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겨울,
- 세계 최고의 부호들, 괴짜들, 광인들이 모인 경매에서, 전세계를 주무르는 사람들이 비밀리에 모여 환담하는 사교 클럽에서, 자그마한 소문은 내달리기 시작했다.
- 이 세상에는 없어야 할 것들이 생겨나고, 떠나갔던 자들이 되돌아오는 기적.
- 호사가들은 술안주거리, 신사들은 이젠 구식 유물이 되어버린 마야 문명의 종말론의 잔재쯤으로 여겼으나──
"도대체 왜 이런 귀찮은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는데."
청년의 은빛 눈썹이 엉클어졌다. 보기 드물게도, 노골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며 레네 슈네블뤼트는 내뱉었다. 성배. 그놈의 성배. 그건 옛적에 루마니아 촌구석에서 한바탕 사고를 친 후 영원히 역사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었던가? 바티칸 놈들이나 런던의 뒷방 노인네들은 줄달린 안경은 장식으로 갖고 있나? 그게 그 치들의 일 중 하나 아닌가.
"어머. 미스터 레네도 그런 욕을 하시는군요. 꽤 예상 외입니다."
That son of biXXX, 하고 욕지기를 내뱉는 은발의 미인을 보며, 금발의 여성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사근히 속살거렸다. 삼만 달러짜리 핸드백에 최신형 스마트폰, 팔천 달러의 고급 수트를 차려입고 온 아멜리에 베르나르딘, 미래의 로드 알덴베렌을 목표로 하는 여성에게 이것은 슈퍼볼 복권과도 다르지 않아 보이는 기회였다.
아멜리에는 레네 슈네블뤼트가 아무렇지도 않게 털썩 주저앉은 소파가 네로 황제 (혹은 대강 그 즈음의 로마 황제) 의 궁정에 있었던 물건이라는 걸 눈치채고는 커피를 한 모금 더 홀짝였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하긴, 예술적 가치로 보자면 저 멋진 소파가 아니라 눈 앞의 단려한 청년 - 소년 쪽이 훨씬 높았다.
"레이디 알덴베렌. 유감이지만 나도── 죄송합니다. 저도, 레이디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차라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한 번 사는 인생, 당사자도 아니고 신화 구경 좀 해볼 기회가 어디 많겠습니까? 뭐, 아서 왕이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고 아킬레우스가 달려나가는 그런 것 말입니다. 다만, 다만──"
아멜리에 또한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 유감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했다. 그녀가 레네 슈네블뤼트의 입장에 있더라도 쌍욕을 내뱉으며, 아마 방 안의 모든 유리란 유리는 다 깨어버릴 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레네 요한 슈네블뤼트, 이 도시의 계승자가 아니었고, 따라서 그녀의 얄팍한 유감은 곧 더운 여름날의 아이스크림처럼 흔적도 남지 않고 녹아 사라졌다.
"대신, 미스터는 총명한 분이니까요. 이번 일에 합당한 대가를 요구할 권리도 있고, 자격도 있으시니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위기를 기회로 삼으시리라 믿습니다."
"그런 위기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면 좋았겠습니다만..."
레네 슈네블뤼트는 앞에 놓인 커피를 단번에 들이켰다. 하, 감독관. 감독관 겸 토지관리자. 뭐 하자는 짓거리야. 그 노인내들의 미간에 언젠가 바람구멍을 확실하게 내 주리라 다짐하며 레네 슈네블뤼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좋습니다. 미스터. 아무튼 그럼, 이제 슬슬 생산적인 이야기를 해 봅시다. 앞으로의 행동 방침, 같은 것 말이죠."
얄미운 고양이 같은 인간이었다. 레네 슈네블뤼트는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미련도 원망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가문의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체득해야 하는 진리였다. 이천 년쯤 된 소파에 푹 기대어 앉으며, 레네 요한은 다리를 꼬았다. 말해보라는 듯, 정면을 똑바로 향했다.
그리고, 2019년 12월, 세계의 수도라 불리는 이 땅에 성배가 또다시 등장했음을, 마술사들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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