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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론 꽤나 읽고나서 생각하면 '허무하다'라는 느낌밖에 안난다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덕분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마지막의 전투씬을 보강하려다 귀찮아서 대사만 몇개 수정하고 놔둔걸 오늘에서야 발견하고 아까워서(?) 한번 올려봅니다. 허무..하실것 같아요..;; 굉장히 자신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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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아아아아

"!"

갑자기 머리위에 무언가가 비를 가려주었다. 무덤 옆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나는 고개를 살며시 위로 들어본다.

"춥지 않으세요? 이제 곧 겨울인데 말이에요."

하얀 우산, 거기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긴 검은 머리의 여인이 내 눈앞에 서있다. 따지고 보면 저 질문은 내가 해야하는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자신의 옷은 살피지도 않는듯 그녀는 나에게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어때요. 시간 있으면 같이 저녁이라도 드시지 않을래요?"

음식재료가 들어있는 비닐을 내게 보여주는 그녀.

처음보는 이방인에게 대하는 이상한 태도.

이것이 나와 그녀의 첫 만남이었다.










<오늘만을 위한 영웅>







"흐아아아암.."
"이봐! 혹시 졸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아 걱정마. 잠시 하품한것 뿐이니까."
"아! 그쪽으로 갔어! 빨리 잡아!!"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재촉. 낡은 담 귀퉁이에 서있던 남자는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옆에 놓아두었던 그물을 옆으로 던졌다. 하지만 대강대강 던졌는지 흐느적거리면서 날아간 그물은 목표물에게서 한참 벗어났고 대신 목표물이 남자를 향해 달려드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우악!"
"냐옹! 냐옹!"

밥을 제대로 안 먹어서인지 아님 운동부족의 약골이었는지 남자는 그대로 적의 기습에 의해 쓰러지고 말았다. 주저앉은 그의 가슴에는 하얀 고양이가 남자를 골똘히 바라본채 얌전히 앉아있다. 부드러운 털이나 모양새로 봐서 흔한 고양이는 아닌듯 싶었다.

"헤에, 잡긴 잡았네."

소리가 들린 그의 등뒤에선, 한 긴 흑발의 여인이 서있었다. 새하얀 옷을 입은채 그녀는 이 상황이 신기한듯 바라본다. 손을 살짝 내밀어서 고양이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쪽으로 유도한뒤 그녀는 그 고양이를 끌어안았다. 남자는 머리는 비비적거리며 일어나곤 투덜거린다.

"하아..돈 걸린 고양이나 찾아주면서 생계를 유지하다니.."
"투정 그만부리라고. 이게 얼마짜린데.."
"웬지 이런 기분..어색하지 않은데.."
"무슨 소리야. 어서 가자고! 돈 받고 밥이나 사먹자."
"네. 네."

모퉁이를 돌아서 둘은 같이 걸어갔다. 고양이의 털을 가볍게 쓰다듬어주면서 여인은 즐거운듯 장난을 친다. 그에비해 남자는 눈을 반쯤뜬채 맹하니 고개를 앞으로 빼곤 흐느적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났을까? 그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주저앉아서 바지를 더럽힌 자리, 그 골목모퉁이. 그곳을 뻔히 바라보다 그는 무언가를 단념한듯 눈을 감았다뜬후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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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저기..그 애 좀 잡아..아니아니 이게 아니지! 일단 조심하세요!!"

퍽! 털썩..

아무 죄없이 고개를 앞으로 쭉뺴곤 골목을 지나가던 나에게 커다랗고 하얀개가 들이닥쳤다. 왈왈왈거리면서 커다란 몸집을 쿵쿵거리면서 돌진한게 이건 명백한 공격행위다. 매번매번 동물들은 언제나 나를 잡아먹으려고 혼신의 힘을다해, 그리고 정정당당히 정면으로 들이닥치는게 내가 먹이라도 되는줄 아는건가? 어찌됐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드니, 이 거대 흰색 개는 킁킁거리면서 내 몸 여기저길 냄새맡고 있었다. 목덜미를 잡아서 옆으로 뺀후 일어나니 이번엔 웬 긴 흑발에 하얀 피부를 가지고 거기다 흰 드레스까지 입은 여성이 눈앞에 서있었다. 이 개의 주인인건가?

"아아, 또 만났네요. 에에..죄송합니다. 저희 페티때문에.."

페티? 이 개인가? 그러고보니 웬일인진 모르지만 옛날부터 동물들이 잘 따른 기억이든다. 문제는 매번 이런식이란것..아,이 여자. 나랑 만났다고? 전혀 그런 기억은 없는데? 뭐 상관은 없다.

"아, 맞아. 또 요리재료를 샀는데 괜찮다면 한번더 같이 식사하지 않겠어요?"

그녀가 건넨 질문. 얼마간 나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주머니속을 뒤적거렸다. 선택이 없는듯하다. 무엇보다 날 안다고 했으니 뭐 상관없지 않겠나. 나는 그녀를 향해 걸어갔고 그녀도 웃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흰색 개 페티를 데리고 말이다. 상당히 이런 분위기, 난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로..정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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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신참! 여기 이것도 가져가라고! 빨리빨리!"
"네., 네."

흙먼지가 나부끼고 땀냄새가 진동하는 공사장. 지금은 해가 뜨기시작한 아침. 인부들이 물건을 나르고 드드득거리는 요란한 소리만 나는 곳에서 그 갈색머리에 긴 코트를 입은 남자는 안전모를 쓴채 입을 삐죽 내밀며 일하고 있었다. 신입에게 기합이라도 줄려고 꼬투리를 잡는걸까? 여기저기서 왜 코트를 입고하느냐는등의 말이 나오긴 하지만 남자가 들고가는 짐의 양을 보고는 금새 찍소리도 못한채 묵묵히 딴청을 하기 시작했다. 두배는 더 많아보이는 양을 들었으면서도 남자는 하품까지하며 묵묵히 자기 할일만 하고 있다. 힘듬이라든지 휴식이라던지 그런건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것 같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서 그의 땀을 닦아준다해도, 새들이 지저귀며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다해도, 그랬다. 그런다고 달라지는건 없었다.

"식사배달왔습니다~."
"와! 왔다!"
"오오, 드디어 휴식인가!"
"오늘은 약간 늦었다고!"

남자들로만 북적거리는 공사장에 하얀 옷을 입은 검은머리의 여인이 스쿠터를 탄채 나타나선 도시락을 한사람한사람에게 건네주기 시작했다. 모두들 곧바로 달려가선 여성이 가져온 도시락을 차례차례 잡더니 바로 까고 먹기 시작한다. 맨 마지막으로 긴 코트의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오고 여인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락을 건네주었다.

"놀고있는건 아니겠지?"

은근슬쩍 장난을 치는 그녀. 남자는 여전히 눈을 반쯤감은채 건성건성 대응했다.

"남보다 적어도 두배는 열심히 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어이, 신참. 숙녀에게 무슨 말버릇인가. 이쪽은 아직도 여자친구한번 만나본적 없어서 부러워죽겠는데 말이야."
"그래그래. 신참도 나이가 어느정도 있어보이는데 슬슬 생각 한번해보지 그래?"

이런저런 장난스런 농담이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함께 뒤섞여 나온다. 그녀도 함께 웃었지만 남자만은 여전히 하품을 한채 조용히 도시락을 들곤 자리를 피했다. 어슬렁어슬렁거리다가 그의 시선을 빼앗은 한적하게 그늘이 져있고 바람이 부는 자리. 딱 알맞은 자리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바로 주변 돌덩이에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맛따위는 상관없는지 그저 아무렇게 입에다가 쑤셔넣고 그렇게 몇분만에 식사는 끝나고 만다. 이것이 그의 식생활. 매일매일 이와 같은 식사가 계속되고 이와같은 일거리가 계속되며 이와같은 생활은 끝나지가 않는다. 그렇게 계속계속 반복되는 비디오인듯 이어진다.

"어이. 아가씨, 나랑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무슨 말이에요! 시비를 먼저건건 그 쪽이잖아요."

시끄러운 말싸움의 꼬리가 그에게까지 내려왔다. 약 15m정도 떨어진 곳에서 아까 도시락을 가져왔던 여성과 웬 검은 양복을 입은 대여섯의 남자들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남자들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터벅터벅 다가오고 그녀는 뒤로 한걸음씩 주춤거리며 물러난다.

"이 아가씨가 정말 열받게 만드네. 말로해선 안되겠군. 본때를 보여..!!"

뭔가 굵은 철근같은 것이 하나 날아와선 곧바로 말을 하던 남자의 얼굴을 가격했다. 다른 그의 동료들, 여인을 포함해서 모두들 그것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갈색머리에 긴 코트를 입은 웬 바보가 서있을 뿐이었다. 무뚝뚞하게 생겼고 눈을 반쯤감은게 참 생기없어 보이는 그저 평범한 남자가 말이다.

"실수로 던져버렸네."

그의 한마디. 망설임이 없는 모습을 보곤 다른 무리들은 품에다가 모두 손을 집어넣더니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연달아 들리는 총소리. 하지만 놀랍게도 모두 한 사람에 의한 총성이었다. 그 갈색머리의 남자는 어느새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그들의 권총만을 모두 명중시켰다. 충격으로인해 고통이 느껴지는듯 그 양복무리는 손을 감싸쥔채 윽윽거리며 그를 노려본다. 마치 생쥐가 고양이를 보듯이 말이다.

"이번엔 실수로 미간을 맞혀도 되겠지?"
"으으.."

이를 빠드득갈면서 쥐구멍을 찾은 생쥐들은 재빨리 도망칠뿐이다. 도로 총을 집어넣고 여성을 향해 다가온 남자. 그녀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왜?"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가 먼저 걸음을 돌리자 그녀가 바로 머뭇거리며 뒤를 따라간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올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파랗기만 한 하늘에 붙어있는 하얀 구름 몇점. 평화로워 보이는 세상, 하지만 평화롭지 않다. 그렇다. 행복하면서도 결코 불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의 하늘 아래에선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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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퍽 퍽 퍽

"우..우우 두고보자 이녀석!"
"가..감히 우릴 건드렸겠다!"
"이제 살아갈 생각따윈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언제나 그렇듯 늘 입만 살은 것들이 내뱉는 말. 말할 힘이라도 있는게 참 존경스러울 뿐이다. 그나저나..주먹이 약간 아픈것 같다. 역시 밥도 안먹은 상태에서 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더 배가 고파지니까..

"괘..괜찮나요?"

고개를 돌렸다. 긴 검은 머리에 흰 옷의 여자. 오늘도 이 여자인가. 벌써 몇주째인지 모르겠다. 안 지겹나? 왜 어째서 갈때마다 만나는 거지? 내가 따라다니는 건가? 아니다. 그럼..이 여자가 날 따라다니는 건가?

"죄..죄송해요. 저 때문에 괜히.."

그러고보니 이 여자. 아까 그 녀석들과 꽤나 큰 트러블이 있는듯 보였는데..양복에다가 총까지 소지하고 있으면 아무리 봐도 우연으론 생각하기 힘들다. 분명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그런 굉장히 심각한 일이 관련되어있겠지. 표정을 보아하니 본인도 이 일을 짐작하고 있는듯 말이없다. 어쨋거나 이번엔 그냥 지나가기엔 그래서 해준거지. 더이상 연관되긴 싫다. 이대론..혼자가 아니게 될수도 있다.

"아아..저..저기!"

정말로 마침 딱 가려던 타이밍에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근데 더욱 웃기는것은 나는 그걸 기다렸듯 고개를 돌렸다는 것이다.

"에..그러니까..에또..우..우우.."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쑥이면서 뒤에든 바구니를 내보였다. 또 요리재료가 들어있는 걸로 말이다.

"시..식사라도..또..가..같이 하지 않을래요?"
"..."
"..."
"..."
"..."
"...... 풋."
"에?"
"뭐..그럼 또 신세지도록하지."
"아, 네!"

웬지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웃어본지도..아니 남하고 얘기를 한지도 꽤나 오래된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이 애에게 말을 건건 오늘이 처음이었을까? 꽤나 심각한 과거가 있는듯한 그녀. 찰랑거리는 긴 검은머리, 거기다 매일 똑같은 하얀 드레스. 수줍음이 많은듯 보이는 이 여자와 나는 오늘도 같이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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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어라?"

낡아빠진 아파트 한 단칸방에서 몇시간전 사온 인스턴트식품으로 배를 채우던도중 익숙치않은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코트를 입은 남자와 하얀 옷의 여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멍하게 입을 벌려본다.

"우릴 아는 사람이 있던가?"
"글쎄.."

전혀 익숙치 않은 상황. 여성이 일단 가서 문을 열었다. 40대로 추정되는 남자가 양복을 입은채 서있는게 눈에 보였다. 단정한 차림새에 비해서 그는 땀을 여기저기 흘리고 있고 안절부절 못한듯 몸을 떨고 있었다.

"누구시죠?"
"아, 실례지만 여기에 '칸'이라고 불리는 분 계십니까?"
"에? 카..칸이라면.."
"!"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폭발한듯 방안에 있던 남자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뜬채로 손님을 바라보았다.

"카..칸?"

당황하며 몸을 돌려서 그를 바라보는 여성. 그리고 뒤에 서서 부들부들 떨던 남자는 금새 씨익 익살스러운 웃음을 얼굴에 가득 짓더니 그를 내려보았다.












쓰윽 안에있던 남자는 일어섰다. 그리고 그의 동료인듯한 여인에게 묵묵하게 말을 건넨다.

"연. 둘만 얘기하고 싶다."
"으..으응."
"발소리로 들어서 알 수 있으니 절대 엿듣지 말아줘."
"그..그런짓 안한다고!"

중년남자가 들어오고 연이라 불린 여성은 문밖으로 나갔다. 터벅터벅 문을 닫고 걸어가던 도중 그녀는 주머니에서 웬 동그란걸 꺼내더니 버튼을 누르고 귀에다 꽂는다. 방에서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로 선명히 들려왔다.

"오랜만이군."
"한번 더 내 눈에 보이면 죽인다고 말했었지."
"그래. 하지만 이번엔.."
"그러니까 죽이겠다.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다 해두는게 좋을꺼야."
"...그녀에 관한 일이다."
"듣고 싶지 않아. 그것외엔 없다면 아무래도 헛수고했군."

철컥 권총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탁이니 얘기를 들어줘. 그녀를 노리는 조직, 흑성회의 보스녀석이 오늘 돌아왔단말이야."
"..."
"무역센터빌딩. 그곳 맨 위층이 놈의 사장실이다. 위치는 알고 있겠지? 이 곳에서 가장 큰 건물이니까."
"...얘기가 끝났나보군."
"으윽.."

타각 총성이라기보다는 총이 어딘가 위에 놓여진 소리가 들렸다.

"좋은 정보였다."

달칵. 그리고 들리는 문소리. 복도중간에 서있던 연은 고개를 홱하니 뒤로돌린다. 칸이 걸어오고있다. 롱코트를 걸친채 여전히 웃으면서 말이다. 그리고..뒤에선 그 중년의 남자가 씨익 일그러지게 웃으면서 탁상의 총을 들더니 그에게 겨눠들었다.

"!!"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목을 다시 가다듬고 소리치기전에 방에선 폭발이 먼저 일어났다. 쾅하는 요란한 소리는 불꽃과 뿌연연기를 일으켰고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 그녀의 곁엔 칸이 외투로 어느샌가 몸을 감싸주고 있었다.

"조심하는게 좋아. 간혹, 세상에는 저런 이상한 폭탄을 만드는 녀석이 있으니까 말야."
"아.."
"그럼 잠시 갔다오지. 좀 오래걸릴꺼야."
"... 가지마.."
"..."
"안들려? 가지말라고 했잖아!"

연이 뭐라고 소리를 친것 같았지만 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선 그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은뒤 어디론가를 향해 패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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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가 약간 이상했다. 여기는 어느 허름한 집. 그곳에서 나는 웬 여자와 함께 어느 검은 양복녀석들에게 포위되어있었다. 척보기에도 소위 조폭이라고 불리는 놈들인것 같다. 권총의 탄창을 갈면서 계속 놈들을 향해 나는 쏘고 또 쏘았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역시 뭔가가 이상했다. 이상한건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상한건 어째서 내가 싸우고 있는냐가 아니었다. 어째서 지키느냐였다. 이건 싸우는게 아니었다. 이건 지키는거였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며 내가 가장 혐오스러워하는 것이며 내가 가장 유치하게여겼던 것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

"욱!"

오른 팔에 한발 맞은것 같다. 뭐 하지만 왼손잡이니 별 상관은 없었다. 문제라면..

"괘..괜찮으세요?"

이 여자였다. 언제나 그렇듯 이 긴 검은 머리여자는 또 똑같은 흰색 원피스를 입은채 내 옆에 있었다. 거기다가 이젠 하얀 손수건을 들어선 내 팔에 피가 나오는 부분을 닦아준다. 닦아준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란걸 모르나?

"역시..저만 나가면.."

덥썩. 일어서려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녀도 그리고 나도 놀라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저..싫었을 뿐이다. 이 모든게.

"이상하네요..정말로.."
"..."
"어째서 묻질 않는거죠?"
"..."
"아무것도 묻질 않으시네요. 저에 대해선..한가지도요.."
"..."

웬지..그녀의 표정이 약간 슬퍼보였던것 같았다. 그리고..나도 조금 기분이 이상했던것으로 기억된다. 역시 싫었다. 이 모든게. 이 모든걸..부셔버리고 싶을 정도로 너무도 싫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치 나의 마지막 생명줄인듯..그리고 그녀의 손에도 약간 힘이 들어왔었던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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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앙 타앙 타앙 타앙

지금 이 도시에 가장 높은 건물에선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1층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난입한 왠 미친 녀석때문이다. 수류탄과 샷건, 그리고 4정의 권총으로 무장한 이 강도때문에 현재 이곳은 아수라장이 되어있다.

"젠장.."

엘리베이터를 향해 가면서 남자는 코너쪽에다가 남은 수류탄을 하나 던진뒤 바로 문을 닫았다. 잠시후 쿵하면서 엘리베이터가 약간 심하게 들썩거렸다. 하지만 다행히 운행에는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는 그렇게 최상층의 버튼을 눌렀다.
툭 툭 찰칵 찰칵 망가진 모양인지 손에 들고있던 두 권총을 버린뒤 그는 허리에서 다시 새로운 권총 두정을 꺼내들었다. 속도가 빠른게 몇초뒤면 바로 목적지에 도착할것 같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문뒤 불을 붙인다.

"훗..지금에 와서야 몸에 나쁘던 말던.."

띵. 벨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그는 바로 쏠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다 가버린 모양이야. 니놈을 죽이러 내려갔던 아님 도망갔던간에 말이야."
"..."
"오랜만이지 않나? 칸?"
"바이레토.."

금발에 흰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유리창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한 손에는 술잔이 들려있었다.

"놀랍지 않나. 이 모든걸 지난 몇년간 난 내맘대로 주무르고 있었다. 직접 내 자신이 나서서 말야. 머리, 실력, 마음가짐 등 모든면에서 난 완벽했어. 그런데도.."

쓰윽 그는 몸을 돌려선 기관총을 빼들었다.

"어째서..어째서 너는 매번 날 방해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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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켁..켁켁..켁켁.."

그녀가 총에 맞았다. 결국 몇일간 도망친 끝에 내 실력으론 지킬 수 없음이 판명되고 말았다.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다. 빌어먹을 빗줄기가...계속 내리고 있다. 끊임없이..

"미안하다.."
"켁..쿨럭..쿨럭..왜..왜요?"
"놈이 올준 몰랐어. 놈과 나의 실력은 엇비슷, 아니 지금은 내가 더 낮다는게 더 정확하겠지..미안하다."
"헤..헤헤. 이제야 얘기해주시네요. 자신에 대해서 말이에요.."
"..."

쏴아아아아아 빗줄기가 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너무도 선명하게 들리고 있었다. 끔찍할 정도로 말이다..

"!"

그녀가 내 목에 감아주었다. 그녀의 하얀 목도리를..피가 묻은 빨갛고 아주 하얀 목도리를..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실과 바늘을 여기저기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것이..그 결과인가..

"조심하세요..헤헤. 여기 겨울은 춥거든요."
"..."
"안타깝네요..켁켁. 헤헤, 정말로요..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제가 회사사장의 딸만 아니었더라면..그랬다면..그랬다면.."
"행복했을텐데.."

웃고있던 그녀의 손에 힘이 빠져나갔다. 내 손을 꽉잡던 그녀의 손이 땅으로 떨어졌다. 목도리를 꽉 쥐었다. 찢어질만큼 꽉 쥐었다. 하지만 찢어지지 않는다. 하긴 그럴리가 없다. 이 손에 그런 힘이 있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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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옛날보단 늘었지만 아직도 무리라고! 이렇게 화력에서부터 밀리고 있지 않나!!"

대리석 기둥하나를 등에 기댄채 칸은 날아오는 총탄을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태론 질것이 틀림없다. 그는 조용히 기다리다가 그의 권총한정을 바이레토라는 사내가 있는 기둥옆으로 던졌다. 휘리릭 돌던 권총은 그대로 벽에 탁 박아선 멈춘다. 하지만 바이레토는 그 권총을 보자마자 바로 뒤로 홱하니 도망가면서 소리쳤다.

"아하하. 건폭인가? 하지만 그따위는!"

탕탕탕 타당! 세발의 총성과 함께 그 뒤에 들린 또 한발의 총성. 칸은 그대로 벽에서 모습을 드러낸뒤 자신이 던졌던 권총을 향해 쏘았고 그로인해 떨어져있던 권총이 작동, 바이레토쪽을 겨눈채로 한발이 발사되었다.

"크윽!"

맞은건가?

탕 탕 탕 비명이 들리는 방향을 향해 그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박자에 맞춰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전 탄환이 명중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윽고 한 남자의 신음소리가 작게 울려졌다.

"큭큭..뭐 이런..말도안되는..쿨럭.."

저벅저벅 피가 흘러내리는, 너무도 철철 흘러내리는 왼쪽 다리를 질질 끈채 칸이 그에게로 다가온다. 얼굴은 피에 물들여진채로 그는 총을 겨눴다. 금발의 남자는 가슴에 터져나오는 피를 한손으로 잡은채 다른 한손으론 웬 펜같은 것을 하나 들어보였다.

"큭큭..큭큭큭. 혼자 죽을 순 없지. 너도..같이 죽어줘야겠다..그년처럼 말이야!!"
"!!"

삑 펜같은 것의 위쪽 빨간 버튼이 눌러지자 탁상에 놓여진 웬 가방에서 삐삐삐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곳부터 시작에서 발하는 빛은 모든것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위를 포함해 전부, 그렇게 새까만 하늘에서 작은 빛 하나를 깜빡이게 만들었다.


......
.....
....
...
..
.
.
.
.


고개에 힘이 빠진채, 왼쪽다리를 질질 끈채, 길게 피의 길을 만든채 그렇게 한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 의식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알 수 없을정도로 그는 흐느적거리면서 몸을 뒤척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어느정도 걸었을까, 갑자기 그의 눈앞에는 무언가 하얀 빛같은 것이 보였다. 그것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새하얀 작은 빛들은 어두운 하늘에서 아주 많이, 그렇게 세상을 하얗게 만들려는듯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살며시 웃으면서 손을 들어 그것을 잡아본다.

"이것이..겨울이란 건가. 눈이란 건가. 그러고보니..추운것 같군.."

주머니를 오른 손으로 뒤적이면서 하얀 목도리를 꺼낸다. 피에 물들여있는게 자신의 피로 물들여진건지, 아님 오래전부터 물들여져있었던건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목에 둘러매자 그의 시야에는 한 여성이 보였다. 긴 검은 머리에 하얀 옷을 입은 여성이 그에게 달려오고 있다. 연인지 아님 다른 누구인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한가지 확실한건 '그녀'가 달려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멀쩡하게 살아남은채 말이다. 잠시동안 입을 멍하게 벌리다가 그는 다시 살며시 웃곤 말했다.

"뭐야. 따뜻하기만하잖아..'

그리고 그는 그렇게 천천히 눈 위에 쓰러졌다. 아직도 어두운 하늘에서는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모든 세상을 덮어버릴듯, 빨간것을 하얗게 만들듯 그렇게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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