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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5. The Monster - 09

카루나 2003.10.12 20:04 조회 수 : 463

흰 전함에서 쏘아진 빔은 그대로 유키를 향해 쏟아졌다. 아젠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늦
는다. 이대로라면...

“.....!!”

결국 아젠은 눈을 질끈 감았다. 포기할 바에야 아예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말
을 누군가에게서 들었지만 그런 말의 진위 여부를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고통이 없
기만을 빌 뿐...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도 별 다른 변화는 없었다. 토렌디의 재촉하는 말에 조심스럽
게 눈을 뜬 아젠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한 대의 기체를 볼 수 있었다. 너무나 눈에
띄는 기체. 자신의 연인을 안고 사라진 한 남자의 기체.

“기초리씨!?”

리플렉터 디스크로 흰 전함의 빔을 막아냈지만 그 빔의 에너지를 디스크가 모조리 막아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리플렉터 디스크에 막혀 사방으로 퉁겨 나가는 빔. 하지만 그 중에
몇 줄기의 빔은 결국 리플렉터 디스크를 깨뜨리며 리나의 몸을 관통했다. 하지만 덕분에
뒤에 있던 유키의 몸에는 맞지 않는다. 리나의 몸은 순간 비틀거렸지만 곧 자세를 바로 잡
고 2장의 디스크를 꺼내든다. CD형의 슬래쉬 리퍼. 그 것들은 리나의 손 위에서 빠르게 회
전하다가 흰 전함을 향해 날아갔다.

예상대로 디스크는 적의 방어벽을 뚫지 못했다. 무언가에 붙잡힌 듯이 허공에 정지하는 디
스크.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점차 힘을 잃고 그 회전 속도가 줄어든다. 그리고 산산조각
나 버리는 디스크. 하지만 기초리는 신경쓰지 않고 기체의 조작을 계속한다. 이미 이 것은
예상하고 있던 것이니까.

“사운드 오브 데스티니 Sound of Destiny."

리나는 양 팔을 교차했다가 활짝 펼치며 곧게 섰다. 순간 방출된 초음파는 초당 수백만 번
의 진동을 디스크의 파편에 전해주었다. 이미 몇 백, 몇 천으로 부서진 파편들이 전하는 진
동은, 비록 그 파편의 질량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해도 엄청난 것이었다. 그 엄청난 공격에
전함의 배리어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함에 가까워지는 파편들.
그 파편들은 결국 염동 필드를 찢어내는데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리나 역시 천천히 움직
이기 시작했다.





퍼억!

순간 정신이 아득해진다. 어느 순간 눈앞에 와 있던 주먹. 그리고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

"으와...완전히 들어갔어...그것도 주먹이..너...너무하잖아."

"몰라! 당신이 나쁜거란 말이야!!"



“어라? 당신? 여기에서 일했었어?”

그녀다. 어제 내게 주먹을 날렸던. 피할 틈도 없이 그대로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던... 너무
나도 유명한 아이돌. 리나. 어제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눈
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잠시 정신을 놓을 뻔 했다...


"그런데, 용무라는 것은?"

"저, 그러니까... 리나, 생일 축하해...!"

"와아... 예쁜 오르골.... 정말로 고마워. 너무나 기뻐."

어떻게 보면 조금은 쉽게 구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녀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마
음대로 고르는, 그런 자그마한 자유조차 없는 듯 했다.



"기초리.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강렬히 누군가가 기초리를 좋아하
게 된다면, 그 여자를 좋아하게 될 수 있겠어?"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조금 힘들지도 몰라...”

“어째서?”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미소지으며 고
개를 돌릴 뿐이었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길 뿐이었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니까. 군 소속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좋아할 만한 상황이 못
된다는 말이야... 특히나... 나처럼 죽음에 가까운 사람은..’



"왜그래? 곤란한 얼굴 하고 있다구?"

"아니..아무것도 아니야..."

살짝 미소 짓는 그녀의 입술로부터, 다시금 반짝이는 숨이 나온다. 반짝이는 일루미네이션
이, 밤하늘에 차갑게 빛나는 겨울성좌에 경계 없이 녹아들어간다. 정신이 들고나니, 우리
들은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무언가 말하려고 하였지만, 나와 그녀의 입술이 닿아 만나는 것이 빨랐다. 정말 있는 천사
같이, 작고 부드러운 입술이, 나의 입술위에 가볍게 포개져 그리고 천천히 눌러져왔다. 아
무에게도 보여지는 일 없는 채로, 우리들은 서로 끌어안았다.



"미안하군! 연애란 것, 나, 모른다구!"

리나쨩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나를 노려본다. 눈물방울이 흩뿌려져, 스포트라이트에 비추
어져 사라져갔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 나...그런 여유...전혀..."

"리나..."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기대어온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어쨰서라니, 나, 기초리... 당신을...좋아...하니까... 당신이! 당신이 예전에 무슨 일을 했
건! 지금 무슨 일을 하건! 나중에 무슨 일을 할 것이건! 상관 없어!"

"어째서 이런 나를 좋아해 주는 거야... 즐거운 일 따위는 아무것도 없어. 나 따위하고 있으
면... 언제 헤어지게 될 지도 몰라..."

"각오하고 있어..."

"정말로...바보... 같아..."



"언제까지라도 이렇게 있고 싶은 기분이네..."

"그래..."

"응..."

얼마간의 이별. 드림 하트... 그렇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하지만, 기다릴께."

"기다린다고?"

"응. 얼마든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웃으면서 나는, 조금 짓궂은 듯이 말해본다.

"그래..."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리나도 웃는다.

"좋아하니까.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본다.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금 웃고는, 조용히, 몇 번인가의 키스를
주고받는다.

“우리... 영원히... 함께...”




그래... 리나..

우리... 영원히 함께...




흰 빛이 시야를 덮는다.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습들이 마치 슬
로우 모션을 보는 것처럼 천천히 진행되는 것 같다.

“기초리씨!!!”

찢어지는 듯한 아젠의 비명 소리.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커다란 폭음 속에 묻혀버렸다.


* 카루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10-2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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