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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 인간을 사랑하는 모습을 본 적 있나?

 

 한밤 중, 네온 사인으로 물든 거리. 화학 공장에서 사용되는 알코올을 빼돌려 싸구려 술을 빚어 내놓는 가게의 한 구석에서, 남자는 취한 채로 곧잘 중얼거리곤 했다.

 

 누렇게 물들고, 듬성듬성하게 빠지고 흔들거리는 치아. 거무스레 타들어간 피부. 추레하고 꾀죄죄한 냄새. 소매를 걷어서 드러낸 팔은 앙상하게 말랐고, 피부 조직을 떼어다 팔았다는 걸 알려주듯 각진 거즈가 단단하게 붙어 있다. 충혈된 눈은 플라스틱 잔에 시선을 담고, 외장도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로봇 바텐더를 스쳐 지나는 소리는 싸구려 전자 음악 소리에 파묻혀 흩어져갔다.

 

 ───별이 인간을 사랑하는 모습을 본 적 있나?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아 담배 냄새가 심하게 풍기는 가운데, 테이블 몇 자리를 차지하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중 누구도 남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상관 없었다. 남자의 눈 또한 흐리멍텅하게 풀려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더듬고 있었으니. 그것은 마치 안구가 제자리에서 빠져나가 술잔에 잠기는 듯한 감각이었다.

 

 네오 베가스의 신시가지는 투명하고 둥근 돔으로 격리된 세계였다. 격변하는 환경과 기상 병기로 하늘이 불타버린 후, 한정된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시민들 중엔 지난 20년 동안 진짜 하늘을 보지 못한 사람도 흔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하늘이란 곧 홀로그램으로 투영된 허상이었으며, '밤'이란 꺼진 텔레비전의 색과 같은 것이었다.

 

 그날에 남자는 때에 절은 크레딧 스틱을 쥐고 손바닥 안에 고인 땀을 옷에 문질러 닦는 중이었다. 하늘의 '설정'은 극천의 유성우였고, 매일매일 랜덤하게 바뀌는 확률의 장난에 매료된 사람들은 저마다 테라스에서, 옥상에서, 거리에서 자리를 틀고 두런거렸다. 진짜를 잃어버린 후로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가짜에 매료되어 갔다. 그런 것은 남자에겐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남자는 창부를 사러 가는 중이었다.

 

 안드로이드와 상용화되고 생체 기구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성매매 산업에서 인간은 완전히 밀려난지 오래였다. 하지만 남자가 사러 가는 것은 진짜 사람인 창부였다. 같은 노동자인 동료는 그런 이유로 크레딧을 모으는 그를 괴짜로 보았다. 이 시대에 이르러 사람과 사람이 피부를 맞대는 행위는 그 자체가 일종의 페티시즘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알약 하나로 호르몬을 억제해 성욕을 끊을 수 있고, 안드로이드와 VR 기술의 발달로 해방구가 마련되었으며, 종의 번식마저 시험관과 인큐베이터 안에서 완결시킬 수 있는 미래가 다가오는 와중에 날것 그 자체인 접촉은 어딘가 불결한 것인 마냥 여겨지는 분위기가 서서히 퍼지는 중이었다.

 

 남자는 그런 것이 좋았다.

 

 6개월이나 모아둔 크레딧을 소중히 품고, 별빛으로 하늘의 절반이 환하게 밝은 거리에서 남자는 몸을 웅크린 채였다. 그는 그곳에 익숙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누군가와 부딪혀 트러블이라도 생기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리고 세계가 한 바퀴 돌아갔다.

 

 정신을 차리자 그는 골목 구석에 누워 있었다. 어딘가 허전했다. 혀로 입 안을 훑어보니 달아뒀던 의치 2개가 뽑혀나간 뒤였다. 등이 배겼다. 아릿한 통증에 몸을 젖히자 쌓여있던 폐기물 일부가 흘러내렸다. 품 속에서 크레딧 스틱이 잘그락거리는 감촉도 없었다. 신시가지는 안드로이드와 드론으로 보호되는 치안지대였으나 그가 보유한 최하급 시민권에는 변변한 보호권이 부여되어 있지 않았다.

 

 하, 젠장. 남자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 축 늘어졌다. 그는 그대로 드러누운 채 아직도 계속되는 유성우를 멍하니 감상했다. 그것도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림자가 드리워서…….

 

 ───별이 인간을 사랑하는 모습을, 남자는 처음으로 보았다.

 

 소년일까? 소녀인가? 캐쥬얼하게 차려입은 모양새에 황금의 머리카락을 폭포수처럼 늘어뜨린 채, 그것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한밤 중의 골목, 흐리멍텅한 시야에 물감처럼 번지는 네온 사인. 투영된 허상으로 내리꽂히는 가짜 별빛. 그 별빛들.

 

 시야를 가득 채운 하늘 전체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조그마한 머리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역광으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스스로 빛나는 것처럼 형형한 눈. 그건 가장 선명한 별이었고, 이윽고 접혀 들어가 웃음을 그려냈을 땐 달과 같았다.

 

 한 번 눈을 깜빡이고 나면 하늘은 다시 낮이었고, 그 모든 건 온 데 간 데 없었다. 재차 기절했던 걸까. 남자는 눈을 몇 번 끔뻑거리고, 하아 하며 헛숨을 들이켜고 한숨을 내쉬고, 뒤늦게 찾아오는 통증에 몸을 옹크리고. 그리하여 비치적비치적 몸을 추슬러 지금 이곳의 가게를 찾아서 한참을 조용하던 그 남자는, 이내 하염없이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별이 인간을 사랑하는 모습을 본 적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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