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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0. First Contect - 02

darkmakes 2003.06.08 02:14 조회 수 : 791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들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소녀들이나.. 게임 속에서 나오는 미소녀들이나.. 소설 속에 묘사되는 얼굴 없는 미인들이나.. 그 들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기쁨을 선사해 주는 것은 현실 속의 여성들과 게임 속의 미소녀들이며, 그 중에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현실 속의 소녀, 그 가운데서도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저 소녀일 것이다. 눈을 들어 그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전신을 바라보라. 데이지처럼 순수하며, 달리아처럼 우아한 모습. 나날이 아름다워지는 저 머리칼, 저 입술. 나날이 맑아지는 저 눈빛, 저 눈동자, 그리고.. '난'처럼 청초한 아름다움. 우리가 비록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 단어들을 가지지 못했다 할지라도, 우리는...]

한창 종이라는 무대 위에서 춤을 추던 펜의 움직임이 멈춘다. 도중에 멈춰 버린 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펜을 뒤로 던지며 나그네는 책상 위로 엎어진다.

"됐다. 내가 무슨 얼어죽을 예찬론이냐! 그만 둔다! 그만 둬!"

예찬론. 그 무언가 아름다운, 훌륭한, 좋은 것을 높이고 기리기 위해 쓰는 글. 그런 정의는 둘째고, 일단 글을 쓴다는 조용히 [앉아서]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즉 지금 펜을 집어 던진 나그네의 성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그마치 40여분 동안(문제는 저 것이 어디에선가 본 것 같다는 글이며, 그 글을 약간 바꿔 씀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 쓰는데 40분 이상 걸렸다는 것이다..) 나그네를 책상 앞에 앉히고 머리를 싸매며 글을 쓰게 만든 한 [소녀]는 지금 자신에게 배정된 숙소에서 편히 쉬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나그네의 고민을 계속 되었고 [우리는] 부분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가운데 점차 아침식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라? 나그네. 눈이 왜 그래? 어제 잠을 잘 못 잤나보네?"

아침식사시간, 나그네를 본 대원들의 첫 마디이다. 문제는 몇몇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역시 같은 상황이라는 것. 특히 아크의 경우 팔이 아픈지 연신 팔을 주무르며 나타났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침묵]

드림 하트에 탑승한 사람들 중 반 이상의 밤잠을 설치게 한 단 한 명의 [소녀]란 존재는 그렇게 드림 하트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단지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승무원 대부분의 관심을 끌었던 아젠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인간 여성의 모습을 한 기체. 평소에 구경은커녕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던 기체에서 한 소녀가 내려왔을 때, 입을 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무나 조용한 분위기에 적응 못하고 당황해 하는 소녀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소녀만을 바라보는 승무원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고개를 젓는 한 사람을 제외하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군. 상당히 시끄러워질 줄 알았는데. 뭐 할 말이 없으면 내가 하지. 이 쪽은 오늘부터 드림 하트에 몸담게 된 아젠이라고 한다. 이름 정도는 아까 들었겠지만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녀석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알려주지. 나이는 15세. 보다시피 여성이다. 뭐.. 내가 끼어 들면 불편할 것 같기도 하니 이 정도에서 물러나 주지. 아젠양은 이야기가 다 끝나면 함장실로 오도록. 방 배정부터 해서 상의해야 할 일이 많으니."

모두의 입이 닫혀있는 호기를 놓치지 않는 히로. 그는 그렇게 자신이 할 말만을 마친 뒤 몸을 돌려 도크에서 빠져나갔다. 그가 사라진 후에 지속되는 긴 침묵. 평소 [말]로만 들어왔던 [여성]이라는 존재가 승무원들에게는 어색한 모양이다. 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젠은 조용해진 도크 안에서 그저 두리번거리며 누군가가 말을 해 주기만을 기다릴 뿐이었지만. 머리를 긁고, 바닥을 보고, 하늘[정확히 말하면 천장이겠지만..]을 보는 사람들은 입을 뗄 줄 몰랐다.


전장에서 마주보고 있는 두 군의 전투를 알리는 것은 한 병사가 실수로 활줄을 놓아 날아간 한 대의 화살이리라. 도크 내의 침묵을 깬 것은 뒤늦게 도크로 달려온, 들어서자마자 신참 (자그마치 여성)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뒤에 있는 아름다운 기체로 달려간 한 청년이었다.

"세상에. 이런 기체가 또 존재했다니. 이거 누가 대체 제작한 거야?"

하나마 토렌디. 목이 부러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할 정도로 고개를 들어 기체를 살피고 있는 그에게 아젠이라는 [여성]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계속 감탄사를 터뜨리며 아젠이 타고 온 기체의 주위를 돌며 살펴보고 있는 그에게 아젠은 약간 토라진 목소리로 말해 주었다.

"아버지께서 만들어주셨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자신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자신이 타고 온 기체에만 신경을 쓰는 그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듯 그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토렌디는 연신 감탄사만을 터뜨렸다.

"전혀! 정말 멋진 녀석이야. 이런 여성형 기체가 가끔 있긴 하지만 메카 세리카 이후로 이 정도의 기체는 보지 못했어.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모조리 분해해서 살펴보고 싶을 정도야!"

토렌디는 정말 지금이라도 기체를 완전히 해부해 볼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런 토렌디를 보며 아젠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대체... 저 분은 누구죠? 누구..."

아젠의 물음은 다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물음은 일행들의 쏟아져 나오려는 말을 막고있는 제방인 입을 터뜨린 것이었다. 아젠이 들을 수 있던 말은 '기계와 결혼한 사람'부터 시작해서 '기계 오타쿠', '물이 아닌 기름을 먹는 사람'이란 말까지... 컵라면 하나 익을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아젠은 저 '하나마'라는 사람은 평소에 어떻게 처신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아.. 지금 당장 정비실로 끌고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군. 응?"

한참 동안 기체를 살펴본 토렌디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젠과 그 뒤에 서 있는 몇몇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누구... 시죠?"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토렌디에게 아젠은 속에 맺혀있던 말을 마음껏 쏟아 부었다.

"전 아젠이라고 해요! 오늘부터 이 곳! 드림 하트에 몸담게 되었으며! 저기에 있는 [메카 유키]의 파일럿입니다! 소개가 되었나요! 아까 함장님께서 소개해 주실 땐 대체 어디 있던 거죠?! 왜! 아까부터 사람이 한 말을 무시했던 거죠?! 당신이란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말을 걸면 돌아보기라도 했어야하죠! 그렇게.."

승무원들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아젠은 나그네의 뺨을 좌우로 20번은 후려 칠 정도로 활발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모두가 말 없이 서 있을 때나 토렌디가 상대도 해 주지 않고 [메카 유키]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동안 쌓인 것이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나이스한 플랜이 그대로 무산되어 버린 것에 대한 것도 추가. 본래 아젠의 계획이란..

'일단 그 곳에는 여자가 없다고 하니까...

그 곳에 가면 엄청난 환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럼 자신은 기쁘게 웃어주고 열광하는 사람들 중에서 괜찮은 사람 하나 찍어서(드림 하트의 승무원들.. 자신은 모르지만 사실은 엄청난 인기인들이었다. 특히 히로나 팀버울프 같은 경우 모교에서는 거의 신에 가까운 추앙을 받고 있었으며, 승무원 중 몇몇의 사진[특히 ♡므흣♡한 사진일수록]의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유출된 것인지는 모른다.} 즉 여성들에게는 한 마디로 1등 신랑감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주변에 여성이 전혀 없는 아이러닉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드림 하트라는 희대의 비행선을 타고 ♡러브러브♡

한 여행을 즐기자!!'

라는 나름대로의 나이스 플랜이었다. 사실 드림 하트에 여성 승무원이 한 명도 없는 것은 사실이었고, 승무원들의 평소 행적을 보면 사실 계획의 도입부는 상당히 잘 들어맞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려 처음부터 꼬여버린 계획... 또한 구세주(?)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토렌디는 정작 기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쌓이고 쌓인 울분은 운 나쁘게도 토렌디가 모조리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발칸을 능가할 정도의 속도로 쏟아지는 아젠의 말을 아무런 대답도 못한 채 입을 뻐끔거리며 듣고만 있는 토렌디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팀버울프였다. '이봐. 아가씨. 함장님께 가 봐야지.'란 말로 아젠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린 그는 턱을 잡으며 조용히 중얼거림으로서 그녀의 마수로부터 드림 하트의 유일한 정비사를 구해 냈다.

"늦게 가면 짜증이 나신 함장님(사실 이런 일로 히로가 짜증 낼 가능성은 전혀 없다)이 독방이 아닌 2인실을 배정해 줄지도(만약 짜증이 났어도 이럴 가능성도 전혀 없다) 몰라. 참고로 드림 하트 내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뛰었다... 그녀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크를 빠져나갔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끔은 함장 히로가 짜증을 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모두들 이었다..



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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