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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허공으로부터의 마중

2006.03.21 22:03

Gp 조회 수:161


언제 부터였을까.
언제 부터 이러고 있었던 걸까.


-스테이션 에서의 포인트로 오차 범위 -6 가망이 없습니다.-
-라인 돌파-
-베이스가 미크론에, 귀함하라.-

몸은 한없이 가볍다.
하지만 마음은 그 무엇보다도 무겁다.

들리는 것은 나의 심장 고동, 보이는 것은 무한히 어두운 공간, 그리고 손에
들린것은 모든 인류의 생명줄.

내손에 있는 이 작은 스위치 하나로 모든게 사라질거다.
하지만 조금 늦어 버렸다.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긴장에 의한 근육의 경련이 한없이 날 아프게 한다

몸은 안아프다.
마음은 그 무엇보다도 아프다.

모두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다.
믿는 신에게, 만들어준 개자식에게, 그리고 나라는 바보에게.



  -폭파 불가-

늦어 버렸다.
눈이 이젠 보이지 않는다. 이미 오레전에 터져버렸다. 심장고동은 이미 멈춰
있다. 혈관은 얼어붇고 폐는 한없이 차가워 진다.

나는 죽었다.
헬멧은 이미 깨져있고, 산소는 공급되지 않는다. 그저 무의미한 생명 유지장치
의 기동음만 마치 내 심장 고동처럼 들린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이미 감을 눈도 없지만 마음으로라도 감는다.
아직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그녀를 생각한다.
그저 시골의 여자지만. 그래도 한없이 이쁘기만한 그녀를 생각한다.
눈이 아파온다. 신경마저 얼어서 아무것도 안느껴 지던 눈이 아파온다.
그리고 헬멧안에 작은 얼음의 방울이 만들어진다. 붉은색으로 만들어진
그 붉은색 눈물의 결정.

그건 분명 여름이었다.
그날 나는 그녀와 해변으로 휴가를 갔었다.
하얀색에 바람이 살랑 살랑 움직이는 그녀의 원피스와 바람을 타고 내 얼굴을
간지럽히던 그 머리카락이 떠오른다.
분명 촌스럽지만 묘한 색기가 감돌던 그녀를 생각하며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서 조금 삐딱하게 굴었었다.
덕분에 그녀하고 한동안 멀어진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좋은 추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있는 그곳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

'마지막까지….'

내가 서있는 그곳. 그곳에서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

'포기하지마.'

너무나 단순하고 뻔한말.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의 힘인걸까.

입술이 아직 살짝 움직인다.
살이 얼어 버려서 동상에 걸렸지만 지금도 움직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따위를 하기위해 움직인게아니다. 그렇다고 더 빨리 편해
지기위해 움직인것도 아니다. 그저 마지막. 어차피 죽을 거라면.


"적어도 지켜주고 싶어."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간신히 근육이 움직여 줬다.

그리고 나는 그 폭염에 휩쓸려 버렸다.



다시 눈을 떳을때. 나는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살던 별의 건축물. 천국인지 지옥인지 모르겠지만 저 세상의 건축물의
일부분은 내가 살던 곳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이 드나."

한 남자가 그것도 좀 늙은 남자가 내 옆에 있었다.

"아직 움직이지는 말게."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는 울어버렸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살아서 그녀를 만날수
있다.
그렇게 믿고있었다. 왜냐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을 여자가 아니였으니까.
그래도 가슴 한구석에서 왠지 모를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무서움 이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시 그곳에 있는 기분이다.

마치.

그차가운공간에서계속몸을떨며죽을시간만기다리고보이지않는눈을한탄하며
폐속의얼음에고통스러워하고잊혀져버린어린시절의추억까지생각해가며삶을
다시바라보는그시간을지내고있는기분같았다.

눈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이젠 보이지 않는다. 눈은 이제 고칠수 없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목숨은 기계에맏기고 나는 그곳에 반응하는게 전부였다.

  2달이 지났다.
몸의 상태는 나아긴게 없지만 그럭저럭 기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
지 치료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 병원을 나갔다.
병원밖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영웅이 되었다.
되기전까지 가장 무능력하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그것이 되어버렸다.
짜증이 나는 한편으로 가슴이 찡하고 저려온다.

아프다.

왜 이렇게 아픈걸까.
나는 왜 이렇게 아파하는 걸까.
모든건 잘해결 되었고 모두 즐거워 한다, 왜 나혼자 아파하고 슬퍼하는 걸까.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갔다.
아마 그녀를 만나지 못해서 아픈걸지도 모른다.
마지막까지 나를 위해 그곳에서 나타난 그녀를 만나면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무슨말을 해야할지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나는 그녀를 만나고 있다. 지금 내 앞에 그녀가 있다.
마지막까지 날 두근 거리게만드는 그녀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나는 반겨준다.
그 하얀 원피스는 지금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옷이다.
다만 지금은 못입을 뿐이다.
아직도 이렇게 아름 다운 미소로 날 반겨주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
다.
그 눈물이 내 무릎에 깔린 잔디에 떨어진다.


그리고 그 잔디는 그녀의 무덤에서 자라고 있다.

비석위의 작은 영정의 그속에서 웃는 그녀의 사진.
마지막까지 웃고있다.

정말 마지막까지 날 두근 거리게 만든다.
그녀는 최고의 여자다. 왜냐면 지금 이 별을 지킨 나를 이렇게 까지 울게하는
여자다. 직경 4천500Km의 운석과 상대한 나를 이렇게 까지 울린다.

아아 그래서 그런지 너무나 사랑스럽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는….



이젠 내 곁에 없다.


"심장병이었어. 자네가, 로스트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대로 쓰러졌지."

말하지마.

"마지막까지 자네의 이름을 부르더군. 치료중에도 마취가 안통했어. 그저 눈을
뜬채 자네이름을 부르더군."

말하지마!

나는 아무것도 그저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그리고 손에 오는 잔디의 감촉을 천천히 느꼇다.
마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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