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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 히비키

넥클 2019.04.04 21:32 조회 수 : 14

 어두운 골목 안쪽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달조차도 짙은 스모그로 인해 보이진 않았지만, 몇 년 전 시장이 설치한 임시 조명은 외부인이라 할지라도 넘어지지 않고 달려갈 수 있을 정도의 빛을 제공해 주었다. 시민 구역 바깥, 백 스트리트에는 처음으로 방문한 미츠히데는 뒤를 돌아보고 아무도 쫒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멈춰섰다.

 

 미츠히데는 골목 벽에 다닥다닥 붙은 채 모포를 감싼 빈민들의 시선을 받으며 허리에서 접시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접시로부터 은색의 유체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내 시곗바늘의 형상을 취하며 돌기 시작하더니, 세 방향을 가리킨 뒤 움직임을 정지했다. 

 

 "자(子), 진(辰), 묘(卯). 젠장, 벌써 거기까지 따라왔나. 하지만 이 구역만 넘어가면, 준비해둔 걸로..."

 

 마술도구를 다시 챙기려던 미츠히데는 격하게 기침을 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는 추격자를 보낸 빌어먹을 본가와, 백 스트리트의 거지같은 공기질과, 이런 곳까지 자신을 쫒아온 추격자를 동시에 욕하며 다시 움직이려다가 이변을 눈치챘다.

 

 "갑자기 왜 이렇게 더워... 잠깐, 덥다고?"

 

 "오랜만이네, 본가의 도련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

 

 미츠히데의 눈앞에서 벽이 녹았다. 벽 근처에서 잠을 청하려던 비-시민권자 몇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녹아내렸고, 위험을 직감한 나머지 빈민들은 재빨리 도망쳤다. 벽 너머에서 미츠히데만큼이나 백 스트리트에 어울리지 않는 여성이, 주변을 불태우며 미츠히데에게 다가왔다.

 

 "분가 주제에, 지금 누구에게 그런 태도를―"

 

 화륵, 하는 소리와 함께 미츠히데 옆으로 불길이 스쳐지나갔다. 미츠히데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상황 파악을 못 하는건 네 쪽이야. 말살 명령이 내려졌거든. 지금까지 그 건방진 얼굴을 부숴주고 싶었는데. 아아, 살아있다 보면 이런 즐거운 날도 오는구나."

 

 "..."

 

 "물론 나라고 좋아서 이런 일을 하는건 아냐. 이건 어디까지나 명.령.이니까. 내가 본가의 도련님이었던 놈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아무것도 문제가 없지."

 

 "..."

 

 "뭘 중얼거리는진 몰라도―"

 

 "윽. 으어억..."

 

 고통으로 인해 팔을 감싼 채 몸을 웅크리고 있던 미츠히데의 머리가 잘근잘근 짓밟혔다. 신음소리를 흘리면서도 미츠히데는 영창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바라던 바는 아니었지만, 이 괴물을 물리치려면 그 수밖에는 없었다.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일곱 하늘.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

 

 "―천칭의 수호자여!"

 

 순간적으로 강대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현실에마저 간섭할 정도의 마력의 일부는 에테르를 거쳐 폭풍이 되어 시야를 가렸다. 미츠히데는 소환되었을 존재를 향해 외쳤다.

 

 "내게 위해를 끼치는 존재를 죽여라! 어서!"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미츠히데는 고개를 들려 했으나, 그의 머리를 짓밟은 구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두렵게도, 그의 머리 위에서 다른 주문이 들려왔다.

 

 "혼돈에 흐려진 눈으로, 나를 받들지어다. 너는 광란의 사슬을 쥔 자. 그 고리를 움켜쥐고 외쳐라."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증오의 불꽃이여!"

 

 그리고 세상이 화염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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