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하트가 흔들릴 정도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 2명의 소녀의
목소리. 브리핑 실의 창문이 깨지지 않은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날카로운 비명 소리다. 덕택에 몇몇은 귀를 꽉 틀어막아야 했고, 그 중
한 명은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아침. 히로가 전원 브리핑 실로 당장 튀어 와! 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그리고 모이자 마자 단 3마디의 말을 하고는 나가버렸다. 개중에는 식사
를 하던 사람도 있었고, 샤워를 하다가 몸을 제대로 닦지 못해, 채 마르
지 않은 몸을 억지로 옷에 밀어 넣고 뛰쳐온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달
랑 3마디 뿐? 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소녀들의 비명 소리로 유
추해 볼 때 보통 일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새로운 파일럿이 온다."

첫 번째 말. 별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지 않다.

"이름은 기초리다."

두 번째 말. 이 말은 엄청난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잘 지내        봐."

너무나 당연히, 이 말은 묻혀 버렸다.




기초리. 드림 하트에도 그를 추종하는 사람이 10%가 넘어갈 정도로 많
은[실상은 본래 드림 하트에 있는 인원이 적은 것이지만...] 최 정상급의
인기인이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남성들은 무언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에 불안감에 잡혀야만 했다. 결국 너무나 당연
한, 왜 이런 물음을 하지 않았던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을 꺼
낸 것은 이미 수많은 여성 팬들을 거느리고 있어 여성에는 관심이 없는
(이 아닌 이미 임자가 있는) 팀버 울프였다.

"한스. 왜 가수가 이런 곳에 오는 거지?"

히로가 나가 버렸으니 물어 볼 곳은 오로지 한 곳. 한스였다. (여기서
부 함장인 류노스케는 당연하다는 듯이 무시당했다.) 실로 대부분의 기
밀 정보를 포함한 전문들은 한스를 거쳐 히로에게 전달된다. 즉 한스 역
시 기초리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말. 물론 한스는 너무 쉽게 대답
해 주었다.

"단순히 소속지 변경일 뿐입니다."

전원 잠시 침묵. 이 무슨 뜬 구름 잡는 소리인가... 라는 생각을 하는 동
안 한스는 말을 이었다.

"기초리씨는 본래 군 소속이거든요."




한스의 설명은 이랬다. 기초리는 본래 군 소속. 특히나 메카닉 조종에 능
해 본래는 드림 하트로 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용기가 없어 일단은 전
용기가 완성 될 때까지 홍보부로 빠진 것. 그가 TV 출현할 때 잘 보면 상
당히 군과 관계된 아이템들을 많이 가지고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카루나가 말했던 밀리터리 매니아라는 말뜻이 이 것이었던 것이
다. 또한 그 효과가 예상외로 뛰어났기에 기초리가 빠진 뒤에 그 후임도
정해 놓았다는 말도 덧 붙였다.

전원 대략 정신이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 아크
는 '인기 있는 가수는 모두 군 소속 아닐까?' 하는 소리를 지껄였다가 따
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이렇게 패닉 상태의 아침이 지나고 정오.
곧 기초리가 올 시간이다.




난데없이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초리가 드림 하트에 발을 내
딛는 그 순간 들려온 소리. 아젠과 실린이라는 이름을 지닌 까마귀... 둘
의 행동에 드림 하트의 승무원들은 왠지 모를 패배감에 사로잡혀야만
했다. 그 둘의 집중적인 공세에 시달리는 기초리와 그 것을 부러운 듯 바
라보고 있는 승무원들. 그리고...

"호오... 군의 신형기... 에엑?"

그랬다. 승무원 중 단 한 명만은 기초리라는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오로지 관심이 있는 것은 단 하나... 얼마 전에 제작
이 완료된 군의 신형 기체이자 기초리의 전용기에만 관심을 가진 OM 또
는 OO [오일 매니아 또는 오일 오타쿠]라고 불리고 있는 정비사군 이었
다. 여자도 관심 없음. 남자는 더더욱 관심 없음. 필요한 것은 오로지 기
계 뿐! 실로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진 그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경악을
한 이유는 바로 그 기체의 외형이었다.

"리... 리나닷!"

모두 그제서야 기초리가 타고 온 기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토렌디
는 이미 저 위로 올라가 공구를 들고 지금이라도 모조리 해체해 버릴
것 같은 기세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모은 기체. 그 기체의 외관
은 얼마 전, 기초리가 나타나기 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지금은 은퇴
한 아이돌 '오가타 리나'의 모습과 똑같았다. 푸른색과 흰색이 주를 이루
는 옷부터 시작해서 양 갈래로 묶은 붉은 빛의 리본까지 완벽히 재현해
놓은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기... 기초리씨! 당신도 리나씨 팬이었군요!"

나그네가 달려가 기초리의 손을 [세게] 잡았다.

"기초리씨! 리나씨의 팬이라니! 정말 만나서 기쁩니다!"

아크가 달려가 기초리의 몸을 [세게] 안았다.

"리나만이 법인 것입니다! 기초리씨! 뭔가 통하는군요!"

평소에는 조용했던 데미노스가 달려가 기초리의 목을 [세게] 졸랐다.

"컥! 컥!"

숨이 막힌 듯 켁켁대는 기초리. 아무래도 저 일련의 행동들은 절대 자신
과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을 만났기에 기뻐서 행하는 행동은 아닌 듯 싶
다. 상당히 의도적이고 계획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