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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2. Adol Army - 07

darkmakes 2003.08.09 23:26 조회 수 : 530

'그'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나 어제 좀 시끄럽긴 했나 보다. 금세 꼬리를
잡은 드림 하트와 그 기갑 부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가장 앞
에 있는 것은 역시나 흰색의 게슈펜스트. 악연은 악연인가보다. 영화, 소
설, 만화, 게임 등등에서는 이러다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상황이 연출되겠
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나... 죽기 전까지 이름이 나오기나 할까?"

그렇다. 모든 역사는 MT에서 이루어 지는게 아니고, 일단 이런 상황에서
는 서로의 이름을 알고, 전장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며 서서히 연애 감정
을 싹틔워야 하는 것이 정석이건만 이름도 모르고, 얼굴 볼 기회도 없는
데다가 연애 감정은커녕 살의의 파동에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을 죽이려
고 들고... 이러다가 정말 이름 한번 나오지도 못한 채 매장 될 지도 모르
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소란을 피우고도 살아 남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 느끼
남 아저씨. 다른 사람들은 상관말고 우리끼리 끝을 보자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멧돼지의 것 같은 살기를 느끼며 [그]는 빔 스워드
를 꺼내들었다. 그녀가 사전에 말을 해 놓았기 때문일까. 다른 사람들은
달려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호기일지도 모른다. 포위는커녕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즉 뒤쪽은 완전히 비어있다는 말. 적당히 상대하다가 빠져
나가면 될 것 같다... 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적당히 하다가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그녀의 고함 소리. 그냥 싸워야겠군... 이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
득 채웠다.




히로는 상당히 기가 차다는 듯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에는 흰
색의 게슈펜스트와 검은 휴케바인이 싸우고 있었다. 몇 번 검을 나누다
가 물러서고 다시 맞붙는다. 이런 장면이 몇 번 연출되는 상황에서 뒤에
있는 다른 기체들은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다. 곤란하다는 듯이 양
관자놀이를 누르며 잠시 숨을 고른 히로는 한스에게 통신을 연결하게
한 뒤에 큰 소리를 질렀다.

"실린. 무슨 짓이냐?"

7번의 맞붙음과 7번의 물러섬. '7번 쓰러져도 일어나라. 울지 말고 일어
나.'는 아름다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한 번 휴케바인을 향해 도약하
려던 실린은 순간 들려온 큰 소리에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는 게슈펜스
트를 겨우 제어한 뒤에 숨을 골랐다. 하지만 곧 이어 화가 난 듯한 히로
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사의 개인 행동은 허락한 적이 없다. 분명 난 집단 전술로 나가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하... 하지만!"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이냐! 원한다면 하사로 다시 "강등" 시켜
주마!]

강등! 그 말을 곧 또 다시 월급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히로
의 말을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휴케바인이 게슈펜스트에게 달려드는 순
간 히로의 말을 들은 전원은 그대로 달려가 휴케바인을 포위해 버렸다.

[너희들도 그래! 이번 달 월급 받기 싫으면 거기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




"히로님... 사악해요..."

류노스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히로는 그 말에 대답하
지 않았다. 하도 어이가 없기에 돈이라는 물건을 가지고 승무원을 닦달
했을 뿐. 승무원들은 농담으로 들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쩐지 씁쓸
했다.

"사람들은 그까짓 종이 쪽지에 목숨을 걸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줄이
기 위해, 좀 더 편한 생활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가 이제는 사람을
가지고 놀아..."

한숨을 쉬며 히로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형
이 군에 들어왔던 것 역시 가난에 지친 자신들의 삶을 청산하기 위해서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그 돈이라는 것은 사람의 운명 마저 좌우하
는 물건이라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지는군. 한스."

"네."

"어떻게든 상부를 구워삶아서 드림 하트 내에서 돈 가지고 왈가왈부 하
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 이건 명령이다."

"무언가 굉장히 추상적인 것 같지만... 알겠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드림 하트에 배정된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 였다.





히로가 돈 가지고 짜증을 내건, 한스가 상부를 구워삶을, 듣기만 해도 머
리가 아파지는 몇 시간 분량의 궤변을 생각하고 있건, 그런 것들은 [그]
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갑자기 드림 하트의 기체 전체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형세. 여전히 주로 자신과 검은 맞대고 있는 것은 게슈펜스트
이지만 단지 자신의 주변에 다른 기체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만으로 [그]
의 심정은 조금씩 조급해 지고 있었다. 하물며 게슈펜스트가 자신을 붙
잡고 시간을 끄는 사이 완벽하게 퇴로를 봉쇄한 지금 그들이 무기를 꺼
내들고 공격할 준비를 하는 것은...

"이거... 안 좋은 상황이지?"

왠지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
였다.

"죽어보자!"

휴케바인은 빔스워드를 더욱 강하게 잡고 무작정 달려나갔다. 역시나
전에도 말했듯이 [그]는 실린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실린 역시 [그]
가 느꼈던 것처럼 달려드는 멧돼지의 것 같은 살기를 느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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