득한 목소리의 아줌마는 젠장맞게 고마운 고아원 원장인 산드라야. 미국의 자랑스런 비만인구를 책임지는 한 명이지.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만 아니었으면 나와 고아원 동생들은 거리에 나앉게 되었을테니 고맙다면 고마워.

 

-쾅! 쾅! 쾅!

 

맙소사 돼지 원장이 이쪽으로 오잖아? 복도로 나가면 100% 마주칠거야. 잠깐 창문으로 탈출하고 이야기를 계속할게.

 

-쨍그랑!

 

 방금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린것 같지만 안 들린거로 칠거야. 난 등교해야 하거든. 잘난 정부 보조금으로 어떻게든 수리하겠지. 하지만 이 일 때문에 돼지가 고아원 동생들을 괴롭히는건 아니겠지? 학교가 끝나면 바로 돌아와야겠어.

 

"안녕 파커!"

"안녕 화이트! 머리삔 바꿨네, 어울리는걸."

"고마워, 어제 새로 샀어."

 

 좀 전에 지나간 갈색머리에 사랑스러운 파란 눈을 가진 여자아이는 제이시 화이트라고 같은 반에 속해있어. 고아인 나와 다르게 부모님이 둘 다 살아계셔. 위 아래로 형제가 한 명씩 있고, 주립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모양이야.

 나? 난 학교 졸업하면 경찰에 지원해볼까 해.

 

"에이든! 오늘은 돼지 아줌마에게 붙잡히지 않았어?"

"응 다행히도. 하지만 돌아가면 난 죽을거야."

 

 주먹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눈 이 친구는 내 절친 빌 스탠. 할렘가에 살고있고 집에는 늘 술취한 아버지가 계셔. 덕분에 늘 집에 늦게들어가곤 해. 가끔씩은 얼굴에 멍이 든 채 등교하기도 하지만, 늘 밝은 표정을 유지하는 친구야. 나와 함께 성인이 되면 독립해서 같이 살기로 했어.

 

"왜, 또 사고친거야?"

"그런게 있어."

 

 내가 깬 유리창때문에 동생들이 걱정이야.

 

"스판커! 오늘은 멀쩡하네?"

 

 멀리서 웬 고릴라가 소리지르는게 들리는걸.

 

"아 좀..."

 

 반대편에서 거만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덩치가 한 명 보여. 빌어먹도록 망할 게리 올슨. 누가 저 폭력 고릴라좀 안 잡아가나?

 

"어이, 무시하는건 아니겠지? 이따 방과후에 같이 한 판 하자고."

"이번에야말로 꼭 이겨줄테니까. 각오해."

"이기즐트니까 극으해~ 도망치지나 말라고 스판커."

 

 저 녀석 설마 내가 한 말 그대로 따라한거야? 더럽게 얄미워서 한 방 먹여주고 싶은걸. 왜 꼭 저렇게 머리에 든 게 없는 깡통 근육돼지는 늘 두 명 이상씩 몰려다는거지? 이 세계에 신이 법칙으로 정해놓기라도 한 거야?

 

"너나 도망치지마 망할 올슨."

"무시해 에이든. 이번에야말로 이기면 되는걸."

 

 예전엔 방과후 함께하던 즐거운 농구시합이었는데 말이야. 빌과 취미로 하던 농구에 저 고릴라들이 시합하자고 끼면서 엉망이 되어버렸어. 덩치때문에 몸싸움에서 밀리는데 심지어 저녀석들 잘하기까지 해! 너무 불공평한거 아냐? 반드시 이겨주겠어.

 

"그래, 오늘 저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자고."

 

 

 

 

...

 

 

 

 

 제기랄. 오늘도 완벽하게 패배했네. 오늘은 바로 고아원으로 돌아가야겠어. 아침에 깬 창문때문에 괜히 동생들에게 불똥이 튀는건 싫거든.

 

"짜증나는걸. 에이든, 뭐 할거 있어? 좀 놀다 들어가자."

"미안,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해. 처리할 일이 좀 있거든."

"잠깐이라도 안 돼?"

 

 불쌍한 빌...

 

"지금 당장은 힘들어. 대신, 저녁은 어때? 재밌는곳 발견했거든."

"좋아. 꼭 연락해."

"알았어. 전에 중고로 산 액션캠 있지? 그거 꼭 가지고 와."

"액션캠? 뭐, 알았어."

 

 마침 예전에 지나가면서 흥미로운 곳을 발견했는데 잘 되었어. 빌과 같이 가면 될 것 같아.

 고아원은.. 아직 조용한 것 같네. 

 

"파커?"

 

 이런...

 

"드디어 왔구나 이 사고뭉치! 이리와!"

"으아악! 너무 세게 잡은거 아냐?!"

"넌 이 정도도 싸다!"

 

 무슨 아줌마 손아귀 힘이 이렇게 센건지! 팔 부러질 것 같아. 원장이 내 팔을 잡고 끌고간 곳은 고아원의 훈육실이야. 우리끼리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 고문실, 감옥, 독방..

 

"오갈데없는 녀석을 데려다 키워줬으면 도움되는 일을 하나쯤 하는게 어떻겠냐?"

"네네 고맙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똑똑

 

 방 밖에서 누가 노크를 하는데, 누구지? 원장이 화났을때 저러는건 좋은 생각이 아닌데..

 

"누구야!"

 

 거봐 이 아줌마 소리지르잖아.

 

"원장님? 손님 오셨어요."

 

 이 목소리는 제이크 조던이네. 고아원의 동생 중 한 명이야. 나와는 5살 차이지.

 

"여기서 꼼짝말고 기다리고 있어."

 

 날 향해 손가락을 세우는 원장이 나간 문 너머로 제이크가 고개를 내밀고 있어.

 

"형, 괜찮아?"

"나야 뭐 늘 이렇지. 아무렇지도 않아. 나 없는동안 돼지가 무슨짓 하지 않았어?"

"어... 음. 별로."

 

 처음에 말을 더듬는게 이상한걸. 그러고보면 문을 잡고있는 저 여린 손에 베인 상처가 있잖아?!

 

"손에 그 상처 뭐야?"

"아무것도 아냐. 오늘 학교 미술시간에 다친거야."

"제발, 제이크.. 진짜야?"

 

 제이크가 대답을 우물쭈물하고 미루는 사이 원장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형 원장이 오고 있어. 다음에 얘기해."

"제이크!"

 

 제이크가 잽싸게 도망가고나서 닫힌 문을 원장이 두꺼운 손가락으로 열면서 방 안으로 들어왔어. 아니 겨울에 조금 움직였다고 땀을 흘리는게 말이 되는거야?

 

"파커. 깨진 유리창 수리비만큼 고아원의 잡일을 네가 맡아야겠다. 그리고 오늘은 이곳에서 반성이라도 하고있어."

 

 그녀가 손수건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명령했어. 벌이야 밭으면 되는거지만 반드시 하나 집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그것보다 설마 제이크에게 유리창에 대한 뒤처리를 맡겼던건 아니겠지?"

"잘 아네. 네가 일을 벌려놓고 도망갔으니 누군가 대신 처리해야 하지 않겠어?"

"단순히 나와 친해서 괴롭히는 거잖아! 게다가, 아이가 다쳤는데 반창고 하나 안 붙어있다는게 말이 되는거야?!"

 

 내가 소리지르자 돼지가 마치 주름진 미트볼처럼 표정을 구겼어.

 

"소리지르지 마. 내 덕분에 니가 길바닥에 굴러다니지 않고 따뜻한 건물 안에서 살 수 있는거니까."

 

 뻔뻔하긴, 단순히 보조금때문에 날 내쫓지 않는 것 뿐이면서.

 

"돈때문에 날 데리고있는게 아니고? 어차피 곧 있으면 날 내보낼 거라는걸 알거든."

"잘 알고있네. 네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동생들은 앞으로 나와 있을텐데, 네가 그럴수록 더 불리해지는거 알아?"

"뒤로 빼돌린 돈대신 아이들 먹을거라도 하나 더 사줄 순 없는거야? 여기서 나가봐, 내가 다 고발해버릴테니까!"

 

-찰싹

 

 내가 뒷돈을 언급하자 그녀의 커다란 손이 내 뺨을 찰싹 하고 때렸어. 잠시 눈에 불이 튀고 멍 해진가 싶더니 곧 맞은 얼굴이 쓰려오기 시작했어.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붉게 달아올라 마치 스마트폰의 앵그리 버드처럼 되어버렸어.

 

"말 조심해. 에이든 파커."

 

 맞은곳이 엄청나게 아파왔지만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어. 여기서 굽히면 편하겠지만 그러기는 죽어도 싫어.

 

"아침까지 이 방에서 반성하고 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쾅 닫고 나갔어. 그 다음엔 밖에서 문을 걸어잠그는 소리가 들렸고. 의자도 침대도 없는 빈 방에 아이를 가두고 방치한다는게 말이 되는거야?

 

"아파라..."

 

 그녀가 나가면서 맞은곳이 더 아파오는 느낌이 왔어. 너무 대들었나 후회도 되지만, 그녀는 원장으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걸.

 

"그러고보니 빌이랑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핸드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니 빌과 약속한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제기랄, 오늘따라 터치는 왜이리 안 먹히는거야? 수리할 돈도 없는데.

 원장이 방에서 멀어지길 잠시 기다린뒤 창문을 열었어. 저 돼지는 여기가 3층 높이에 창문에 창살이 있기때문에 날 완전히 가둘 수 있다고 착가하는 모양인데, 큰 오산이지.

 먼저 창문을 열면 창살이 보이는데 오래되어 녹슨 탓인지 나사가 잘 빠진단 말이야. 나사 몇 개 빼고 흔들기만 하면 완벽하게 분리 완료. 돈을 빼돌리지 않고 건물을 보수하는데 썼으면 난 이 방에 계속 갇혀있겠지.

 창살을 빼서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밖을 바라보면 바로 건너편에 옆 건물이 있고 철제로 된 외부 계단이 있지. 창살을 분리하고 점프만 할 수 있으면 어렵지않게 넘어갈 수 있는 거리야. 아, 이건 동생들에게도 비밀이야. 혹시라도 따라했다가 다치면 위험하잖아.

 

"읏-차!"

 

 계단에 착지할때 소음이 약간 나긴 하지만 건물 안에까지 신경쓰게 들릴 정도는 아니야. 이제 빌에게 연락하면 되는거지.

 

'빌, 지금 밖에 나왔어. 어디야?'

'바로 옆 슈퍼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빨리 와 콜라 사놨으니까.'

'역시 친구야! 내가 원하는걸 잘 알고있어.'

 

 근처에서 빌을 만나자 빌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어. 그도 그럴게, 내 얼굴 한쪽은 검불게 달아오른 모양이더라.

 

"맙소사... 에이든, 괜찮아?"

"어, 생각보단. 그렇게 심해?"

"투 페이스 알지? 조금 더 심하면 그 정도야."

"이런... 내일 화이트를 어떻게 보지?"

"꿈 깨 멍청아. 걘 너에게 관심 하나도 없으니까."

 

 가슴이 아픈걸. 오늘 어울려주지 말걸 그랬나.

 

"닥쳐. 곧 나의 멋진 모습을 보고 반하게 될 테니까."

"네 꿈 속에서?"

"신경 끄시지."

 

 빌과 투닥거리면서 도착한 곳은 할렘가 근처의 건설 공사장이야. 몇 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어.

 

"에이든, 뭐야 여긴?"

"빌, 한 번쯤은 모험을 해보는것도 좋지 않겠어? 이걸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는거야. 조회수가 많아지면 돈도 버는거야."

"위험하지 않겠어?"

"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겁나? 그러면 그만둬. 액션캠 내놔, 내 몸에 달고 찍으면 되니까."

"됐거든? 누가 겁쟁이래. 잘 찍을테니까 몸개그나 하지 말라고."

 

 역시 조금만 도발하면 넘어온다니까. 자, 그럼 이제 시작해볼..

 

- 탕!

 

"뭐야?! 방금 총소리 아냐?"

"설마 갱들인가? 빌! 카메라 챙겨! 계획을 바꾸자. 갱들의 총격전을 찍는거야."

"미쳤어?! 총이라고 총!"

"걱정마, 멀리서 숨어 찍으면 괜찮을거야. 어서!"

 

 좋은 소재거리인걸. 이걸로 조회수를 높여서 돈을 벌면 빌과 나누고, 동생들 챙겨줄 수도 있겠어!

 

"아.. 좀...! 에이든!"

 

 빌은 투덜거리면서도 잘 따라오는걸.

 총소리는 바로 근처에서 울렸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거야. 늦지 않았으면 좋을텐데.

 

"튀어!"

"으악!"

 

 뭐야 저 녀석들?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부딪혀서 넘어졌잖아. 뭔데 그러지. 골목 안을 한 번 보자.

 

"헉...!"

 

 사람이 쓰러져있어. 할머니인가? 쓰러진 몸 아래엔 물 웅덩이가... 아니야. 밤이라 잘 안 보이지만 좀 더 끈적하고, 따뜻한 것이야.

 지혈...! 아니 이럴때 잘못 건드리면 안 된다고 했는데. 전화, 전화기가 어딨지? 아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에이든! 맙소사...!"

"빌! 경찰. 아니 구급차가 필요한 것 같아.911에 전화해줄 수 있어? 경찰도 불러주고."

 

 뒤따라온 빌이 쓰러져있는 할머니를 보고 꽤나 놀란것 같아. 빌은 나보다 발이 느리니까 이곳에서 사람을 불러줄것을 부탁하고 곧바로 그 녀석들을 쫓아가야겠어. 아직 멀리 못 갔을거야.

 그리고 난 이곳의 지리를 꿰고 있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거야. 놈들의 방향만 알면 지름길을 통해 놈들보다 빨리 갈 수 있어.

 제발, 근처에 있어라.

 

 

 

...

 

 

 

"멈춰!"

 

 역시, 아직 멀리 못 간게 맞네. 철망이나 담 정도는 어렵지않게 넘어갈 수 있는 나에게서 도망가는건 어렵지.

 

"뭐냐? 꺼져 꼬맹이!"

"잠깐, 저녀석 아까 그 놈 아냐?"

 

 그런데 직접 보니까 무서운걸... 생각해보니 저쪽은 아저씨 둘인데다 총까지 가지고 있잖아. 갑자기 후회되는걸..

 

"뭐? 설마 거길 본 거 아냐?"

"흥, 그래서 뭐 어쩔건데. 우린 갱이야. 저 녀석은 꼬마고. 그리고 여긴 우리 말고 아무도 없지."

 

 맙소사. 상황이 좀 안 좋게 흘러가는데. 하지만 도망가면 범인은 놓치고 이 녀석들은 또 다른 누군가를 상처입힐게 분명해. 이럴때는 선빵 필승이라고 만화책에서 읽었는데 말이야.

 마침 옆에 쓰레기봉투가 있군.

 

"으악! 뭐야?!"

"더러워, 냄새!"

 

 던진 봉투의 내용물을 뒤집어 쓴게 웃긴걸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것 같아. 일단 한 명 먼저 넘어뜨리자. 마침 내 다리는 막 달궈져서 반응이 빠르거든.

 달려들어서 한 명을 밀쳐 쓰러뜨리고, 보기좋게 넘어지는걸. 그 다음 나머지 한 명을...

 

-탕!

 

"망할! 냄새나잖아!"

 

 아.. 총을 가진건 이 아저씨가 아니었나보네. 생각보다 아픈데. 만화 같은데선 상처가 뜨겁다고 하던데, 개뿔 아파 뒤지겠어.

 

"잠.. 아..파. 아저씨."

"알게 뭐냐 병신새꺄"

 

 총맞은 환자에게 발길질은 너무한 거 아냐? 아이에게 총을 쏘다니, 너무한거 같은데. 영화에서도 아이가 죽는건 안 나오잖아. 아니 가끔 나오긴 하던가.

 

"할머니.. 지갑.."

"뭐? 그것 때문에 온거냐? 바보아냐?"

"멍청아! 총소리때문에 또 사람이 올거아냐! 어서 튀어."

 

 아까 쓰러졌던 아저씨가 막아주는 바람에 발길질이 끝났어. 사실 그것보다 배가 더 아픈데. 아파서 이젠 목소리도 안 나와.

 

"퉷!"

 

 더럽게 침은 뱉지 말지. 할머니는 무사하실까. 빌이 처리는 잘 했겠지? 그녀석 겁은 많아도 할건 확실히 하는걸. 동생들이 걱정인데, 원장이 괴롭히지 않으려나.

 아파.. 저 아저씨들을 잡아야 하는데. 몸이 안 움직여. 차가운게 바닥인가? 공기인가? 겨울이라 감기걸지도 몰라.

 분하네. 내가 경찰이었으면, 방탄복을 입은 특수대원이었으면 나쁜 놈들을 잡고 사람들을 구할텐데...

 부모님 만나면 물어봐야지. 당신들도 총 맞았을때 이런 기분이었는지.

 그리고 보고싶었다고...

 

 

 

...

 

 

 

"빌! 제이크!"

 

 여긴 어디야? 병원인가? 사방이 하얀걸. 설마 여기가 천국인가?

 

- 깨어났네. 다행이야. 늦지 않았어.

 

"누구야?!"

 

 머리가 울리는걸. 총 맞은것 때문에 그런가?

 

- 네가 날 불렀어. 너라면 내 검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아. 

 

"부르다니? 무슨 소리야?"

 

 가슴이 뜨거워.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데.

 

- 금방 알게 될거야. 너 자신을 믿어.

 

"잠깐! 아까부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고. 넌 누구야?!"

 

- 나는...

 

 

 

...

 

 

 

"헉! 콜록! 콜록!"

 

 으윽.. 꿈인가? 여전히 가슴이 뜨거운걸. 얼마나 쓰러져 있던거지?

 

"으악..."

 

 땅바닥에 누워있어서 그런지 온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 그러고보니 나 총맞지 않았던가?

 거봐, 가슴은 피로 축축해야... 아 말랐구나. 그런데 상처는.. 없어?

 

"뭐야 이거...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건가? 설마 여기가 진짜 천국인건 아니겠지?"

 

 여전히 브루클린 한복판인걸 보면 그건 아닌것 같아. 그런데 여긴 또 어디야? 아까란 다른 곳인데.

 그보다 빌! 할머니! 괜찮은건가? 빌에게 전화해보자.

 

"...에이든! 괜찮아? 전화도 안 받고!"

"미안 빌, 할머니는 어떻게 됐어?"

"다행히 목숨엔 지장이 없나봐. 아까 구급차에 실려가고, 경찰에게 나 혼자 상황 설명하느라 힘들었다고. 더군다나 넌 연락도 안 되고!"

"그래... 정말 다행이네. 범인들을 따라잡았었는데, 놓쳐버렸어."

"아무튼 내일봐.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너 3시간만에 연락한건 알고 있어?"

"그렇게나? 맙소사, 얼마나 누워있던건지.. 그래 내일 학교에서 봐."

 

 전화를 끊고나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진짜로 시간이 그렇게 흘러있어. 그 사이에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지금은 알 수 없나.. 일단 고아원으로 돌아가야겠는걸. 돼지가 눈치채면 귀찮아지니까.

 

"그나저나 몸이 꽤 가벼운걸. 이 상태 그대로면 내일 고릴라와의 시합에서도 이길 수 있겠어."

 

 다시 독방으로 돌아가는건 어렵지 않아. 왔던길로 되돌아가고, 옆 건물의 외부 계단을 타고 올라간 뒤, 힘껏 창문을 향해 점프하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걸. 물론 동생들에겐 비밀이야.

 

"으악!"

 

 너무 세게 뛰었나? 자칫하면 창문 위쪽에 부딪힐 뻔했잖아.

 이제 분리했던 창살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창문을 닫으면.. 끝! 완벽해.

 잠깐 상의는 어쩌지...? 그래, 벗자. 잘때 불편해서 벗었다고 하지 뭐.

 

 

 

...

 

 

 

-똑똑똑

 

"형, 아침이야! 일어나. 원장님이 이제 나오래."

"어..? 그래."

 

 어째 침대없이 바닥에서 잤는데 개운한걸. 독방에서 이런 기분이 드는건 처음이야. 설마 나 마조인가?

 

"헉, 웃통은 왜 벗고있어?"

"아.. 이거? 하하하. 잘때 불편해서 그런가 벗어버렸어."

"이상한데.. 그보다 가슴에 그건 뭐야?"

"가슴?"

 

 어라.. 뭐지? 가슴에 본 적 없는 흉터가 있는걸. 근데 좀 이상해. 문신같기도 하고..

 

"어... 바닥에 누워있다보니 눌려서 그런것 같아. 알잖아. 자다가 일어나면 압박받으면 그 부위가 붉게 되어있는거."

"그게 뭐야. 그보다 안 추워? 한겨울이잖아."

"난 원래 튼튼하잖아 제이크. 전혀 안 추워."

"무슨 에스키모도 아니고..."

 

 제이크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걸. 어서 씻고 새 옷을 입자. 지금 보니까 바지도 완전 더럽잖아?

 

 

 

...

 

 

 

"자, 식사전 기도해야지.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하며.."

 

 고아원 직원중 유일한 양심 메기 아줌마는 독실한 크리츠천이라 우리는 늘 식사전 아줌마의 지시에 따라 기도를 올리고 있어.

 난 딱히 종교를 믿는건 아니지만 이 때 만큼은 아줌마가 하라는대로 하고있어.

 평소같으면 아줌마의 기도문을 따라하겠지만 지금 나에겐 그럴 여유가 없어. 다른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있거든.

 대체 가슴에 있는 그건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걸. 씻어도 지워지지 않고.

 아직 제이크말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이대로 계속 남아있는것도 곤란한걸.

 

-어제 저녁 노인을 습격한 범인이 체포되었습니다. 놀랍게도 경찰서 앞에 기절한 채 누워있던걸...

아침부터 요상한 뉴스가 나오는걸. 세상에 경찰서 앞에 기절해있는 범인이 어디있어? 약이라도 한건가?

 

"파커! 학교 끝나면 바로 돌아오거라."

 

 식사를 끝내고 학교갈 준비를 하니 돼지가 또 앵앵거리는구나.

 

"네, 원장님."

 

 농구시합만 하고 바로 와야겠는걸. 그나저나 오늘 아침밥이 왜 이렇게 맛있지? 메기이모 최고!

 

 

 

...

 

 

 

"에이든! 괜찮아?"

 

 빌이 뒤에서 부르네. 목소리를 들어보니 빌도 나쁘지 않은것 같아.

 

"빌! 할머니를 구한 영웅 아냐?"

"무슨 소리하는거야. 그보다 너, 얼굴 괜찮아졌네?"

"어? 그러고보니..."

 

 샤워할때 아무생각 없어서 넘어갔었는데, 어제 돼지에게 맞은 곳이 멀쩡해졌는걸.

 

"빌, 어쩌면 난 돌연변이 아닐까? X맨의 울버린처럼."

"........"

 

 아, 이건 빌이 지난번에 노숙자가 길거리에 싼 똥을 쳐다보던 시선과 같아.

 

"히히, 농담이야."

 

 빌에게 내 가슴에 관한걸 물어봐도 알 수 있는건 없겠지.

 

"안녕 파커!"

"안녕 화이트! 좋은 아침이야."

 

 오늘 아침도 기분좋게 시작하는걸. 곧 있을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 반드시 파트너 신청을 할거야. 그리고 고백하는거야.

 

"흐흐, 빌 봤어? 화이트가 나에게 먼저 인사했어. 이건 좋은 징조야."

"멍청아... 쟨 원래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늘 먼저 인사하잖아."

"닥쳐. 나에게만은 다른 미소를 짓고있어."

"네에 네에. 제발 고백이나 제대로 하고나서 그런소리 하시지."

 

 흥, 그러기까지 얼마 안 남았어.

 

"스판커! 루저들, 어제 밤에는 젖병 잘 물고있었냐?"

"닥쳐 올슨. 지저분한 콧털이나 정리하고 말해."

"어디서 파리가 앵앵거리는 거 같은데. 방과후 도망치지 말고 각오나 해 애송아."

 

 고릴라 무리가 또 낄낄거리면서 지나가는걸.

 

"짜증나는걸. 빌, 나 오늘 컨디션 완전 좋아. 오늘이라면 이길 수 있을것 같아."

"좋아. 이제 우리도 저놈들을 놀려보자고."

 

 

 

...

 

 

 

 드디어 때가 왔다. 나 에이든 파커, 그리고 빌 스탠. 두 콤비가 멍청한 고릴라 두 마리를 사냥하는 때가.

 

"룰은 알고 있지? 하프 코트에 15분 두 세트, 점수를 가장 많이 내는쪽이 이기는거다. 그리고 여기 심판역인 루크가 공을 위로 던지면 점프해서 먼저 잡는쪽이 선수를 가져가는 것으로 말이야."

 

 올슨이 건방진 이중턱을 움직이면서 언제나 같은 룰을 설명하고 있어. 저 자식, 우릴 애기 취급하는걸. 언제까지 그럴 수 있나 보자.

 지금까진 키도, 덩치도 큰 저놈이 늘 공을 가져갔지만 어제 밤에 점프했던 것과같은 컨디션이라면 내가 공을 채갈 수 있어.

 안경잡이 루크가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공을 손에 쥐면 나와 올슨이 마주보며 자세를 취하고...

 

-휘익!

 

 공이 높이 솟아오르며 루크가 신호를 내자 우리 둘은 동시에 뛰어올랐어. 

 그리고, 예상대로 내가 공을 잡는다! 아주 좋아.

 

"쳇, 이번엔 봐준 줄 알아 파커."

"봐준게 아니라 이제 넌 내 아래라는 거겠지."

 

 처음으로 선수 싸움에서 공을 뺏긴 올슨 표정이 재밌는걸.

 

"좋았어! 이대로 가자 에이든."

"걱정마 빌. 오늘은 나만 믿어."

 

 좋아, 이대로 공을 드리블 하며 나가면...

 

"엇?!"

 

 공이 왜 뒤에 있어?!

 

"크하하 뭐하냐 파커?"

"에이든!"

 

 내가 잠시 멍하게 있는동안 올슨이 잽싸게 공을 낚아채갔어. 설마 내가 실수한건가?

 이러는 사이 저 녀석이 골을 넣겠잖아? 빌이 키가 크긴 하지만, 올슨은 힘까지 좋아서 몸싸움에서 밀리는데.

 

"제길!"

 

 음. 컨디션은 역시 좋아. 재빨리 올슨을 따라잡았는걸.

 

"바보. 네가 이러니까 늘 지는거야 파커."

 

 아차... 올슨이 공을 던질 것처럼 하더니, 뒤쪽으로 패스했어. 공을 받아낸 찰리는 재수없어도 공 던지는 실력은 좋은걸 잠시 잊고있었어.

 그런데 어째 이 모든게 슬로우 모션처럼 보이는건 내 착각인가?

 평소보다 모든게 느려보이는걸. 봐봐, 마치 매트릭스1편에서 총알이 날아가는 궤도가 보이는것처럼 공이 천천히 날아가는게 보이는걸.

 그리고 찰리가 두 손으로 잡고, 공을 바닥에 한 번 튕기면서 먼지와 작은 돌맹이가 메뚜기처럼 튀고있어.

 찰리가 슛을 하기위해 공을 위로 올리며 두 다리를 굽히고, 용수철처럼 몸을 펼치면 공이 곡선을 그리며 골대로 날아오고 있어.

 인정하기 싫지만 높은 각도로 터치하기 어렵게 슛을 하는건 정말 잘한단 말이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지!"

 

 그거 알아? 벼룩은 33cm까지 점프할 수 있대. 사람으로 치자면 15층 빌딩의 높이를 한 번에 뛰는거야.

 표현이 좀 그렇긴 한데.. 그 벼룩이 점프할때 이런 기분일까?

 

"맙소사!"

 

 지금 내 손엔 공이 들려있고, 아직 점수판은 0 대 0으로 나와있지.

 난 아직 공중에 있어. 

 농구 기술중 앨리웁이라고 있지? 공중에 있는 공을 낚아챈 뒤에 덩크하는거 말이야. TV에서 프로농구 선수들이 그걸 할 때 너무 멋진거 알아?

 지금 난 좀 많이 멋진거 같아. 점수판은 0 대 2로 바뀌었지.

 

"에이든! 완전 멋진데? 언제 그렇게 연습했어?"

"으흐흐, 이몸의 숨겨진 재능이 드디어 나타난거지."

 

 사실 나도 좀 많이 놀라긴 했어. 대체 내 몸에 무슨일이 발생한거야?!

 그 이후로는 순조롭게 게임이 흘렀어. 중간에 방심해서 좀 당하긴 했지만 드디어 저 고릴라들을 이겼다고!

 

"에이든! 오늘 완전 최고였어."

"너도 열심히 했잖아 빌. 우린 최고의 콤비야."

 

 영화 킹콩, 아니 혹성탈출을 보면 원숭이들이 인상쓰는게 엄청 많이 나오잖아? 지금의 올슨이 딱 그래.

 

"내일 또 질 준비나 하라고 루저 올슨."

"가자, 찰리."

 

 도망가는 꼴좀 봐. 이렇게 고소한적이 있던가?

 

"이제 돌아가야겠어 빌. 지금 돼지 심기를 건드렸다간 정말로 큰일날 것 같거든."

"그래 어쩔 수 없지. 게다가 오늘은 농구도 이겼고. 내일봐 에이든."

"그래, 내일봐."

 

 

 

...

 

 

 

 그리고 지금은? 열심히 화장실 청소중이야. 고아원의 아이들 여럿이 있다보니 화장실은 금방 더러워지거든.

 원래 이런건 청소부를 고용하거나.. 다같이 역활을 분담해서 청소하는데, 오늘은 어제의 벌로 내가 하고있지.

 사실 이건 아무렇지도 않아. 화장실이 깨끗하면 동생들도 기분좋게 쓸 수 있잖아.

 그보다는 돈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우리에게 노동을 시키는 원장이 짜증날 뿐이야. 심지어, 오늘은 딱봐도 좋아보이는 새 구두를 신고 나왔지 뭐야? 대체 돈을 얼마나 뒤로 빼돌리는거야?

 

"형, 힘들면 도와줄까?"

"아냐 이제 거의 다 했어."

 

 제이크가 걱정되는지 물어보는걸. 사실 조금 더 남았지만 제이크에게 일을 시킬 수는 없는거야.

 

"손은 괜찮아? 미안해 제이크. 내가 경솔하게 행동해서 너까지 피해를 주게 되었어."

"무, 무슨 소리야? 미술 시간에 다친거라니까?"

"하.. 그래. 어쨌거나 걱정해줘서 고마워. 청소는 진짜로 거의 다 했으니까."

"그래.. 힘들면 꼭 말해줘."

 

 제이크가 나갔으니 다시 화장실 청소에 열중해야지. 혹시라도 더러운게 있어서 동생들이 병이라도 걸리면 큰일인걸.

 더이상 동생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 정말로, 내가 나간 뒤의 일이 걱정이야. 나 없으면 제이크가 이곳의 맏형일텐데 잘 해낼 수 있을까.

 

 

 

...

 

 

 

 청소를 끝내고 오니 제이크가 없어. 동생들에게 물어보니 심부름을 나간 것 같아. 이런 저녁에 애한테 뭘 시키는거야?

 

"망할 돼지같으니... 누가 나 찾으면 제이크 찾으러 나갔다고 해줘."

 

 동생들에게 부탁하고 고아원 밖으로 나왔어. 아무리 치안이 좋아진 현대라지만 이곳은 할렘가가 옆이라고. 저녁 밤중에 아이 혼자 내보낼만한 곳이 아닌데.

 듣기로는 멀지 않은 매점에 갔다고 하니 금방 보일거야.

 

"형!"

 

 오 마침 길 건너편에 있네. 

 

"제이크! 물건은 다 산거야?"

"응. 잠깐 기다려!"

 

 잠깐.. 아냐, 제이크! 주위는 살피고 건너야지!

 왜 꼭 이럴때 아이들은 주위도 안 살피고 찻길을 건너는거야? 게다가 늘 차량이 달려오고 있어!

 심지어 이것도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고 있어. 웃고있는 제이크와, 흔들거리는 비닐봉투.

 멀리서 다가오는 자동차와 뒤늦게 브레이크를 밟는 운전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땅을 박차고 나가고, 달려오는 차 사이로 빠져나가 제이크를 안고 옆으로 굴렀어.

 제이크를 구하고 난 직후 차가 지나가며 운전자가 욕하는 소리가 들려와.

 

"맙소사 제이크.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횡단보도를 건널땐 주위를 살펴야지!"

"어... 형. 응. 미안해. 잘못했어."

"괜찮아. 다신 그러지마. 무사했으면 된거야."

 

 지금 내 몸이 이상해진건 분명해. 평소보다 빠르고, 높이 뛰고,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건 사실이야.

 

 

 

...

 

 

 

 제이크를 고아원에 데려다주고 다시 밖으로 몰래 나왔어.

 잘 시간이라고 돼지가 정문을 잠궈놓았지만 몰래 빠져나오는건 지금 내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거든.

 그리고 지금은 한 빌딩의 옥상이야. 길 건너편으로 같은 높이의 다른 건물이 보이고. 

 근자감일지 모르지만 지금 난 저 건물로 넘어갈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들어. 스파이더맨도 이렇게 시험했잖아?

 

"후... 그래도 좀 무서운걸. 시도해서 나쁠건 없어. 어차피 한 번 죽을뻔한걸. 두 번 으로 늘어나는것 뿐이야."

 

 제자리 뛰기는 조금 불안하고,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확보한 뒤... 전력으로 달려. 그리고 끝에 다다러서 점프 하는거야! 힘차게!

 

 라고 생각한 좀 전의 내가 원망스러워. 영화를 너무 많이 본거야. 내가 스파이더맨은 아니잖아.

 어떻게 떨어지는 이 순간까지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거지? 죽는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게 해주면 안 되는거야?

 바닥에 부딪힐땐 많이 아프겠지? 그 순간마저 느리게 지나가면 지옥같을거야.

 

 

- 너 자신을 믿어.

 

 

 어제 꿈속에서 들은 목소리야. 나를 믿으라고? 

 

 

- 네가 바라고있는 너의 마음을 믿어.

 

 

 내가 바라는게 뭐지? 이대로 끝난다면, 빌은 외로울거야 가엾은 빌.. 독립하면 혼자 지내야겠구나. 제이시 화이트.. 한번만 더 볼 수 있으면 정말 좋을거야.

 지금 내가 죽을것보다 제이크 그리고 동생들 모두가 걱정이야. 

 

 

 

 

 

 지금은 꿈에서 봤던 하얀 공간이 보여. 아니, 공간이 아닌가? 눈부신 빛이야.

 발 밑? 아냐. 머리 위? 아냐. 가로등도, 별빛도 아니야.

 아주 가까운 곳이야, 가슴이 뜨거워.

 나인가?

 

"그래. 믿는거야. 내가 바라는걸."

 

 까짓거, 유령의 말을 들어보지 뭐. 난 모두가 웃는걸 보고싶어. 그게 내가 바라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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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그거 알아? 스파이더맨이 처음으로 뉴욕 시내를 활공할때의 기분. 

 응. 그래 알리가 없지.

 

"이야아아아호-!"

 

 난 알 것 같아. 기분 겁나게 째지는걸. 거미줄이 없는건 조금 아쉽지만 말야.

 건물의 옥상을 뛰면서 날아다니면 그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보여, 그들은 내가 위에서 날아다니는지 모를거야.

 깃발이 달린 철봉은 생각보다 탄력이 있진 않더라. 하지만 내가 잡고 빙글 돌면서 원하는 지점으로 날아가기엔 충분해.

 빌딩의 옆을 달릴때는 혹시모를 요철을 조심하는게 좋겠어. 삐끗하면 아프거든.

 이걸 빌과 제이크에게 말하면 믿어줄까? 안 믿겠지. 나조차 안 믿겨지거든.

 심지어, 지금 내 몸엔 본적없는 슈트를 입고있는걸. 멋진 가면도 쓰고있고. 키도 좀 커진것 같아.

 

 

 만화에선 히어로가 빌딩의 탑 위에서 도시를 바라보잖아? 지금 나도 똑같이 그러고 있어.

 이건... 정말이지. 너무 멋진것 같아.

 야밤에 그것도 빌딩 사이에서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바라보는건 너무 환상적이야.

 

 

-탕!

 

 "이런..."

 

 또 총격이 들려와. 여기서 멀지 않은것 같아. 설마 어제의 그 놈들인가? 맙소사... 또다시 무고한 사람이 다치게 둘 순 없어.

 

 

 

...

 

 

 

 총소리가 난 곳에 도착하면 역시.. 놈들인가.

 

"멈춰!"

"뭐야?!"

"뭐야 이건, 코스프레냐?"

 

 어제와 다른 아저씨들이네. 다행히 방금의 쏜 총은 빗나간 모양이야. 뒤에 보이는 사람은 다친것 같지 않은걸.

 

"아저씨들? 아직 늦지 않았어요. 지금부터라도 총 놓고 착하게 사는건 어때요?"

"꺼져 병신아!"

 

 음... 대사가 너무 진부했나? 지금 나에게 무기는... 검이네. 그것도 가늘고 긴. 펜싱이라도 하라는 건가?

 

"쟤 지금 막대기 들고있는거냐?"

"어이, 이쪽은 총이라고 칼로 뭐 어쩌려고?"

"글세, 총알이라도 막아볼까? 총 쏴봐. 막아줄게."

 

 아저씨들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어. 뭐, 나라도 그럴거야.

 이 아저씨들도 놔두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겠지?

 

"먼저 덤벼봐, 양보해줄테니까."

 

 자신있는 내 손짓에 무서운 표정으로 달려드는걸. 총부터 쏘지. 후회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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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오늘도 돼지의 히스테리로 아침을 시작하는구나.

 분명 또 트집잡으려고 그러는 거겠지.

 귀찮아. 더군다나 좀 졸린걸... 하룻밤동안 지금 나에 대해 유령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거든.

 언제나와 같은 잔소리, 상냥한 메기 아줌마의 아침 식사와 주님께 올리는 기도. 

 주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언제까지나 동생들, 그리고 친구들이 웃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 그리고 메기 아줌마도 웃게 해주고 돼지 원장은 음... 가끔씩은 벌 좀 주시는건 어떨까요.

 기도를 마치고 식사를 하다보면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가 들려

 

- 어젯밤 수배중인 범인 두 명이 경찰서 앞에서 체포되었습니다. 경찰서 앞에 기절해있는 두 명에겐 Z라는 쪽지가..

 

 이걸로 뉴욕은 한층 더 평화로워질거야.

 

 

 

...

 

 

 

 뉴욕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말할게.

 내 이름은 에이든 파커. 브루클린 출신의 17살이야.

 지금은? 뉴욕의 밤하늘을 지키는 히어로야.

 시민을 구하고, 또 구하고, 구하고, 범죄를 막고, 농구시합에서 이기고 화이트에게 줄 선물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어.

 동생들을 위해 고아원을 청소하고 동생들이 안전한 등하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피곤하지 않냐고? 응, 하지만 즐거운걸.

 지나가다가 날 보면 인사해줘. 그럼 힘이 많이 날거야.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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