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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6. ⅩⅥ. The Tower - 01

카루나 2003.10.19 11:17 조회 수 : 547



ⅩⅥ. The Tower.

17번째 카드. 머지않아 쓰러질 바벨탑과 같은 운명을 암시한다. 정방향과 역방향 모두 부
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카드. 가장 불길한 카드 중 하나로 높은 곳에서 보면 먼 곳은
보이지만 발밑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는 이미 탑이 기울고 있는 상태이다.

정방향
애정을 잃는다. 싸움이 시작된다. 불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신념이 무너진다. 우정이
단절된다. 안정의 상실. 피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

역방향
애정이 흔들린다. 이별을 예감한다. 오해하고 스스로 사건을 만든다. 분쟁이 일어난다. 궁
지에 몰린다. 내분이 일어난다.




히로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몇 번이고 다시 들으며 무언가 자신이 잠시 착각했으
리라고 믿고 싶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 만은 믿고 싶었다. 하지만 분명 들려오는 목소리
는 그의 것이었으며, 스스로 그의 이름을 논하고 있었다.

[질문은 두개로군. 모두 대답할 이유는 없겠지? 내 이름은 타일런트. 그 외에 것은 알 필
요 없다.]

“어째서... 어째서 너지?”

떨리고 있었다. 언제나 냉정하고, 그러면서도 웃을 줄 알았던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
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은 단지 할 말을 잊고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어째서 너와 싸워야 하는 거냐고! 대답해봐! 타일런트!”





정비실

엉망으로 당해버린 유키. 겨우겨우 수리해 어느 정도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아직 완벽
한 상태는 아니었다. 기본 골격은 어떻게든 복구한 것 같았지만 현재 상태를 볼 때 출격은
무리. 토렌디가 며칠 동안 이것에 매달렸지만 기본적인 프레임은 고사하고 엔진까지 날아
간 유키를 복구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엉망으로 당한 것 같네.”

걱정스레 유키를 바라보고 있는 아젠의 곁으로 나그네와 죽돌이 다가왔다. 요즘 드림 하트
의 분위기가 영 썰렁하기에 정비실은 좀 괜찮을까 해서 와 봤더니 웬걸. 이 곳 역시 비슷
한 것 같았다. 기초리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데다가 자신 역시 레테의 강을 건널 뻔 했
다는 사실은 역시 15세의 어린 소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짐이었던 것 같다. 그저 유키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둘에게 아젠은 힘 없이 물었다.

“츠바사씨는 어때요?”

“여전히 말은 안 해. 접근하기도 힘든 사람이라고.”

나그네는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츠바사. 서전트에 탑승하고 있던 소년의 이름이
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고 있지 못하던 소년.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깃털을 보고
자신의 이름을 츠바사라고 지은 그는 오늘도 여전히 혼자인 것 같았다. 아젠은 아침부터
계속 혼자서 창 밖을 바라보던 그의 옆모습을 떠올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로... 그 사람... 150년 전의 사람이 맞는거야?”

죽돌은 그렇게 중얼대며 근처의 테이블에 앉았다. 언제나 토렌디와 아젠이 차를 마시던
곳.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에 별 다른 제지도 하지 않으며 아젠은 차가운 물을 꺼내 마셨
다. 150년 동안 서전트 안에서 잠들어 있던 소년. 살아 있는 생명체는 호흡을 하는 그 자체
만으로도 에너지를 소비한다. 인간이 150년은커녕 며칠간 아무 것도 먹고 마시지 못한다
면 단 며칠 만에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되었을 터. 하지만 그는 버젓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
다. 마치 잠을 자다 일어난 것처럼.

“생명 유지 장치 안에 있었다고 해도 150년 동안 생명 유지 장치를 기동시킬 정도의 동력
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죠? 죽돌씨?”

“아니... 단지 기우이길 바랄 뿐이야.”

죽돌은 그렇게 말하며 아젠의 손에 있던 물통을 받아 물통 채로 들이마셨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아젠은 그가 말하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이미 말하는 것에서 풍
기는 뉘앙스가...

“츠바사씨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래. 너도 그에게 구원 받았다고 해서 너무 그를 옹호하지 말고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봐.”

“적어도. 전 죽돌씨 만큼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겠군요.”

아젠의 목소리는 어느 새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와 비례해 그녀의 마음속에 있
는 불안감도 자꾸 커져만 갔다.

“둘... 싸우지 마. 죽돌. 그렇게 따지면 이번에 친구 때문에 드림 하트에 들어오게 된 히이
로씨도 의심해야 하지. 또한 별 다른 이유도, 실력도 없이 이 곳에 들어온 아젠도 포함되
게 될 거야.”

나그네는 그렇게 말하며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의 말을 들은 아젠이 그를 흘겨보았지
만 그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동료야. 그 것이 중요해. 가끔은 바보 같이 생각 되도 믿어 보라고.”

하지만 나그네의 말은 이미 다른 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새로 들어온 신참 파일럿.
150년 전의 사람. 단 한 사람 때문에 드림 하트는 분열이라는 더욱 커다란 내부의 적을 키
워가기 시작했다.


* 카루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10-2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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