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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물에 얼굴을 씻은 뒤 욕실 정면의 거울을 바라보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얼굴. 사실 달라질 것은 전혀 없었다. 평소의 아침과도 전혀 다른 것이 없는, 그런 행동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그 녀석’ 이 오기 때문일까?

“아.......”

이런....... 안 좋은 기억을 해 버렸다. 순간 다시 한 번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다. 대체, 대체 왜 그런 꿈을 꾼 거야!

겨우 진정을 시킨 뒤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냈다. 머리의 물기를 털어낸 뒤 가볍게 정돈하고 바깥으로 나간다.

“나오셨습니까?”

캐스터는 책꽂이 앞에 앉아 무언가를 보다가 그 책을 밀어 넣은 뒤 나를 맞아해 주었다. 책?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볼 만한 것이 있었던가?

“무슨 책을 본거야?”

“아니오. 그저 잠시......”

캐스터는 그렇게 대답을 피하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억지로 무언가를 물어보게 될 것 같아서 참기로 했다. 억지로 무언가를 물어본다는 것.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어제 경험해 보았으니까.

“그나저나 동생 분은 언제쯤 오시는 겁니까?”

“뭐. 대충 점심 식사 때 즈음해서 오지 않을까? 아침에 좀 약한 녀석이다 보니 아침 겸 점심을 먹는 일도 많고, 오는 시간을 계산해 보면....... 빨라야 11시 정도겠지 뭐.”

캐스터의 말에 대답해 주면서 시계를 확인한다. 9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 두 시간 정도라면 시간은 충분하겠지.

“캐스터. 장이나 보러 가자. 동생이 온다는데 적당히 해주는 것은 성미에 안 맞으니까.”







단지 몇 가지 반찬만을 사려고 했던 장보기는 이것저것 손에 집히는 대로 고르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2시간 이상 걸려버렸다. 이거 좀 늦겠는데?

“뭐. 그래도 두둑하게 사 왔으니 봐주겠지?”

그런 식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며 방문 앞에 도착했다. 짐을 내려놓고 열쇠를 꺼내든다.

하지만

머리 속에 무언가 스위치가 올려진다.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나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

그 곳은 말 그대로 사문이 되어 있다.

있었다는 추측이 아니다. 이 것은 확신.

내가 이 문을 여는 즉시 난 죽는다.

좋지 않다.

가린이가 올 때가 다 되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게다가 지금은 한낮인데.

“물러나시기를. 마스터.”

캐스터 역시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실체화 한 뒤 내 곁으로 다가왔다.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운 살기.

그리고 사자만이 내뿜을 수 있는 귀기.

이 느낌은 틀림없이 어제, 넘칠 만큼 느꼈던 공포의 주인공

“버서커인가.”

“아마도요.”

캐스터 역시 불안한 듯, 이를 깨문다. 왼손에는 마력을 응축시켜 언제든 쏘아낼 준비를 하며 오른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는다. 비록 임시라지만 엄연한 나의 공방. 이 곳에 특별한 대비를 해 놓지 않은 채 단지 문만을 잠가 놓은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그럼.......”

캐스터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죽는다.


“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문고리가 천천히 돌아간다.

열지마라.


이미 상대는 우리가 온 것을 알고 있겠지.

열면 죽는다.


문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그가 우리를 죽일 것이다.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열지마라.


실제로 그 소리가 울린 것은 내 마음 속에서 일 뿐이리라.

오감을 닫아라.


열린 문 안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그 누군가.

그를 보지 마라.


그가 가만히 입을 열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지 마라.


“어디 갔다 왔어?

그녀는


“....... 가린아.”

나의 동생








“물러나세요. 마스터.”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역시나. 저런 얼빵하기 그지없는 마스터와는 질적으로 다른 마술사잖아? 당신.”

내 눈 앞에 서 있는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손을 퉁겼다.

- 딱!

경쾌한 소리. 적막한 공간을 찢는 그 짧은 울림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뭐. 구면이니까 굳이 소개는 안 해도 되겠지?”

그 말과 그녀의 뒤에 나타나는 서번트. 바로 어제. 캐스터의 목숨을 빼앗았던 망령.

버서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방 안에 앉아있는 가린이의 뒤로 가 섰다.

“오빠.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야? 버서커의 마스터란 사람이 서번트와 함께 버젓이 공방에 침입.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는커녕 그렇게 넋 놓고 있으면 죽을지도 몰라.”

“하....... 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습니다. 마력 한점 느껴지지 않는 그녀가 어떻게 마스터가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접어놓으시길. 지금은 [적]과 대치중인 겁니다.”

캐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내 앞을 막아섰다.

“비록 살의는 없는 것 같다고 하지만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르는 겁니다.”

한 손에는 예의 목각인형을, 한 손에는 그녀의 검을 든 채 버서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캐스터.

“뭐. 언제나처럼 엉성하기 그지없는 오빠라는 것 확인했으니 됐어. 캐스터지? 공격 하지 않을테니 긴장 풀고 앉아.”

나의 동생, 버서커의 마스터. 가린이.

그렇게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덧 : 오늘 도장은 쉽니다.
.... 사실 본편보다 도장 쓰는데 시간이 더 걸리...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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