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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 제나 비토리아, 上

로하 2019.04.02 21:54 조회 수 : 20

 

 

00.

 

 

   한때 씬 시티라 불렸던 도시가 소금기둥으로 불타 사라지는 데에는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소돔과 고모라의 몰락에 뒤따른 것은 서부를 강타한 대지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의 화산 폭발. 일본 동남 해안을 덮친 쓰나미. 남유럽 일대의 기록적인 폭염. 오세아니아의 대혹한. 

 

수 년간, 어머니 대지의 비명에 다툼을 잊은 사람들은 손을 맞잡았다. 

 

나라 곳곳, 세계 곳곳의 '옛 대도시'의 근처에는 새로운 번영이 깃들었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이라 불렀던 것으로 되돌아갔다.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은 기계로 대체되었고, 어떤 누구도 영양적인 부족으로 죽지 않았다. 계획된 도시 안에서의 기온은 유지되었으며, 제 손으로 귀한 채소, 값비싼 과일, 신선한 고기를 사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수많은 이들도 배급을 통해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과거의 전쟁, 사람이 사람을 해치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정보는 통제되었고, 그림자가 없는 불빛마냥 마천루만이 드높이 올랐다. 

 

 

01.

 

 

   "비키."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여성은 갓 내린 커피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녀의 이름은 마들렌이었지만, 알 게 뭐람. 비키는 현재의 직장에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그녀의 고용주에게는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

 

첫 번째로, 그녀는 누구던 그녀가 고용을 유지하는 네 명의 관리인 - 두 명의 여자, 두 명의 남자 - 에 대해, 비키, 레베카, 릭, 그리고 웨더비라는 호칭을 고수했다. 현재의 '비키'는 마들렌 페르구손이며, '레베카'는 수잔 앤더슨이었다. 릭과 웨더비는 뭐였더라. 비키는 곧 잊어버렸다.

 

두 번째로, 그녀는 고용인들이 그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고용인들이 값비싼 중국 도자기를 깨뜨리는 것에는 매우 관대했으나, 그들의 입장에서 어떤 행동에 대한 대응 방안을 - 예를 들면, 연어가 좋지 않은데 도미로 저녁 메뉴를 바꿔도 될까요? - 물어보는 것 외에는 그들이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다.

 

세 번째로, 그녀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청결에 민감했다. 넓은 레지던스의 2층짜리 펜트 하우스를 관리하는 것은 다섯의 최신형 로봇과 비키를 포함한 네 명의 관리인이었다. 그녀는 모든 물건을 대부분 소독한 후에 사용했으며, 밖에서 신었던 신발을 신은 채로 침실 안에 들어서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네 명의 관리인이 이 세 가지 습관, 특히 뒤의 두 가지를 엄수한다면 그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드물 정도로 매우 좋은 고용인이었다. 애당초, '사람'을 고용하려는 사람은 정말 돈이 많은 것은 기본이요, 로봇에게는 느낄 수 없는 우월감을 찾는다던가, 비뚤어진 욕구의 배출구를 찾는다던가 하는 몹쓸 인간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조건일지라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비키와 같은 사람에게는 거절하려면 상당히 고민이 필요한 일자리였겠지만.

 

아무튼, 그녀의 고용주는 그녀에게 일반적인 '인간 고용인'의 두 배에 해당하는 월급과, 중산층쯤 되지 않는다면 큰 맘을 먹고 사야 하는 신선한 음식을 아낌없이 제공해 주었다. ('레베카'는 특히, 자신의 어린 아이에게 먹일 락토-프리 우유와 꿀, 닭고기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 항상 감격하곤 했다.) 

 

지켜야 할 것만 지키면 건드리지 않는다. 보수는 넉넉하다. 대우 또한 월등하다. 굳이 나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최소한, 고향 내쉬빌에 방 두 개짜리 집을 살 수 있는 돈을 모을 때까진 절대 여길 그만두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비키는 로봇에게 설거지에 대해 명령하기 시작했다.

 

 

02.

 

 

   릭, 이라 불리는 열 세 살의 로저는 본래 숯덩이라고 불리던 소년이었다. 그의 가족은 동부의 대도시 뒷골목, 쓰레기를 '분해' 하고 '재생' 시키는 시설의 벽에 붙은 판자촌에 살았다. 쓰레기를 처리할 때 어떠한 환경적 영향도 없게 하는 것은 진즉 상용화된 기술이자 법으로 규정된 부분이었으나, 온 도시의 쓰레기를 모아와 부을 때 생기는 잔여물과 먼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혹시나 쓸만한 것이 있을까 그 틈을 뒤적이던 로저는 언제나 까만 검댕이가 묻어 있었고, 결국 숯덩이는 그의 두번째 이름이 된 것이었다.

 

   릭 또한 레베카나 비키, 아마도 웨더비와 마찬가지로 현 직장에 대해서는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비키나 레베카는, 이러니저러니해도 '시민'이었다.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와 영양 공급, 주거 지원을 국가와 주 정부에서 지원받았으며, 마찬가지로 최저한도의 교육 또한 제공받았다. 웨더비는..잘 모르겠다. 아무튼, '시민' 기준에서도 훌륭한 조건이니 국가의 입장에서 존재하지 않는 숯덩이에게 얼마나 있을 수 없는 환경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릭은 냉큼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한 입 베어물었다. 애플 슈투..슈투트가르트..? 슈델. 그래, 애플 슈델이라고 했다. 이게 아닌가? 잘 모르겠다. 이따 검색해봐야지. 투명한 창 밖을 바라보며 릭은 다짐했다. 밖에는 언제나 그렇듯 화려한 네온 간판, 통유리를 가득 채운 광고. 건물의 벽을 통째로 채운 영상이 흐늘흐늘 날아다녔다. 지금 저 호텔의 벽면에서는 11년째 이 도시의 정점에 군림중이라는 시장이 한창 연설 중이었다. 정말이지, 어느 도시나 다 거기서 거기라니까. 릭은 고개를 저었다. 엄밀히 말해, 이 도시는 유독 더 인공적이라 불리는 것 투성이였지만. 동부는 과거의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고풍스러운 것, 고급스러운 것이라 여기며 동경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한 향수는 신도시의 건축에 그대로 적용되었으나, 서부는 아니었다. 모든 것을 새로 쌓아올린 서부에서도, 이 도시는 모든 것이 자연과는 정반대의 것들 투성이였다.

 

   물론, 릭 또한 본래 고용주가 살던 동부의 대도시, 그 내부에 처음 들어갔을 땐 과거의 향수 운운은 커녕, 흘낏흘낏 모든 것을 훔쳐보며 구경하기 바빴지만. 도시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시민, 혹은 그에 준하는 신원 보증을 받은 사람 뿐이니까. 릭은 그의 고용주가 보증서를 친히 써 던져주기 전까진 돔 안에 들어와 본 적도 없던 것이다.

 

   정말이지, 사람 인생은 모르는 법이다.

   언제나처럼, 쓰레기 무더기를 뒤지던 '숯덩이'의 삶이 바뀐 건.

 

   보는 순간, 그 판자촌에는 절대로 속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몸을 감싼 무언지 모를 두툼하고 포근해 보이는 겉옷. 가지런히 다듬어진 손톱과 매끄럽게 매만져진 머리카락. TV 속에서나 보았던 피라미드 최상위의 인간은 무기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무표정했다. 

 

   꿈틀, 그것이 움직이고서야 릭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들린? 뭔지모를 묵직한 포대에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길이는 그녀보다 좀 더 길었을까. 질질 끌다시피 쥐고 있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꿈틀. 다시 그것이 움직였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무언가 기묘한 소리도 났다. 그녀는 칫, 하고 작게 혀를 차곤, 무언가 중얼거린 후 그걸 쥔 손에 꾹 힘을 주었다. 움직임이 멈췄고, 곧 조용해졌다.

 

   그녀는 쓰레기가 쓸모 있는 재료로 '재생'되는 곳, 폐기물의 산 위에 서서 손에 쥔 포대를 던져 넣었다. 빠져드는 속도는 뎌뎠다. 포대는 컸고, 재탄생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물과 오물들은 너무 많았다. 그녀가 양 미간을 슬며시 찌푸리는 것을 본 소년은 재빨리 더미 사이를 기어올라가 레버를 잡아당겼다. 과도한 폐기물의 양으로 구멍이 막히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었으므로, 그에 따른 대응법도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시설의 관리자.. 관리 로봇은 매뉴얼에 따라 두 시간에 한 번씩만 이곳에 들어오지만.

 

    꿈틀. 꿈틀. 희미하게 움찔대던 포대는 폐기물 속에 점점 늪처럼 빠져들었고, 무엇인가가 자극한 듯 곧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괴성을 내뱉었다. 그녀는 아무런 감흥 없다는 얼굴인 채, 그걸 가볍게 한 번 밟아 밀어넣었고. 곧이어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가지렴."

 

    포대기가 사라져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그녀는 무언가를 휙 던졌다. 시민증이었다. 이것 한 장이라면 최소한 일 년은 먹을 음식을 살 돈을 받거나, 도시 안에 들어가 배 곯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하지만,

 

    "사양할게요."

    "... 영리하구나."

 

    걸음마를 뗄 무렵부터 부랑자와 폐기물 사이에서 자라난 거리의 아이로서의 본능이었다. 그녀는 희미하게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곤 춤추는 것처럼 사뿐히 폐기물의 더미에서 뛰어내렸고, 숯덩이를 돌아보지 않은 채 사라졌다.

 

    그 시민권의 주인이 최근 돔 밖에서도 잔혹함으로 악명을 높이던 신흥 마피아의 보스라는 걸 소년이 알게 되는 건 일주일 후, 친필 신원 보증서를 받는 것은 또 그로부터 이틀 후의 일이었다.

 

 

03.

 

 

    초로의 남성은 심부름꾼 소년 - 릭 - 이 가져온 '물건들'을 빠른 손놀림으로 정리했다. 그 중에는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온 것도 있었고, 어느 것은 멕시코의 티후아나, 어떤 것은 이스탄불과 베이징에서, 간혹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것도 섞여 있었다.

 

    "도나."

 

    분류 작업을 끝내자, 웨더비는 그것을 가지런히 정리한 후 그의 고용주에게 내밀었다. 경험으로 터득한 요령은 당할 자가 없다고 했던가. 한때 유서 깊은 시칠리아 출신 조직의 오른팔로서 수십 년을 살아온 그에게 그 정도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현대처럼 로봇과 시스템의 발전이 이루어지기 전부터였기에.

 

    웨더비는 시민이었다. 그리 선량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버지니아 주와 싱가포르, 베이징에서 시험적으로 실시하는 중인 프리크라임 시스템 따위에 걸릴 짓은 하지 않았다. 그는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행동대장이 아니었고, 그의 주 무대는 화려한 홀 뒤편의 어두운 바와 비 내리는 창가였다. 그는 모범 시민이되,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도시의 건립, 그때까지의 과도기 속 혼란에서 그의 조직은 배신 끝에 존재가 말소되었다. '좋아. 당신을 고용하겠어.' 우스울 정도로 말갛게 갠 날이었다. '뒷방 늙은이에게 일이라니.. 너무한 농담 아닌가.' 짐짓 서글프게 웃는 척 대꾸하던 그였다. '보수는 약속하지. 시칠리아의 눈물, 과 디오릭 제약의 대주주 자리를 당신에게 넘겨주겠어. 대주주로 남을지, 소유주로 등극할지, 그건 당신 맘이야.' 시칠리아의 눈물, 배신자에게 빼앗긴 보물. 디오릭 제약, 배신자가 빼앗아간 유품. 그의 말은 들은체 만체, 앳된 기색이 남았지만 무감정한 목소리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계약 선수금.' 그리고 서류 봉투 하나가 그의 손에 넘겨졌다.

 

    사진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한 남자 - 였던 것 한 장.

    그리고 그와 함께 하던, 죽어도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 자들.

    슬럼가의 주소 한 줄.

 

    '당신 맘대로 해.' 목소리는 건조했으나 나긋했다. 남자는 봉투를 손에 꼭 쥐었고, 그 날로 그는 웨더비가 되었다.

 

 

04.

 

 

    레베카는 아이에게 가져다 줄 허브와 구운 닭고기, 초콜릿과 망고, 딸기를 꼭꼭 그릇에 눌러담았다. 좀 많이 담은 것 같긴 하지만.. 그녀의 고용주는 그런 것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니, 알면서 묵인하고 있는 것이므로 관대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무튼, 오늘은 값비싼 생 망고를 가져가는 것이다. 꽤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가뿐한 발걸음으로 고용주의 서재로 향했다.

 

    웨더비는 자신의 방에, 릭은 심부름 겸 노닥거린다는 '일'을 보냈고, 비키는 로봇을 대동하여 고용주가 시킨 새 옷을 직접 가지러 백화점에 갔다.(비키는 그녀의 모든 업무 중 이 일을 가장 좋아했다. 고용주가 자신이 판단하기에 불결하게 된 옷 몇 벌과 질린 옷 몇 벌을 싸그리 버리는 날이므로, 값비싼 백화점에서의 커피 이후엔 거의 새 것이나 다름없는 최고급 옷을 공짜로 얻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펜트 하우스에 있는 건 그녀와 고용주, 그리고 네 기의 로봇 뿐이었다.

 

    '이어서, 다음 뉴스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정체 불명의 혼절 상태에 처한 시민이, 어제 3명 추가로 발견되었습니다.'

    '어떠한 건강과 관련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 당국은..'

 

    "익숙한 일이지, 레베카?"

    "흡혈종도 아닌데 저런 방법이라니. 미국 것들은 잡종이라 그런가, 야만적인 방법을 사용하네요. 아, 영국에서도 요새 이것저것 뉴스가 나는 걸 보면, 그냥 저 발전에 뒤떨어진 치들도 슬슬 위기 의식을 느끼는 걸지도요."

 

    그녀의 고용주는 여전히 책상 위의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슥슥, 무언가 그리는 소리. 쓰는 소리. 레베카 - 수잔 앤더슨 - 그리고 바넬로피 포르벳지라 불리는 여자는 히죽 웃었다.

 

    "가족 소식은 궁금하지 않나봐? 저 중 하나쯤은, 당신 가족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어?"

    "가족이라니, 십 몇 년 전에 헤어진 유전자 공동체를 가족이라고 하는 건가요, 도나 비토리아?"

    "사람에 따라선 그럴 수도 있겠지."

 

    도나 비토리아 - 비토리아 아가씨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런 잔챙이들 따위, 볼 것도 없겠다마는."

    "어머, 카지노에 가시게요?"

    "비기너즈 럭을 믿고 럭키 세븐이 터질 것 같아서 말야."

 

    바넬로피 프레웨사 포르벳지는 예상 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천하의 제나 비토리아가 절대의 원망기를 찾아 떠난다니! 하지만 그녀는 곧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성정으로 미루어보아, 그녀가 찾는 것은 절대의 원망기가 아니었다. 원망기를 손에 넣은 우승자, 그녀는 그것이 되어야만 했다. 신이 만들어낸 성유물, 성혈을 담은 잔, 거룩한 가마솥이라 할지라도 믿지 않을 터인데 인간이 만들어낸 모작 따위에 믿음을 바칠 리가! 하지만 그것을 갖고 있다는 타이틀은 그녀가 소각해야 할 수많은 쓰레기를 그녀 눈 앞에 대령할 것이었다. 앞뒤 가리지 못하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떼지어 몰려오겠지. 하여 그녀의 복수는, 꿈은 보다 빠르게 완성된다.

 

    물론, 레베카 - 바넬로피 포르벳지는 제나 비토리아의 꿈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 마술사라는 족속을 이 땅에서 한 명이라도 더 지워버리는 것은 바넬로피 포르벳지의 행복이자 삶의 보람이었고, 제나 비토리아가 향하는 길은 분명 그녀에게 삶의 기쁨을 허락할 테니까. 

 

    와인이라도 한 잔 가져오죠, 레베카는 방을 나섰다. 환희가 앞섰다. 그들의 죄 깊은 피로, 아가. 제 혈족에 의해 태양을 보지 못한 채 묻힌 나의 소중한 아이. 너에게 잔을 올리마.

 

 

 

 

 

 

릭 13세. 심부름꾼

비키 23세. 찐 메이드

웨더비 59세. 비서

레베카 34세. 짜가 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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