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그 것은 환상 같았다. 황금빛 갑옷을 입고 나타난 동화 속의 영웅의 모습을 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디선가 날아온 단 두 줄기의 빔 하지만 그 것만으로 상대의 기체 중 4대가 소멸되어 버렸다. 쏘아내는 것만으로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터무니없는 위력을 뽐내며 다시 고개를 치켜드는 양 어깨의 에너지 캐논. 그 곳에서 쏘아진 빔은 이미 제이 아크의 메이저포를 뛰어 넘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붉은색의 아이카메라가 기괴한 느낌을 주는 가운데 빛을 내고 있었고, 빔 런쳐를 쥔 손을 늘어뜨린 채, 금빛의 기체는 마치 올테면 와 봐라는 말을 하는 듯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특별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리 없었다. 그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던 자신들의 앞에 나타나 단번에 싸움의 흐름을 뒤 바꾸어 버린, 그리고 오만하게 상대를 바라보는 황금의 기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일루갈 제넥스의 걸작. 최강의 하임즈, 오르젠더는 잠시 머물러 있던 곳을 벗어나 전진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푸른 불길을 내뿜는 슬러스터. 순식간에 목표의 앞에 도달한 오르젠더는 왼팔을 휘둘렀다. 장갑이 우그러지는 것과 동시에 상대의 기체가 뒤로 날아간다. 그 곳을 향해 오른쪽 손에 들고 있던 빔 런쳐를 발사. 그 것만으로 또 한대의 기체를 부숴 버린다.

“볼 수 없었어?”

그 기체의 움직임에 가장 놀란 것은 슈안이었다. 날아오는 탄환을 보고 피해낼 정도의,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인 슈안의 시각으로도 오르젠더의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그저 희미한 궤적만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겨우 쫓아가는 것이 한계였다. 길게 호를 그리는 황금빛 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이미 그 곳에 남아 있는 것은 폭발의 붉은 섬광뿐이었다. 오르젠더는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해 자신의 몸을 옮기고 있다.

인간이 아니다. 라는 결론 밖에 낼 수 없었다. 기체의 성능이 좋다면 저런 움직임을 낼 수 있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저 충격을 버틸만한 파일럿이 존재할 리 없었다. 빠르게 움직이고, 멈추었다가 방향을 튼다. 그 때마다 파일럿에게 가해지는 충격은 몇 번이고 안의 파일럿을 곤죽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수십 톤의,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에 부딪치는 정도의 충격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 것을 해낸다는 사실에 이미 저 파일럿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존재다. 슈안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토르 해머를 움직였다. 적의 대장기는 못해도 3번의 공격은 피할 것 같다. 그 보다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겠지만 단 번에 죽을 실력자는 아니었으니까.

[먼치킨]

오래 전 아카데미아에서 즐겼던 게임에서 통용 되었던 단어. 그 단어가 그 만큼 어울리는 실력자는 저 금빛 기체의 주인 밖에 없다는 생각과 함께 슈안은 토르 해머의 방향을 틀었다. TB의 커넥터가 다시 토르 해머의 허리에 연결되고 듀얼 제네레이터가 가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저 녀석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후우. 후우.”

머리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수십, 수백배가 되어 전해지고 있다. 전신의 신경이 5배는 굵어진 것 같은 거북한 느낌에 잠시 기체의 조종을 멈추었고, 그 때문에 상대의 기체를 놓치고 말았다.

고통스럽지만 이렇게 있고 싶지 않다. 상대방을 죽여야 한다. 장갑을 부수고, 프레임을 잡아 뜯어내고, 콕핏을 우그러뜨린다. 오르젠더의 손을 상대의 피와 뇌수로 물들이고 싶었다. 폭음, 단발마의 비명,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푹 젖어있는 장기의 질척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멈추기 싫었다. 계속 움직여야만 한다. 그 때문에 자신의 몸이 완전히 부서지더라도. 짓눌린 폐가 피에 잠겨 숨을 쉬지 못하더라도, 전신의 뼈가 부서지더라도, 모든 혈관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버리더라도 이 조종간을 다시 당겨야 한다.

“으아아!”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있는 힘껏 조종간을 들이받았다. 쾅! 하는 소리가 콕핏 안을 가득 메운다. 순간 계기판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등 작은 소동이 일어났지만 순식간에 디폴트 값으로 돌아간다. 거칠어진 호흡. 하지만 아직도 모자란다. Marston 에 지배당한 몸은 떨리는 손을 뻗어 스틱을 잡으려고 한다. 눈 주위의 근육이 움직여 눈동자를 굴린다. 상대를 찾아내라고 하고 있다. 이러다가 자신이 먼저 죽는 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츠바사는 다시 한 번 조종간을 받아버렸다.

콕핏에 리드미컬하게 울려퍼지는 소리. 이마가 깨지고 흐르는 피에 시야가 붉게 물들 때 즈음해서야 겨우 몸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통신기에서는 계속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시계 속에서 용케 팔을 들어 시야를 어지럽히는 피를 닦아낸다. 타오르던 피는 완전히 식어있었다.

“뭐야. 이건.”

특별히 생각 할 것도 없었다. 주인을 바꾸어 버리는 시스템 Mastron. 탑승자를 완전한 광전사로 만들어 버리는 프로그램. 그 어떤 상대도 무릎 꿇게 만들 수 있는 존재가 가진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자신의 전신에 흐르는 고통을 깨닫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완전히 바뀌어 버릴 뻔했다. 그래.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상대를 죽이는 것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자신이 살지 않으면 승리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살아난 뒤에야 승리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그 전에 무엇보다 이런 승리는 자신의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는다. 기체 성능에만 전적으로 의지해 얻는 승리는.......

그렇기에 최대한 자신을 진정시키며 스틱을 잡았다. 이 상태로는 안 된다. 자신의 정신적 에너지를 실체화 시키는 프로그램, 아카 아마테라스의 기동 시 Mastron 이 깨어난다. 그럴 경우 또 다시 광화하게 된다. 검날로 상대를 벨 경우 자신 역시 상처를 입는다. 그렇기에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검을 쓰면 안 되는 것이다. 자신의 몸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전투를 끝낼 자신이 없다면.

“별 것 아니니까 걱정 마슈.”

다시 자신으로 돌아왔다. 계속 자신의 이름을 외쳐대는 토렌디에게 쏘아 준 츠바사는 오르젠더의 몸을 돌렸다. 저 멀리 한 가득 밀려오는 엄청난 수의 적이 보인다. P.D.M 필드는 봉인. 일루갈 캐논 역시 봉인. 심지어 아카식 드라이버까지 봉인. 이 상태로 싸워야 한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지만 그래서는 서전트와 다른게 무엇이 있을까? 서전트의 5배에 가까운 고출력의 기체. 하지만 그 이상의 특징이 없다.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야. 이래서 진품이 아닌 유사품은 쓰면 안되는거야.”






겨우 저 정도의 전투로 Marston 에 지배당할 뻔 했다. 아무리 Marston - GR19 가 탑승자의 신경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며 광화 시킨다고는 해도 단 한 번 일루갈 캐논을 쓴 정도로 광화 되어 자신의 몸을 망가뜨릴 뻔 했다.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야. 이래서 진품이 아닌 유사품은 쓰면 안되는거야.”

네르발의 클론은 거기까지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1살짜리 어린 아이에게 100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쥐어준 느낌이다. 오르젠더라는 다이아몬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네르발 뿐이다. 츠바사라는 어린 아이가 아니다. 짜증이 나는 듯 그는 제이 아크의 브릿지 안에서 잔에 차가운 물을 따라 마셨다.

얼어붙을 것 같이 차가운 물이 목 안으로 흘러내려가며 그의 기분을 가라앉혀준다.

“뭐. 이미 줄 것은 주었으니까. 이제 남은 것은 녀석들의 몫이겠지. 다만......”

현재 상태라면 토르 해머를 탄 슈안보다 약간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기에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체크메이트. 어떻게 피할 생각인가? 드림 하트의 제군들.”

저 멀리 10척에 가까운 전함이 보이고 있었다.


\\\\\\\\\\\\\\\\\\\\\\\\\\\\\\\\\\

먼치킨은 별별 핑계 대며 잘라버립니다. [씨이익]
솔직히 이번 화는 조금 마음에 안 드는 군요.
르시아 (슈안 작)에서의 소제목 Give & Take 를 오르젠더에 적용 시켰는데요.
뭐. 아예 못 쓰는 것도 아니고, 다만 장시간 전투에만 못 쓸뿐 이라는 겁니다. 훗훗훗 [끌려간다]

학교 일에, 술에 치여 살면서 글 쓰기도 힘들어 집니다.
MT 만 끝나면 약간 여유가 날 것 같은데요...
힘듭니다 그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11화. 양날의 검 [6] 카루나 2004.03.09 527
91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10화. 제왕 날다 [10] 카루나 2004.02.28 406
90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9화. 개전 [9] 카루나 2004.02.19 432
89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8화. 성장하는 소녀 [8] 카루나 2004.02.18 434
88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7화. 마녀와 광전사. 이상한 듀엣들... [7] 카루나 2004.02.16 429
87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6화 : 변태(?) 엔지니어 [4] 카루나 2004.02.13 612
86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5화 : 늘어가는 골치덩어리 [7] 카루나 2004.02.09 428
85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4화 : 소녀의 눈물 [8] 카루나 2004.01.31 443
84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3화 : 레이지 오브 팬텀 [11] 카루나 2004.01.28 456
83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2화 : 달을 대표하는 과학자. [8] 카루나 2004.01.28 415
82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1화. 출진 [9] 카루나 2004.01.19 476
81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프롤로그 : 조금은 이르지만 만회를 위해 [4] 카루나 2003.12.31 521
80 SRW DG - In the Earth - 에필로그 [11] 카루나 2003.12.30 660
79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11 [5] 카루나 2003.12.30 517
78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10 [4] 카루나 2003.12.30 469
77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9 [3] 카루나 2003.12.30 571
76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8 [3] 카루나 2003.12.30 539
75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7 [2] 카루나 2003.12.30 435
74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6 [9] 카루나 2003.12.28 439
73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5 [5] 카루나 2003.12.28 471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