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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푸른 늑대 Chanrang-
                                                     오전, 수업시간 : 체육관






팡! 팡! 하는 기분 좋은 타격음이 울려퍼진다. 왠만한 축구 경기장보다도 커보이는 체육관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가 다음 사람을 부르고 있다. 열에서 이탈에 뒤로 돌아가는 사람.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다시 발차기를 날린다. '좀 더 세게!' 라는 외침과 함께 한층 소리가 커진다.

이 학원에서 처음으로 체술을 배우는 시간. 체술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교사가 다시 한 번 다음 사람을 부른다. 한 손으로는 샌드백을 들어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흔들리는 샌드백을 멈춰 세운 뒤 다시 한 번 발차기를 시킨다. 몇 번이고 자세를 교정해 준 다음 다시 뒷 사람을 부른다.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커다란 덩치에 걸맞게 그 무거워보이는 샌드백을 한 손으로 들어올리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그 어떤 학생의 발차기에도 샌드백을 들어올린 팔이 흔들리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풍월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발에 바람을 휘감아 걷어 찼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지금은 주술을 사용하지 않는 순수 체술의 단련 시간이다' 라고 한 마디를 건넸을 뿐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아후투라고 했던가? 내 허리보다도 두꺼워보이는 팔뚝을 그대로 드러낸 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심지어 가라호의 - 그 아스팔트 도로를 단방에 박살내버린 그 가라호의 - 발차기에도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좋군.' 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엄청난 사람을 보며 나는...

"어, 어이. 백검... 씨?"

"응? 왜? 아, 말 놔. 같은 학년인데 뭘."

내 앞에 서 있던 사람에게 말을 걸자 그 사람은 빙긋 하고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커다란 눈을 뜬 채로 이 쪽을 똑바로 바라보며 웃는다. 새하얗고 복슬복슬해 보이는 머리카락 사이에서 삐죽 튀어나온 귀나, 등 뒤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를 보면 완전히 강아지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강아지 같은 모습은 어디까지나 겉모습 뿐이었다. 지금 하는 짓을 보면 강아지라기 보다는 도베르만 같은 사냥개 종류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자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선생님이 신입생이니까 체술 쪽으로 성적이 좋은 백검에게 따로 지도를 받으라며 이 쪽으로 보내준 것인데 이건 완전히...

"그, 뭐냐. 이거 대체 언제까지 해야하는겁니.. 아니, 거야?"

말을 높이려는 순간 부우~ 하는 표정으로 노려보는 백검을 보고 재빨리 말을 바꾼다. 말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다시 백검의 표정이 풀리며 예의 그 웃는 얼굴로 돌아오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지만 그런 감상을 채 표현하기도 전에 백검은 못들을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고 있었다.

"수업 끝날때까지. 한 2시간 남았지?"

... 저기요. 그러니까 지금 5분도 안되서 이모양인데요?

슬슬 반응이 오기 시작하는 팔과 다리에게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내보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 이상은 못해먹겠다는 듯이 반란을 시도하는 내 몸. 분명히 이대로 가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 더위 먹은 개처럼 헥헥거리는 비참한 말로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그... 다른 방법 없을까? 굳이 체력 단련을... 후아... 이런 식으로 할 필요는 없... 지 않나?"

조금씩 팔과 다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이마에 조금씩 땀이 맺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백검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어라? 기마 자세는 보통 2시간 정도는 다 하지 않아? 그래서 운동 삼아 30분 정도 더 해보라고 일찍 시작한건데?"

"그, 그건 대체 어느 나... 라... 기준이야?"

이를 악물며 백검의 말에 태클을 걸어본다. 하지만 백검의 태도는 절대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 녀석은 진짜로 인간의 평균 체력 수준을 그 정도로 보고 있는 눈치였다.

그, 러, 니, 까! 난 여기 온지 1주일도 안 지난 민간인이라니까!

마음 속의 외침. 어느샌가 걷잡을 수 없이 떨기 시작하는 다리는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으아! 대체 뭐야! 체력 단련이라며! 이건 단순한 기합이잖아!

"흐음. 그럼 별 수 없나? 그게 영 힘들면 평범하게 뜀박질로 할까?"

평범한 방법을 알면 그렇게 해라! 제발!

"한 20바퀴면 되겠지? 그럼 40km 정도니까 전력질주 할 것도 없이 2시간이면 되겠네."

... 그게 평범한거냐? 올림픽에 나가는 마라톤 선수 기준 아냐?

- 털썩!

백검의 말을 듣는 것 까지가 한계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리가 풀려버려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바닥에 철푸덕 하고 주저앉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쉰다. 눈 안으로 흘러들어가던 땀을 닦아내며 슬쩍 백검을 노려본다. 백검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커다란 눈을 치켜 뜬 채로 입을 열었다.

"안 돼. 곤란하다고. 겨우 기마자세 7분 취한 것 가지고 녹초가 되다니. 아직도 멀었어."

"그러니까... 대체 여기 체력 기준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좀 알고 싶을 뿐이라니까."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완전히 늘어져 반쯤은 따지는 투로 중얼거린다. 백검은 내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아이아후투 선생님 앞에서 연습 중이던 사람들, 아니, 정확히는 그 뒤쪽에서 멀뚱히 서서 작은 책을 보고 있던 사람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흔든다.

"어이~ 검둥아~ 물어볼 것이 있는데~"

백검이 외치는 소리와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이 쪽을 향한다. 모두가 잠시 행동을 멈추자 선생님 역시 백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3분간 휴식' 이라고 말하며 들고 있던 샌드백을 쿵! 하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와.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수업 시작한지 10분 남짓 지났는데 쉬는게 어디있어?"

당신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까?

속에서 터져나오려던 말을 애써 삼킨다. 백검은 여전히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싱글싱글 웃으면서 이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 뿐이었다.

"여기야~ 여기~"

"...."

아니, 말 안해도 충분히 알 거라고 보는데?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달리 백검은 어린아이처럼 연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연습하던 우리 반 친구들하고 우리하고 10m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요? 굳이 그렇게 어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무슨 일?"

"...."

아무래도 여기 사람들은 죄다 몸을 움직이기 좋아하는 것 같다. 그냥 그 자리에서 물어보면 되지 굳이 여기까지 걸어와서 물어볼 것은 대체 뭐지?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나누는 둘의 모습을 바라본다. 눈을 씻고 바라봐도 똑같아 보이는 모습. 아마도 백검의 쌍둥이 자매라던 지흑이라는 사람인 것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백검과는 달리 얌전하게 정돈된 긴 검은색 생머리 뿐일까? 그 외에는 별다른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까, 한 10분에서 15분 정도면 충분한거야?"

"그 것도 많아."

"뭐야? 그럼 대체? 겨우 그 것도 못한다고?"

"다 너 같을리가 없잖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백검이 장황하게 이야기를 꺼내면 지흑이 간단하게 답하는 형식. 무언가를 말할 때마다 표정이 다채롭게 변해가는 백검과는 달리 묵묵히 최소한의 답변만을 하는 지흑의 모습은 그 닮은 모습과는 달리 대조적이었다.

둘의 모습을 얼마나 지켜보았을까? 지흑은 할 말을 다했다는 듯이 몸을 돌려 제자리로 걸어가고 백검은 이 쪽을 보더니 미안하다는 듯이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 너무 내 기준으로 판단했나봐."

....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에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킨다. 여전히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버틸만한 느낌이었다.

"괜찮아. 일찍 알아서 다행이지. 2시간 동안 피떡이 된 뒤에 들었으면..."

"설마 울 거였어?"

.... 이보세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가볍게 다리를 푼다. 백검은 잠시 내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그럼 강도를 좀 낮출께. 일단 팔굽혀펴기 100번 정도면..."

"네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라니까!"

쿠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 백검은 잠시 내 고함에 움찔 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대체 평균이 몇개야? 100번도 왕창 줄인건데?"

"보통 사람들은 50개면 많이 하는거야. 넌 한 1000개 정도 하는거야?"

투덜거리며 답하자 백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빙긋하고 웃으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펴져있는 손가락은 2개.

"2천개?"

대단하구랴... 하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백검은 내 말에도 여전히 손을 거두지 않은 채 웃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2만번."

... 당신 전체가 뭡니까?

다시 한 번 백검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본다.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몸. 디퍼런티언이라고는 하지만 저런 몸으로 그 정도의 운동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체...

"이 곳 여자들은 참 무섭구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젓는다. 중화기로 무장한 자매들이 있지않나, 그 풍월이나 가라호를 찍소리 못하게 눌러버리는 검은 마녀가 있지않나, 통마늘을 갈아서 물처럼 마시는 선배가 있지 않나, 거기에 이번에는 팔굽혀펴기를 2천번도 아니고 2만번을 해치우는 여자까지?

이전부터 대단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대체 뭘 하면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거지? 대체...

"윽!"

  그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혀왔다. 무슨일인가 했더니 백검이 어느샌가 내 멱살을 움켜잡은 채 날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숨이 막힐 정도로 세게 멱살을 잡아버린 것 같다. 켁켁 거리며 숨을 토해보려 하지만 그 것 조차 힘들 정도였다.

"으... 왜, 왜 그래?"

겨우 목소리를 짜내어 묻는다. 하지만 백검은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날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눈동자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백검의 눈을 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시 한 번 그 따위 소리를 지껄여봐."

".... 뭐?"

조금 전까지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싹 사라져 있는 상태였다. 그르릉 하는 사나운 개, 아니, 늑대의 울음 소리와 함께 살짝 벌려진 낵검의 입 안에 있는 날카로운 송곳니의 모습이 보인다. 이 건...

"죽여버릴 거니까. 지흑이건 나한테건, 그딴 소리 할 생각은 집어 치우는 것이 좋을거야."

그렇게 말하며 멱살 잡은 손을 풀어버린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하게 있는 내게 백검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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