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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6. ⅩⅥ. The Tower - 12

카루나 2003.11.08 21:42 조회 수 : 435

“어째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게슈펜스트가 공격을 받고 쓰러지며 폭발하는 그 짧은 순간. 거
의 몇 시간이 지난 것 같은 짧으면서도 긴 정적이 흘렀다. 커다란 폭음과 함께 실린의 게슈펜
스트가 폭발하고 그 순간 레이지의 흑청색 게슈펜스트가 몸을 돌리며 달려나갔다.

“하아아!”

부릅뜬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플라즈마 커터를 뽑아들고 휘두르려 하지만 상대는 게슈펜
스트의 복부에 무릎 차기를 먹인다. 달려오던 속도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콕핏을 뒤흔들고 게
슈펜스트는 그대로 자신이 달려왔던 방향으로 날아가며 땅에 처박힌다. 그와 함께 풀쩍 뛰어
올라 쓰러진 게슈펜스트의 머리 부분을 왼손에 옮겨 쥔 캐논의 포신으로 누르며 오른손으로 허
리에 있던 발칸을 꺼내어 콕핏에 대고 난사한다.

연속적으로 울리는 총성과 함께 게슈펜스트의 콕핏 내부가 붉게 물든다. 직경 10cm에 달하는
거대한 총알들이 전신에 틀어박히며 레이지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거의 신장과 맞먹는 크기의 포신을 들어 마치 창으로 찍어 버리듯 게슈펜스트의 콕핏을 찌르
는 것으로 마지막 마무리를 끝낸 뒤 노스페라투가 휘두르는 스피어 블레이드를 피하며 발칸을
수납했다.

다시 한 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베어 들어오는 스피어 블레이드를 오른팔의 블레이드로 막
아낸다. 그리고 왼손에 든 캐논을 가지고 노스페라투를 찔러버린다. 노스페라투는 재빨리 뒤
로 물러나며 스피어 블레이드를 고쳐쥐었고, 그 틈에 그 역시 뒤로 물러났다.

“공격!”

평소에 듣던 그의 목소리와는 다르다. 유리를 긁는 듯한 찢어지는 목소리. 그의 명령과 함께
슬레이드 게르밀을 위시한 페가수스들이 달려든다. 그제서야 모두 눈치챌 수 있었다. 페가수스
가 왜 그렇게 눈에 익었는지...

“어째서...”

전투가 시작되었지만 아젠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한 소녀가
자신의 바로 앞에서 떠나갔다. 방금 전까지 기운차게 웃음 짓던 그녀가 떠나갔다. 그와 함께
그녀의 연인 역시 떠나갔다. 그리고 그 것과 함께 항상 미소를 짓던 장난스러운 그 역시 떠나
갔다. 그가 지금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

메카 유키를 향해 블레이드가 떨어져 내린다. 그대로 유키를 두 동강 낼 생각이다. 평소의 아
젠이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너무나 큰 충격에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은빛의 날만 바라 볼 뿐.
그런 그녀를 구해준 것은 슈안의 브레이커였다.

유키의 앞에 서서 단분자 커터로 블레이드를 막아내었다. 기체의 출력이나 무게. 모두 저 쪽
이 더 높다. 단분자 커터를 맞대고 버티고 있지만 브레이커의 각 관절에서 흰 연기를 뿜어대
고 있었다.

[세이피어드! 피해라!]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아크의 목소리.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일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슈
안의 본명을 말해버린 아크였다. 브레이커가 겨우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아젠을 들고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슈안은 재빨리 자세를 낮추며 오른쪽으
로 빠져나갔다. 그와 함께 재빨리 날아오르며 콕핏을 향해 단분자 커터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 역시 그 공격을 피하며 뒤로 물러난다.

“... 예상하지 못했어.”

이미 통신 채널은 열려있었다. 슈안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이미 전투가 한
창이었지만 슈안은 전혀 개의치 않은 채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말 할 뿐이었다.

“네 녀석과는 무언가 잘 맞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킥킥. 나 역시 그랬지. 하지만 네 녀석이 드림 하트에 몸담는 순간 길은 엇갈린거야.]

다르다. 너무나도 다르다. 내가 알던 그와는 다르다. 단지 목소리만이 아니다. 말하는 투에서
풍기는 뉘앙스부터 아예 딴 사람 같았다.

[탈리온으로부터 방주를 강탈해 녀석에게 건네준 것은 네 녀석일텐데. 어째서 드림 하트에 있
는 것이지?]

“그러는 네 녀석이야 말로 왜 드림 하트에서 파일럿 행세를 하며 있던 것이냐.”

슈안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진다. 그와 함께 브레이커가 자세를 낮추며 단분자 커터를 들었다.

[굳이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

“나 역시...”

더 이상 대화는 이루어 지지 않았다. 두 대의 기체는 서로를 향해 자신의 무기를 휘둘렀을 뿐이다.






눈을 뜬다. 흰 천장. 자신의 방은 아닌 것 같다.

“꿈인가... 악몽이로군...”

실린은 그렇게 중얼대며 자리에 누워있는 채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째 이 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얼굴이 보이는 것을 확인한 실린은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빌어먹을.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있나보군.”

“시끄럽다. 호박. 그만 잠 좀 깨라고.”

하지만 실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반박할 기력이 생기지 않았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들. 하지만 그 곳에 없는 몇몇의 얼굴들을 떠올리
며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이 떠오른다. 이를 갈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몸을 덮고 있
던 이불이 미끌어져 내려가며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안에 있던 남자
들의 얼굴이 붉어지며 모두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다.

“... 뭐야. 누가 내 옷을 벗겨 놓은거야.”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본 실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투덜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과
눈이 마주친 한 남자. 하지만 실린은 고개를 돌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몸을 가릴 생
각도 하지 않은 채 오른손을 들며 물었다.

“네 녀석이냐? 하나마?”

“... 말투가 바뀐 것 같군.”

“묻는 말에만 대답해. 날 이렇게 만든 것이 네 녀석이냐?”

토렌디는 입을 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실린은 기분 나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쓰러지듯이 다시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자신을 조심스레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 할 뿐이었다.

“앞으로는 남자 좀 골라서 사귀어라. 제바스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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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조용히 살아온 이유는 이것..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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