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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0. First Contect - 01

darkmakes 2003.06.08 02:12 조회 수 : 1068

"잘 되어 가나?"

카루나는 볼트를 죄던 것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 서 있는 한 사람은 히로, 바로 이 함의 주인이었다. 아카데미아 역사상 처음으로 전과목 만점을 받으며 졸업했다는 그는 그 실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최신예 전함 드림 하트호의 함장을 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카루나는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이 이 곳의 함장임에도 불구하고 몸을 돌려 다시 일에 빠져들었다.

드림 하트호가 아닌 다른 함대라면, 아니 보통의 군대라면, 이런 모습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이런 모습은 드림 하트호 내에서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드림 하트도 어디까지나 군대의 일종이다) 특별한 자리가 아니면 그리 격식 같은 것을 따지지 않는 자유스러운 분위기. 그 때문에 다른 함대 보다 이 드림 하트호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일에 빠져드는 카루나의 모습을 보고 히로는 피식 웃으며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 자신의 일을 끝마친 카루나는 히로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생각 난 듯이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정말로 몰랐던 것일까?'

히로가 그 동안 드림 하트에서 있던, 방금 전과 비슷한 상황들을 떠올리는 사이, 카루나는 손을 들어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히로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런 카루나의 모습을 보고 히로는 가만히 웃으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기름이 묻은 손으로 땀을 닦으면 얼굴이 어떻게 되나? 일단 이걸로 대충 닦아두게."

카루나는 히로가 건네주는 손수건을 받아 얼굴을 대충 닦아냈다. 아직도 검은 줄이 흐릿하게는 남아 있지만 손수건으로 훔치는 정도로 완벽히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겠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비실까지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카루나는 손수건을 히로에게 돌려주며 물었다. 사실 히로는 함 내의 관제실과 함장실 외에 다른 곳을 가는 일이 매우 드물다. 누군가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다면 함 내 스피커로 그 사람을 함장실로 부르니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 알려줄 것이 있어서 전원 브리핑 실로 모이라고 했는데 스피커가 고장난 곳이 몇 곳이 있다고 하더군. 토렌디가 고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수리가 안 된 곳이 있어서 말이지. 너무 한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몸이 좀 뻐근해서 몸도 풀 겸, 부르러 왔네."

"그런가요? 어쩐지 하나마씨가 아침부터 보이지 않더니.. 그럼 곧 브리핑 실로 가겠습니다. 몇 군데 남으셨죠?"
  
카루나는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대답했다. 그런 카루나를 보고 히로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했던 말을 또 하기는 싫군.. 웃음거리 되고 싶지 않으면 좀 씻고 오게나. 자네가 마지막이니 빨리 오게나. 15분 뒤부터 시작하지."



카루나가 브리핑 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대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곳에 있지 않은 토렌디나 류노스케를 합쳐도 10명밖에 되지 않는 드림 하트호의 인원에 비하면 지나치게 넓은 브리핑 실이다. 나중에 충원될 인원을 생각해도 너무 커다란 브리핑 실은 그리 자주 사용하지도 않는 방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커다란 공간을 잡아먹는다고 이런 저런 말이 많은 곳이다. 브리핑 실을 조금만 줄여 자신의 방에 떼어 주면 좋겠다고 투덜대며 카루나가 자리에 앉는 순간 히로는 입을 열었다.

"오늘 새로운 대원이 들어올 예정이다."

학교에서 많이 듣던 말... 아니 꾸중이다...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한다는 말.. 그 말은 학교뿐만이 아니라 드림 하트에서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가장 처음에 나온 말 한마디를 시작으로 브리핑 실은 시장 바닥보다 더 시끄러운 곳으로 변해 버렸다.

"여자.. 인가요?"

세상의 반은 여자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드림 하트의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동료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무엇 보다 성별을 먼저 묻게 되는 것은 탑승자 전원(그래봤자 10명)이 남자.. 라는 눈물이 나는 상황은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이다. 이 말이 도화선이 되어 그 동안 쌓여오던, 가슴속에만 품고 있던 이야기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맞아. 그러고 보면 드림 하트의 근무 조건은 너무 나빠. 여자 얼굴 보기도 힘든데다가 월급도 쥐꼬리만큼 나오고." - 나그네

"확실히 드림 하트에 배정되는 예산을 보면 잡일하는 사람 정도는 고용해도 되잖아. 이 커다란 함의 청소를 달랑 6명이 해야 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어." - 아크

"기술자도 고용해 주세요. 달랑 설계도 몇 장 들고 저 커다란 녀석을 저랑 하나마씨 단 둘이서 만드는 것을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 - 카루나

"감사는 안들어 오나? 으음.. 그 많은 예산이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거지?" - 나그네

"저런 이야기로 빠지다니.. 생각했던 대로군.. 한스. 준비한 것을 읽어라." - 히로

히로의 인내 게이지는 매우 높다.. 는 말이 있지만 이런 상황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던 히로는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고 그 말을 들은 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경을 한 번 슥 올리고는 가지고 온 서류를 들고서는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드림 하트 6월 지출 통계서
6월 1일. 나그네. 브리핑 실 문 부순 것에 대한 수리비 - 드림 하트 예산으로 충당 230크로네.
6월 1일. 아크. 기동 훈련 중에 기체의 팔 부순 것에 대한 수리비, 재료비 - 드림 하트 예산으로 충당 1600크로네.
6월 2일. 카루나. 기체 제작 중간에 연결 실수로 폭발. 부서진 기기 및 자제 구입비 - 드림 하트 예산으로 충당 4200크로네.
6월 3일....."

한스가 천천히 문서를 읽어 내려나가자 일순 조용해진 브리핑 실. 특히 이름이 많이 불리었던(또한 가장 많이 떠들고 있던) 세 사람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상 6월 지출 통계 1504472크로네 25레이스입니다."

한스는 들고 온 지출 내역서를 다 읽고는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히로는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에게 지급되는 봉급을 제외한 드림 하트 한달 예산이 150만 크로네다. 어찌 보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받는 것이지. 드림 하트의 환경 개선을 위해서 월급을 포기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조용해진 브리핑 실에는 숨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전과가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는 가운데 히로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조용히 말했다.

"이렇게 조용하면 저런 쓸데없는 녀석을 읽을 필요도 없었겠지. 그럼 하던 말을 계속 하마. 일단 새로 들어오는 파일럿은 여성이다."

순간 브리핑 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눈이 빛을 발한 듯 했으나 히로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을 이을 뿐이었다.

"이름은 아젠. 나이는 15세. 정규 파일럿 교육은 받지 않았다. 데이터를 받아보니 아직 미숙한 실력이더군. 적어도 보름 내로 한 사람의 몫을 해 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아라. 여자라고 봐 주는 녀석이 있다면 뒷일은 책임지지 않는다. 지금 새로운 파일럿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으니 곧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파일럿이 이 함에 탑승하면 다시 이 곳으로 모인다. 정식으로 소개하도록 하지."

그렇게 할 말을 다한 히로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히로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대원들의 곁을 지나 브리핑 실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서류를 정리하던 한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함장님. 그러고 보니 다른 대원들은 모두 자신이 이 곳에 배정 받고 스스로 이 곳으로 왔는데 왜 이번에는 그 곳까지 가시는 거죠?"

한스의 물음에 대원들 전원은 문 쪽에 있는 히로를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데미노스나 아크처럼 일정 소속이 아닌 지원서를 내고 이 곳에 오게된 사람들이나, 아카데미아의 수석 졸업생인 네이안 레버드나,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일럿인 팀버울프나.. 모두 스스로 이 곳 드림 하트에 온 것이지 드림 하트가 누구를 데리러 간다는 일은 없었다. 그런 일행을 바라보며 히로는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여자니까 마중 나가는 거다."




아아... 지금 보면 부끄러울 뿐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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